겨울 여행, 어디로 가시나요?

겨울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분류로 나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겨울을 즐기는 자와 겨울을 피하는 자”

나는 어떤 부류일까 문득 생각하다 내가 겨울에 거의 여행을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자각했다. 겨울은 내게 여행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계절이 아니다. 추위를 많이 타서는 절대 아니다. 난 더위를 많이 탄다. 타도 너무나 탄다. 여름만 되면 너무 힘이 들고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분들도 동감하시겠지만, 내가 여행을 즐기는 가장 큰 이유는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여유를 되찾고 삶의 활력을 얻기 위함이다.

겨울은 날 괴롭히는 더위가 없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가장 안정감을 느끼고 스트레스도 가장 적은 계절이다. 크게 불만이 없으니 여행을 가고 싶어 안달이 나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나의 여행 일정은 주로 겨울 이외의 시즌에 집중되어 있다. 봄에는 곧 다가올 여름이 두려워 최대한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에서 여름을 시작하고자 여행을 떠나고, 여름에는 숨 막히는 더위를 잠시나마 피하기 위해 한국을 떠나며, 가을에는 징글징글했던 여름에 지친 나에게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풍경은 예쁘지만 더워서 죽을 것 같았던 플로리다 출장

겨울 여행의 정석은 따뜻한 남쪽나라일까?

한국으로 영구 귀국한 2006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겨울철에 여행이란 걸 간 적은 12년도 연말에 3박 5일로 다녀온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여행이 유일하다. 한때 고고학자를 꿈꿨던 만큼 역사유적지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앙코르와트에 가 보고 싶어했었다. 그러나 더위가 무서운 여자에게 동남아시아는 너무나 멀고도 험한 여행지였다. 그래도 캄보디아는 한겨울에는 별로 안 덥고 되레 따뜻해서 좋다는 주변 지인들의 말과 여행 책자의 날씨 정보를 바탕으로 용기를 내어 큰맘 먹고 여행을 떠났는데…

한겨울의 캄보디아는 남들이 말한 것처럼 좋(지 않)았다. 너무 격하게 더웠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 해 겨울은 이상 기온으로 한국은 영하 20도 직전까지 떨어지는 강추위였고, 캄보디아는 매일같이 36~38도를 넘나드는 폭염이었다. 매일 아침마다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쌍욕 메들리로 하루를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앙코르와트의 유적지는 지금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정말 멋있었지만, 치가 떨릴 정도로 덥고 힘들어서 겨울엔 안 덥고 괜찮다고 말했던 사람들의 주둥아리를 찢어버리고 싶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웃기고도 슬픈 하나의 추억이다.

그 이후로 한동안 동남아시아 지역은 눈길도 안 줬었는데, 요즘 LLC 항공권 특가 세일 하는 걸 보면 저렴한 가격에 살짝 마음이 흔들린다. 이래서 사람 마음이 참으로 간사하다. (으흐흐)

다시 도전해서 또 폭염이면 이번엔 내 주둥아리를 찢어야겠지?

오래간만에 앙코르와트의 기억을 소환했으니, 예전 기억을 더듬으며 앙코르와트 여행기를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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