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보문단지에 봄나들이 가다

한적한 경주 보문단지
20090405 @ 벚꽃이 활짝 핀 경주 보문단지의 풍경

자동차를 구매한 후 처음 맞는 금요일이다. 별도의 강의가 없고 보충 수업만 한 타임 있어서 점심시간도 되기 전에 퇴근을 하는 환상적인 상황이다! 어느덧 벚꽃 시즌인지라 마마님과 함께 경주 보문단지로 봄맞이를 하러 다녀왔다.

경주/포항지역으로 이사를 온 후 정말 너~~무 바빴다. 우선 업무가 너무 바빠서 눈이 돌아가는 줄… P사는 직원의 Work-Life Balance를 개똥으로도 생각하지 않는 것인가! 심지어 출퇴근에 필수적인 자동차를 구매할 시간도 없어서 거의 한 달 동안 택시 >> 기차 or 시외버스 >> 택시라는 엄청나게 험난한 방식으로 출근을 해야 했다.

자차로 경주 보문단지 첫 나들이!

날씨도 너무 좋고, 차도 있으니 (우훗~)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랄까? 시기가 시기인지라 보문단지로 향하는 길은 차로 매우 혼잡했다. 가까운 거리를 기어가듯 한참을 걸려 겨우 주차장에 도착했다. 아직 날씨가 제법 쌀쌀하지만 서울보다는 훨씬 포근한 느낌이다. 여기저기 꽃들이 피어 있으니 봄이 왔음이 느껴졌다.

아직 퇴근시간이 되기 전이라 차로 혼잡하던 도로와는 사뭇 다르게 보문단지 안은 그리 붐비지 않았다. 아마도 주말에는 사람들로 매우 혼잡할 것이 눈에 보였다. 우와, 근처 지역민이 되니 혼잡한 시간대를 쉽게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가족여행으로 또 수학여행으로 수차례 경주에 와봤지만, 이렇게 한가한 풍경을 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20090405 @ 경주 보문단지에 핀 아름다운 벚꽃

계절이 좀 이른지 경주 보문단지에는 아직 벚꽃이 만개하기 전이다. 일부 양지바른 쪽에 한두 그루 활짝 핀 벚나무가 있어, 벚꽃을 감상하기엔 충분했다. 역시 새하얀 눈꽃 같은 벚꽃은 언제 봐도 예쁘다. 벚꽃으로 가득한 보문단지는 못 봤지만, 벚꽃 피크 시점에는 여의도 벚꽃 축제처럼 인파가 엄청나겠지? 사람으로 가득한 것보다는 꽃이 덜 피었을 때 와 보는 것이 훨씬 좋다. 이제 지역민이기도 하니 번잡하지 않은 시점에 맞춰서 방문할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다! 서울을 떠나니 서울 빼고는 어디든 가까워지는 매직!

황사 지옥 서울을 떠나다

한국 귀국 3년을 채우고 어느덧 4년 차에 들어선 시점. 어렸을 때는 전혀 모르고 지냈던 황사라는 새로운 존재 때문에 청정한 캐나다산 공기만 마신 이 몸뚱이는 오염된 공기에 면역력이 제로인가 보다. 황사에 잠시라도 노출되면 인후염으로 즉시 발전해 최소 한 달간 지속되었다. 한 달이면 양호하고 길게는 두 달도 지속되는 짜증 나는 상황이었다. 매번 병원에 가서 약을 먹어도 염증이 빨리 가시지 않는 이유는 대체 무엇인지…

거의 1년의 반을 인후염과 실랑이 하는 것이 3년간 반복되다 보니 결국 성대결절이 되었다. 내시경 촬영 상으로 결절이 4~5개나 보이는 상황. 가수가 아니니 수술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만 치료를 하려면 최소 두 달은 침묵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20090405 @ 봄기운이 가득한 경주 보문단지

성대결절로 사업부 이동, 그리고 지방 발령

강의를 계속하려 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 11월 말로 사직을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사업부 이동을 권유받았다. 출강사업부 소속으로 파트너십을 맺은 대학교로 발령을 받게 된다고 했다. 신학기 시작 전인 2월까지는 목을 쓸 일이 거의 없고 업무량도 적으니 침묵 치료 기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고 꼬시길래 정말인 줄 알았잖아?!?

염병… 목을 쓸 일이 적을 뿐이지 신학기 시작 전까지 정말 죽도록 부려 먹더라! 이것은 거의 사기 수준이랄까???? P사는 각성하라! 그냥 발령을 받으면 해당 지역으로 출강을 하는 것이 아니었고, 전국의 대학교와 외국어 출강 계약을 먼저 따내는 업무를 한 이후에 출강을 나가는 것이었다. 앞부분 내용은 쏙 빼고 뒷부분이 업무의 전체인 것 마냥 말을 하다니…

야근과 지방 출장으로 얼룩진 석 달이 끝나고 나니, 같은 사업부 소속 강사들은 수도권 대학교가 아닌 멀리 떨어진 지방 대학교로 발령이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가득했고, 나는 반대로 서울과 가까운 대학교로 발령이 날까 봐 걱정이었다. 목소리를 회복하려면 최대한 인후염이 걸리지 않을 환경에서 지내야 했다. 그것은 바로…

황사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피신하는 것!

결국 계약이 성사된 대학교 중 서울에서 가장 멀고, 황사가 몰려오는 서쪽에서 가장 먼 동해안에 위치한 경상북도 경주시의 D 대학교 담당으로 발령을 받고 이사를 오게 되었다.

외지인에겐 험난한 집 구하기

근무처는 경주인데 포항시민이 된 아이러니한 상황…

지방 발령을 보내는 형식이라 내 원룸은 회사 측에서 제공하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나는 마마님과 둘이 함께 이사를 할 예정이니 원룸에서 살 수가 없었다. 아파트는 회사와는 별도로 내가 직접 집을 구해야 했는데 아파트 거래 방식이 서울과는 다른 것이었을까? 부동산에 문의를 해도 ‘없어요’만 외치실 뿐 물건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자세히 물어보려고 해도 손을 훠이 훠이 저으시며 없다고 부동산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게 했다.

이런 상황 대체 뭐지? 텃세인가?

지방에 연고가 1도 없는 서울人은 결국 방도가 없어 머리를 쥐어짜다 서울처럼 부동산에서 매물을 찾는 것이 가능했던 포항시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나중에 D 대학교 외국어교육원 원장님이 왜 자기한테 물어보지 않았느냐 하시더라. 실제로 매물은 많지만 외지인이 부동산에 물어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매물이 없다고 말한다고… 현지인을 대동해서 부동산을 방문해야 집을 보여준다고…

이게 말이야, 방구야?

본인이 부동산에 동행해 주겠다며 출퇴근이 어려우니 지금이라도 경주로 이사를 하는 게 어떠냐시는데…

여보셔요, 저 전세 계약 2년 했거든요.

이제 와서 어떻게 집을 또 옮깁니꽈!

한국의 대도시를 제외한 소도시는 아직 타지인에 대한 경계가 크다. 이런 걸 보면 미국, 캐나다에서 경험한 외국인에 대한 경계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다. 그러나 따지고 들면 피곤하고 기분만 더 나빠지니 되도록 긍정 회로를 돌려 보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덕분에 출퇴근을 위해 자동차도 구매하게 되었다. 한국에 돌아오고는 늘 뚜벅이 여행만 다녔는데 앞으로는 고급스럽게 자차로 여행을 다니게 되었으니 여행의 폭이 더욱 넓어지겠다 싶다. 앞으로 자동차로 교통수단의 제약 없이 신나게 돌아다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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