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여행 명소 궁남지
20060505 @ 부여 여행의 대표 명소 백제 시대 인공 연못 궁남지

5월 4일 목요일 6시 정각, 회사 사람들의 엄청난 눈총을 받으며 칼퇴를 하고 남부터미널로 향했다. 목적지는 바로 충남 부여! 한국 귀국 후 첫 여행지로 사비 백제 시대의 수도였던 부여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금동대향로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백제 금동대향로 발굴(1993년 12월) 소식이 뉴스를 뜨겁게 달궜을 때 나는 이미 미국에 살고 있었다. 한때 잠시 고고학자의 꿈을 가진 적 있던 역사 문화가 취미인 인간이라 언젠가 한국에 돌아가면 금동대향로 보러 꼭 부여 여행을 가겠다 마음먹었었다. 하여 별 고민 없이 석가탄신일+어린이날 공휴일 목적지로 부여 당첨!

험난했던 부여 여행의 시작을 선사한 직행 버스

문제의 시작은 남부터미널이었다. 회사가 위치한 강남역에서 고속터미널과 남부터미널까지 거리가 거의 비슷한데, 내가 굳이 남부터미널을 선택한 이유는… 미국에 계신 마마님 때문이었다. 전화 통화로 연휴에 부여 여행을 간다고 사전 보고를 드렸는데, 고속터미널에서 출발할 예정이라 말하니 똑같은 노선이라도 남부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게 더 싸니 남부터미널을 이용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남부터미널로 갔다. 창구에서 표를 사는데 매표 직원이 자꾸 고속터미널 어쩌고저쩌고 남부터미널은 또 뭐라 뭐라 하는데 솔직히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하아… 그렇다. 내가 한국어 듣기가 잘 안된다.

마이크 소리를 특히 더 못 알아듣는데 매표소 창구 직원이 마이크에 대고 말을 하는지라 뭐라고 하시는지 정말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우선 고속터미널과 남부터미널의 차이가 버스가 좀 더 고급인가 보다 싶었고, 고속버스가 더 고급 버스라 고속으로 더 빨리 도착한다 정도로 이해했다. 남부터미널은 직행과 완행 중 직행을 타면 큰 문제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나 보다. 난 분명 직행버스 표를 산 것 같았는데, 이 버스가 오만 군데를 다 거쳐 가는 것이다! 내가 완행버스 표를 샀던 건가? 창구 직원한테 분명 직행버스 표 산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이건 그냥 시내버스 마냥 온갖 곳을 다 들러 자정이 넘어서야 부여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을 했다.

오, 신이시여…

심지어 서울에서 출발하기 전 전화로 예약한 모텔 주인아주머니가 왜 아직 안 도착하냐고 예약할 때 남긴 핸드폰 번호로 확인 전화까지 하셨다. 혼자 여행 온다고 예약한 여자애가 밤이 늦도록 도착을 안 하니 걱정돼서 잠도 못 주무시고 심지어 시외버스터미널에 나와 날 기다리고 계셨다. 전화 통화로 내가 남부터미널에서 버스를 탔다는 사실을 알고 한참을 웃으셨다. 직행 탔냐 완행 탔냐 하시는데… 전 직행을 탄 줄 알았는데 아닌가봐요…라고 대답을 했다. 시외버스터미널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숙소라 5분도 안 되는 거리지만 직행/완행 구분도 못하는 것 같은 처자가 야밤에 혼자 걸어오는 게 걱정돼서 마중 나오셨다고~~

정말 so sweet~

남부터미널에서는 버스가 여러 종류라 잘못 타면 이곳저곳 들려서 온다는 말씀과 함께 갈 때는 꼭 고속버스 타고 맘 편히 가라고 말씀해 주셨다. 5일 하루를 온전히 사용하려고 전날 미리 이동해서 천만다행이었다.

호기롭게 시작한 뚜벅이 부여 여행

숙소에서 잠들기 전 터미널에서 가져온 부여 관광 지도를 보며 부여 여행의 동선을 계획했다. 4월 말까지만 해도 날씨가 진짜 좋았는데, 5월이 시작되자마자 엄청난 더위가 몰려왔다. 30도가 넘는 고온은 솔직히 내가 감당하기엔 상당히 벅찬 날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포기할 수는 없기에 오르막이 예상되는 부소산성은 되도록 오전으로, 땡볕이지만 평지인 궁남지와 실내인 국립박물관은 오후, 그리고 부여 시내에서 벗어난 위치에 있는 능산리 고분군은 제일 마지막으로 배치했다.

