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도보 여행을 계획한 둘째 날이 밝았다. 교토 도심의 동부 지역은 대표 관광지가 몰려 있는 걷기 지옥 코스다. 세계문화유산인 산주산겐도에서 시작해 기요미즈데라를 거쳐 난젠지에서 에이칸도로 이어지는 경로는 시작점과 종료점에서의 이동을 빼면 1~2회 버스 승차 만으로 모두 걸어서 이동이 가능한 코스다. 물론 강철 체력의 소유자라면 네네노미치에서 철학의 길로 계속 걸어 올라가 은각사까지 하루 코스로 묶을 수도 있지만, 난 패스! 작년 교토 여행에서 이 경로로 걸었다가 다리가 끊어지는 줄 알았다는…
꼭두새벽부터 일정을 시작하고 싶지 않아 교토에서 숙박했는데, 주변 상황이 전혀 협조를 해주지 않았다. 새벽 3~4시부터 게스트하우스가 위치한 골목의 사람들이 활동을 시작했고, 밖이 너무 시끄러워 게스트하우스 투숙객들도 덩달아 강제 기상을 당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른 아침부터 일정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이 글의 목차
교토 도보 여행 – 동부 지역 코스 정리

- 산주산겐도(三十三間堂)
- 기요미즈데라(清水寺)
- 산넨자카(三年坂)
- 니넨자카(二年坂)
- 고다이지(高台寺)
- 치쿠린(竹林)
- 네네노미치(ねねの道)
- 난젠지 삼문(南禅寺 三門)
- 난젠지 수로각(南禅寺 水路閣)
- 에이칸도 젠린지(永觀堂 禪林寺)
교토 동부 코스에 버스 1일권 필요할까?
이 날의 동선 상 버스 탑승이 가능한 구간은 다음과 같았다. 이 중 3회차는 사실 버스 타기가 무척 애매하다. 우선 가장 가까운 야사카 진자까지 걸어야 버스정류장이 나오고, 또 난젠지를 한참 남겨둔 거리에서 하차하여 또 상당한 거리를 걸어야 난젠지에 도착한다. 결국 버스를 탄다 해도 총 이동거리의 절반 정도는 결국 걸어야 되는 버스에 매우 비(非) 친화적인 동선이다.
- 1회: 숙소 >>> 산주산겐도
- 2회: 산주산겐도 >>> 기요미즈데라
- 3회: 네네노미치 >>> 난젠지
- 4회: 에이칸도 >>> 숙소
결론적으론 우리 모녀는 우선 버스를 타러 가긴 했지만, 타려던 버스에 사람이 너무 많은 걸 보고 타지 못했고 다음 버스까지 기다리기엔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서 그냥 걸었다. 결국 버스는 총 3회 탔고, 많이 탔어도 4회가 전부였다. 1회 탑승이 200엔이고 버스 1일권이 1,000엔이므로 버스 탑승 횟수가 5번을 초과해야 이득이므로 이용하지 않았다. 작년 나 홀로 교토 여행에서 거의 비슷한 동선으로 기요미즈데라에서 은각사까지 갔을 때도 버스는 몇 번 못 타고 것 아깝게 버스 패스 비용만 날렸었다.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교토 도보 여행이 답인 것이다.
교토 동부 지역 명소 방문 정보
산주산겐도(三十三間堂) ★★★★★
- 주소: 657 Sanjusangendomawari, Higashiyama-Ku, Kyoto 605-0941 Kyoto
- 관람시간: 8:30 ~ 17:00
- 입장료: 600엔
작년에 보지 못했던 세계문화유산을 꼭 보고 싶어 둘째 날의 첫 목적지로 방문했다. 숙소에서 버스로 이동했는데, 하차하는 정류장 이름이 무척이나 길었다. 하지만 [?%@?!#$~^산쥬산겐도마에] 라고 끝에 목적지명이 나오기 때문에 수고스럽게 버스정류장 전체 이름을 다 안 외워도 된다! 숙소의 소음공해 이슈로 일찍 하루를 시작했기 때문에 8시를 조금 넘겨 도착해 근처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한 후 관람시간 시작인 8:30에 칼같이 입장했다!
