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신두리 해안사구에서 서산 해미읍성까지는 대략 1시간 정도 거리다. 개인적으로 서산은 여행으로는 처음 발을 디디는 곳이라 이번 1박 2일 여행의 핵심 목표인 개심사와 더불어 서산의 대표 관광지라 할 수 있는 해미읍성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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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3대 읍성 중의 하나인 서산 해미읍성
서산 해미읍성(海美邑城)은 조선 시대의 수많은 읍성 중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되었다고 평가되는 TOP 3, 즉 조선시대 ‘3대 읍성’ 중의 하나이다. 고창읍성과 낙안읍성, 그리고 해미읍성이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3대 읍성이다. 고창읍성이 5월의 철쭉으로 유명하다면,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서산 해미읍성은 4월의 유채꽃이 최고 장관이 아닐까 싶다.
해미읍성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읍성으로 들어가니 제일 먼저 보이는 건 바로 만발한 유채꽃이었다. 성곽 둘레로 유채꽃이 가득해 바람이 산들거릴 때마다 유채꽃 향이 났다. 파릇파릇한 봄 날씨에 노오란 유채꽃은 어느 누구나 기분이 좋아질 만한 조합이 아닌가! 방문한 날이 토요일이라 전통문화 체험 같은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어, 아이들 손님들이 많았다. 우리는 사람들로 붐비는 행사장을 벗어나 한산한 읍성의 외각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돌았다.
서산 해미읍성 이름에 대한 역사적 사실
서산 해미읍성은 원래 왜구의 출몰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축되었다고 한다. 초기에는 충청지역의 병마절도사가 이 성에 주둔하여 충청도 지역의 군사거점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곳으로 ‘해미내상성(海美內廂城)’이라 불리었다. 후에 청주로 병마절도사가 이전하면서 해미 현의 관아로서 행정 중심지의 역할을 하는 읍성으로 그 역할이 변경되며 ‘호서좌영(湖西左營)’이라 개명되었다고 한다.
일제시대에 군현제가 폐지되면서 읍성도 폐지되기에 이르렀지만, 70년대부터 복원공사가 시작되어 현재는 우리가 다 아는 ‘해미읍성(海美邑城)’이라 부르고 있다.
천주교 박해 현장으로서의 해미읍성
모든 여행이 다 그렇듯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은 만고의 진리인 듯하다. 해미읍성이 중요한 천주교 성지인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다녀왔다. 나야 무늬만 천주교 신자라지만 마마님은 어찌 된 겁니꽈!?! (유채꽃에 정신이 팔려서 그 외의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주장해 봄 ㅠㅠ)
조선 후기에 대대적으로 천주교인의 박해가 심해지면서 붙잡힌 천주교인들이 해미읍성으로 끌려와 처형당했던 곳이라 해미읍성은 해미순교성지로 불리는 종교적으로 상당히 의미 있는 곳이었다. 사전 지식이 있어야 더 의미를 부여하며 돌아볼 수 있었는데, 블로그 올린다고 이것저것 찾아보다 뒤늦게 알게 되다니…
사진 속의 회화나무가 병인박해 시절 천주교 신도들을 매달아 고문해 처형했던 바로 그 나무라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니 엄청 큰 나무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지나친 기억이 난다. 하… 안내문을 꼭 읽읍시다! 어찌 생각하면 해미읍성을 다시 한번 방문할 이유가 되어 줄 수도 있겠다. 언제일지 모를 다음 번 서산 여행에서는 놓치는 것 없이 꼼꼼히 둘러보고 와야겠다.
완전히 실패한 계암 고택 숙박
서산 해미읍성을 나와 이른 저녁을 먹고 야심 차게 예약한 계암 고택으로 갔다. 내 나이대 사람들은 대부분 아파트에서 자랐기 때문에 한옥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다. 나도 물론 그러했다. 마침 우리의 이동 동선에서 그리 벗어나지 않는 위치에 계암 고택 숙박이 있길래 여행을 불과 며칠 남겨두고 부랴부랴 예약을 했었다.
핵심부터 말하자면, 고택에 기왕 숙박하려거든 무조건 제일 좋은 방으로 할 것을 추천한다. 예약 시기가 좀 늦었기에 남아있는 방 중에서 골라야 했고, 또 생각보다 엄청 비싼 가격이라 저녁에 잠만 잘 것을 생각하여 제일 저렴한 (그럼에도 매우 비싼) 뜰아랫방(안채)으로 예약을 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 아무래도 고택이니만큼 일반 숙박시설보다 시설적인 면에서 많이 열악했다. 옛집이 그렇듯 방에 이불을 펴고 나면 남는 공간이 전혀 없을 정도로 방의 크기는 매우 작다. 화장실도 공용이다. 이 부분은 당연하다. 그 외 일반 숙소에서 당연하다 받아들였던 부가 시설도 전혀 없다. TV도 없는데 WiFi도 안된다. (외부와 차단된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고택 숙박을 위해 현대적인 편의성은 잊어버려야 하는 것이 맞다.
근데, 근데, 근데!!!!
현대 문물을 이용하지 못하니 어두워지면 할 일은 그저 잠을 자는 것이다. 숙박시설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잠을 잘 수 있어야 하는 것인데, 이 숙소는 베개에 머리만 대면 골아 떨어지는 분들이 아니라면 잠을 잘 수가 없을 것이다. 밤새도록 닭들이 그렇게 시끄럽게 울어 댈 수가 없다. (진짜 그 긴 밤을 닭 모가지를 비틀어 죽이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다고!) 세상에나, 나는 닭은 새벽에만 우는 줄 알았지 뭐야. 알고 보니 닭은 밤새도록 울다 새벽에 멈추는 것이란 걸 알게 되었다. 동창이 밝으니 닭 새끼들이 조용해지지 뭔가요. 숙박으로 돈을 받으실 요량이었으면, 닭장을 없애든지 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비싼 돈 내고 날밤을 지샌 덕에 마마님 눈치가 어찌나 보이던지… 다시는 한옥 같은 곳으로 숙박 예약하지 말라고 한마디 하셨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그럴게요.) 다행히도 마지막 목적지인 개심사의 화사한 겹벚꽃으로 기분 좋게 주말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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