정림사지(定林寺址)

20060505 @ 국사시간에 배웠던 국보 정림사지 오층 석탑

전날 머무른 숙소가 바로 정림사지와 정림사지 박물관 근처였기 때문에 부소산성에 가기 전 잠시 들리기로 했다. 문제는 더위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일정을 시작해서 정림사지 관람시간 전이었다는 점이다. 9시부터 OPEN인데 8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라 정림사지 입구에서 서성이며 부소산성을 먼저 다녀와야 할까 고민하는데, 근처에서 친구분들과 이야기꽃을 피우시던 할아버지 한 분이 불쑥 여기 들어가고 싶은 거냐 물으셨다. 여행 왔는데 아직 문 여는 시간이 아니라서 그런다고 말씀드리니, 자연스레 문을 열어 주시면서 들어가라고 하셨다.

뉘신데 열쇠를 가지고 계시지?

내가 머뭇거리는 걸 느끼신 건지 매표소에서 일하시는 사람이라고 본인 소개를 해 주셨다. 동네 지인들이랑 이야기도 나눌 겸 늘 일찍 출근한다고 하셨다. 매표소 문을 여시고 내게 입장권을 계산해 주셨다. 무려 1시간 가까이 먼저 입장하게 해 주신 배려에 너무 감사했다. 어제 숙소 사장님부터 매표소 할아버지까지 다들 너무 친절하시다! 내 뒤쪽에서 어슬렁거리던 총각 한 명도 여행자였는지 입장료를 내고 냉큼 따라 들어왔다. 이렇게 두 명이 조용한 정림사지를 구경했다. 일찍 들어와 사람이 없어서 좋긴 했지만, 정림사지 박물관은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이라 들어갈 수가 없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정림사지는 이름처럼 정림사 터만 남아있기 때문에 국보인 오층 석탑 빼고는 크게 볼 거리가 없어 빠르게 관람을 마치고 부소산성으로 이동했다.

부소산성(扶蘇山城)

정림사지에서 부소산성 정문까지는 걸어서 대략 20분 정도의 거리지만, 내가 길치인지라 정문을 못 찾아 대략 30분 가까이 걸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도보로 진행하는 부여 여행이라 다리를 아껴야 하는데 시작부터 다리품을 팔다니~~

20060505 @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시작되는 오르막길

역시 산성은 산성이다. 정문을 통과하자마자 가파르진 않더라도 오르막이 계속되었다. 이제 9시가 조금 지난 시간인데 벌써부터 더웠다. 사실 부소산성에는 낙화암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안내 지도를 살펴보니 여기저기 관람 포인트가 꽤 많아 체력을 아끼면서 둘러보아야 했다.

삼충사(三忠祠)

20060505 @ 정문을 통과해 반시계 방향으로 이동하며 제일 먼저 만나는 삼충사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바로 백제의 마지막 순간까지 충절을 지킨 세 명의 충신(성충, 계백, 흥수)을 기린 삼충사! 외삼문인 의열문(義烈門)과 내삼문인 충의문(忠義門)을 지나 가장 안쪽에 세 충신의 영정을 모신 삼충사가 있었다. 5월의 초록 초록한 풍경 가운데 새빨간 삼문(三門)의 색 대비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분명 공휴일인데 관람객이 나 혼자다. 좀 의아하지만 이럴 땐 눈치 안 보고 selfie를 찍을 수 있는 장점이^^

영일루(迎日樓) – 군창지(軍倉址) – 반월루(半月樓)

