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버스 1일권 카드와 노선도
20070925 @ 교토 버스 1일권 카드와 버스 노선 지도

이틀 연속 숙면을 취하지 못한 피로가 슬슬 누적되기 시작한 여행 3일차. 이날의 목적지는 교토 북부에 위치한 가미가모 신사(上賀茂神社)와 니조성, 그리고 아라시야마(嵐山)다. 그 유명한 교토 아라시야마를 가기 위해 버스 1일권 카드를 구매해야 하니, 더욱 알차게 버스 카드를 이용하기 위해 교토 기타(北)구에 위치한 가미가모 신사도 가기로 했다. 그리고 버스 노선 상 가미가모 신사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와 니조성(二条城) 부근에서 아라시야마행 버스로 갈아타기 때문에 니조성도 잠시 들리기로 했다.

이른 아침에 만난 한적한 가미가모 신사

  • 주소: 339 Kamigamo Motoyama, Kita-ku, Kyoto
  • 버스: 교토역에서 4번(가미가모진자마에 하차 후 도보 1분) / 9번(가미가모미소노바시 하차 후 도보 3분) 버스
  • 방문 시간: 6:00~17:00
  • 입장료: 없음

    숙소가 위치한 골목길의 셔터 여닫는 소리로 대놓고 꼭두새벽부터 외출 준비를 마쳤다. 시끄러워서 당최 잠을 잘 수가 없다!!!!!!! 7시 즈음 숙소에서 출발해 교토역 부근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교토역에 위치한 교토버스티켓센터(京都チケットセンター)에서 500엔짜리 버스 1일권 카드를 구매한 후 바로 9번 버스에 탑승했다. 소요시간은 거의 한 시간가량으로 머~얼~다.

    20070925 @ 가미가모 신사의 전경 (시계방향으로 이치노도오리, 누문과 옥교, 중문, 하카마를 입고 있는 신관과 무녀)

    가미가모 신사는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신사라고 한다. 교토로 천도하기 이전인 아스카 시대인 7세기 말에 지어졌단다. 교토 시내를 따라 흐르는 가모강 옆에 위치하고 있고 드넓은 주차장 안쪽으로 전부 신사 소유 부지라 탁 트인 전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남쪽으로 가모강이 두 갈래로 나눠지는 부근에 위치한 부근에는 시모가모 신사(下鴨神社)가 있는데 이 두 신사는 모두 교토의 호족인 가모씨(賀茂氏)의 씨족 신을 모시는 신사라고 한다. 가미가모 신사와 시모가모 신사를 합쳐 가모 신사라고 부른다고~

    매년 5월 15일에 열리는 아오이 축제(aka 가모 축제)는 교토 고쇼(京都御所)에서 출발해 시모가모 신사를 거쳐 가미가모 신사에 이르는 행렬로 헤이안 시대에 왕실 칙사가 가모 신사를 방문하는 행렬을 재현한 축제라고 한다. 전통문화 좋아하는 인간으로서 직접 보면 무척 좋을 것 같지만 5월이라니…. 컥… 안타깝게도 일본의 5월 날씨를 감당할 자신이 읎다.

    신사 내부 깊숙한 곳은 별도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기 때문에 우리는 간단히 둘러보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기로 했다. 신사를 나온 시간이 9시 즈음인데 이미 무더워지기 시작했다. 전날보다 더 더워진 여행 3일차!

    니조성, 그리고 모기

      • 주소: 541 nijo-jo-cho, Horikawa-nishi-iru, Nijo-jo-dori, Nakagyo-ku, Kyoto
      • 버스: 9번(가미가모미소노바시 승차, 호리카와마루타마치 하차 후 도보 7분) / 46번(가미가모진자마에 승차, 니조에키마에 하차 후 도보 15분) 버스
      • 관람시간: 8:45 ~ 17:00
      • 입장료: 600엔

      가미가모 신사에서 9번 버스를 타고 호리카와마루타마치(川丸太町) 정류장에 내렸다. 9번 버스 경로가 수직 코스라 돌아가는 46번 버스보다 소요시간이 짧다. 그래도 대기 시간이 어느 정도 있었기에 9시 40분이 되어서야 니조성에 도착했다.

