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국에서 맞이하는 첫 근로자의 날이다. 한국에서 근로자의 신분이 된 지 2개월 차, 첫 공휴일이 낀 주말이라 평소라면 월요일 출근을 위해 휴식하며 보냈을 일요일(어제)에 남산 공원과 그 주변을 구경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귀국한 후 친척 어른들께 인사 다니고, 틈틈이 알바도 하고, 집 구하러 다니고, 이력서 내고 면접 다니느라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니 슬슬 여행 발동이 걸리는 걸 느끼며, 우선 첫 공휴일은 부담스럽지 않게 남산 공원에 다녀오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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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가득했던 남산 공원
이게 얼마 만의 남산 공원인가? 어린이 시절에 가 본 후 이번이 처음이니 대략 20년 가까이 된 듯하다. 사촌 동생의 안내로 남산순환버스를 타고 남산타워가 있는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걸어서 내려오기로 했다. 순환버스의 존재부터 세월의 흐름이 느껴진다! 예전엔 그딴 거 없었거든 ㅎㅎㅎ
버스에서 내려 올라가는 데 여기저기 꽃들이 예쁘게 피었다. 4월 말, 5월 초이니 계절이 좋을 때다. 남산이 산(山)인지라 꽃나무들이 참 많았는데, 무심코 구경하다 보니 내가 이 꽃나무들의 이름을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원래 자연에 큰 관심도 없고 아는 것도 없는 자연무식자(自然無識者)… 곧 서른인데… 도심 주변에 흔히 보이는 꽃나무들의 이름을 아는 게 전혀 없다니!
내 무식함에 새삼 놀랐다. 내가 웬만하면 모르는 게 많이 없는데… 꽃 이름은 아는 게 없다는 사실에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우선 핑계를 만들어 보자면… 내가 살던 북미 지역의 꽃나무는 그래도 좀 안다. 한국의 꽃나무 이름은 사실 더 많이 알지만, 이름만 알고 어찌 생겼는지는 모른다는 점이다.
♫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
♫ 동구 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 ♬
보라~ 동요만 제대로 알아도 등장하는 꽃 이름이 수 십 가지다. 당연히 이름은, 아니 이름만 많이 알 수밖에. 이름과 실물이 matching이 안 되는 큰 문제가… 이래서 공부는 주입식 교실 공부보다 체험을 통한 공부가 필요한… (크음)
이름은 모르지만 연분홍색, 진분홍색, 흰색, 연보라색, 노란색 등 정말 다채로운 색의 봄꽃들이 가득해 이름 모를 꽃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유일하게 아쉬웠던 점이라면 시야가 너무 안 좋았다는 것이다.
황사 주의보로 좋지 않았던 시야
날씨는 분명 좋은데 어째서 시야가 나쁘지? 이상한 현상이라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그냥 대기가 뿌옇다고 해야 하나? 안개 낀 것도 아닌데 안개 낀 것 마냥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남산에 사실 전망 보러 올라온 건데 보이는 전망이 없다. 사촌 동생 왈, 황사라서 그렇다는데 황사가 뭐지??? 예전에 한국에 살 때는 들어보지 못한 현상이다. 내가 없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황사라는 게 새로 생겼나? 말을 듣고 보니 안개처럼 보이는 것이 약간 노란색을 띠는 것 같기도 한 것 같고… 아직 정체를 잘 모르지만 시야가 아주 안 좋아지는 현상이란 건 확실하다.
남산 공원 전망대에서 멋진 전망을 볼 수 있겠구나 잔뜩 기대했는데 황사라서 보이는 게 없었다. 물론 커플끼리 사랑의 자물쇠인가 뭔가 하는 걸 전망대 벽에 잔뜩 채워 놓은 것도 보고 축구공같이 생긴 이상한 잔디 조형물도 봤지만, (설치 예술 안 좋아하는 인간이라) 큰 감흥은 없었다. 전망이 참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좋은 온도에 초록 초록한 남산 공원은 충분히 예뻐 보였다. 계절이 1등 공신인 셈~
국립극장에서 장충단공원 방면으로 귀가
전망이 뿌옇기도 하고 주말이라 사람들도 많아 남산 공원에 길게 체류하지 않고 국립극장 방면 남산 산책로를 따라 걸어 내려왔다. 내리막이라 힘들지도 않고 천천히 걷기 딱 좋았다. 남산타워는 용산구였는데 국립극장은 중구에 있구나! 도로 위의 표식을 보고 새로운 지식을 하나 더 습득한다.
남산 공원에서 산책로를 따라 국립극장 쪽으로 내려와 동대입구역에서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지하철역까지 공원을 따라 걷는 길이라 예뻤는데, 유독 3.1 독립운동과 관련된 기념탑이나 동상이 많이 보였다. 제일 먼저 국립극장 한쪽 모퉁이에 위치한 원형의 독립만세 조각상이 눈에 띄었다. 나 이런 거 보면 그냥 못 지나치거든…
인물 동상 포즈 따라 하는 취미가 있는 나는 오늘도 빠짐없이 포즈를 따라 해 주셨다. 만세도 불러 보고 춤사위(?) 비슷한 것도 따라 해 본다. ㅋㅋㅋ 이렇게 곧 서른을 바라보는 인간의 철없음을 한껏 발산해 보았다. 주변에 인간도 없고, 나를 멈춰 세우는 요소가 아무것도 없다!
열심히 사진을 찍고 다시 걷기 시작하니 3.1 독립운동 기념탑이 보였다. 그러나 재미 요소인 인물상이 없으므로 빠르게 패스! 지하철역 방면으로 계속 쭉~ 쭉~ 걸어가니 이번엔 유관순 언니의 동상 발견!
어머! 여기서 꼭 찍어야 돼!
그렇다 여기선 찍어줘야 할 인물 동상이 다수 존재했다. 한참을 따라하기 포즈로 열심히 찍었으나, 지나가는 사람들의 주목을 너무 받아서 아쉽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마무리했다. 음, 사진을 요란하게 찍나 보다…하고 그냥 지나가면 될 것 같은데 그러질 않는다. 내가 풍기문란한 행동을 한 것도 아니고, 공중도덕을 안 지킨 것도 아닌데… 지난 몇 달간의 느낌으로 짐작해 보자면, 한국에서는 남의 일에 관심이 참 많다. 분명 생판 처음 보는 남이지만 나에 대한 관심이 아주 지대하다. 최대한 화난 표정 유지해야 하는데 잠시 방심하면 초면이지만 거리낌 없이 질문 세례… 날 언제 봤다고 나에 대해 궁금한 게 그렇게 많은 걸까?
타인의 시선을 사로잡는 나~
인기가 너무 많아도 참 곤란… (크음)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도래했다. 더위를 많이 타는 내게 좀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한여름이 되기 전에 주말을 활용해 이곳저곳 돌아다녀야겠다는 결심을 해 본다. 근로자의 날 공휴일은 놀토가 아니어서 월요일이 공휴일이어도 long weekend가 아니라 아쉬웠는데, 이번 주 금요일 석가탄신일이자 어린이날 공휴일은 놀토라 황금 같은 3일 long weekend다!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기회! 서울에서 멀지 않은 충남 부여 여행을 기대하며 이번 주도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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