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머무른 계암 고택에서 10분 남짓 거리에 위치한 서산 개심사는 겹벚꽃,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청벚꽃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사찰이다. 이번 태안-서산 여행을 계획했던 목적이 바로 그 말로만 듣던 개심사 청벚꽃 구경을 위해서였다.
청벚꽃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전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벚꽃이 청색이라고? 그런 벚꽃이 있나? 설마 진짜 청색인가? 상상이 가지 않으니 내 눈으로 꼭 봐야 했다. 다른 벚꽃에 비해 개화시기가 느린 개심사 청벚꽃과 겹벚꽃은 일반적으로 4월 말에서 5월 초가 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매년 날씨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니 그야말로 복불복이 아닐 수 없었다. 혹시라도 아직 개화 전일까, 아님 이미 만개하고 낙화한 후일까, 기대 반 걱정 반인 마음으로 7시가 조금 넘은 이른 아침에 개심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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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천년 고찰 서산 개심사(開心寺)
‘마음을 여는 절’이라는 개심사는 서산 상왕산의 고즈넉한 숲속에 자리 잡고 있다. 주차장에서 출발해 개심사 절까지 가는 길은 불심(佛心)이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이라도 마음을 열 수 있도록 풍광이 수려했다. 특히나 신록의 계절이니 만큼 개심사로 향하는 길은 연둣빛으로 가득했다. 수려한 풍광이 말해주듯 개심사는 좋은 터에 일찌감치 자리 잡은 천년 고찰이었다.
최초 창건된 시기는 무려 백제시대다. 좀 더 자세히 따져보자면 백제 의자왕(654년) 시대라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 건축물이 목조이므로 여러 차례 보수를 거칠 수밖에 없으니, 백제시대에 지은 건축물이 아직까지 남아있을 리는 없겠지만, 사찰로서의 역사는 1300년이 넘는 것이다. 역사만큼이나 개심사 사찰 내에는 국가지정 문화재들이 여럿 있다. 하지만 개심사의 아름다운 청벚꽃과 겹벚꽃의 명성이 워낙 높다 보니 대다수의 방문객은 문화재보다는 아름다운 벚나무에 꽃이 얼마나 피었는지가 더 궁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바로 나처럼!
지금 즈음이 그 유명한 개심사 청벚꽃과 겹벚꽃이 한창 피어날 시기다 보니, 이른 시간임에도 개심사를 찾는 사람들은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멀리 앞서 걸어가는 사람들과 이미 둘러보고 내려오는 사람들도 여럿 마주쳤다. 이른 아침부터 오가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니, 만개할 시기에 잘 맞춰 온 것일까?
봄기운이 가득한 개심사 청벚꽃과 겹벚꽃
상춘객을 맞이하느라 바쁜 개심사는 겹벚꽃으로 가득했다. 흰색과 분홍색의 겹벚꽃이 여기저기서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듯했다. 확실히 일반 벚꽃과 비교해 개심사의 벚꽃은 겹꽃이라 크고 탐스러웠다. 처음엔 그 유명하다는 개심사 청벚꽃이 보이지 않아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 뒤쪽으로 돌아가니 한눈에 봐도 남다른 색감을 자랑하는 벚나무가 보였다. 꽃잎에 초록빛이 감돌아 전체적으로 볼 때 매우 특이한 느낌이었다.
사실은 연둣빛인 개심사 청벚꽃
청벚꽃이라는 이름 때문에 파란색을 떠올렸었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아주 연한 연둣빛이다. 꽃으로서는 접하기 힘든 정말 오묘한 색감이다. 하필 하늘에 구름이 가득한 날이라 화사해 보이기는커녕 솔직히 조금은 칙칙하게 보일 수도 있는 색상을 가졌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 두둥실, 햇살이 내리쬐는 날이라면 굉장히 화사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청벚꽃과 겹벚꽃을 모두 볼 수 있는 있었지만, 날씨면에서는 조금은 부족한 조건이었다. 뭐든 100% 만족할 수는 없는 법이다.
아직 만개하지는 않은 상태라 피어있는 꽃이 적어 더 칙칙해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벚나무에 이파리가 많이 올라와 있는 상태였다. 벚나무는 꽃이 먼저 핀 후에 잎이 올라오지 않나? 꽃이 덜 핀 건지, 아님 만개 후 져 가는 상황인지 헷갈리는 상황이다. 분명 봉오리 채로 아직 피지 않은 꽃들이 많은 걸 보면 덜 핀 것이 맞는 것 같다.
개심사 청벚꽃을 자세히 보면 꽃잎에 연둣빛이 섞여있다. 꽃잎이 줄무늬처럼 부분적으로 연둣빛이 돌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다른 벚꽃에 비해 확실히 색감이 달랐다. 청색이라기보다 옥색에 더 가까운 것 같은데, 왜 청(靑)벚꽃이라고 부르는 걸까? 옥(玉)벚꽃은 억양이 좀 이상스럽긴 하다. (큭큭큭~)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청벚꽃이 활짝 피고 나면 연둣빛이 줄무늬가 서서히 옅어지는 듯했다. 그렇다고 일반적인 흰색 벚꽃과 같은 색은 아니다. 여전히 은은하게 옥빛이 남아있다. 단지 개화 직후보다 연둣빛 줄무늬가 연해질 뿐이다. 연해지면서 꽃잎 전체로 색상이 퍼지는 걸까?
청벚꽃, 너란 아이 정말 full of mystery 구나!
1박 2일의 태안-서산 여행을 마치며
이번 여행은 조금씩 아쉬움이 남는 그런 여행이었다. 태안의 천리포 수목원부터 신두리 해안사구, 서산의 해미읍성과 개심사까지 방문했던 모든 곳을 나올 때마다 다음에 또 다시 오자고 한 걸 보면, 우리 모녀에게 확실히 느낌이 좋았던 여행지였던 것 같다. 약 1시간 반 정도 느긋하게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지만, 이른 아침에 일정을 시작한 덕에 9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서산을 출발해 점심 시간 전에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역시 아침 잠을 줄여야 여행 일정이 느긋해 질 수 있는 거였다.
개심사 청벚꽃, 널 보러 곧 다시 오겠어. 다음번엔 더 화려한 자태를 기대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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