      20070925 @ 그늘이 절실했던 땡볕의 니조성

      작년에 방문했을 때도 감탄했지만 금빛으로 번쩍번쩍한 니노마루어전 내부는 다시 봐도 멋졌다. 날씨가 시원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이날은 더워도 너무 더웠다. 니조성 정원은 그늘이 없어 무더위 + 땡볕이 너무 강력한 적이었다. 이 무더위에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참 안타까워 보였다. 자유여행자처럼 기분 내키는 대로 대충 보고 말거나 앉아서 쉴 수도 없고…

      관람을 마치고 출발하기 전 비어 있던 벤치에 앉아 잠시 쉬기로 했는데… 한 10분 앉아 있었을까? 우리 모녀 둘 다 9부 바지와 양말 사이의 빈틈을 노린 모기의 강력한 공격에 더 쉬지 못하고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위 사진처럼 초록 초록했던 니조성의 모기는 무시무시한 풀 모기였는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미친 듯 가렵다. 띵띵 부었는데 계속 가려워 긁다 보니 붓기가 잘 내려가지도 않는다.

      벌써 2주가 넘었는데 설마 한 달 넘게 계속 간지러운 것은 아니겠지? 초등학생 때 풀 모기에 물려 한 달 넘게 간지러움으로 고생한 후 검게 착색된 흉터가 1년이 넘도록 없어지지 않은 기억이 떠오른다…

      교토 아라시야마와 달맞이 행사

      니조성 근처 호리카와마루타마치 버스 정류장에서 93번 버스를 타고 교토 외각의 아라시야마로 향했다. 버스로 약 35분 정도 소요되나 버스 대기 시간 등을 포함하면 대략 45~50분 정도 걸린 듯하다. 교토 시내가 아니기 때문에 하차 시 교토 버스 1일권 카드 외 추가요금을 지불했다. 교토역에서 출발하는 경우는 28번 버스를 탑승하면 되며, 버스 대기 시간까지 생각한다면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20070925 @ 교토 아라시야마의 도게츠교

      우리 모녀가 탄 버스는 사람이 한가득 꽉 찬 상태로 아라시야마에 도착했다. 다행이 우리는 앉아서 갔지만, 서서 가는 경우라면 너무 힘들었을 듯~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니 바로 코앞에 도게츠교(渡月橋)가 보였다. 어느덧 12시가 거의 다 되어가는 시간이라 가츠라 강변에 위치한 식당가에서 먼저 점심을 먹은 후 텐류지로 향했다.

      교토오산 텐류지(天龍寺)

      텐류지는 아시카가 타카우지 쇼군이 고다이고 천황의 명복을 빌기 위해 1339년에 창건했다고 한다. 교토의 5대 선종 사찰(교토오산, 京都五山) 중 하나라고 한다. 텐류지의 건물은 목재 건물의 특성상 수차례 대화재로 피해를 입어 계속 재건이 이루어졌으며, 현존하는 건물 대다수가 메이지 시대에 재건된 것이라고~ 창건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은 사찰 내 정원이라고 한다. 텐류지는 본당과 서원 사이에 위치한 소겐치(曹源池) 정원만 관람하거나 정원과 본당을 묶어 관람할 수 있다. 정원 입장권은 성인 기준 500엔, 정원과 본당은 600엔이다.

      20070925 @ 텐류지 정원+본당 입장권

      정원만 관람하는 사람들은 정원 출입구를 통해 들어가고, 정원과 본당을 묶어 관람하는 사람들은 본당 출입구로 들어간다. 정원만 관람하는 경우 본당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야외 산책로를 따라 외부에서 정원을 둘러보며 보게 되고, 정원+본당을 관람하는 경우 대부분 본당을 살펴본 후 정원을 마주하고 있는 방면의 마루에 앉아서 풍경을 감상하게 된다. 날씨가 더운 날은 햇볕이 가려진 그늘에서 편안히 풍경을 바라보는 것 강추!

