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처음으로 인천 강화도에 다녀왔다. 가을장마처럼 잦은 비가 내렸는데 10월의 첫날은 아침부터 날씨가 찢어지게 좋았다. 이런 날씨를 집에서 보내기엔 너무 아까워 아무런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나들이를 다녀오기로 했다. 서울 북쪽에서 다녀오기 편한 곳을 고르다 보니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강화도가 당첨되었다. 강화도 가볼만한곳은 차고 넘치게 많지만, 우리 모녀는 3~4시간 정도의 반나절 맛보기 코스로 다녀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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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가볼만한곳
학창 시절 역사 시간에 배웠던 강화도에 대한 내용 중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마니산이다. ㅋㅋㅋ 그러나 난 등산을 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기에 그다음으로 내 머릿속에 떠오른 우리나라 최초의 한옥 성당이라는 대한성공회 강화성당(江華聖堂)을 강화도 가볼만한곳 1번 목적지로 정했다.
제대로 여행을 하려면 여행 전 목적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 후 정성스레 코스를 짜고 다녀야 하지만, 이제 막 이삿짐 정리를 마치고 시간 여유가 생긴 입장에서 추가적인 노오력을 전혀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바람을 쐬고 싶었을 뿐…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강화성당은 구한말(1900년)에 세워진 성당으로 카톨릭 성당이 아닌 성공회 성당이다. 대한성공회 소속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인데, 외관은 이질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불교 사찰 건물의 기본 틀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조선시대의 사람들에게 최대한 거부감 없이 접근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나, 현대인의 시각에는 되려 매우 독특한 건물인 셈이다.
맨 위의 사진과 같이 정면은 4칸이고 측면은 10칸이며, 실내는 전형적인 바실리카 건축 양식을 따랐다고 하는데… 내가 방문한 날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문이 닫혀 있어 실내를 들어가 보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정말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금요일이 휴일인 것인가?
성당 건물 뒤쪽에 위치한 한옥은 사제관으로 쓰이는 건물이다. 팔작지붕 아래 삼각형 모양의 회벽에 십자가 모양으로 장식을 한 것이 눈에 콕 박혔다. 한옥의 분위기를 크게 변형하지 않으면서도 성당 건물이라는 것을 효과적으로 표현해 주는 디테일이 맘에 쏙 들었다.
담벼락의 오렌지빛 꽃이 가을 느낌을 더해주는 듯하다. 처음 보는 꽃이었다. 물론 자연과 동떨어진 삶을 산 나에게만 처음 보는 꽃인지 모르겠으나 이름이 궁금하여 기록 차원에서 사진을 찍어 두었다. 이 글을 쓰면서 열심히 이름을 찾아보니 황화코스모스라고! 이런 색깔의 코스모스도 있구나 싶다. 코스모스라 이 계절에 한창 피어있었던 거구나 싶다.
함께 방문하면 좋은 강화고려궁지
강화성당을 나와 바로 근처에 위치한 강화고려궁지에 잠시 들렀다. 용흥궁 공원 주차장을 중심으로 대한성공회 강화성당과 용흥궁, 강화고려궁지 등이 다 지척에 위치하고 있어 묶어서 방문하기 좋았다. 특히 별도의 입장료도 없으니 부담 없이 방문 가능! 강화고려궁지는 예전 국사 시간에 전란 시 왕들의 몽진(蒙塵) 장소로 수없이 등장했던 바로 그 장소다.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까 싶어 방문했으나 특별한 볼 거리는 없었다는… 전체적으로 좀 휑한 분위기라 대충 둘러보고 나왔는데, 알고 보니 제일 안쪽에 외규장각(外奎章閣)이 있었더라 ㅠㅠ
요새 한창 수탈당한 ‘조선왕실의궤’의 반환 요청 건으로 시끄러운데, 남의 나라 문화유산 허락 없이 훔쳐 갔으면 좀 내놔라! 일본아, 프랑스야. 정말 왜 그러고 사니. 도둑 심보도 아니고…가 아니라 도둑이라 훔쳤구나. 하아…
강화 고인돌유적
다음 목적지는 강화고려궁지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강화 고인돌유적이다. 고창과 화순, 강화의 고인돌유적을 묶어 2000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공식 영문 명칭은 Gochang, Hwasun, and Ganghwa Dolmen Sites이다. 고인돌은 선사시대의 기술과 사회상을 보여주는 유적으로 전 세계에 널리 분포하고 있지만, 고인돌의 밀집도는 한국이 세계 최고라고 한다.
