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은각사
20061005 @ 교토 은각사(긴가쿠지) 전경

이번 일본 간사이 여행에서 교토에 할당한 기간은 총 2일. 하루카를 타고 편안하게 교토역에 도착해 제일 먼저 Bus Ticket Center에 가서 이틀간의 교토 여행을 책임져 줄 교토 관광 2일 승차권을 구매했다. 2일 동안 무제한으로 버스 + 지하철 탑승이 가능해 실수로 잘못 타도 엉뚱하게 소비한 교통비에 속상해하지 않아도 된다. 원래 길치고 방향 감각이 별로 좋지 않은 데다가 한국과는 반대인 좌측통행 구조라 버스 탈 때도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 뻔했다. 당연히 무제한 탑승 가능한 승차권 구매는 내게 필수였다. 그리고 이틀 동안 교토를 돌아다니며 여러 번 반대 방향으로 버스를 탔다. 길치는 웁니다… 하루를 꽉 채워 돌아다니며 최대한 많이 보고 가려고 했는데, 길에서 헤매느라 아까운 시간을 낭비한 느낌이다. 다음 번 교토 방문엔 방향 감각 끝내주는 엄마랑 가야지 ㅠㅠ

실수로 구매한 교토 관광 2일 승차권

20061004 @ 교토 관광 2일 승차권

그렇다. 나는 이 교토 관광 2일 승차권(京都観光2日乗車券)을 실수로 구매했다. 내가 사려던 패스는 이 패스가 아니었다… 대체 뭔 생각으로 이걸 샀는지 알 수가 없다. 핑계를 대자면… 교토역 Bus Ticket Center 안이 너~~무 정신이 없었다. 사람도 많고, 직원분은 영어를 못하시고, 나는 일본어를 못하고…

처음에는 벽에 빼곡히 붙어있는 수많은 버스 관련 안내 포스터 중에서 내가 사려고 했던 교토 버스 1일권(京都バス1日券) 포스터를 무사히 발견했었다. 내 차례가 되면 그 포스터를 가리키며 하나 달라고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손님이 많아 대기가 길어지다 보니 벽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이것저것 살펴보게 되었다. 딱히 할 일은 없고 기다림은 지루하니까…

그러다 내가 사려는 교토 버스 1일권 포스터 바로 옆에 교토 관광 2일 승차권 포스터를 발견한 것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교토 관광이라고 쓰여 있는 부분은 보지 못하고 1(2)일 부분만 봤다. 그러고는 아주 당연하게 버스 승차권이 1일짜리만 있는 게 아니라 2일짜리도 있구나 생각했고, 마침 나는 교토 일정이 총 2일이니 2일 승차권을 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 즈음 딱 내 순번이 되어 아주 자연스럽게 손꾸락으로 2일 패스를 달라고 말했던 것이다!!!

직원분이 교토 버스 1일권 포스터를 가리키며 이거 말고 그 옆에 이거?? 맞냐고 재차 확인했지만, 나는 아주 당당하게 2일짜리 이거!!!라고 말하고 멋지게 계산을 하고 나왔다. 그리고 태연하게 첫 목적지로 가는 버스에 올라타 착석을 한 후 여유롭게 구매한 승차권을 살펴보다 내 실수를 깨닫게 되었다.

내가 사려던 건 교토 버스 2일권인데 버스 카드에 쓰여 있는 글자가 좀 다르다! 분명 バス(버스)라는 글자가 있어야 하는데 왜 観光이 있지? 아차, 그리고 가격이 이게 아니지 않나? 1일권이 500엔이었던 것 같은데, 2일권이면 1,000엔이거나 더 싸야 하는 거 아니야? 근데 왜 2,000엔인 거지?

망. 했. 다.

