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 없이 제주 관광지 순환버스 타고 가볍게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지금까지 제주도 여행을 할 때마다 날씨가 안 좋았던 적이 거의 없어서 행선지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이번 여행 날짜가 다가올수록 일기예보 화면에 비구름 아이콘만 가득했다. 비 오는 날 제주 여행에 적합한 장소가 있을까? 제주 동부 지역의 오름과 자연림 위주로 동선을 계획했던 터라 모두 다 야외 일정이었던 것이다. 비만 오면 괜찮은데 제주는 바람이 거세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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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번 제주 동부 관광지 순환버스
제주 관광지 순환버스는 각각 동부지역과 서부지역을 순환한다. 810번은 동부지역, 820번은 서부지역이다. 지금 생각해도 서부 순환 노선이 비 오는 날 즐기기 더 좋은 노선이긴 하다. 실내 관광지가 더 많고 예쁜 사진 찍고 싶어 하는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은 듯했다. 특히나 오설록은 평소에도 사람이 매우 많지만 비가 오면 엄청나게 붐빈다고들 했다. 처음부터 동부 순환 노선으로 일정을 잡았었고, 또 사람으로 붐비는 곳을 기피하는 스타일이라 비가 와도 변경 없이 동부 순환 노선을 이용하기로 했다.
순환버스 정류장 어디서든 버스 승/하차가 가능하지만 1일 정액권(3,000원)은 대천환승센터에서만 판다. 그러니 1일 정액권을 구매할 여행자는 반드시 대천환승센터에서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 순환버스를 3~4번 정도만 타는 일정이라면 1일권 대신 일반 교통카드를 이용해도 가격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일반 교통카드를 이용한다면 숙소<–>대천환승센터 혹은 대천환승센터<–>다음 목적지 사이에 버스 환승 요금을 적용받을 수 있으니까 되려 더 적은 비용으로 이용이 가능할 듯하다. 1일 정액권은 출발/회기점 <-> 대천환승센터 사이의 환승 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여러 번 승하차를 한다는 전제하에 구매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대천환승센터 >> 용눈이 오름 >> 제주 레일바이크 >> 비자림 >> 선녀와 나무꾼 테마공원 >> 대천환승센터
용눈이 오름 (비 오는 날 추천도: ★☆☆)
대천환승센터에서 제주 관광지 순환버스 타고 첫 목적지인 용눈이 오름에 내렸다. 다행히 아침에는 비가 내리기 전이었고 굿은 날씨지만 오름을 몽땅 포기하기는 좀 아쉬운 마음에 아직 비가 오기 전이니 오름 먼저 가야겠다 싶었다. 날씨가 굿은만큼 제주 관광지 순환버스 탑승객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소수였고 그나마 용눈이 오름에서 내리는 사람은 우리 모녀뿐이었다. 렌터카로 오신 분들이 한두 팀 있었으나 그게 전부였다. 오름 산책로를 따라 걷기 시작하면서 사람이 없는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
바람이 너무 세서 몸을 가누기가 힘들다!
분명 비 예보는 있었지만 태풍급 바람이 분다는 소리는 없었던 것 같은데 바람의 세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풍경은 정말 멋졌지만 생각하며 사진을 찍는 것도 힘들었다. 동영상 찍겠다고 짐벌을 가져갔으나 짐벌 모터가 바람의 강도를 감당하지 못해 휙휙 꺾였다. 초반에 몇 번 촬영을 시도하다 결국 포기했다. 그래도 첫 목적지라 아깝다고 정상까지 한바퀴 다 돌고 내려왔지만, 몸이 수차례 바람에 날려 휘청거려 온 정신을 집중해야 했다. 비바람이 거센 날은 용눈이 오름은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 답이다.
