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여행의 둘째 날이 밝았다. 오늘의 목적지는 고창 청보리밭(보리나라 학원농장)과 고창 고인돌유적, 안현돋음볕마을이다. 동선이 그리 효율적이진 않지만 숙소를 옮기는 것이 귀찮았기 때문에 숙소를 기점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청보리밭 – 고인돌유적 – 안현돋음볕마을 순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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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청보리밭의 푸른 물결
이번 고창 여행을 토요일이 아닌 일요일에 시작한 이유였던 고창 청보리밭. 올해 청보리밭 축제가 바로 일요일까지였기 때문이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는 걸 극도로 꺼리는 우리 모녀는 축제 기간을 절대적으로 피하고 싶었다. 하여 동선의 비효율성은 무시하고 축제가 끝난 월요일에 청보리밭을 방문하기로 했다. 숙소에서 고창 청보리밭까지는 차로 대략 30~40분 거리다. 8시가 채 되기 전에 출발해 사람이 거의 없는 청보리밭을 방문할 수 있었다.
고창의 청보리밭은 보리나라 학원농장 소유로 15만 평에 이르는 대규모 농장으로 국내 최대 규모라고 한다. 내비게이션에 고창 청보리밭을 입력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보리나라 학원농장을 입력해야 한다. 그것 때문에 처음엔 위치를 못 찾았다. 아하하하~~ 학원농장에서 재배하는 보리는 겉보리라고 하는데, 생육이 제일 활발하고 미관상 제일 보기 좋기 때문이라고. 5월 중순까지 보리알이 생장을 하여 이 시점에 청보리 축제가 열리는 것 같다.
이날 나는 처음으로 식물 상태의 보리를 보았다. 지금까지 보리차 끓이는 보리와 밥에 넣어 먹는 그 보리만 봤는데 추수하기 전 식물의 상태로 마주한 보리는 약간 신비로운 느낌이랄까? 마침 날씨도 약간의 먹구름에 바람이 강하게 불어 일렁이는 보리가 초현실적인 느낌을 주었다. 평소의 똑딱이 카메라로 그냥 찍었을 뿐인데 무슨 영화의 한 장면 같아!
보리는 겨울 작물이고, 여름 작물로는 메밀을 재배한다고 하니 가을 무렵에 학원농장을 방문하면 메밀꽃밭을 구경할 수 있겠다. 이 넓은 부지에 하얀 메밀꽃이 가득한 것도 장관일 듯싶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고창 고인돌유적
다음 목적지는 고창읍 죽림리에 위치한 고인돌유적이다. 위치적으로 봤을 때 근처의 고창읍성과 연계하여 동선을 짜는 것이 효율적인 선택이다. 그러나 우리 모녀는 전날 장거리 운전의 여파로 고창읍성 방문 뒤 급격하게 피로감을 느꼈기에 고인돌유적은 PASS 하고 선운사 근처 숙소에서 낮잠으로 뻗어버리고 말았다. 대신 전날 저녁에 선운사 구경을 마쳤기에 전체적인 일정은 여유로웠다.
이른 아침부터 먹구름이 가득하더니 빗방울이 오락 가락했다. 흐린 날씨의 영향인지 수많은 고인돌들이 선사시대에서 시간 이동이라도 한 듯한 풍경이다. 고창 고인돌유적은 작년에 방문한 강화 고인돌유적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사실 강화도에서 고인돌유적군을 다녀왔을 땐 큰 임팩트는 딱히 없었다. 고인돌들이 한 곳에 밀집되어 있지 않고 일정 거리 이상 뚝뚝 떨어져 있기 때문에 한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고창 고인돌유적은 우선 완만한 야산 기슭에 엄청나게 많은 바윗덩어리(고인돌)들이 널려 있다 보니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르게 와닿았다. 전 세계 고인돌의 60%가 한반도에 있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고인돌이 한국에 있는데 전북지역 전체 고인돌의 60% 이상이 고창군에 몰빵되어 있다고 하니, 그 수가 얼마나 많은지 짐작이 가는가? 우리가 방문한 죽림리 일원에는 500 여기의 고인돌이 분포되어 있다고 한다. 단일 구역 내 최대 밀집도라고 하니, 강화 고인돌유적 방문 때와는 느낌이 다를 수밖에…
고창 죽림리 지석묘군(사적 제391호) – 고창 아산면 죽림리 매산마을을 중심으로 약 1.8km에 이르는 야산 기슭에 440여 기의 고인돌이 무리 지어 있다. 기원전 400년∼500년 무렵 청동기시대 사람들의 집단 무덤으로, 이 지역을 지배했던 족장들의 가족무덤인 듯하다. 당시에 살았던 사람들은 낮은 야산과 농사짓기 좋은 이 지역에 터를 잡았던 것으로 보인다. 바둑판 모양의 남방식, 탁자 모양의 북방식, 천장돌만 있는 개석식 등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고인돌의 각종 형식을 갖추고 있어 고인돌의 발생과 성격을 아는데 매우 중요하다. 아산면 상갑리 일대 고인돌은 북방식 고인돌의 남쪽 한계선으로 학술적 가치가 높은 유적이다.