입장료가 600엔으로 상당히 비싼 편인데, 세계문화유산이니까 그러려니 한다. 대체로 입장료가 비쌀수록 볼 것이 많기도 하니까! 33간당이라는 이름처럼 기둥 사이의 칸이 총 33칸이다. 좌우로 무척 긴 건물이며, 이 안에 1001개의 천수관음상이 가득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종묘의 정전이 국내에서 좌우로 가장 긴 건물인데, 정면이 25칸으로 폭이 101m다. 그런데 산주산겐도는 33칸이니 종묘보다 조금 더 긴 118m로 세계에서 가장 긴 목조 건물 타이틀을 쥐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문화유산인 것이 당연할 수 있겠다.
쌩눈으로 보는 산주산겐도는 꽤 감명 깊은데 사진 속의 산주산겐도는 큰 감흥이 없음이 너무 아쉽다. 건물이 좌우로 너무 길어 똑딱이 카메라로는 전체 건물이 다 나오게 찍을 수 없다. 그리고 건물 내부의 관음상이 가득한 모습이 이곳의 하이라이트인데 당연하게도(?) 사진 촬영이 금지라는 점! 이곳은 사진으로 추억을 할 수 없는 곳이라 꼭 직접 방문이 필요하다. 공식 홈페이지의 대문 이미지를 보며 기억을 되살려본다.
기요미즈데라(清水寺) ★☆☆☆☆
- 주소: 1 Chome-294 Kiyomizu, Higashiyama-ku, Kyoto
- 관람시간: 6:00 ~ 18:00
- 입장료: 300엔
내 첫 방문 경험이 워낙 별로라 다시 올 맘은 없었지만, 마마님은 처음이기도 하고 산넨, 니넨자카를 돌아보려면 자연스럽게 기요미즈데라 코앞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일본 대표 관광지인 만큼 역시나 엄청난 인파로 인해 우리 모녀에게 점수를 엄청 깎이고 말았다. 가까이 다가가기엔 너무나 벅찬 인파~ 멀리서 볼 때만 좋다.
산넨/니넨자카 ★★★★★
- 주소: Higashiyama-ku, Kyoto
아기자기하고 예쁜 상점가 골목이라 볼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은 곳이다. 느긋하게 구경하다 간식도 먹고 기념품도 샀다. 아직 아침 시간이라 식사하기는 좀 무리여서 무더위도 식힐 겸 팥빙수를 시켰는데, 그 양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사람 얼굴보다 큰 빙수 그릇이라니… 1인 1메뉴라 2개 시켜놓고 반도 못 먹고 나왔다.
고다이지(高台寺)와 치쿠린 ★★★★★
- 주소: 526 Kodaiji Shimo-Kawaramachi, Higashiyama-ku, Kyoto
- 관람시간: 9:00 ~ 17:30
- 입장료: 500엔
산넨자카와 니넨자카를 지나 네네노미치에 이르면 고다이지 안내판이 보인다. 안내판의 화살표를 따라 샛길을 통해 운치 있는 돌계단을 오르면 고다이지에 도착한다. 고다이지에 대한 사전 지식이 많지 않은 채로 방문해서 그런지 숨겨진 보석 같은 느낌이었다. 한국인이라면 다 아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부인인 네네가 죽은 남편을 기리기 위해 지은 절이란다. 그래서 고다이지 앞 도로 이름이 네네노미치(ねねの道, 네네의 길)였던 것이다. 창건 당시는 현존하는 규모보다 훨씬 컸으나 수차례의 화재로 소실이 된 후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고다이지의 특이점은 절이 절 같지 않고 정원 같다는 점이다. 그래서 돌아볼 때 예쁜 고택의 정원을 거니는 기분이라 좋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물은 바로 위 사진 속의 카이잔도였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카이잔도 좌우로 통로처럼 연결되는 회랑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회랑을 따라 걸으면 다시 한번 돌계단을 오르게 되며, 위쪽에 위치한 초가집 형태의 다실과 더 위쪽의 치쿠린(죽림)으로 이어진다. 계속 계단을 오르내려야 해서 편안하지는 않지만 산책하는 맛은 가득한 그런 장소였다. 그리고 이 글을 쓰기 전까지 몰랐는데 이곳이 단풍 명소란다. 어쩐지 안내 책자에 단풍 시즌 사진이 잔뜩 있더라… 정작 방문 중에는 딱히 단풍나무를 본 기억이 없긴 한데, 단풍나무가 많으니까 단풍으로 유명한 거겠지?
