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가을여행 명소인 전주향교
20221101 @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반겨주는 전주향교

11월의 첫날 다녀온 소풍 같았던 전주 가을여행. 볼 거리, 먹을거리로 가득한 동네지만 그냥 동네 산책하듯 다녀왔다. 나에게 있어 여행이란 미지의 곳으로 새로운 것을 보러 떠나는 것이란 느낌이 강하기 때문일까? 전주는 명절 때 친척 어른들 뵈러 가는 곳의 느낌과 가깝다. 혹은 집안일을 처리하러 가는 곳이거나… 전주로 여행을 간 적은 당연히 없었다.

이번에도 전주의 선산 정리 건 일정이 수차례 바뀌어 기차표 예약과 취소를 반복하다 결국은 일정이 최종 취소되었다. 다시금 기차표 예약을 취소해야 할 상황. 어차피 예매해둔 기차표가 있으니 오랜만에 산책 삼아 다녀오기로 했다. 마침 전주향교의 유명한 은행나무 시즌과 얼추 맞아떨어지기도 했으니 전주 가을여행에 딱 적당한 시기다.

번잡한 곳은 제외한 전주 가을여행 동선

우리 모녀는 관광에 큰 관심이 없고 추억의 장소를 돌아보는 것이 목적이지만, 문제는 추억의 장소가 전부 관광지라 관광객으로 엄청 붐비는 곳이라는 점이다. 되도록 사람이 없는 동선을 유지하기 위해 대대적인 환경미화 작업을 통해 새롭게 탈바꿈했다는 소문이 자자한 전주천 산책로를 기점으로 전주 가을여행 동선을 짜기로 했다.

싸전다리 ~ 한벽교 구간의 전주천을 중심으로 남부시장과 전주향교, 국립무형유산원을 방문하기로 최초 안을 정했다. 그러나 날짜가 다가올수록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증세를 보였기 때문에 남부시장의 콩나물국밥 코스는 포기하고 도시락을 준비해 가는 것으로 일정을 수정했다. 남부시장 대신 전주자연생태관을 넣고 한벽교에서 시작해 싸전다리 방향으로 진행하면서 택시 잡기가 편한 한옥마을 입구에서 택시를 타고 전주역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결정했는데… 막상 당일의 일정은 계획처럼 되지 않더라. 이래서 잘 아는 동네는 계획을 세우는 게 무의미하다는… 자꾸 발길 닿는 대로 이동하게 되는 magic~

전주향교에서 시작하는 전주 가을여행

여행 당일, 언제나 한적한 KTX 공주역에서 9시 43분 열차를 탑승해 전주역에 도착했다. 택시 탑승장에서 택시를 타고 전주향교를 외쳤다. 원래 계획한 시작점은 이곳이 아니었지만, 전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갑자기 남부시장을 잠시 들르고 싶다는 마마님을 위해 시간 관계상 전주향교에서 일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택시 기사님께서 전주향교 바로 앞에서 내려 주시려는지 비좁은 향교길 골목으로 들어가셔서 서둘러 큰 길에서 세워 달라 부탁드리고 내렸다. 바로 앞이 전주천동로라 전주천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기억 속의 전주천과는 너무 다른 풍경에 깜짝 놀라신 마마님이 전주천 산책로 계단으로 막 내려가시려고 하여 서둘러 붙잡았다. 우선 향교부터 갑시다!

올해 날씨가 변덕스럽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따뜻한 편이라 은행나무 시즌이 평소보다 늦다는 소식을 접했다. 명색이 전주 가을여행인데 풍경이 가을이 아니면 어쩌지 싶었다. 3일 전에 다녀왔다는 블로그 글에서는 완전 초록 초록한 풍경만 가득했다. 어느 정도 포기한 마음으로 왔는데, 어라? 3일 사이에 가을이 찾아왔나 보다. 대성전과 명륜당 등 안쪽의 은행나무들은 아직 초록빛을 많이 간직한 상태였으나 입구 쪽 만화루의 은행나무는 샛노란 색을 자랑하고 있었다. 아마 이번 주 주말이 전주 가을여행의 피크 기간이지 않을까? 다음 주는 샛노란 융단도 볼 수 있을 듯하다. 그때는 사람이 엄청 많을 테니 좀 덜 노랗더라도 사람이 몇 없는 지금이 더 좋게 느껴진다.

전주향교 내 은행나무들은 350년에서 450년 사이의 수령을 가진 거목으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전주향교의 은행나무가 유명한 건 그 수령만큼 나무의 크기가 거대하기 때문이다. 그 거대한 은행나무가 온통 노란색으로 물들면 전주향교는 바닥까지 모두 노란빛으로 가득하다고 하니 많은 분들이 인생 사진을 남기러 오는 것 같다. 전주 가을여행을 계획하는 모든 이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전주천과 국립무형유산원

전주향교를 나와 국립무형유산원으로 향했다. 오목교를 건너면 되지만, 전주천 구경이 시급한 마마님은 서둘러 전주천 산책로 계단으로 내려가 버리셨다!

오목교 아래 징검다리를 건너 국립무형유산원에 도착했다. 이런 곳이 생겼는지도 몰랐다. 2013년에 설립된 문화재청 소속의 무형유산 복합행정기관이라고! 부지 내에 벤치와 평상이 여기저기 놓여있고 사람은 아무도 없어서 관람 전에 준비해 온 도시락을 먼저 먹고 관람을 시작했다. 일반 방문자가 관람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열린마루(상설전시실), 누리마루(기획전시실), 얼쑤마루(공연장), 전승마루(무형유산 디지털 체험관)가 있다. 방문하는 날짜에 기획전시나 공연 일정이 없다면 상설전시실과 무형유산 디지털 체험관만 방문할 수 있다. 무형유산 디지털 체험관은 11월 한 달 동안 임시 휴관이라 방문할 수 없어 아쉬웠다. 전주 여행 중 국립무형유산원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미리 전시/공연 일정을 확인해 두는 것이 유용하겠다.