그렇다. 망한 것이다. 난 엉뚱한 교통 패스를 샀고 2배의 금액을 냈다. 교토 관광 2일 승차권은 버스만 탈 수 있는 게 아니라 교토 버스와 지하철을 모두 탈 수 있고, 교토 버스 1일권으로는 추가 요금을 내야 하는 오하라나 아라시야마에 다녀올 경우에 필요한 패스가 교토 관광 1(2)일 승차권인 것이다. 사용 전에 알았다면 좋았겠지만 이미 개시를 해 버렸으니 8,200원 날렸다고 마음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교토시 일일 무제한 승차권 비교

교토 버스 1일권
(京都バス1日券)
교토 관광 1/2일 승차권
(京都観光2日乗車券)
500엔1일 1,000엔 / 2일 2,000엔
교토 버스 only교토 버스 + 지하철
교토 시내 중심의 이동 동선에 효율적버스 1일권 사용 시 추가 요금을 내야 하는 오하라나 아라시야마 일정에 효율적 (우지 X)

Day 2 서쪽 버스 노선 따라 교토 여행

계획한 이동 동선: 히가시혼간지 > 니조죠 > 다이토쿠지 > 킨카쿠지 > 료안지 > 닌나지

내가 계획했던 동선을 지도로 표시해 보니 되게 깔끔한데 실제로 내가 이동한 경로는 매우 지저분하다. 좌측 운전이 너무 적응 안 되는 나란 인간이 자꾸 버스를 반대 방향으로 탔기 때문이다. 매번 탈 때마다 내가 생각한 방향의 반대로 타야 한다고 주문을 외웠지만, 그건 방향을 항상 정확히 알고 있을 때의 이야기였다. 길치라 당연히 방향 감각이 매우 부족하기에 결국 어느 방향이 맞는지 알 수 없었다. ㅋㅋㅋㅋㅋ

이것은 교토 여행인가 길 찾기 대장정인가?

교토역에서 첫 목적지인 히가시혼간지와 니조죠까지는 평안했지만, 그다음 목적지였던 다이토쿠지로 이동하면서 9번이나 12번 버스가 아닌 101번을 타는 바람에 버스정류장 순서가 킨카쿠지 > 다이토쿠지의 순서로 역방향이 된 것이다. 예상치 않게 킨카쿠지미치(金閣寺道) 정류장 안내 방송이 나와 서둘러 하차를 한 이후부터 방향 감각이 뒤죽박죽…

킨카쿠지 관람 후 직전에 놓친 다이토쿠지로 가려고 했지만 반대 방향에서 버스를 타는 바람에 료안지에 도착했다. 이미 료안지까지 내려왔으니 다이토쿠지는 그만 포기하고 마지막 목적지로는 닌나지를 가려고 59번 버스를 탔는데 킨카쿠지 방향으로 가더라는… OH MY GOD!!! 이거슨!!!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는 데 특화된 방향 감각인 건가!?! 서둘러 버스에서 내린 후 길 반대편 정류장으로 이동하여 기다리는데 닌나지로 가는 유일한 버스인 59번이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이다. 결국 닌나지까지는 걸어서 이동했다. 앜, 내 다리!!!

히가시혼간지(東本願寺) ★☆☆☆☆

  • 주소: Shichijo-agaru, Karasuma-dori, Shimogyo-Ku, Kyoto
  • 방문시간: 6:30 ~ 16:30
  • 입장료: 없음
20061004 @ 규모가 상당한 도심 속 사찰 히가시혼간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1602년에 설립한 사찰. 혼간지(本願寺)의 힘을 약화하기 위해 동쪽(히가시)과 서쪽(니시) 혼간지로 나눴다고 한다. 일본 불교 진종의 한 종파인 오오타니파의 본산이라고 한다. 규모가 매우 커서 놀랐는데 알고 보니 교토에서 가장 큰 규모의 건축물이 히가시혼간지에 있다고 한다. 다만, 건축시기가 니시혼간지 보다 늦어 문화재적인 가치는 그리 높지 않다고 한다. 일본인은 신토(神道) 신도가 대부분인 줄 알았는데, 절에 방문해 기도를 드리는 신도들이 꽤 많았다. 예복(?)을 입고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젊은 사람이라는 것도 신기하고, 도시 한가운데 이렇게 큰 절이 존재하는 것도 신기했다.