출처: 위키백과 한국
위키백과의 설명처럼 이곳에는 다양한 종류의 고인돌이 섞여 있는 점이 흥미로웠고 크기 또한 다양했다. 야산을 따라 올라가면 더 많은 고인돌을 볼 수 있는 산책로(라고 쓰고 등산로로 읽는다)가 있으나, 우리 모녀는 오르막길을 좋아하지 않아 평지에서 볼 수 있는 곳만 보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사진으로는 그리 넓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좀 억울하네… 고배율 줌을 최대한 당겨 찍어서 배경이 압축되어 보이는 것이지 사실 저 고인돌 하나하나의 크기가 매우 크다! 사람이 서 있다면 깨알처럼 보이는 그런 공간감인데…이 날 사람이 없어서 증명할 길이 없네. ㅠㅠ
‘패밀리가 떴다’ 촬영지 안현돋음볕마을
12시 즈음에 고창 고인돌유적을 떠났으나 마지막 목적지인 안현돋음볕마을에 도착한 시간은 5시가 거의 다 되어갈 무렵. 왜냐고? 으흠… 또 숙소로 돌아가 잠시 낮잠을… 에헴, 그렇다. 안현돋음볕마을이 어차피 숙소 인근인지라 숙소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 가려던 것이었는데, 마음과는 다르게 꿈나라의 세계로 잠시 떠나는 바람에… 작년 가을 서울로 돌아온 우리 모녀의 건강은 다시 비루해졌다. All-day-out 같은 full-course 여행은 많이 벅차다.
안현돋음볕마을은 ‘패밀리가 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진들이 머무르던 동네 중 하나다. 마을 곳곳에 그림이 그려져 있어 벽화마을로도 알려져 있는데, 여기에 ‘패밀리가 떴다’ 출연진들이 추가로 어느 집 담벼락에 그림을 그렸었다(위 사진). 그걸 TV로 보면서 내가 집주인이었으면 매우 기분이 나빴을 것 같았는데, 아직 그대로 있는 걸 보니 그건 나만의 생각이었던 듯?
특히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라는 전 국민이 다 아는 그 유명한 시가 벽에 새겨져 있다. 서정주 시인의 고향이 고창이라 이 마을 근처에 [미당 시문학관]이 있어 안현돋음볕마을과 묶어서 함께 둘러보기 좋다. 우리도 마을 구경을 마치고 문학관을 방문했으나… 월요일 휴무. 폐교를 리모델링하여 만든 공간이라 건물은 닫혀 있어도 운동장은 둘러볼 수 있다. 운동장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꽤나 예쁜데, 체력의 한계로 사진은 한 장도 안 찍었다. 그때는 사진 찍을 기운이 없었는데, 이 글을 쓰고 있으려니 사진이 한 장도 없는 건 좀 아쉽다. 역시 남는 건 사진밖에 없는데…
고창 여행을 마무리하며
기운 넘치게 많은 곳을 다니지는 않았지만, 소소하게 이틀간의 고창 여행을 잘 마무리했다. 고창은 임팩트 있는 장소가 많은 느낌이다. 방문했던 모든 곳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시간이 좀 더 많았다면 그리 멀지 않은 남쪽의 영광도 가 보고 싶고, 고창 위쪽의 곰소 염전도 가보고 싶지만…. 직딩의 시간은 언제나 제한적이니까~
남부 지방은 서울에서부터 운전을 하려니 살짝 부담되는 거리였다. 5시간이라니… 사실 내려올 때 많이 막혀서 5시간이 걸렸다 생각했는데, 서울로 돌아갈 때는 5시간이 웬 말이야, 거의 6시간이 걸렸다. 질린다 정말. 당분간은 서울 근교 위주로 다녀보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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