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도 거의 다 끝나갈 무렵 막바지 꽃구경을 위해 1박 2일 주말 태안-서산 여행을 계획했다. 태안 천리포 수목원과 근처의 신두리 해안사구를 둘러보고 서산으로 이동해 해미읍성과 개심사 구경 후 서울로 귀환하기로 했다.
서울 북동부에서 출발을 하려니 내부순환도로로 서울을 반 바퀴 돌고 서부간선도로를 통해 서해안 고속도로로 진입해야 했다. 죽음의 교통체증이 느껴지는 경로가 아닌가! 토요일 출발이라 조금만 늦어도 서울을 빠져나가는데 한 시간 이상은 거뜬히 소요될 것 같았다. 첫 목적지인 태안 천리포 수목원 개장 시간인 9시에 맞추기 위해 아침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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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에 시작한 태안-서산 여행
새벽 5시 반을 조금 넘겨, 전날 꾸려 둔 짐을 차에 싣고 집에서 출발했다. 6시가 조금 넘어 내부순환도로에 진입했는데, 다들 우리 모녀와 같은 생각인지 이른 시간임에도 차들이 많았다. (아침잠이 다들 없으신가 봅니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아침도 먹고 느긋하게 달려 태안 천리포 수목원 개장 시간에 딱 맞춰 도착했다. 서울 강북에서 천리포 수목원까지 약 2.5시간 정도 걸리며, 휴게소에서 잠시 식사와 휴식을 갖는다면 약 3시간 정도 소요된다.
한국 최초의 사립 수목원인 태안 천리포 수목원
천리포 수목원의 역사
천리포 수목원은 일반인에게 개방된 지 불과 몇 년 되지 않은 곳이다. 2009년 처음 일반인에게 개방되었으니 올해로 4년째이다. 주한미군사령부 장교 출신인 Carl Ferris Miller가 개인적으로 부지를 매입하고 1970년에 본격적으로 수목원의 조성을 시작해 우리나라의 최초 사립 수목원이 되었다. 한국인도 아닌 미국인이 왜 한국에 수목원을 만들었을까 궁금했다. 알고 보니 수목원 조성 후 한국인으로 귀화하여 민병갈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천리포 수목원의 봄
약 2시간이면 넉넉히 둘러볼 수 있는 천리포 수목원은 위치적으로 태안반도에 위치하기 때문인지 서울보다 늦게 꽃이 피고 있었다. 서울은 한창이던 벚꽃이 이미 시들어가고 있었는데, 이곳은 이제 막 피어나 곧 만발하려 하고 있었다. 수목원으로 향하는 도로 가로수에도 벚꽃이 이제 막 피어 새하얀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서울에서는 봄이 곧 가려나 싶었는데, 여기 오니 봄이 이제 왔구나 하는 느낌이랄까?
4월 말인 방문 당시 천리포 수목원에서는 수선화와 목련이 한창이었다. 천리포 수목원의 목련원은 특히 유명한데 700여 종에 이르는 목련이 식재되어 있다고 한다. 아직 목련의 반절 이상이 봉오리 채로 피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참 아쉬웠다. 활짝 핀 목련을 종류별로 더 보고 싶다면 5월 초순은 지나야 하는 걸까?
정말 난생처음 보는 목련도 많아 마치 온 세상의 모든 목련은 다 모아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목련뿐만 아니라 천리포 수목원 내에 있는 꽃들은 대부분 난생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신기한 종류의 꽃들을 한곳에 모아뒀을까 싶다. (민병갈 박사님, 너무 짱!) 한바퀴 돌고 나오면서 아쉬운 마음에 다음에는 꽃이 좀 더 피어 있을 5월에 와 보자고 마마님과 약속했다.
천리포 수목원 숙소
천리포 수목원을 둘러보다 보면 여러 채의 그림 같은 한옥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웬 집이 수목원 안에 있나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펜션 같은 숙소였다. 가든스테이라고 부르는 수목원 내 숙소인데 여럿이 온다면 이렇게 수목원 내에 머물면서 수목원과 태안 해변을 함께 즐기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았다. 단, 과하게 비싼 면도 없잖아 있으므로 보다 경제적인 수목원 외부에 위치한 에코힐링센터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선택일 듯하다.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 영화 최강병기 활의 촬영지
작년에 개봉했던 영화 [최종병기 활]의 촬영 장소로 유명한 신두리 해안사구는 천리포 수목원에서 멀지 않다. 차로 약 20분 정도 걸린다. 신두리 해안 근처에서 난생처음 들어본 태안 지역 토속 음식이라는 낙지박속탕을 점심으로 먹고, 바로 해변으로 직행했다. 마침 썰물이라 드넓은 갯벌이 펼쳐져 있었다. 우와, 이게 얼마 만에 보는 서해바다인 거지? 4월 말이지만 바람이 시원하다 못해 춥다.
사실 신두리 해안사구를 보러 온 것이었으나, 해안사구로 가는 길이 좀 험난했다. 산책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약간 몸을 써서 언덕으로 기어 올라가야 하는 듯했다. 멀리서 한두 명이 그렇게 올라가고 있었다. 밥 잘 먹고 힘든 일 하기 싫은 우리 모녀는 해변가를 잠시 산책하기로 했다. 그러나 잠시의 산책은 갯벌에서 꼬물거리던 조개를 발견하는 순간 한참이 되어버렸다.
조개가 주워도 주워도 끝도 없이 나왔다. 역시 서해는 이런 재미가 있다. 조개 캐기를 할 거라고 예상을 전혀 못했기에 비닐봉지도 없고 아이스박스도 없었다. 그리고 바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하루를 묶어야 하는 일정이라 결국 열심히 주운 바지락들은 다시 갯벌에 놓아주고 떠나야 했다. 다음에 다시 올 때는 조개 캐기 할 준비를 철저히 하고 와야겠다.
(다음 목적지인 서산 여행기는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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