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8월 하순이다. 선선한 여름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영덕군에 위치한 장사해수욕장에 다녀왔다. 해수욕장이라니! 초등학생 때 다녀온 이후로 간 적이 없으니 거의 20년 만의 해수욕장 방문이다. 며칠 전 청송 주산지에 다녀오면서 장사리, 장사역 부근을 지날 때 역사 문화 관련된 곳임을 암시하는 갈색 표시판을 보고 궁금하기도 했던 차였다. 처음 듣는 지명인데 뭔가 유명한 곳인 것 같아 콕 집어 이곳을 목적지를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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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고 한적했던 장사해수욕장
7번 국도변에 위치한 장사해수욕장은 백사장으로 진입하기 전에 소나무 숲이 있다. 해변가 안쪽에 위치한 마을의 방풍을 목적으로 소나무 숲을 조성해 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도 역시 이러한 방풍숲이 조성되어 있었다. 먼저 도착해 자리를 잡은 차들은 대부분 햇볕을 피해 소나무 그늘 밑에 차를 주차해 차 옆으로 텐트를 쳐 놓았더라. 우리도 처음에는 정식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가 땡볕을 피해 방풍숲 그늘 아래 다시 주차를 한 후 짐을 챙겨 해변가로 향했다.
해수욕장을 너무 오랜만에 오다 보니 우린 아무런 장비가 없었다. 돗자리와 간식거리만 가져온 상황. 모래사장에 앉아서 즐기기엔 너무나 땡볕이라 비치파라솔을 하나 대여하기로 했다. 2~3시간 정도만 머무를 예정이라 고가의 대여비가 헉 소리 나는 가격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땡볕에 계속 앉아 있을 수는 없지 않은ㄱ라? 우리 모녀의 피부는 더 소중하니까~~
비치파라솔 대여 사장님께서 올여름 날씨가 서늘해서 장사를 망쳤다고 하소연을 하셨다. (그래서 파라솔 대여비를 이렇게 비싸게 받으시는 거군요…) 아무래도 여름이 서늘하니 차가운 동해 바다에 풍덩 할 용기가 있는 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나야 이렇게 선선한 날씨니까 여름에 외출도 가능하고 바닷가 해수욕장에도 올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추위를 정말정말정말정말 많이 타더라!!! 올해 동해안의 날씨는 대다수 한국인들이 피서를 즐길 수 있는 날씨는 아니었을 것이다. 여름 한 철 장사하시는 분들에게는 안타까운 날씨였을 듯.
하지만 나는 너무너무 좋았다구! 매년 이랬으면 좋겠구나~
바닷가에서 즐기는 늦여름의 오후
이렇게 바닷가에서 노닥거리며 여유를 즐긴 적이 있었나? 아마도 이번이 내 인생 최초인 듯하다. 어릴 때는 물속에서 입술이 새파래질 때까지 튜브를 몸통에 끼우고 정말 열정적으로 놀았기에 바닷가에서 여유라는 것은 나와는 관련이 없는 단어였다. 여유를 즐길 나이에는 바닷가를 가 본 적이 없었고.
적당히 선선한 날씨에 엄마는 깜박 잠이 들었다. 혼자서 잘 노는 것이 특기인 나는 모래에 하트도 그리고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내 손도 찍고 바닷물에 비친 내 그림자와 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잠깐의 낮잠을 즐긴 엄마도 밀려오는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산책을 즐기셨다. 해변에 사람이 거의 없으니 너무 좋았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오롯이 파도 소리를 즐길 수 있었다.
장사리, 장사상륙작전의 현장
장사리, 장사역 지명에 갈색 역사유적지 표지판이 붙어있던 이유가 궁금했더랬다. 장사해수욕장 주변을 돌아다니다 별로 눈에 띄지 않게 조성되어 있는 기념비와 설명문을 보고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장사리는 장사상륙작전이 벌어졌던 현장으로 정말 중요한 곳이었다. 그런데 왜 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는 것일까? 안타까울 따름이다.
정말 이날 처음 들어 본 장사상륙작전은 6.25 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위해 미끼 역할을 한 양동 작전이었다고 한다. 이 작전에 투입된 수많은 군인들의 목숨 값으로 인천상륙작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는 설명을 읽을 수 있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작전에 투입된 대부분의 인원이 중학생 정도 나이의 학도병이었기 때문이다. 내 나이의 반절 정도인데 이런 엄청난 임무에 투입이 되다니! 작전 중에 거의 버려진 것과 같은 상황이라 떼죽음을 당하게 된 것인데, 대의를 위한 희생이라지만 참으로 슬픈 역사의 현장이었다.
이런 거 대체 왜 교과서에서 안 가르친 것인지 분기탱천했는데, 비밀에 부쳐진 작전이라 일반인들은 전혀 알지 못하는 사건이었다고 한다. 1997년이 되어서야 유해와 작전 중 침몰한 배가 발견되어 대중에게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97년이라니 납득이 되었다. 그래서 내가 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었던 것이다. 유해 발견 시 뉴스, 신문 등으로 소식이 알려졌을 때 우리는 한국에 없었으니 말이다. 너무도 당연하게 우리는 이곳에 대해 터럭만큼도 몰랐던 것이다.
장사해수욕장에서 여유로운 늦여름 오후를 즐길 수 있어 좋았고 또 모르고 있던 한국의 역사적 사실에 대해 배울 수 있어서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정말 왠지 모르게 충실한 하루를 보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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