20060505 @ 부소산성 반월루에서 바라본 풍경, 그리고 selfie

서둘러 부소산성의 동쪽 끝 봉우리에 위치한 영일루로 발길을 옮겼다. 누각에 올라가는 계단이 있어 전망을 볼 수 있게 해 두었기에 냉큼 올라가 보았으나 누각 주변의 나무들이 워낙 울창하여… 주변의 나무 외에는 딱히 보이는 풍경이랄 게 없었다. 멋진 사진은 빠르게 포기하고 다음 목적지인 군창지로 이동했지만,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군대에서 사용하던 식량 창고 터라 딱히 포토제닉한 장소는 아니었다. 역시 눈으로 빠르게 스캔한 후 계속 이동했다. 꾸준히 계속되는 오르막에 다리의 피로가 느껴질 무렵 반월루에 도착! 이번에도 빼놓지 않고 누각에 올라 보았다. 그나마 멀리 백마강이 보였지만 영일루와 마찬가지로 누각 주변의 나무가 울창해 뻥 뚫린 그런 view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그래도 풍경 대신 selfie time을 가지며 잠시 더위를 식힐 수 있었다.

궁녀사(宮女祠)

20060505 @ 사진 세 장을 이어붙여 완성한 궁녀사 전경

반월루에서 잠시의 휴식 시간을 가진 후 낙화암 방면으로 이동했다. 앞서 방문한 영일루와 반월루에서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기에 사자루는 건너 뛰고 궁녀사로 향했다. 이름만 들어도 대충 짐작이 되듯 낙화암에서 투신했다는 삼천궁녀를 기리는 사당이다. 삼천궁녀가 역사적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지만, 우선 궁녀사의 풍경이 예쁘다는 점은 꼭 언급해야 할 듯! 궁녀사는 삼충사와 비교하여 작은 규모였지만, 그래서 더 아늑한 느낌이었다. 궁녀사 안쪽에서 삼문 너머를 바라보면 내가 만드는 소음 외에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조용함과 어우러져 나 홀로 어딘지 모를 미지의 세계에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주었다. 다른 관람객이 없을 때 조용히 쉬어가기 좋은 관람 포인트였다. 그 조용한 공간 안에서 나도 한참을 앉아 있다 발걸음을 옮겼다.

낙화암(落花巖)과 백화정(百花亭)

20060505 @ 삼천궁녀가 몸을 던졌다는 낙화암 정상에 위치한 백화정

궁녀사를 뒤로하고 낙화암에 도착하니 부소산성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때 한 명도 보지 못했던 관람객들이 여기에 다 모여 있었다. 응? 다들 어디에 있다 나타난 거야? 평일도 아닌 공휴일에 오다가다 마주치는 사람이 한둘은 있어야 하는데 정말 이상하다 싶었다. 다들 부소산성에 낙화암만 보러 오는 것인가?

허무맹랑한 삼천궁녀 스토리

내 인생에 부여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라 낙화암과 백마강을 실제로 보는 것도 처음이다. 그러나 실제로 보니 삼천궁녀가 여기서 몸을 던졌다는 이야기에는 그다지 신빈성이 없어 보였다. 내 눈으로 본 낙화암은 절대적으로 백마강에 몸을 던져 죽기에 좋은 장소가 아니었다. 부소산성 내 다른 위치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나아 보인다. 보통 떨어졌을 때 강물로 입수하기 좋은 장소여야 하지 않나? 낙화암 구조상…. 떨어지면 바로 아래의 굉장히 험하게 생긴 바위 암벽에 이리저리 부딪쳐 온몸의 뼈가 가루처럼 바스러지게 생겨 먹었다. 물론 저 멀리서 고속으로 달려와 도움닫기로 점프하듯 뛰면 모를까… 멀리뛰기 국가대표나 다이빙 국가대표쯤 되어도 확률이 극도로 낮아 보인다. 음…. 아마도 낙화암 설화를 지어낸 냥반은 낙화암에 실제로 와 보지 않았던 듯^^

아찔한 절벽 구경을 마무리하고 마지막 코스인 고란사로 내려가 고란사(皐蘭寺)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구드래 선착장에서 하선하는 것으로 부소산성 방문을 마무리했다.