      20070925 @ 다보전으로 향하는 회랑에서 바라본 소겐치 정원

      본당(대방장, 大方丈)과 정원을 다 구경한 후 서원(書院)을 통과해 회랑을 따라 다보전(多宝殿)으로 이동했다. 텐류지 회랑도 전날 다녀왔던 에이칸도, 고다이지의 회랑처럼 높낮이가 다른 곳을 이어주는 회랑이었다. 한국의 회랑은 거의 대부분 높낮이가 같은 건물을 이어주는 통로인데, 일본의 회랑은 주로 저지대와 고지대의 건물을 연결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과는 다른 점이 눈에 들어와서 신기했다.

      20070925 @ 높낮이가 다른 건물을 이어주는 일본의 회랑 구조

      일본 여행을 하다 보면 유난히 계단이 많다고 느낀다. 특히나 사찰을 방문할 때마다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에 헉 소리가 절로 나곤 한다. 보통의 한국 사찰은 도착하기 전에는 계단이나 오르막이 많을 수 있지만, 일단 사찰에 도착을 하면 사찰 안에는 계단을 끝없이 오를 일이 거의 없다. 계단이 있어 봐야 몇 단 안 되기 때문이다. 부지 내는 대체적으로 평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사찰은 부지 내에서도 까마득한 계단이 존재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더라. 이러한 이유로 사찰 내 회랑도 한국처럼 단층 복도 형식이 아닌 오르내림이 있는 계단을 포함하나 보다.

      아라시야마 치쿠린(竹林), 그리고 동네 산책

      20070925 @ 교토 아라시야마 치쿠린

      신기한 회랑 탐험을 마치고 다보전 뒷편의 북문 쪽으로 나오니 교토 아라시야마의 치쿠린, 대나무 숲길로 이어졌다. 담양 죽녹원이 떠오르는 풍경이었다. 대숲 자체만으로 보자면 담양 대숲과 큰 차이 없이 느껴졌지만, 전체적인 규모가 훨씬 큰 느낌이다. 끝에서 끝까지 걷자면 충분한 시간 여유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우리 모녀는 올해 4월 담양 여행을 다녀왔기에 대나무 숲이 엄청난 감흥을 주지는 않았다. 아마 올봄에 담양을 안 갔더라면 우와~ 우와~ 하면서 다녔겠지만…

      20070925 @ 아라시야마 동네 산책

      우리는 적당히 대숲을 걷다 중간에 샛길로 빠져 마을 구경을 했다. 너무나 일본스러운 조용하고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동네여서 눈은 엄청 호강하고 다리는 엄청 고생한 산책이었다. 딱히 동선을 정해놓지 않고 발길이 닿는 대로 움직였기 때문에 정확히 우리가 어디를 보고 돌아왔는지도 확실치 않다. 다만 무척이나 동네가 예뻤다는 점만 기억에 남아있을 뿐~~

      한참을 그렇게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며 동네를 구경하고 다시 텐류지 부근으로 돌아왔을 때는 4시가 가까워진 시간이었다. 잠시 쉬었다 버스를 타고 교토 시내로 돌아가려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어딘가로 향하는 인파를 보게 되었다. 관광객 느낌은 아닌 지역 주민 느낌이 가득한 사람들의 행렬이었다. 왠지 모를 촉이 왔다…

      뭔가 행사가 있구나!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행렬에 합류하여 다 함께 버스를 기다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약간 미친 것이 분명하다. 어디 가는지도 모르고 따라가다니!!! 궁금해서 물어보려고 했어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니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버스를 기다리다 28번 버스가 오니 모두가 그 버스를 타길래 우리 모녀도 함께 탔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다이카쿠지에 도착했다.

      두둥~

      다이카쿠지(大覚寺) 달맞이 행사

      슬슬 어둑해지는 시간대에 다이카쿠지에 도착하자마자 뭔지 모를 행사를 준비 중인 모습이 눈에 보였다. 이제 행사를 보러 가면 되는 것인가 싶었는데, 모두들 한 몸이라도 되는 듯 행사장이 아닌 매표소로 직진하는 것이었다. 우리도 덩달아 매표소로 가서 입장권을 끊고 입장했다. 알고 보니 16:30까지 입장해야 17:00까지 관람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들 서두른 것이었다.

