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여행의 마지막 날, 크메르 제국의 마지막 수도인 앙코르 톰(Angkor Thom)으로 향했다. 앙코르의 미소로 유명한 바이욘(Bayon) 사원과 바푸욘(Baphuon), 피메아나카스(Phimeanakas), 왕궁 터 등 앙코르 시대 후반부의 주요 유적을 품고 있는 앙코르 톰은 참(Cham)족과의 전쟁으로 당시 수도였던 야소드하라푸라(Yasodharapura)가 폐허가 됨에 따라 전쟁을 승리로 이끈 자야바르만 7세 (Jayavarman VII)가 12세기 말에 새롭게 건설한 크메르 제국의 마지막 수도이자 유적군이다. 앙코르 톰은 9km2에 이르는 정방형 모양의 부지가 가로 3km, 세로 3km, 높이 8m의 성벽과 해자(垓子, moat)에 에워 쌓여있는 구조이다. 동/서/남/북 각 변의 성벽 정 중앙에 문이 있고, 사방의 문에서 일직선으로 뻗은 대로가 교차하는 정 중앙에 바이욘 사원이 위치하고 있다. 다른 앙코르 건축물과 마찬가지로 앙코르 톰 또한 동쪽을 향하고 있는데, 동쪽 성벽에는 동문(東門)에서 살짝 북쪽으로 앙코르 톰의 5번째 문인 승리의 문(Victory Gate)이 있다. 바이욘 사원의 북쪽으로 대부분의 앙코르 톰 유적이 몰려있는 승리의 광장과 왕궁 터가 승리의 문과 일직선으로 연결된다.
이 글의 목차
남문에서 시작하는 앙코르 톰 유적군 탐방
앙코르 톰 탐방의 시작은 대체적으로 남문(南門)에서 시작된다. 앙코르 톰의 해자를 건너 남문으로 향하는 다리 양쪽으로 석상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이곳이 사진 포인트인지 대부분의 툭툭 기사들이 이 다리에 다다르자 손님들을 내려주며 석상 앞에서 사진을 찍으라고 한다. 우리도 멋모르고 사진을 찍었다. 남문을 마주 보며 왼쪽으로는 선신(善神)인 데바(Deva), 오른쪽이 악신(惡神)인 아수라(Asura)의 석상이란다. 험상궂은 아수라의 표정이 맘에 들어 아수라를 중심으로 기념 촬영을 해 보았다. 석상을 둘러보며 남문을 통과하자 먼저 남문을 건너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툭툭 기사님은 다시 우리를 태우고 앙코르 톰의 정 중앙에 있는 바이욘 사원 앞에 내려주었다.
앙코르의 미소를 간직한 바이욘 사원
바이욘 사원을 마주하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제일 위층에 솟아있는 돌탑의 사면에 새겨진 얼굴이다. 관세음보살 (觀世音菩薩, Bodhisattva Avalokiteshvara)을 표현한 약 200개 넘는다는 수많은 돌탑의 얼굴 생김새가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모두 잔잔하고 온화한 미소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바이욘 사원이 ‘앙코르의 미소’로 널리 알려진 것이 아닌가 싶다.
앙코르 왓과 마찬가지로 바이욘 사원 1층과 2층 회랑의 저부조 (bas-relief) 시리즈 또한 매우 유명하다. 시간이 넉넉한 여행자라면 앙코르 왓의 클래식 앙코르 스타일의 저부조와 바이욘의 바로크 스타일을 비교해보는 것도 좋은 관람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바이욘의 정문인 동쪽 문을 통해 입장하여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동/남/서/북/동 회랑 순서로 관람해야 한다. 사실 바이욘의 부조를 꼼꼼히 다 돌아 보는게 가능할까 싶다. 앙코르 왓의 회랑이 그 규모는 훨씬 크더라도 그늘 속에서 나름 편안하게 관람이 가능한 반면, 바이욘의 회랑은 지붕이 소실되고 없기 때문에 땡볕에 노출되어 있다. 더위에 취약한 여행자라면 보고 싶은 한두 곳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관람해보시길 추천한다.
