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8월 토익 모의고사를 실시하느라 한 1주일 학교를 나가고 개강까지 또 자유의 시간이 도래했다. 드라이브 겸 소풍 겸 사진 애호가들 사이에서 꽤나 유명한 청송 주산지에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로 했다. 새벽의 물안개가 가득할 때, 그리고 가을의 단풍시즌이 최고의 포토 타임이라는 청송 주산지. 하지만 우리는 그런 것 다 무시하고 시간이 될 때 가볍게 다녀왔다.
이 글의 목차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청송 주산지
사실 나는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한 청송 주산지의 풍광이 엄청나게 아름다워서 사진을 업으로 또는 취미로 하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게 되었단다. 사실 cinematography에는 수많은 전문가들의 기술력이 집약되어 있다. 하여 해당 장소에 실제로 방문해서 보는 본연의 모습은 영화에서 혹은 사진에서 본 그것과 사뭇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대부분 실망하기 딱 좋다.
그러니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소풍 기분으로 다녀오기로!
국도, 지방도 드라이빙을 즐기다
포항으로 이사를 오니 정말 어디를 가도 근교다! 대충 검색을 해 보니 1시간 반이면 도착하더라. 우후후, 정말 놀러 다니기 딱 좋은 지리적 위치인 듯. 지리적으로 가까우니 충분히 새벽 물안개 타임을 충분히 노려볼 수도 있지만, 우리의 목적은 사진 촬영이 아닌 소풍이므로 아침 먹고 느긋하게 출발했다.
역시 이번에도 매직 7번 국도를 타고 올라가다 장사역 방면으로 exit 했다. 근데 이 “장사“라는 지명은 분명 처음 들어보는데 역사유적지, 문화재 안내판과 같은 종류의 안내판이 여기저기 붙어 있다. 여기에 뭐가 있나 궁금했으나 모녀 모두에게 “장사”라는 지명은 그저 낯설었다.
한마디로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다 ㅎㅎㅎ
장사에 뭐가 있는지는 나중에 찾아보기로 하고 지방도를 타고 달렸다.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달리는데 풍경이 참 좋다. 딱 드라이브하는 느낌이다. 물론 엄청나게 핸들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야 해서 비루한 손목에는 무리가 되지만, 아름다운 풍경이 힘듦을 상쇄시켰다. 그렇게 한참 산길을 달리면 주왕산 국립공원에 도착한다. 이곳도 울진 불영사 방문 때처럼 계곡 물길을 따라 지방도가 나 있는데 계곡에서 물놀이 중인 피서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청송 얼음골 표지판도 보였다. 말로만 듣던 얼음골이 바로 근처이니 주산지 방문 후 돌아가는 길에 잠시 들리기로 했다.
청송 주산지 알아보기
주왕산 국립공원 내 위치하고 있는 청송 주산지는 근처 농민들의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조선 숙종 때 둑을 쌓아 만든 저수지라고 한다. 거의 300년 가까이 된 저수지인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다고 한다. 주변에 계곡의 물줄기가 여기저기 많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의 수량이 풍부함을 보여준다. 경상도가 강수량이 그리 많지 않은 지역인데 주산지는 농민들에게 매우 큰 도움을 주는 저수지였을 듯하다.
주왕산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어 가을의 단풍 시즌에는 그림 같은 풍경으로 사랑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 무엇보다 유명한 포인트는 마치 늪지대의 수생 식물들처럼 저수지 물속에 반쯤 잠겨 있는 왕버들나무가 만들어내는 신비한 풍경일 것이다. 주산지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내 시선을 빼앗았다.
버드나무가 원래 물가에 서식하긴 하지만, 주산지의 물이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다는데 물속에서 계속 죽지 않고 살아 있을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한두 그루가 아니고 꽤 많은 수의 왕버들나무가 주산지에서 자생하고 있었다.