부여 쌈밥 – 부여 여행의 대표 먹거리

구드래 선착장에서 올라오면 바로 부소산성 아래에 위치한 구드래 음식거리에 도착하는데 여기에 식당들이 잔뜩 몰려 있어 여행자가 식사하기 좋은 장소였다. 부여군 관광 지도를 살펴보니 먹거리로 쌈밥이 유명하다길래 제일 가까운 쌈밥집으로 들어가 별생각 없이 쌈밥 1인분을 주문했는데………………

20060505 @ 부여의 인심만큼 엄청난 쌈밥 1인분

남들 보다 유난히 밥 양이 적은 인간인 내가 먹기에는 너무나 엄청난 양의 밥상이 나왔다. 식당 사장님께 1인분이 맞냐고 수차례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사진에 담긴 건 아직 음식이 다 나오지 않았을 때 찍은 거였다. 이후로도 음식이 계속 나와서 더 이상 놓을 자리가 없어 바닥까지 음식을 놓고 가셨다. 아무리 봐도 1인분이 아닌 것 같은 음식량이다. 많이 못 먹으면 다 버려야 할 것 같아서 반찬 중 몇 개는 건드리지 않은 상태로 사장님께 반납하고 최대한 열심히 먹다 배 터져 죽는 줄!!!!!

무더위 속 대환장 파티의 서막

엄청난 양의 점심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서니 대낮의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고행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식당에서 궁남지까지 대략 도보 35분 정도의 거리였다. 사실 택시를 타는 게 최선의 선택이었는데, 난 아직 한국 버스와 택시에 적응을 못하고 있다. 과격한 운전 스타일 때문에 비상사태 아니면 타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는 상황. (그러나 사실 이때가 비상사태였는데 말이다.)

무슨 자신감으로 걸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이날의 최고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겼던 상태라 10분이 1시간처럼 느껴지는 매직! 캐나다에선 5월 말까지도 눈이 오는데… 하아, 내 몸뚱이가 영 적응을 못하고 있다. 고작 30분을 조금 넘기는 거리를 걷는데 중간에 아이스크림을 2번 사 먹었다. 완전 미친 온도에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 겨우 궁남지에 도착했는데 주차장을 가로질러 중앙의 연못까지 가는 길이 천 리 길은 되는 것처럼 보였다. 더 이상 몸을 움직일 힘이 없어서 잠시 쉬려고 텅 빈 주차장 공간에 쪼그리고 앉은 것까지 기억이 나고 그 뒤로 blackout…

뙤약볕의 궁남지(宮南池)… 그리고 blackout

누군가 나를 흔들어 깨우는 것 같아 눈을 번쩍 뜨니 어떤 어르신이 여기서 왜 자고 있냐고 일어나란다. 응? 내가 잤다고? 순간 깜짝 놀라 시계를 보니 한 10분 정도 지난 것 같았다. 아무래도 잠을 잤다기 보다 정신줄을 놓은 것 같은데… 어느 쪽이건 쪽팔리는 건 매한가지다. 너무 더워서 잠시 쉬는 중이었다고 변명을 하니, 땡볕에서 어떻게 쉬냐며 그늘로 가서 쉬라셨다. ㅎㅎㅎ 그러게요, 불행하게도 주변에 그늘이 전혀 없어서… 서둘러 인사를 드리고 도망치듯 궁남지 연못을 향해 걸었다. oh my god… 이게 무슨 난리인지… 난 분명 부여 여행을 하러 왔는데 고난의 행군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20060505 @ 버느나무 가지가 바람에 살랑대던 백제시대의 인공 연못 궁남지

연못 중앙의 정자를 향해 걸으니 시원한 바람이 느껴졌다. 강바람처럼 연못바람도 있나 싶을 정도로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였는데 연못 근처에는 살랑살랑 바람이 불었다. 뙤약볕 속에 있다 정자의 시원한 그늘 속에서 살랑대는 바람을 맞으니 너무 상쾌하고 평온했다. 그래서 또 잠시

blackout…

네, 네. 또 정신을 놓았습니다. 이번에는 왠지 모를 시선이 느껴져 정신을 차려보니 어린이날을 맞아 부모님과 궁남지에 놀러 온 어린이들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거의 30분 이상 시간이 지나 있었다. 헐… 어쩐지 분명 내가 정자에 도착했을 땐 주변에 인간이 몇 명 없었는데, 내가 정신줄을 놓은 사이 꽤 많은 방문객들이 왔나 보다. 어린이들은 다 큰 성인 여자가 길바닥에 널부러져 자고 있으니 신기했나 보다… 정말 얼굴에 구멍 뚫릴 정도로 바로 코앞까지 와서 구경을 하고 있더라는… 얘들아, 내가 위험한 인물이면 어쩌려고 그렇게 가깝게 접근하고 그러뉘…

이번 부여 여행에서 평생의 망신살을 한방에 몰아 쓰는 느낌이었지만, 뻔뻔함을 무기로 장착하고 무더위를 피해 다음 목적지인 에어컨 빵빵한 국립부여박물관으로 이동했다.