니조죠(二条城) ★★★★★

  • 주소: 541 Nijo-jo-cho, Horikawa-nishi-iru, Nijo-jo-dori, Nakagyo-Ku, Kyoto
  • 방문시간: 8:45 ~ 17:00
  • 입장료: 600엔
20061004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빛나는 니조죠

교토 여행 첫날 코스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곳을 고르자면 단연 니조죠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시대(1601년)에 건설된 일본의 국보 니노마루어전은 문화유산 보호 차원에서 촬영이 전면 금지되어 있어서 오직 눈으로 보고 머리 속으로만 기억해야 하는 점이 매우 아쉬웠다. 정말 입 떠~억 벌어지게 휘양 찬란했는데!!! 니노마루어전은 뭐니 뭐니 해도 암살 방지를 위해 걸을 때 소리가 나는 마루바닥으로 유명한데 영어로는 Nightingale Floor라고 부른다. 번역하면 꾀꼬리 마루가 되는 건가? 예전부터 책에서 읽어 알고 있던 사실이라 정말 소리가 나는지 무척 궁금했는데… 저기요, 내가 걸으면 딱히 소리가 잘 안 나던데… 앞에서 걷는 남자분들 무리들이 단체로 걸으니 소리가 좀 나긴 했는데, 나는 나 홀로 여행객이라 따로 떨어져 걷는데 조심하고 걸으면 딱히 소리가 안 나는 건 뭐야? 일부러 쿵쿵거리고 걸어도 봤는데, 그냥 쿵쿵 소리만 나던데?

니조죠에서 사진 촬영이 가능한 구역은 외부 정원이다. 니노마루어전 주변으로 조성된 니노마루정원 외에도 혼마루어전 주위를 감싼 혼마루정원과 세이류엔이 있다. 일본 특유의 연못 주변을 한 바퀴 돌며 즐기는 지천회유식(池泉回遊式) 정원을 실컷 구경할 수 있다. 부지가 상당히 넓고 꼼꼼히 둘러보자면 관람시간이 꽤 소요된다. 일정이 바쁘다면 중간에 시간 체크는 필수인 장소!

킨카쿠지(金閣寺) ★★☆☆☆

  • 주소: 1 Kinkakujicho, Kita-ku, Kyoto
  • 방문시간: 9:00 ~ 17:00
  • 입장료: 400엔
20061004 @ 실제 이름은 로쿠온지인 금빛 번쩍 킨카쿠지

알고 보니 진짜 이름은 금각사(킨카쿠지)가 아닌 로쿠온지(鹿苑寺)였다. 말 그대로 금빛이 찬란하게 빛나서 금각사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무로마치 막부 시대에 제3대 쇼군인 아시카가 요시미츠의 별장으로 건립했으나 그의 사망 이후 사찰이 되었단다. 역시 일반적인 사찰이 금박을 이렇게 전각 전체에 입힐 정도로 사치스럽진 않았겠지… 역시 일본의 국보 중 하나이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하다.

금박이 너무 눈에 확 들어와 무척이나 인상적이지만 역시 사람의 개인 취향에 따라 너~무 과도하게 인위적으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찰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경우 킨카쿠지에 대한 별점은 나처럼 딱히 높지 않을 듯^^

료안지(龍安寺) ★★★☆☆

  • 주소: 13 Ryoanji Goryonoshita-chō, Ukyō-ku, Kyoto
  • 관람시간: 하절기(3월 1일 ~ 11월 30일) 8:00 ~ 17:00
  • 입장료: 500엔
20061004 @ 카레이산스이 정원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료안지

후지와라 가문의 별장을 1450년에 개조하여 만든 선종 사찰로 물 없이 돌과 모래만으로 이루어진 카레이산스이(枯山水) 정원으로 매우 유명한 장소이다. 모래를 rake로 긁어 일정한 패턴을 만들고 중간중간에 돌과 이끼를 배치하여 우주를 표현한다고 한다. 일반 정원과는 달리 물과 나무, 풀을 완전히 배제한 형식의 정원으로 이런 기하학적인 디자인적 요소에 대해 서구권에서 상당히 열광하는 편이라, 미국의 미대에서는 이런 일본의 카레이산스이 정원의 디자인적 요소에 대해 한 번씩 수업을 하곤 한다.