난젠지(南禅寺) 삼문(三門) & 수로각(水路閣) ★★★☆☆
- 주소: 86 Nanzenji Fukuchi-cho, Sakyo-ku, Kyoto
- 관람시간: 8:30 ~ 17:00
- 입장료: 삼문 300엔, 수로각 무료
고다이지에서 난젠지까지는 도보로 대략 35분 정도 소요된다. 그리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애증의 거리다. 처음엔 네네노미치에서 마루야마 공원을 통과해 최단거리로 걸어가려고 했는데, 중간에 길이 막혀 야사카 신사 방면으로 틀게 되면서 그 김에 버스를 타기로 했다. 그런데 잠시 후에 우리가 탈 버스가 도착했을 때 거의 출퇴근 시간 지하철 2호선을 방불케 하는 승객의 밀도에 버스 승차 포기! 그냥 걸어서 도착했다. 중간에 길을 틀기도 했고 버스 기다리느라 시간을 보내기도 한지라 난젠지에 도착하니 약 1시간이 지난 상태였다. 삼문에 올라 피곤한 다리에 약간의 휴식을 가진 후 수로각을 배경으로 사진 두어 장 찍고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빠르게 퇴장했다.
에이칸도 젠린지(永觀堂 禪林寺) ★★★☆☆
- 주소: 48 Eikandocho, Sakyo-ku, Kyoto
- 관람시간: 9:00 ~ 16:00
- 입장료: 500엔
점심을 느긋하게 먹고 나니 피곤이 몰려왔다. 잠시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니 그저 눕고 싶다! 이런… 점심 먹고 쉬고 나니 3시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었다. 4시면 관람시간이 종료되므로 바로 코앞인 에이칸도에 입장!
에이칸도는 헤이안 시대 사찰로 그 역사가 오래된 절이었다. 이곳도 고다이지처럼 전형적인 절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는 원래 귀족의 개인 저택이었는데 승려에게 선물로 준 뒤로 종교적인 요소가 가미되었기 때문이란다. 에이칸도는 건물과 건물이 회랑으로 이어져 있어 처음에 입장할 때 신발을 벗어 비닐봉지에 넣고 들고 다니며 관람을 해야 한다. 오후가 되니 30도가 넘어가는 날씨라 너무 더웠는데, 신발을 벗고 걸어 다니니 마룻바닥이 차가워 무척 시원했다. 겨울이나 봄에는 오히려 발이 시려울 듯하다.
부지가 넓어 거의 1시간을 관람하며 걸어 다녔는데 정작 에이칸도에서 찍은 사진이 몇 없다. 역시 더위와 피로에 지쳐가면서 점점 사진의 양도 주는구나~
Day 2 교토 도보 여행을 마치며
무더위에서 겨우 벗어났다 싶었는데 교토로 오니 다니 무더위 시작인 느낌이었다. 여행 내내 30도를 넘는 기온에 체력이 금세 떨어졌다. 오전은 괜찮은데 오후로 넘어가면서 기온이 오르니 피로가 가중되었다. Day 2의 마지막 일정이었던 에이칸도에서 숙소로 돌아와 뻗고 말았다.
올해 추석 연휴가 빠르니 여름 같은 날씨에 여행을 하게 되었다. 많이 아쉽다. Day 3에는 아라시야마 일정이 잡혀 있어 역시나 빠듯한 일정이라 저녁에 일찍 취침하기로 했으나…. 이날도 새벽 3시가 되니 어김없이 드르륵 챡~ 드르륵 챡~ 하는 셔터 여닫는 소리에 또 깨고 말았다!!!!!!!!!!!!!!!!
오마이갓!!! 미쳐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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