특히 위 사진의 강화 지석묘(사적 137) 제18호 고인돌은 한국에서 가장 큰 북방식 고인돌이라고 한다. 여기서 북방식이라는 설명이 있으니 남방식도 있겠구나 싶어 약간의 공부를 해 보았다.
청동기 시대의 지배층 무덤으로, 큰 돌을 움직이지 않도록 고였다(고정시키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는 전 세계 고인돌의 60%인 약 3만 개가 존재한다. 고인돌은 북방식과 남방식으로 나뉘는데, 지상의 4면을 돌판으로 막아 널방을 설치한 뒤 그 위에 덮개돌을 올린 형식을 북방식(탁자식)이라 하며, 지하에 널방을 만들어 그 위에 덮개돌을 놓고 돌을 괴는 형식을 남방식(바둑판식)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중부 이북 지방에는 북방식 고인돌이, 중부 이남 지방에서는 남방식 고인돌이 주로 분포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이 거대한 돌을 옮겨 고인돌을 만들었다니 정말 대단하다. 매우 노동 집약적인데… 그 옛날에도 시키는 놈, 일하는 놈 따로 있었겠지…
강화 고인돌유적에는 총 70기의 고인돌이 산재해 있으며, 그중 14기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모여 있어 산책로(라고 쓰고 약간의 산길이라 이해하기 바람)를 따라 걸으면 전부 다 볼 수 있다고 안내 책자에 나와 있다. 그러나 우리 모녀는 당연히 주차장에서 가까운 위치의 몇 기만 보고 퇴장! 내 다리는 소중하니까~
강화 광성보, 덕진진, 초지진
반나절 코스의 마지막 목적지로 정한 곳은 강화 고인돌유적에서 20분 거리의 강화 광성보(廣城堡)다. 강화해협을 지키는 중요한 요새(Fort)로 강화도에는 12개의 진보(鎭堡, 요새)가 있다. 광성보에서 덕진진(德津鎭)까지 약 2km, 덕진진에서 초지진(草芝鎭)까지 약 3km로 3개의 진보가 근처에 있으니 시간이 여유롭다면 묶어서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우리는 3개 진보 중 가장 규모가 큰 광성보만 둘러보기로 결정했다.
강화 광성보는 강화도 요새의 총사령부로 강화해협을 방어하는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로 신미양요(辛未洋擾, 1871년) 때 미국 함대와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라 한다. 이 때 이 곳에서 전투에 참여한 조선군 대부분이 순국했다고 하니, 얼마나 열세였는지 알 수 있다. 600여명의 조선군이 1200여 명의 미군과 싸웠다니 1 대 2의 싸움에다 신식 무기까지 가지고 있으니 다 죽었지. 하, 다들 평화롭게 안 싸우고 살 수는 없는가…
광성보에는 3개의 돈대가 있는데, 위 사진은 광성돈대로 포좌 4개소와 포문 3개가 있는데, 이 포문을 통해 화포를 쏘았을 것이다. 약간의 공부를 해 보니, 그 시절 광성보에서는 대포로 홍이포를 사용하였는데 사정거리는 700m인데 조준은 안 되고 폭발도 하지 않아 위력이 약했다고 한다. 아니, 이게 말이냐 방귀냐 ㅠㅠ 조준도 안 되는데 폭발도 안 했으면 그냥 돌덩이를 무작위로 좀 멀리 던지는 수준이구나…
과거의 현장이지만 조금은 씁쓸했던 강화 광성보를 둘러보는 것으로 강화 반나절 나들이를 마무리했다. 오후 트래픽이 시작되기 전에 출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매표소 직원분께 근처 식당에 대해 안내를 받아 간단히 점심을 먹고 집으로 향했는데… 금요일이라 그런지 도로가 거의 주차장 수준! 아니 3시 전에 출발했는데 벌써 트래픽 시간인 거야? 아님, 하루 종일 트래픽인 거야?
역시 수도권은 차도 많고 사람도 많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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