나름 이른 아침부터 일정을 시작했지만 이 날의 온도는 자그마치 38도였고, 바이욘 사원을 돌아보기 시작한 지 한 시간도 안돼 체력이 방전되기 시작했다. 체력 소모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상세한 사진 촬영은 모두 접고 눈으로만 보는 쪽으로 결정했지만, 지나고 보니 이것도 좋은 방법은 아닌 듯싶다. 사진으로 남기지 않은 곳은 뇌세포가 그리 길게 기억을 못 하는 것 같다. 요즘이라면 스마트폰 짐벌(Gimbal) 하나로 어렵지 않게 기록을 남길 수 있었겠다 생각하니 좀 아쉽다. 세상은 이렇게 갈수록 편해진다.
와불(臥佛)을 품은 고난도 퍼즐 바푸욘 사원
바이욘 사원의 북쪽 문으로 나와 앙코르 톰의 북문을 향해 조금 걷다 보면 왼편으로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이 바로 바푸욘 사원이다. 이 사원은 11세기 중반 우다야디티야바르만 2세 (Udayadityavarman II)가 축조한 힌두 신 시바(Shiva)를 모신 국가 사원으로 자야바르만 7세가 앙코르 톰을 건설하기 이전부터 있었던 사원으로 앙코르 왓보다 약 반세기(半世紀) 정도 앞서 지어진 건축물이다. 20세기에 사원의 대부분이 붕괴된 상태에서 1960년 대대적인 복원 프로젝트를 위해 바푸욘 사원의 해체 작업을 시작했는데 1970년 그 유명한 크메르루주(Khmers Rouges)가 집권하면서 복원 프로젝트는 중단되고 해체 작업 상황을 기록했던 문서도 모두 소실되었다고 한다. 복원 중단으로 해체된 상태로 방치될 수밖에 없었던 300,000개의 석재들은 1996년에 재개된 16년에 걸친 ‘세계 최대 규모의 3D 퍼즐 맞추기’로 알려진 2차 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제자리를 찾게 되었단다. 2011년 7월부터 일반 관광객의 관람이 일부 개방되었기 때문에 그 다음 해에 방문한 우리도 바푸욘 사원을 일부 구경할 수 있었다. 분명 해체한 석재들의 퍼즐 맞추기는 완료되었다는데 우리가 방문했던 2012년 겨울에도 바푸욘 사원 주변에는 돌무더기가 한가득 남아있었다.
사원을 둘러본 후 뒤쪽인 서쪽으로 나가면 바푸욘 사원의 가장 유명한 포인트인 와불의 얼굴(빨간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턱 부분임)을 볼 수 있다. (잘 보이지 않을 때는 안내판의 모형을 참고한 후 다시 찾아보시면 보이더군요.)
사진 한 장 안 찍은 나머지 앙코르 톰의 기타 명소들
바푸욘 관람이 끝나면 일반적으로 왕궁터와 피메아나카스(Phimeanakas), 코끼리 테라스(Terrace of the Elephants), 문둥이 왕 테라스(Terrace of the Leper King) 순으로 둘러보고 대기하고 있는 툭툭 기사님들과 다시 만나게 된다. 두 개의 테라스 앞쪽의 넓은 공터가 주차장으로 이용되는 듯했다. 우리 모녀도 이 순서로 앙코르 톰의 명소로 알려진 곳은 모두 다 둘러보긴 했다. 다만 너무 덥고 힘들어 카메라는 아예 배낭 속에 넣어버리고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앙코르 톰 내부의 핵심 포인트들을 모두 걸어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최상급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늘도 찾기 힘들고 다 땡볕에 노출되어 있다. 되도록 온도가 너무 높지 않은 날, 아침 일찍 방문하여 정오가 되기 전까지 관람을 마무리하는 것이 건강 상 바람직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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