본래의 자연을 최대한 유지함으로써 최대한 인위적인 요소를 배제하는 한국식 정원에 익숙한 한국인의 정서에는 카레이산스이 스타일이 매우 어색하게 느껴질 것이다. 선종 불교 사찰로 참선을 통한 진리 추구라는 가르침을 전한다고 하는데… 일부분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마침 시간이 맞아 직원분께서 rake로 모래에 패턴을 만드는 작업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정말 극도의 참선이 필요한 작업이더라… 나 같으면 한 3분 정도 raking 하다 그냥 냅다 내던져버릴 듯…

닌나지(仁和寺) ★★★★☆

  • 주소: 33 Omuroouchi, Ukyō-ku, Kyoto
  • 관람시간: 9:00 ~ 17:00 (동절기 12월~2월 16:30까지)
  • 입장료: 무료 (벚꽃시즌 한정 300엔)
20061004 @ 부슬부슬 내리는 가을비로 운치 넘쳤던 닌나지

닌나지에 대한 사전 지식은 전혀 없었다. 교토 관광 지도를 보고 동선 상 넣기에 딱 좋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교토 여행 첫날 방문했던 곳 중에서 만족도가 니조죠 다음으로 높았던 곳이다. 닌나지 초입의 거대한 삼문(높이 18.7m, 정면 5칸 2층 누각)을 보면 료안지에서 걸어오느라 힘들었던 것을 싹 잊을 수 있다.

오늘 방문지 중 역사가 제일 오래된 곳이 바로 닌나지! 886년에 고코 일왕이 닌나지 건설을 시작했고 그 아들인 우다 일왕 시대인 888년에 완성되어, 본인의 연호인 닌나(인화)를 붙여 닌나지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우다 일왕이 선위 후 출가하여 닌나지의 주지가 되었기에 그 이후로 닌나지는 왕족의 자제가 대대로 주지를 맡는 대표적인 몬제키(門跡) 사찰로 메이지 시대 전까지 계속 그 명성을 이어갔다고 한다. 어쩐지 딱 들어섰는데 풍기는 느낌이 남달랐다.

교토 여행 첫날 일정을 마무리하며

닌나지까지 관람을 마치니 4시 반 경이었다. 교토 대부분의 사찰이 4시 반 또는 5시에 관람시간이 끝나기 때문에 교토 여행 첫날 일정을 마무리하고 교토역으로 이동하여 오사카 숙소로 복귀했다. 이 글을 쓰며 복습 차원으로 관광 가이드맵을 살펴보니 오무로닌나지(御室仁和寺) 버스정류장에서 26번 버스를 타면 교토역까지 바로 가는데, 난 무슨 이유였는지 환승을 해야 하는 줄 알고 중간에 내렸다가 또 길을 엄청 헤맸지 뭔가? 그 덕에 교토역까지 지하철을 탔으니 교토 버스 1일권 대신 교토 관광 2일 승차권을 구매한 것이 아주 미세하게 덜 억울해졌다는 슬픈 이야기다.

Day 3 동쪽 버스 노선 따라 교토 여행

계획한 이동 동선: 기요미즈데라 > 산넨/니넨자카 > 지온인 > 헤이안 진구 > 긴가쿠지 > 철학의 길 > 난젠지 > 기온

교토 여행의 첫날 버스 탑승 실수 연발로 아까운 시간을 많이 소비한 것 같아 그날 저녁 숙소에서 아주 상세하게 이동경로를 점검하고 탑승해야 하는 버스 노선도 미리 확인을 해 두었다. 그래서 교토 여행 2일차인 Day 3는 정말 알차게 여행했다. 다만… 이 코스는 버스를 탈 일이 많이 없더라고요… 앜, 정말로 교토 관광 2일 승차권 구매한 나를 매우 혼내주고 싶다!!!! 그리고 일본은 일찍 어두워져서 대부분의 관광지가 생각보다 일찍 문을 닫는다는 걸 알게 되어 Day 3에는 오사카 숙소에서 더 일찍 출발했다.

기요미즈데라(清水寺) ★☆☆☆☆

  • 주소: 1 Chome-294 Kiyomizu, Higashiyama-ku, Kyoto
  • 관람시간: 6:00 ~ 18:00
  • 입장료: 300엔 (벚꽃, 단풍 Light Up 시즌 400엔)
20061005 @ 방문객으로 넘쳐나는 교토 여행 1번지 기요미즈데라

교토역에서 100번 또는 206번 버스를 타고 기요미즈미치(淸水道)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하여 오르막 골목길을 따라 15분 정도 걸으면 도착하는 교토의 대표 관광지인 기요미즈데라(청수사)는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그래서 내 점수는 별 1개다. 수학여행을 온 초, 중, 고교생들과 내국인 및 외국인 관광객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니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사진 1장 찍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의도치 않은 초상권 문제로… 그나마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사진으로만 추려 보았다.

