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NS 안경

지난 9월 초 삿포로 여행을 다녀오면서 약간 색다른 쇼핑 품목에 도전해 보았었다. 그것은 바로 JINS 안경! 여러분, 그거 아십니까? 일본 여행에 일본 안경 쇼핑은 정말 필수입니다!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걸 왜 이제야 그 사실을 알았을까요! (절규)

일본에서 안경을 맞춰야지 결심한 것은 우연이었다. 지난 5월 말 5년 넘게 사용했던 뿔테 안경이 뚝 부러지고 말았다. 렌즈가 멀쩡했다면 본드나 테이프로 붙여 어찌어찌 좀 더 사용했을 터였다. 마침 중간에 한 번 교체했던 렌즈도 코팅이 거의 다 벗겨진 처참한 상태라 망설임 없이 버리기로 했다. 또 60~70만 원이 홀라당 날아가는구나 싶어 임시방편으로 외출 시에만 사용하는 안경으로 연말까지 버텨보고자 했다. 외출용 안경은 Caesar Flip 선글라스 부착용으로 만들어서 크기가 좀 컸다. 비루한 시력 덕택에 렌즈 무게가 짱짱하게 나가다 보니 하루 종일 착용하기에는 너무 무거웠다. 나름 니콘 1.67 양면 비구면 렌즈라는 고사양 렌즈를 사용했지만, 시력 자체가 나쁘니 선글라스 용 사이즈의 안경으로 무겁지 않길 바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이었다. 하루 종일 코와 귀가 마구 짓눌리는 것 같은 통증에 시달리는 건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다 문득 지금 쓰고 있는 안경과 렌즈가 모두 일제인데, 9월 초에 일본 여행 갈 때 현지에서 안경을 맞추면 한국보다 더 싸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는 국산 아니겠어?

일본 안경 전문점, JINS 안경

그렇게 열심히 인터넷을 뒤지다 발견한 것이 바로 JINS 안경이었다. 일본에서는 안경 업계의 유니클로로 매우 유명하단다. 값싸고 품질 좋은 안경으로 엄청난 매출을 이뤄냈다 한다. 일본 전역에 체인점이 있다고 하니 9월 초로 여행 일정이 잡혀있던 삿포로에서 안경을 맞추기로 했다.

삿포로 시내에 위치한 JINS 안경 매장은 두 곳으로 모두 관광객으로서 접근이 쉬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 한 곳은 삿포로역 파세오 센터 지하 1층에 있고 다른 한 곳은 스스키노 지역 니시욘초메 삿포로 트램 역 근처 파르코 6층에 있다. 혹시라도 당일 안경 맞춤이 안 될 경우를 대비해 삿포로에 도착한 첫날 일정으로 계획했기 때문에 스스키노에 있는 숙소에서 바로 이동이 가능한 JINS 삿포로 파르코 점을 이용했다.

안경테 구매 시 렌즈는 무료

JINS 안경의 가장 큰 특징은 안경테를 구매하면 렌즈가 무료라는 점이었다. 한국에서 렌즈만 40만 원 넘게 주고 안경을 맞춰야 하는데 안경테만 사면 렌즈가 무료라니, 이건 거저나 다름없었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고도근시 및 초고도근시 소유자라면 JINS에서 무조건적으로 안경을 맞춰야 할 이유가 되고도 남는다.

영어로 시력검사 가능

안경을 맞추려면 안경 처방전이 필수이다. 한국에서 미리 안과에서 안경 처방전을 받아 가도 되고, 일어나 영어가 가능하다면 JINS 안경점에서 시력 측정을 할 수 있다. 올여름에 안과 종합검진의 일부로 시력 측정을 받았던 상황이라 안경 처방전을 준비하긴 했으나 JINS 안경점에서 다시 시력 측정을 받았다. 매장 직원의 영어가 유창하진 않았어도 시력검사 및 안경 맞춤에 필요한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20180903 @ JINS 안경 시력검사지

안과에서 받은 처방전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난시 축 측정 결과를 신뢰할 수가 없어서였다. 난시가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알겠지만 난시 축이란 것이 있는데, 안과 시력 측정 시 난시 축을 세밀하게 검사하는 안과나 안경점이 그리 많지 않다. 안과에서 받은 처방전에 난시 축이 좌/우 모두 180도로 적혀 있었는데, 내 난시 축은 180도가 아니다. 안과에 안경 처방전을 달라 하니 그냥 일률적으로 180도라고 기입해 주는 것이 아닌가! 난시 보유자의 대다수가 직난시(180도)라고는 하지만 다 직난시인 것은 아닌데 말이다. 참고로 JINS 안경점에서 검사한 내 난시 축은 제대로 측정되었다.

