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유적 중 앙코르 왓 다음으로 유명한 것은 아마도 따 프롬(Ta Prohm)이 아닐까 싶다. 모두가 다 알 듯 따 프롬은 안젤리나 졸리의 영화 ⌈툼레이더, Tomb Raider⌋의 촬영지로 매우 유명한 곳이다. 열대 우림의 거대한 나무뿌리가 사원을 집어삼킬 듯한 모습이 신비함을 더해주어 왠지 모를 감성이 마구 샘솟는 그런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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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 정글과 동화된 따 프롬의 신비로운 풍경
따 프롬의 이런 신비로운 느낌은 나만의 것은 아닌 게 분명하다. 앙코르 유적의 보존과 복구를 시작한 21세기 초, 이 작업을 주도했던 프랑스 국립극동연구원 (École française d’Extrême-Orient | French School of the Far East)은 따 프롬을 발견한 당시의 그 모습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한다. 대부분의 다른 앙코르 사원들이 어느 정도의 복구 작업을 거친 것과는 대비되는 결정이다. 굳이 이 사원만 유독 발견 당시의 모습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따 프롬이 가장 아름다운 형태로 정글과 동화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랜 세월 방치되어 폐허가 된 다른 사원들과는 다르게, 사원 자체로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자연과 동화한 모습 자체로 보존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따랐다는 것이다.
One of the most imposing [temples] and the one, which had best merged with the jungle, but not yet to the point of becoming a part of it
물론 관광객의 접근이 가능하도록 적절한 이동 통로를 확보하고 유적의 불안정한 요소들을 안정화 시키는 등 보이지 않는 부분에 한해 엄청난 복구 작업이 진행된 것은 사실이다. 다만 확연하게 방치된 것 같은 느낌(apparent neglect)이 유지되는데 포커스를 맞추었을 뿐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따 프롬은 최대한 인위적이지 않으면서도 또 상당히 인위적인 그런 곳인 것 같다.
따 프롬 사원을 침식해 마치 한 몸처럼 자리 잡은 거대한 나무는 현지어로 스펑 나무(Spung Tree)라고 한단다. 영어로 하면 Silk-Cotton Tree로 비단 목화 나무다. 이 거대한 나무들은 사원 안 밖에 아름드리 서 있는데, 전체적인 크기보다 땅 위로 돌출되어 있는 뿌리의 엄청난 크기에 놀라게 된다. 역시나 큰 뿌리만큼 나무의 성장력도 엄청나다고 한다. 따 프롬 사원을 뒤덮은 나무뿌리는 성장억제제를 주기적으로 주사하여 성장을 늦춘다고 한다. 키작녀인 본인은 이 엄청난 성장 능력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대승 불교 사원으로 건설된 따 프롬
따 프롬은 12세기 말 앙코르 시대의 최고의 왕이라는 자야바르만 7세 (Jayavarman VII)에 의해 대승 (大乘, 마하야나, Mahayana) 불교 수도원과 대학으로서 건설되었다 한다. 동남아시아는 소승불교가 아니던가 싶어 순간 의문이 들었지만, 자야바르만 7세에 대해 조금 공부를 하고 나니 바로 이해가 된다. 자야바르만 7세 이전의 왕들은 대부분 힌두 교도였고, 그 시대에 지어진 사원들은 거의 다 힌두교 사원이었다. 하지만 젊은 시절 왕성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자야바르만 7세는 부인의 영향으로 대승불교 신자가 되었다고 한다.
바로 이전 포스팅에서 다뤘던 앙코르 왓을 건설한 수리야바르만 2세가 세상을 떠나고 자야바르만 7세의 아버지가 왕위를 이어받으면서 내란이 일어나며 국정이 혼란해졌다고 한다. 이 틈을 탄 참(Cham)족의 앙코르 침략으로 앙코르 왓이 있던 당시 수도인 야소드하라푸라(Yasodharapura)가 폐허가 되었다. 왕자 신분이었던 자야바르만 7세가 참족과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1181년에 왕으로 등극하면서 폐허가 된 야소드하라푸라를 떠나 새로운 수도를 건설하게 된다. 새로운 왕성을 축조하는 대대적인 공사에 자신의 종교인 대승불교를 반영하면서 그 시기에 지어진 따 프롬이 대승불교의 수도원과 대학의 역할을 하게 되었고 국교도 힌두교에서 대승불교로 바뀌게 된다.
하지만 자야바르만 7세가 죽고 얼마 되지 않아 다시 힌두교가 국교로 회복되며 따 프롬의 불교 흔적을 없애는 과정에서 사원의 많은 부분이 훼손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역시 유적의 손상도가 높은 것은 단지 나무뿌리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무더위와 원 달러 플리즈는 여행의 즐거움을 상쇄시킨다.
정오가 가까워질 무렵부터 따 프롬의 관람을 시작했기 때문에 자세히 둘러보기도 전에 한 낮의 무더위에 지쳐버렸다. 갱년기 안면홍조 증상으로 매우 고생 중이던 마마님의 얼굴이 무더운 날씨로 곧 폭발할 것처럼 빨개져 왔기 때문에 몇몇 포인트만 둘러보고 바로 숙소로 복귀했다. 사진 찍을 동안 잠시라도 마마님을 혼자 두면 “원 달러 플리즈”를 외쳐대는 캄보디아 어린이들이 마마님을 에워싸기 일쑤였다. 내가 다가가면 내 눈치를 보다 도망가 버리는 아이들! 이 애들이 대체 몇 살부터 원 달러 강매를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어린 나이에 실력은 아주 노련한 경력직 수준이었다. 아주 영악하게도 직감적으로 맘이 약해 보이는 사람들을 포착해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우리 모녀가 함께 있으나 떨어져 있으나 아이들은 절대 내게 오지 않았다. 살짝 훑어보고 마마님께 돌진하는 모습이 매우 좋아보이지 않았다. 어딘가에서 이 애들을 거리로 내 몬 어른이 보고 있을 것이기에 애들이 들러붙을 때마다 360도로 주변을 스캔해 봤지만, 착취자들은 절대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안 그래도 더워 죽겠는데, 이런 상황은 나의 짜증 수위를 높이곤 했다.
Child labor is illegal!
5년이 지난 요즘은 어떨까? 좀 나아졌으려나? 정말 마주치고 싶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이 날의 저녁 코스였던 톤레사프 호수 투어에서 어린이를 통한 삥 뜯기는 아주 절정에 다다르고 만다. (다음 편을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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