상설전시관에는 의외로 볼거리가 많았다. 현대 트렌드에 맞춰 상호작용이 가능한 것들이 많아 어른이지만 재미가 쏠쏠했다. 평일이라 그런지 상설전시관 전체에 관람객은 우리 모녀가 전부여서 보이는 것마다 다 시도해 보았다. 재미짐^^ 인터랙티브 영상의 안내에 따라 뱃일 나가는 어부들 대신해서 용왕님 밥 주는 거 특히 재밌었음 ㅋㅋㅋ

가을 느낌 가득한 한벽교와 전주자연생태관

국립무형유산원을 나와 다시 전주천으로 향했다. 마마님께서 전주천과의 옛 추억을 떠올리느라 남부시장은 그냥 빼고 한벽교까지 가보고 싶다고 하셨다. 다시 오목교를 건너 전주천 산책로로 재진입해 한벽교 방향으로 걸으며 여유로운 전주 가을여행을 즐기기로 했다.

한벽교를 지나면 전주천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인데 요즘 젊은 친구들이 사진 찍으러 온다는 한벽굴이 있다. 원래는 기차가 통과하던 굴이었다. 얼마 전 무슨 드라마를 이곳에서 찍어서 그것 때문에 사진을 찍으러 온다더라~ 젊은 여행객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순서를 기다리는 듯 보였고, 우리는 반대 방향 전주자연생태관 방향으로 향했다.

20221101 @ 전주자연생태관 앞 벤치에서 휴식 타임

근데 이 길이 너무 한적하고 풍경이 아름답더라~ 와, 이렇게 조용한 곳이 있는 줄 알았으면 귀촌할 곳 알아보러 다녔을 때 후보지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무 데크를 널찍하게 만들어 놓아서 운동 겸 산책하기 너무 좋은 동네였다. 전주 가을여행에 딱 알맞게 단풍으로 물든 가로수와 데크 위의 낙엽이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겼다. 지도 앱을 켜고 동네 이름을 찾아보니 교동 승암 마을이라고 한다. 한옥마을 뒤쪽이라 같은 교동인가 보다.

자연생태관에서 전주천의 옛 모습 사진을 전시해 놓아 마마님의 관심 지수가 무한 상승! 전시물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시는 모습이 좀 낯설었다. 원래 자세히 보시는 성격이 아니신데, 아무래도 고향이라 관심이 가시는 모양이다. 마침 관람객이 우리 둘 밖에 없어서 반딧불이 해설사 님이 듣고 가라고 권하셨다. 덕분에 사전 신청 없이 반딧불이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들을 수 있어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해설사 님이 자세히 보여주신다고 반딧불이를 핀셋으로 들어 올리다 바로 내 옆에서 떨어뜨리셔서 기절하는 줄!!!! 마마님 등짝을 붙잡고 비명을 지르고 아주 난리 브루스를… 나도 체통을 지키고 싶은데 주변에서 협조를 안 하는구나.

제발 벌레와의 사회적 거리 지켜주세요

남천교 청연루 찍고 다시 집으로

예상보다 오랜 시간을 전주자연생태관에서 추억 여행을 하느라 기차 시간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 않았다. 전주천을 따라 남천교로 이동하면서 완전히 변해 버린 전주천의 풍경을 다시 한번 눈에 담았다. 마침 전주천에서 사냥을 위해 몸을 숨기고 기회를 노리고 있는 왜가리 발견!

20221101 @ 전주천에서 사냥감을 노리며 잠복 중인 왜가리

정말 전주천 수질이 많이 좋아졌구나 싶다. 어린 시절 명절을 쇠러 내려왔을 때마다 본 전주천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았었는데 말이다. 확실히 대한민국이 많은 발전을 했음이 느껴진다. 전주천뿐만 아니라 양재천도 아주 개판 5분 전이었는데, 지금은 아주 딴 세상이니 말이다.

20221101 @ 청연루에서 바라본 전주천의 가을

지금의 남천교(南川橋)는 내가 어릴 적 봤던 그 다리가 아닌 2009년에 기존 다리를 철거하고 새로 만든 다리라 생소한 느낌이다. 특히 새로 지으면서 다리 위에 청연루(晴烟樓)라는 누각을 만들었는데, 여기서 보는 전주천의 풍경 때문에 새롭게 관광명소가 되었더라. 누각이 상당히 커 신발을 벗고 올라가 앉아서 쉴 수 있어 가을빛으로 물든 전주천을 바라보며 멍 때리기 딱 좋은 장소였다.

우리 모녀가 잠시 앉아서 쉬는 중에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 관광객도 청연루에서 잠시 예의 바르게 쉬어 갔는데… 20대로 보이는 (대학생 정도의) 어린 한국 아새끼는 분명 그 뚫린 눈깔로 ‘신발을 벗고 올라가세요’라는 안내문을 읽을 수 있음에도 아주 뻔뻔하게 신발을 신고 걸어 다니며 개지랄을 떠는 바람에 기분이 잡치고 말았다.

야, 너네 부모는 아냐?

네놈이 밖에서 얼마나 싸가지없는 행동을 하고 돌아다니는지?


반나절 정도의 짧은 전주 가을여행이었지만, 눈 호강은 제대로 했다 싶다. 내게는 노랗게 물든 전주향교와 다양한 볼 거리가 가득한 국립무형유산원이 기억에 남았고, 마마님에게는 추억 속의 전주천이 가장 인상 깊었던 그런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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