제주 레일바이크 (비 오는 날 추천도: ★★★)
용눈이 오름에서 제주 레일바이크까지는 걸어서 단 5분 거리다. 제주 관광지 순환버스 배차 간격이 30분이므로 버스 시간에 맞추지 못했다면 다음 버스를 기다리기 보다 걸어가는 것이 시간 절약상 훨씬 좋다. 제주 레일바이크는 온라인으로 미리 예매하면 훨씬 싼 것은 모두 다 아실 것이다. 우리는 숙소에서 대천환승센터로 오는 버스 안에서 예매하여 2인승 정가 30,000원 탑승권을 19,600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
날씨가 안 좋다면 레일바이크를 타시오!
오래 전 강원도에서 정선 레일바이크를 타고 다리 근육통에 엄청 시달려서 그 이후 레일바이크는 내 체력 수준엔 정말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100% 수동인 정선 레일바이크와는 다르게 제주 레일바이크는 반자동이라 가만히 있어도 자동으로 움직인다. 특히나 비와 바람을 막아주는 비닐 커버가 있어서 날씨 걱정 없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점이 최고였다. 걷기 힘들어하는 아이와 어른이 있다면 강력 추천! 바로 전에 바람에 귀싸대기 맞는 기분으로 용눈이 오름을 구경했던 터라 만족도가 급상승했다.
비자림 (비 오는 날 추천도: ★★★)
비가 오락가락하면서 바람이 거세 살짝 걱정을 했지만 불필요한 걱정이었다. 제주 관광지 순환버스에서 내려 입구까지 10분 정도 걸어가는 길에 휘몰아치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다. 신기하게도 비자림 안으로 들어서니 감쪽같이 바람이 사라지고 고요했다. 비자림이 천연 방풍 역할을 하는 모양이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은 비자나무의 향이 진하게 풍겨 숲의 향까지 즐길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산책로가 잘 갖춰진 숲이라 미끄러짐이나 진흙탕 없이 편하게 걸을 수 있기에 장대비 같은 세찬 비가 아니라면 비 오는 날 비자림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비자림 입장료는 성인 3,000원이지만 환경부 그린카드 소유자는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모녀 둘 다 비자림을 위해 잊지 않고 지갑에 그린카드를 챙겨와서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다. 그린카드 정말 소중하다! 국내 여행 많이 다니시는 분들은 그린카드 발급 필수입니다.
선녀와 나무꾼 테마공원 (비 오는 날 추천도: ★★☆)
비자림에서 나오니 다시금 거센 바람이 느껴졌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비자림이 천연 방풍 역할을 하는 게 맞나 보다. 시간에 맞춰 도착한 제주 관광지 순환버스를 타니 아침에 기사님과 관광해설자님이 그대로 계셨다. 아마 같은 차를 탔는가 보다. 버스를 타자마자 오락가락하던 비가 거세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실내 관광지라 참 다행이다 싶었다. 선녀와 나무꾼 테마공원도 인터넷으로 사전 예매하면 훨씬 저렴하다. 정가로 성인 1인은 13,000원, 경로 1인은 11,000원이지만 인터넷 예매로 성인 2인 14,000원에 구매했다. 이 입장권은 제주 레일바이크 타고 잠시 휴게소에서 쉴 때 예매했다.
과거의 정겨운 추억을 즐기고 싶은 분들은 모두 Go! Go!
선녀와 나무꾼 테마공원을 둘러보며 이제 내가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 싶었다. 전시된 옛날 물건을 보며 ‘아, 저거 내가 어릴 적에 쓰던 거네’를 외칠 줄이야! 어릴 때 쓰던 전과, 화판, 크레파스 세트, 종이 인형, 딱지 등을 보며 추억에 젖었다. 마침 비도 주룩주룩 내리니 더더욱 추억 속에 빠지는 느낌이었다. 딱 막걸리에 파전이 떠오르는, 뭐 그런 느낌적 느낌이다. 당신이 40대 이상이라면 한 번쯤은 꼭 방문하면 좋을 곳으로 추천한다. 단, 드넓은 외부 공간은 비가 오는 날에는 둘러보기 어려운 점이 있어 별 하나를 뺀 별 2개 당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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