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연차를 내고 1박 2일로 구례 화엄사와 진안의 마이산 탑사에 다녀왔다. 어차피 서울을 벗어나는 데 한 세월이 걸릴 것 같아 출근 트래픽 시간이 지난 후 아침 10시가 넘어서야 느긋하게 전남 구례로 출발했다.
이 글의 목차
전라도 밥상으로 시작하는 여행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구례에 도착하니 3시 반이 즈음이었다. 이번 여행은 무방비 상태로 떠났기에 도시락도 준비를 안 했고, 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밥 먹는 것도 좋아하지 않기에 아직까지 점심을 먹지 않은 상황이었다. 시간이 매우 애매하지만, 점심 겸 저녁을 먹기로 하고 구례 화엄사로 들어가는 길목의 한 식당에서 우선 배를 채우기로 했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손님이 아무도 없어 혹시 이 시간에 식사가 가능하냐 물었더니 괜찮다고 하셔서 우리 모녀만 단둘이서 아주 조용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냥 아무 식당이나 들어왔는데
“매우 맛있다”
어둑해질 무렵의 구례 화엄사 산책
배를 잔뜩 채우고 더 늦기 전에 구례 화엄사로 향했다. 서울은 더위가 한풀 꺾였는데, 구례는 남쪽이라 아직도 좀 덥다. 그래서인지 화엄사의 대문이라 할 수 있는 금강문(金剛門) 주변의 배롱나무는 아직도 핑크빛 꽃을 떨구지 않은 채였다.
금강문을 지나 제3문인 천왕문(天王門)에 들어서면 동서남북을 지키는 사천왕상을 볼 수 있는데, 구례 화엄사의 사천왕상은 다른 사찰의 것보다 조금 더 포토제닉 한 너.낌. 이들은 불법에 귀의하는 사람들을 수호하는 호법신으로 동쪽의 지국천왕(持國天王), 서쪽의 광목천왕(廣目天王), 남쪽의 증장천왕(增長天王), 북쪽의 다문천왕(多聞天王;毘沙門天王)을 통틀어 사천왕이라 부른다고. 한국의 사찰에서는 일주문(一柱門)과 본당 사이에 천왕문을 세워, 그림이나 나무를 깎아 만든 사천왕의 조상(彫像)을 모시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중요 문화재로 가득한 화엄사
삼문을 지나고 계단을 올라 사찰 중심부로 들어서면 강당 건물인 보제루와 양옆으로 범종각과 법고루가 위치하고 있다. 보제루 앞의 계단을 오르면 대웅전(大雄殿)이, 옆쪽의 계단을 오르면 각황전(覺皇殿)이 있다. 사진 1의 화엄사 대웅전은 보물 제299호로 지정되어 있고, 사진 2의 각황전은 국보 제67호이며 그 앞에 배치되어 있는 석등 또한 국보 제12호로 지정되어 있는 주요 문화재이다. 사진 3의 보제루 앞 동/서 방향으로 하나씩 배치되어 있는 오층석탑은 각각 보물 제132호와 133호로 지정되어 있다. 구례 화엄사는 삼국 시대인 544년에 창건된 사찰로 화엄경의 글자를 따서 화엄사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사찰 내 대부분이 신라시대 문화재로 매우 중요한 문화재라고 한다.
각황전 뒤쪽으로 돌계단을 한참 오르면 또 하나의 국보인 사사자 삼층석탑을 볼 수 있다. 위치가 본당과는 거리가 떨어져 있어 다른 문화재에 비해 놓치기 쉬운 위치적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 석탑 주변은 온통 울창한 나무로 둘러쌓여 있어 비밀리에 숨겨진 문화재를 몰래 바라보는 느낌이랄까? 또 하필 어두워져 가는 시간대에 미약한 햇볕까지 나무에 가려져 다른 곳 보다 유독 어둡기도 했다. 위 사진은 너무 어두워서 포토샵으로 밝기를 엄청 조절한 사진이라는 사실. 원본 사진은 그냥 까맣다.
이 국보는 이름대로 네 마리의 사자가 3층 석탑을 머리에 이고 있는 특이한 형태의 석탑이다. 사자상의 중앙에는 연꽃 봉오리를 든 비구니(女)가 서 있다. 이 석탑의 형태가 너무 특이해서 사진을 여러 장 찍었는데, 알고 보니 국보였다는? 사사자 삼층석탑을 마주 보고 있는 석등 역시 특이했는데, 석등을 머리에 이고 앉아 있는 승려(男)가 찻잔을 맞은 편 석탑에 공양을 하는 모습이라고 한다.
탑 형태가 너무 특이하여 안내 설명을 열심히 읽어 보았다. 내용인즉슨, 석등의 승려(연기 조사)는 화엄사를 창건한 스님이고 사사자 삼층석탑의 비구니는 바로 연기 조사의 어머니로 자신의 어머니인 비구니 스님에게 찻잔을 들어 공양을 드리고 있는 모습을 담은 것이라고!
구례 화엄사 중요 문화재 목록
<국보 문화재>
- 각황전 앞 석등 (제12호)
- 사사자 삼층석탑 (제35호)
- 각황전 (제37호)
- 영산회 괘불탱 (제301호)
<보물 문화재>
- 목조비로자나불 삼신불좌상 (제1548호)
- 동 오층석탑 (제132호)
- 서 오층석탑 (제133호)
- 대웅전 (제299호)
- 원통전 앞 사자탑 (제300호)
- 화엄석경 (제1040호)
- 서 오층석탑 사리장엄구 (제1348호)
- 대웅전 삼신불탱 (제1363호)
<천연기념물>
- 올벚나무 (제38호)
- 매화 (제485호)
사사자 삼층석탑 구경을 마지막으로 화엄사를 나왔다. 돌계단이 상당히 많은데 비루한 내 다리는 경련을 일으켜 한참을 주저앉아 있어야 했다. 하아… 직장의 과도한 업무는 진정으로 내 건강을 계속 갉아먹고 있구나. 절뚝 거리며 마마님의 부축을 받고 겨우 내려왔다.
밤새 석탑 쳐다보며 앉아 있을 뻔…
여행 비성수기 시즌이라 화엄사 근처 산장에 어렵지 않게 즉석으로 숙소를 구할 수 있었다. 숙소 주변으로 계곡물이 흐르는 것 같은데 이미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면 좋은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이날의 일정은 이것으로 마무리!
(다음 날의 마이산 탑사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됩니다.)
강원도 경기도 경상도 국립공원여권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 서울 신용카드 인천 일본 일상 전라도 제주 충청도 캄보디아 코로나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