나라 시대인 778년에 처음 세워졌으나 현재 남아있는 사원의 건물들은 1633년 도쿠가와 이에미쓰에 의해 재건된 것이다.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며, 주변에 폭포가 있어 언덕에서 흐르는 맑은 물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라고 한다. 신토를 믿는 일본답게 사찰 부지 안에 신사도 함께 있다. 신사와 불교 사찰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산넨/니넨/이치넨자카(三年/二年/一年坂) ★★★★★

  • 주소: Higashiyama-ku, Kyoto
20061005 @ 아기자기한 선물가게, 식당으로 가득한 상점가

기요미즈데라로 이어지는 상점가 골목길을 부르는 이름인데, 산넨자카에서 넘어지면 3년 안에, 니넨자카에서 넘어지면 2년 안에 죽는다는 설이 있는 무시무시한 골목^^ 경사로라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라는 의미겠지? 돌계단인데다 마침 가랑비가 와서 정말 조심조심 걸었다. 미끄러지면 큰일! 그리고 이치넨(1년)자카도 있다.

숙소에서 일찍 나오느라 아침으로 바나나 한 개만을 먹은 상태라 일찌감치 산넨자카의 식당에서 아점을 챙겨 먹고 상점가를 구경했다. 예쁜 소품들이 너무 많았지만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의 한 장면이 그려져 있는 부채를 발견해 바로 구매! 상점 안의 부채 중 고가에 해당하는 가격이었지만, 그림이 너무 예뻐서 홀리듯 계산함. 안 그래도 10월 초의 일본은 내게 너무 더웠기에 부채가 필요하기도 했으니 겸사겸사~

지온인(知恩院) ★★☆☆☆

  • 주소: 400 Rinka-cho, Higashiyama-ku, Kyoto
  • 관람시간: 9:00 ~ 16:00
  • 입장료: 무료 (별도 유료 구역 有)
20061005 @ 거대한 삼문과 엄청난 계단이 반겨주는 지온인

니넨자카에서 이치넨자카로 나오면 북쪽 방면으로 네네노미치(ねねの道, 네네의 길) 길이 시작된다. 이 길을 따라 15분쯤 걸으면 네네노미치 길이 끝나면서 우측으로 지온인이 있다. 지온인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정말 입이 떡 벌어지는 크기의 삼문과 역시나 입이 떡 벌어지는 계단의 산을 만나는데, 상당히 망설이게 되는 비주얼이다. 계단이 무척 싫은 나는 지온인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계단을 올라가기 싫다는 마음과 저 엄청난 삼문 너머에 더 엄청난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한참을 서로 싸우다 결국 저 돌계단을 올라갔다. 아흑… 정말 다리 아파 뒈지는 줄… 허벅지 근육 빈약이 문제겠지만, 저 계단을 오르며 속으로 남 탓을 백만 번 했다.

이 쉥키들은 맨날 남의 나라에 쳐들어와서 전쟁을 하니까 지들 나라 문화재는 안 부서지고 곱게 잘 간직하고 있구나! 우리나라 문화재는 뻑하면 임진왜란에 소실, 일제시대 때 훼손 등의 설명 문구가 밥 먹듯 나오는데!!! 이런 썅, 계단은 왜 이렇게 많이 만들고 지랄이람?

이 거대한 삼문은 1621년에 건축된 일본 최대 규모로 높이 24m 너비 50m에 달한다. 전날 닌나지 삼문을 보고 놀랐는데, 지온인 삼문은 훨씬 더 컸다. 역시 남다른 일본 최대 규모 삼문이다. 사찰의 구조는 히가시혼간지와 사뭇 유사한 형태였고, 이곳도 무슨 행사 중인지 전통 복식을 차려입고 방문하신 신도들이 꽤 많았다. 유료 구역도 있지만 따로 구경하지 않고, 무료 구역만 돌아보고 나왔다.

