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종강에서 4월 개강일까지 4일이나 쉬게 되는 나만의 황금연휴를 맞아 봄맞이하러 남도에 가기로 했다. 목적지는 해남과 완도로 토요일 오전 강의를 마치고 토요일 오후에 해남으로 출발했다. 태어나 처음 밟아보는 해남 땅, 말로만 듣던 땅끝 마을이 있는 곳, 해남! 이름만큼 전혀 가깝지 않았던 해남 종합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벌써 깜깜한 저녁 시간이었다. 근처 여관에 짐을 풀고 저녁을 간단하게 먹은 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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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 가득한 해남 보해 매실농원
다음 날 아침, 해남 종합버스터미널 9번 승차장에서 ‘산이면’ 방면 군내버스를 탑승하여 보해 매실농원 입구에서 내렸다. 버스로 약 20~30분 정도 걸린다. 하지만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걸어가는 시간도 꽤 걸린다. 입구에서 내렸으니 바로 앞이 매실농원일 것으로 생각했으나 절대 아니었다. 표지판 화살표를 따라 길처럼 보이지 않는 길로 한 20분 정도 걸어가야 보해 매실농원에 도착한다.
해남으로 이동하던 토요일 하루 종일 비바람이 몰아친 관계로 꽃이 다 져 버린 것이 아닐까 예상을 하긴 했지만, 역시나 기대하고 기대했던 매화꽃은 거의 다 떨어져 버린 상황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이리저리 돌아보았는데, 우연히 중간중간 어여쁜 꽃잎을 떨구지 않고 아직 예쁜 모습을 간직한 매화나무 몇 그루를 찾을 수 있었다. (아싸! 행운~) 시들해 가는 매화꽃이지만 카메라 앵글을 잘 잡으면 나름 화사했다. 매화나무가 길게 늘어선 풍경이 한눈에 [너는 내 운명 (2005년)]의 그 유명한 장면과 겹쳤다. 보해 매실농원에서 찍었다더니 바로 여기였나 보다.
위 사진 우측의 [너는 내 운명] 이미지는 네이버 영화정보에서 발췌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매화꽃이 만발했을 때 왔으면 정말 예뻤겠다. 단, 사람 또한 많았겠지? 저물어 가는 매화꽃 시즌에 관람객은 우리 외 서너 명이 전부여서 한산한 것이 딱 좋았다.
조금은 힘들었던 대중교통 이용
해남 버스터미널로 돌아가기 위해 보해 매실농원 앞 버스 정류장에서 대략 40분 정도 기다렸다. 그러나 버스 님은 감감무소식.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치셨는지 마마님께서 길가 풀밭에 쑥이 지천이라며 쑥 캐기에 열중하셨다. 하아, 이 상황을 어쩐다?
마침 지나가던 동네 주민께 버스가 왜 안 오는 거냐고 물었더니, 언제 올지 모른단다. 배차 시간이 있지 않냐 물었지만, 정확한 대답 없이 그냥 택시를 타라며 가던 길 가신다. 다행히 약간의 기다림 끝에 지나가던 택시를 발견하여 해남 종합버스터미널로 돌아올 수 있었다. 역시 뚜벅이 여행 중에는 버스 배차시간의 꼼꼼한 사전 확인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두륜산 대흥사 상업 지구의 표고버섯 해물전골
다음 목적지는 해남 두륜산 대흥사. 이곳 또한 해남 종합버스터미널에서 그 여정을 시작했다. 대흥사 행 버스를 타고 약 20분 정도 달리면 대흥사 초입의 상업 지구에 도착한다. 주변에 등산객을 위한 산장과 음식점이 즐비했다.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간, 배가 너무 고팠다. 지도를 보니 대흥사까지는 입구에서 한참을 걸어야 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주변 식당을 휘익 둘러보니 ‘전주식당’ 간판이 보였다. 식당 이름에 ‘전주’라는 이름이 들어가면 왠지 맛있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믿음이 생긴다. 식당 앞에 ‘도 지정 우수 식당’ 표시도 있기에 고민 없이 전주식당 안으로 입장했다.
고민 없이 선택했던 표고버섯 해물전골이 정말 예술이었다. 서울에서 4인분에 해당하는 버섯이 2인분에 들어있었다. 반찬으로 나오는 김치는 어째서 그렇게 맛있는지 차가 있었다면, 가게에서 김치를 사 왔을 것이다. 음식 사진은 당연히 없다.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빈 전골 그릇만 남아있었을 뿐…
배가 미어터지도록 먹고 후식으로 다방커피도 한잔하시고, 대흥사까지 천천히 삼나무 숲으로 유명한 산책로를 따라 걸어갔다. 전날 비가 와서 그런지 산책로 중간중간 길이 끊기고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지만, 길이 험하지는 않았다. 삼나무 숲의 신선한 공기를 즐기며 약 30분 정도 걸어가면 대흥사에 도착한다.
다수의 보물을 품은 두륜산 대흥사
대흥사(大興寺)는 해남 두륜산 도립공원에 위치하는 신라시대의 절이라고 한다. 조계종 소속의 절로 과거에 대둔사(大芚寺)로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중요한 문화재를 여럿 품고 있는 중요한 절이라고 한다. 마침 우리가 방문하기 몇 주 전에 2점의 대흥사 내 문화재가 아래와 같이 새롭게 대한민국 보물로 지정된 터라 그에 대한 안내문을 볼 수 있었다.
아름다운 대흥사 천불전
대흥사에 대해 전혀 사전 지식이 없던 상태라 절의 큰 규모와 사찰 내 보유 문화재에 매우 놀라웠다. 새로 지정된 보물도 인상적이었지만 전라남도 유형문화재라는 천불전(千佛殿)은 정말 아름다웠다. 천불상(1,000개의 불상)이 모셔져 있어 천불전이라 명명되었는데, 현재 남아있는 천불전은 1811년에 화재로 소실된 것을 1813년에 다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이때 경주의 기림사에 천불상의 제작을 의뢰하여 해로로 운반해 1818년에 천불전에 봉안하여 지금까지 보전되고 있다고 한다.
천불전 내외의 용머리 장식과 꽃 창살 무늬 등, 색은 바랬지만 약 200년 전 건축 당시 무척이나 화려했을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대흥사의 내부가 워낙 커서 이리저리 둘러보니 어느덧 해가 질 시간이다. 숲속 산책로를 통해 다시 버스정류장이 있는 입구까지 나가려면 다시 30분 정도는 잡아야 하므로 오후 시간에 방문한다면 해지는 시간을 염두에 두고 관람을 해야 할 듯하다. 우리 모녀는 다시 해남 종합버스터미널로 돌아가 완도행 버스를 타야 했기에 오후 4시 즈음에 대흥사를 떠났다.
완도 여행기는 다음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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