국립부여박물관

궁남지에서 국립박물관까지는 걸어서 25분 정도의 거리다. 사실 충분히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 거리인데… 더위로 double blackout을 겪었기에 택시를 타기로 했다. 그렇다, 난 택시를 타려고 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택시가 없는 것이다!!! 땡볕에 서서 택시를 기다리는 것 역시 고난이라 박물관 방면으로 천천히 이동하면서 택시가 보이면 잡기로 했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202060505 @ 결국은 걸어서 도착한 국립부여박물관

택시는 내가 박물관에 도착할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고, 나는 결국 걸어서 목적지에 도착하고 말았다. 중간에 가게가 보일 때마다 설레임 사 먹으면서 버텼다. 하루에 빙과류를 이렇게 많이 사 먹어 본 역사가 없는데… 하아, 너무 힘들었다. 다행히도 박물관 내부는 에어컨 가동으로 시원했기에 열받은 몸뚱이를 식히기 딱 좋았고, 기대하고 기대하던 금동대향로도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어서 감동 그 자체였지만… 사진은 찍지 못했다. 너무 지친 상태기도 했고, 원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는 사진 촬영이 대부분 안 되니까 굳이 안내 직원분께 물어보지도 않았다.

능산리 고분군

20060505 @ 사비 백제 시대의 왕릉이 모여있는 능산리 고분군

blackout이 난무했던 무더위 속 부여 여행의 마지막 코스였던 능산리 고분군. 무더위에 지친 몸뚱이 상태라 그냥 서울로 돌아갈까 많이 고민했지만, 이왕 온 김에 몸뚱이를 조금만 더 학대하기로 했다. 어차피 이곳은 절대 걸어서 갈 수도 없고, 반드시 탈것을 이용해야 한다. 시내버스 노선이랑 배차시간을 파악하는 건 어려울 것 같아 택시를 타기로 결정! 물론 앞서 궁남지에서 이동할 때 택시 잡기가 꽤 어려웠기에 택시가 있으면 가고, 없으면 서울로 돌아가기로 하고 국립부여박물관 앞을 서성였는데 꽤 빠르게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아까는 그렇게 눈을 씻고 봐도 안 보이더니!!!!

능산리 고분군에 도착하니 날이 날이니만큼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한가득이었다. 어린이 가족들이 많은 건 상관없는데… 대체 왜! 왜! 이 어린이들이 고분 위를 뛰어다니는 것이지? 내가 모르는 사회규범이 새로 생긴 것일까? 문화재를 파괴하는 데 앞장 서라는 새로운 가정교육 지침이라도 받은 것일까? 왜 부모들이 애들에게 고분 위에 올라가서 사진 찍게 포즈를 취하라고 시키는 것이지? 충격과 혼돈의 대환장 파티다. 고분군 관리직원분들 다 어디에 계신 거지? 왜 아무도 제지를 안 하냐고…

부여 여행을 마무리하며

이래저래 혼돈이 가득했던 부여 여행이었지만 예상했던 것처럼 역사 문화재에 관심이 많은 자들에게 안성맞춤인 여행지였다. 책 속에서만 배우던 문화재를 실물로 볼 수 있어 부여 여행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있는 가족단위에게 참 좋을 장소였다. 부여 여행 중에 만난 군민들 대다수가 매우 친절하고 또 다정했다. 능산리 고분군의 진상 어린이 동반 가족은 큰 마이너스 요소긴 했지만… 어린이날 한정으로 미쳐 날뛴 것이리라 생각해 본다.

엄청난 무더위로 예상 못 한 몸 고생도 하고, blackout도 겪고, 완행버스 이슈까지 첫 국내 여행에 나름의 사건 사고가 있었지만, 점차 능숙한 여행자가 되길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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