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퐁 플럭 투어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톤레사프 또는 톤레삽 (Tonlé Sap)이라고도 불리는 이 호수는 시엠레아프(Siem Reap)에서 일몰 명소로 아주 유명한 곳이다.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호수답게 잔잔한 수평선 너머로 지는 일몰을 감상할 수 있어 멋진 사진을 찍기 딱 좋은 곳이 아닌가 싶다. 이날 새벽부터 한가득 기대했던 앙코르 왓에서의 일출 투어가 잔뜩 낀 구름으로 아쉽게 허탕을 쳤던 상태라 저녁의 톤레사프 호수의 일몰과 캄퐁 플럭(Kampong Phluk) 수상 마을 투어 만큼은 꼭 성공하고 싶었는데 정말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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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퐁 플럭 투어 즉석 모집
여행 전에는 별도로 톤레사프 호수 투어에 대해 알아볼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던 상황이었다. 운이 좋았는지 전 날 롤루오스 유적군의 무료 투어를 진행해 주셨던 여행사 현지 직원이 톤레사프 호수의 여러 수상 마을 중 하나인 캄퐁 플럭 투어를 제안했고, 최소 5명 이상 모집이 돼야 진행이 가능하다던 투어에 딱 5명이 신청을 하여 투어가 진행되었다.
따 프롬(Ta Prohm) 일정 이후 잠깐이지만 꿀맛 같던 휴식 시간을 가진 뒤 투어 출발 시간인 2시에 맞춰 모임 장소로 이동했다. 우리 모녀 외 단짝 친구와 여행 왔다는 20대 중반 정도의 여자분 두 명과 전날 무료 투어에서 만난 20대 후반의 남자분 한 명까지 총 다섯 명은 여행사 직원분과 함께 대기하던 승합차를 타고 캄퐁 플럭 수상 마을로 향했다. 그리 멀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깨고 시엠레아프 다운타운에서 출발해 거의 한 시간 정도 걸려 선착장에 도착했다.
캄퐁 플럭에서 본 충격적인 수상 마을의 모습
선착장에 도착해 30분 정도 배를 타고 캄퐁 플럭으로 들어가면서 눈에 들어온 마을의 모습은 사뭇 충격적이었다. 즐기려고 한 투어였지만 보기만 해도 한숨이 나오는 수상 가옥의 모습에 흥겨웠던 기분은 서서히 가라앉았다.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도 완전 사라져버려 위 사진이 내가 찍은 유일한 사진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허가 없이 찍어대는 것이 왠지 죄 짓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동남아시아 여행이 처음이다 보니, 이러한 풍경에 익숙해 지기가 너무 어려웠다. 우기에는 지금 땅이 드러난 곳도 모두 물에 잠긴다니 너무나 고된 삶의 현장이다. (이래서 여행은 선진국으로 다녀야 마음이 심란하지 않다.)
캄퐁 플럭 맹그로브(Mangrove) 숲 쪽배 체험
선착장에서 타고 온 배에서 내리니 쪽배 체험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한가득이었다. 사람은 많았지만 약간의 대기 이후 바로 쪽배에 탈 수 있었다. 역시 열대 우림에 왔구나 하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나무가 물속에 있는데 안 썩고 잘 자란다니 정말 신기한 풍경이다. 맹그로브는 저산소 환경에 잘 적응하기 때문에 습지에서도 죽지 않고 잘 살수 있다고 한다. 맹그로브 숲이 따가운 햇빛을 가려주니 쪽배를 타는 동안은 더위를 식힐 수 있어 너무 좋았다.
톤레사프 호수의 강렬한 일몰
쪽배 투어 뒤에 일몰 시간이 될 때까지 한 시간 가까이 대기를 해야 했지만, 긴 대기 끝에 본 일몰은 내 인생 최고의 일몰이었다. 마치 바다처럼 드넓은 톤레사프 호수의 수평선 너머로 저무는 태양은 장관이었다. 서쪽에서는 어둑어둑하게 해가 점점 져가는데 동쪽에서는 점차 밝아지며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시야를 막는 어떠한 건축물도 없이 사방이 뻥 뚫린 호수 한복판이라 가능한 풍경이었다.