      다이카쿠지는 원래 사가 천황이 건립한 왕가의 사저였는데 나중에 사찰로 바뀐 곳이라고 한다. 메이지 시대 초까지 황실의 일원들이 주지를 맡아왔기에 황실 사저에 준하는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또한 다이카쿠지는 꽃꽂이의 발상지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건물 내부 맹장지 문에 그려진 벽화에 꽃이 가득했다. 무척 예뻤던 게 기억에 남아있는 데 어째 사진 한 장 안 찍었다. 이미 보유한 신체 에너지를 거의 다 쓴 상태라 카메라 셔터 누르는 것도 귀찮았나 보다. 대신 집까지 잘 챙겨 온 다이카쿠지 입장권으로 맹장지 벽화를 떠올려 본다.

      20070925 @ 다이카쿠지 입장권으로 보는 신덴 내부 맹장지 벽화

      관람을 마친 사람들이 모두 전통 악기 연주가 한창인 센덴 앞마당에 준비된 벤치에 앉아 행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사람들이 달이 뜨는 쪽 하늘을 가리키며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며, 정체불명의 이 행사가 달맞이 행사라는 걸 눈치채게 되었다. 마침 이날이 음력으로 추석날이니 보름달이 뜨는 날이라 달맞이 행사를 하는 것! 신덴에서의 전통 악기 연주가 메인인 것이 아니라 달맞이 행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대기하는 관람객들을 위한 연주인 것이다~

      20070925 @ 아라시야마 다이카쿠지 신덴 전통악기 연주 무대

      나는 이미 작년 추석날 나라(奈良) 사루사와못 달맞이(츠키미, 月見) 행사를 한 번 본 적이 있다. 그러고 보니 다이카쿠지 앞에도 큰 연못인 오사와못(大沢池)이 있다!!! 어두워지면 연못에 배 띄워놓고 뭔가 하겠구나.

      이미 한 번 일본의 중추절 달맞이 행사를 본 사람으로서 그 행사가 말 안 통하는 외국인 입장에서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어차피 온 김에 그냥 보기로 했다. 행사 시작하기 전에 먹을 것을 팔 것이 분명했으니 저녁이나 챙겨 먹고 돌아가자 싶었기 때문이다. 마마님은 조용한 사찰 분위기에 여기 계속 있다가 저녁을 굶게 되는 것 아닐까 걱정했지만, 역시 내 예상대로 조금 더 어둑해지니 한쪽에서 먹을거리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간단하게 야끼 우동 2인분을 시켜 먹고 두둑해진 배로 어두워진 연못에 배를 띄워 진행하는 달맞이 행사를 끝까지 지켜보았다. 일본어를 모르니 가끔씩 나오는 안내 문구를 알아들을 수 없어 전혀 흥미롭지 않았지만…

      20070925 @ 다이카쿠지 오사와못의 츠키미 행사

      이 글을 쓰면서 찾아본 정보에 의하면 일본 3대 달맞이 감상지가 1) 교토부 교토시 다이카쿠지 오사와못 2) 나라현 나라시 사루사와못 3) 시가현 오츠시 이시야마지 라는데, 난 이 중 2군에서 진행하는 달맞이 행사를 본 것이다. 정녕 놀랍지 아니한가? 한국에서도 안 가는 달맞이 행사를 외국에서, 그것도 말 한마디 안 통하는 곳에서 보다니….

      이게 다 추석 연휴에만 해외여행이 가능해서 그런 것!

      2만보 가까이 걸은 여행 3일차

      생각보다 교토 아라시야먀는 볼 거리가 가득한 곳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무리하지 말고 이날 일정은 아라시야마 한곳만 잡는 게 좋았을 뻔했다. 계속 잠도 못 잤는데 3일차 강행군, 그리고 다음날 우지 일정마저 강행군이어서 체력 고갈로 나머지 여행을 거의 포기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여행 초보라 막상 다녀오고 나면 이것저것 아쉬운 점이 너무 많다. 이번 여행에서의 고생은 다음 번 여행의 안락함을 위한 밑거름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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