올여름이 선선한 편이기는 저수지라 습기 때문에 체감 온도가 예상보다 더 덥게 느껴졌다. 주산지 속에 퐁당 빠져 있는 왕버들나무를 열심히 찍고 난 후 주산지 주변으로 만들어진 데크를 따라 걸었다. 짙은 일부 전망 포인트에 안내판과 데크 산책로가 있어 짙은 초록으로 가득한 청송 주산지의 풍경을 차분하게 관람하기 좋았다. 평일이라 사람도 우리 외 두어 명이 전부여서 조용하게 여름 풍경을 감상하기 좋았다.
사람들은 전부 주산지 오는 지방도 근처 계곡에서 모두 물놀이 중인가 보다. 거긴 정말 지나가면서 살짝 봐도 사람이 엄청 많았는데, 정작 주산지는 정적에 싸여 있었다. 주산지 자체의 규모가 엄청 큰 것은 아니기에 1시간 이내로 실컷 둘러볼 수 있었다. 물론 사진 촬영이 목적이라면 더 오래 걸리겠지만, 가벼운 산책으로 방문한 우리 모녀에게 1시간은 충분히 차고 넘치는 시간이었다.
주산지, 청송 사과, 그리고 얼음골
더 늦기 전에 주산지 입구 근처에 몰려 있는 식당가에 들러 점심을 해결했다. 버섯전골을 먹었는데 맛은 표현하기 어려운 맛이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무 맛도 나지 않아 놀라웠다. 작년 봄에 해남 대흥사 근처에서 먹었던 버섯전골과는 결이 너무나도 달랐다. 아마도 경상도 음식에 익숙하지 않아 그러한 듯 싶다. 반찬으로 깍두기가 있어 먹었는데 이건 더 충격적이었다. 대체 이건 무슨 맛으로 먹는 건가 하고 뚫어지게 쳐다보니 깍두기가 무로 만든 것이 아니라 사과로 만든 것이었다!!!
사과로 웬 깍두기!!! 했는데, 맞다. 그렇다. 청송은 사과로 아주 유명한 곳이었다. 사과가 워낙 유명하고 많으니 사과로 깍두기도 만들어 먹었나 보다. 익숙해지면 별미일 수도 있겠지만 처음 영접하는 우리 모녀에게 사과 깍두기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같았다는…
대충 배만 채우고 계획한 대로 돌아가는 길에 청송 얼음골에서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라디오를 들으며 꼬불꼬불 지방도를 운전해 내려가는데 갑작스러운 뉴스 속보가 들려왔다.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
나이도 있으시고 건강 문제도 있다는 뉴스는 이미 접했기에 크게 놀랄 일도 아닌데 막상 이렇게 놀러 나왔을 때 소식을 들게 되니 기분이 좀 이상하다. 딱 드라이빙 중에 듣게 된 소식이니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이 날 듯한 느낌이다.
얼음골 표지판이 보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계곡 방향으로 걸었다. 피서를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계곡에서 물놀이하느라 바쁜 아이들, 여기저기 텐트를 치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
역시 여름은 물놀이가 최고지
계곡물도 시원해 보이고 멀리 보이는 폭포도 시원해 보였다. 잠시 구경만 할 예정이라 카메라를 차에 두고 내렸던 것이 아쉽다. 집에 와서 보니 사진을 한 장도 안 찍었더라. 청송 얼음골 약수터라고 쓰여 있는 곳 바로 앞에는 커다란 바위로 만든 징검다리가 있어 계곡물에 젖지 않고 다녀올 수 있는데, 이 약수터가 얼음골이었다. 석빙고 스타일로 만들어진 약수터 안에서 엄청나게 찬 바람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입구 근처에만 가도 에어컨이 강으로 틀어진 것 같은 느낌의 바람이 느껴져 정말 신기했다.
사진으로 찍었어야 했는데… 당시에는 주차장까지 다시 가서 카메라를 꺼내 오기가 너~~무 귀찮았는데, 이 글을 쓰는 지금에는 너무나 아쉽구나. 설명을 하려는데 사진이 읎똬 ㅠㅠ 사과 깍두기 사진도 읎꾸 ㅠㅠ 카메라가 너무 무거워서 자꾸 놓고 다니게 되네 (반성! 반성!)
강원도 경기도 경상도 국립공원여권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 서울 신용카드 인천 일본 일상 전라도 제주 충청도 캄보디아 코로나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