톤레사프 호수 투어 비용과 바가지 주의
우리가 투어 비용으로 지불했던 돈은 1인당 $25이었다. 톤레사프 호수 선착장에 도착해 차 밖에서 가이드와 운전기사님이 현지인들과 딜을 진행하고 있는 동안, 세 명의 젊은 남녀들은 자신들이 바가지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닌지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우리 모녀는 그 부분에 대해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고 있던 상황이라 매우 의아했다. 알고 보니 그들이 묵고 있던 호텔에서 만난 다른 한국인 여행객들이 더 싼 가격에 투어를 다녀오기로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걱정이라는 것이 하면 할수록 끝이 없는 것이고, 가격이 다르면 투어 내용도 다를 것이라며 우리 모녀는 그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일행은 바가지를 쓰지는 않았다. 물론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다녀올 수는 있었겠지만 그래봐야 몇 불 차이일 것이다. 하지만 직접 다녀와 보니 톤레사프 호수 투어는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 관광객이 바가지를 쓰기 딱 좋은 곳이었다. 코스마다 배를 타려는 많은 관광객들 줄을 세운 후 이미 투어 비용을 내고 온 관광객들에게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며 돈을 다시 받는 경우가 허다했다. 우리도 현지인들에게 떠밀려 돈을 징수하는 줄에 서야 했지만, 그럴 때마다 가이드님이 떠나기 전 우리를 보살펴 줄 거라고 소개했던 남자분이 홀연히 나타나 뭐라고 속삭이면 우리에겐 돈을 받지 않았다. 결국 투어 중에 추가로 낸 돈은 전혀 없었고 팁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달라고 요구받지도 않았다. 호텔에서 톤레사프 호수까지 왕복 승합차 이용료와 투어를 주선하신 가이드님의 수수료까지 모두 포함해 $25로 모두 해결했으니 가격적으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선에서 투어를 마쳤다고 생각된다.
도를 넘은 어린이들을 내세운 강매 요구
맹그로브 숲 쪽배 체험이 끝나고 일몰 시간까지 대기하는 동안 마을 어린이들을 앞세운 강매 활동이 기승을 부렸던 점은 정말 껄끄러웠다. 대기 장소가 매점 옆이었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음료나 과자를 억지로 우리에게 팔려는 시도는 계속되었다. 역시나 20대 아가씨 둘은 마음이 약해 콜라와 감자칩을 하나씩 구매했다. 내가 그냥 무시하라고 조언을 해 줬음에도 불구하고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는 아직은 순수한 20대 아가씨들이었다. 우리 팀이 별 실적이 없자 곧 조금 더 큰 아이가 악어 농장을 구경하라며 원 달러를 한 30번도 넘게 외쳤다.
우리가 악어 농장을 구경할 맘이 전혀 없어 보이자 이 아이는 안쪽 매점에 앉아있던 어른을 향해 막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잠시 사라지길래 포기했나 했더니 마지막 무기로 목에 큰 뱀을 걸고 다시 나타났다. 여자 아이가 겁도 없었다. (완전 놀라워~) 뱀 목도리 체험이 원 달러라며 우리 테이블 쪽으로 걸어오길래 뱀이라면 끔찍해 하는 마마님을 위해 내가 강력하게 저지를 좀 했더니, 한쪽 발로 바닥을 막 구르며 한껏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It’s only one dollar!”라며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 여자아이는 우리 테이블 한참 뒤에 서서 우리를 바라보며 현지어로 소리를 지르며 울었지만 그냥 무시했다.
톤레사프 호수 투어를 가는 다른 사람들도 어느 정도 마음을 강하게 먹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마음 약한 관광객들이 차마 거부를 못하고 사 주다 보면, 아이들을 내세운 이러한 강매 행태는 점점 더 심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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