헤이안 진구(平安神宮) ★★★★☆

  • 주소: 97 Okazaki Nishitenno-cho, Sakyo-ku, Kyoto
  • 관람시간: 6:00 ~ 18:00 (경내) / 8:30 ~ 17:00 (神院, 신엔)
  • 입장료: 경내 무료, 신엔 600엔
20061005 @ 헤이안 진구과 신엔

지온인에서 헤이안 진구는 걸어서 약 15분 거리다. (나 버스 패스 왜 샀니 ㅠㅠ) 1895년 헤이안쿄 천도 1100주년을 기념해 5/8 규모로 박람회를 위해 복원한 헤이안 궁으로 박람회 이후 헤이안쿄로 천도를 실행한 간무(桓武) 일왕을 모시는 신사로 사용되고 있는 곳이다. 전체 부지가 무척 넓은데 이 중 절반이 신엔(神院)으로 불리는 일본 정원이다. 신엔의 면적이 약 1만여 평이라 무척 크다. 당연히 이곳에 온 목적은 신궁이 아닌 신엔이다.

신엔은 동/서/남/북으로 크게 4개 구역으로 나뉘는데, 입구가 있는 남쪽 구역부터 시작하여 서쪽 > 북쪽으로 이동하고 마지막으로 동쪽 구역을 관람한 후 출구로 나오면 된다. 무척 넓기 때문에 아무리 짧게 잡아도 1시간은 넘게 소요된다. 봄에는 꽃구경, 가을에는 단풍 구경으로 다녀가기 좋은 곳이라 예상된다. 아직 10월 초라 초록 초록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보슬비까지 내려 사진을 많이 찍지는 못했지만,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떠오르는 그런 장소였다.

긴가쿠지(銀閣寺) ★★★★★

  • 주소: 2 Ginakuji-cho, Sakyo-ku, Kyoto
  • 관람시간: 8:30 ~ 17:00
  • 입장료: 500엔
20061005 @ 이끼로 가득한 고즈넉한 분위기의 긴가쿠지

긴가쿠지까지는 오카자키미치(岡崎道) 정류장에서 32번이나 203/204번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다만 203/204번 버스는 하차 지점이 긴가쿠지미치(銀閣寺道)라 긴가쿠지마에(銀閣寺前)에서 하차하는 32번 버스보다 더 많이 걸어야 한다. 승차 지점에 동시에 버스가 도착한다면 32번 우선 탑승!

킨카쿠지와 마찬가지로 긴가쿠지 또한 지쇼지(慈照寺)라는 정식 이름이 따로 존재했다. 금각/은각은 그저 별명일 뿐! 긴가쿠지는 무척 운치가 있는 장소였다. 고즈넉하면서 약간은 신비로운 분위기였다. 초록 초록한 이끼로 가득해서 그럴까? 관리자분들이 얼마나 열심히 이끼를 관리하는지 이끼 위의 불순물을 핀셋으로 하나하나 집어내는 장면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일본 특유의 깔끔함이 저런 핀셋 수준의 청소 작업으로 인한 것이구나!!!! 싶었다. 내 기준 별 5개짜리 교토 명소!

철학의 길(哲学の道) ★★★★☆

철학의 길(테츠가쿠노미치, Philosopher’s Walk)은 교토에서 산책하기 좋은 길로 잘 알려져 있다. 이 길은 긴가쿠지 앞에서 시작해 난젠지 바로 옆에 위치한 에이칸도까지 이어진다. 대략 총거리는 도보로 30분 정도! 당연히 철학의 길을 구경할 겸 난젠지까지 걷는 것이 교토 여행을 대하는 바람직한 여행자의 자세였다. 하아… 나 교토 관광 2일 승차권 왜 샀냐고…

20061005 @ 철학의 길에서 구매한 조카 탄생 선물

철학의 길 구경하면서 중간에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예쁜 상점을 발견해 바로 전날 지구 반대편에서 탄생한 조카(미국 시간 기준 개천절 보이) 선물도 샀다. 모빌 같은 건데 너무 예쁘지 아니한가? 이제 가을로 접어드는 계절이라 단풍잎, 은행잎, 알밤 등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너~무 예뻐서 나도 소장하고 싶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그냥 선물용으로 1개만 구매했다… ㅠㅠ 난 그냥 아침에 산 부채로 만족하자!

걷는 길은 참 예뻤는데 다리가 몹시 아팠다. 중간에 버스를 타기에도 너무나 애매한 위치였다. 결국 난젠지에 도착하고 완전 뻗음…

난젠지(南禪寺) ★★★★☆

  • 주소: 86 Nanzenji Fukuchi-cho, Sakyo-ku, Kyoto
  • 관람시간: 8:30 ~ 17:00
  • 입장료: 무료 (유료 구역 有: 산몬, 호조테이엔, 텐쥬안, 난젠인)
20061005 @ 입장 가능한 난젠지 삼문과 수로각

힘들게 도착한 난젠지의 삼문(높이 22m)도 역시 거대했다. 내가 거대한 삼문이 있는 곳만 방문한 것인지 아니면 모든 곳의 삼문이 다 거대한지 헷갈리는 순간이었다. 이 포스팅을 작성하면서 알게 된 것은 내가 거대한 삼문이 있는 곳만 방문한 것이 맞다는 사실이다! 내가 방문한 닌나지, 지온인, 난젠지의 삼문이 교토의 3대 삼문이고 크기는 지온인 > 난젠지 > 닌나지 순서이다.

우선 다리가 너무도 아팠기 때문에 삼문 입장료를 내고 냉큼 삼문에 올라 전망을 보면서 한참을 쉬었다. 내려다보는 전망이 너무 좋았고, 높은 곳이라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서 더위를 식히기 참 좋았다. 대신 겨울에는 북풍이 불겠어… 한 30분 정도 쉬었는데 나 말고는 아무도 없어서 아예 드러누워서 쉬었다. 난젠지 안에는 무료인 수로각(水路閣)과 사이쇼인(最勝院)을 제외하고 난젠인(南禅院), 텐쥬안(天授庵), 호조테이엔(方丈庭園)은 유료다. 우선 무료 구역 위주로 관람한 후 유료 입장 구역 중에서 한곳만 골라 입장했다.

기온(祈園) ★☆☆☆☆

20061005 @ 해질녘 비 내리는 기온 거리

기온이 외국인에게 유명한 이유가 대체 뭘까? 난젠지에서 여길 오기 위해 또다시 30분 정도를 걷고 나니 세상만사가 귀찮았다. 그런데 딱히 볼거리도 없다. 앜 짜증… 주로 요리집 위주였는데, 내가 요리집 갈 것도 아니고… 그냥 난젠지에서 마무리하고 게아게역에서 지하철 타고 교토역으로 갔으면 세상 편했을 것인데, 난 꾸역꾸역 기온에 갔다. 이곳이 대중교통 노선이 안 좋았기 때문에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면 헛된 다리 노동만 추가되는 꼴이다. 내 경우가 바로 그러했고 발품만 팔다 다시 야사카 진자 앞으로 돌아와 206번 버스 타고 교토역으로 이동해 오사카 숙소로 돌아왔다. 다리 근육통 때문에 약국에 들러 파스를 샀다. 낫 놓고 기억 자도 모른다고… 일본어를 읽을 수 없으니 파스 코너에서 다리가 그려진 파스를 샀다. 다리 전용(??) 파스라고 자체 발광하는 듯한 포장 때문에 큰 고민 없이 샀는데 이거 효과가 엄청났다!!! 일반 파스랑은 좀 다른 핑크색 파스였는데 허벅지부터 종아리까지 알차게 도배한 후 숙면하니 다음날 멀쩡해짐!!

교토 여행을 마무리하며

볼거리가 넘쳐 나는 교토라 시간이 부족했던 게 제일 아쉽다. 4박 5일 전체 일정을 교토로만 했으면 여유롭고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버스 승차권을 잘못 구매한 게 제일 큰 실수이지 않았나 싶다. 첫날은 버스를 자꾸 잘못 타서 시간을 낭비한 점이 아쉽고, 둘째 날은 주로 걷는 동선인데 체력이 부족했던 점이 아쉽다. 역시 여행을 다니려면 체력도 쌓아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여행을 위해 운동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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