당일 안경 맞춤 가능

내 시력이 그리 보편적인 시력이 절대 아니기 때문에 늘 렌즈를 주문해야 하므로 한국에서도 당일 안경 맞춤이 가능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짧으면 2~3일, 길게는 1주일은 걸리기 때문에 안경점에 여러 차례 방문을 하거나 택배 수령을 요청해야 하는데, JINS 안경점은 당일 안경 맞춤이 가능하다. 안경테를 고르고 시력검사를 마치면 번호표를 주는데 30분 후에 찾으러 오라고 한다. 주변을 좀 어슬렁거리다 30분 후에 매장에 가면 안경 피팅 절차를 거쳐 마무리된다.

하지만 고도근시, 초고도근시의 경우, 기본 렌즈에 추가 옵션을 넣고자 한다면 당일 안경 맞춤이 불가능하다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므로, JINS 안경의 대표 격인 SCREEN (블루스크린 차단) 렌즈를 맞추고 싶었다. 그러나 내 시력으로는 블루스크린 차단 렌즈를 맞추려면 1주일이 소요된다는 것이 매장 직원의 설명이었다. 3~4일에 안 되겠냐고 물어봤지만, 1주일이 필요하다기에 블루스크린 기능을 넣지 못했다. 울 마마님 안경도 함께 해볼까 싶어 다초점 렌즈 소요시간을 문의하니 역시 1주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단다. 일본에 1주일 이상 머무르는 일정이 아니라면 현지 구매는 어려울 듯하다. 안경 맞춤 후 매장 내 피팅 절차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으므로, 인터넷 구매는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할 문제일 듯싶다.

JINS 안경, 큰 매장 위주의 방문 추천

20180903 @ 어린이 용이라 색상이 참 colorful 하지만, 사실 내 취향 또한 colorful 하다.

도쿄나 오사카 지점처럼 큰 매장이 아니면 안경 모델이 그리 다양하지 않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그리고 역시 얼굴 크기가 표준이지 않으면 고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선택할 모델이 많지 않으니 사이즈의 다양성 또한 조금은 부족하달까? 한국에서도 평범하지 않은 시력과 얼굴 사이즈로 인해 원하는 디자인의 안경테를 골라본 적이 없었다. 안경사가 몇 가지 골라놓고 이거 외에는 맞는 게 없으니 이것 중에서 고르라 했는데, 일본 안경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싸게 안경을 할 수 있단 기대에 잔뜩 부풀어 찾아갔으나 모든 안경이 다 컸다. 맞는 게 있어야 싸게 사건 말건 할 거 아니겠어? 사실 안경점의 잘못이 아닌 내 얼굴 크기의 잘못이지만 씁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매장 직원의 도움으로 어린이용 안경테를 구매할 수 있었다. 당연히 어린이용 안경이므로 가격도 매장 내에서 저렴한 축에 속했고 단돈 5,000엔으로 안경을 구매할 수 있었다. 함께 방문했던 마마님께서 너무 싸니 보조용으로 하나 더 하라고 해서 어린이 안경테를 하나 더 골랐는데, 같은 어린이용인데도 조금 더 커서 헐렁했다. 피팅 시 조절해 줄 테니 걱정 말라는 매장 직원의 말을 믿고 총 10,000엔으로 안경 2개를 득템할 수 있었다. 5,000엔 이상은 면세가 적용되므로 매장 방문 시 여권 지참은 필수다.

JINS 안경 구매 후 한 달 반이 지난 지금, 가볍고 편해 사용감에는 아무런 불만이 없다. JINS 안경 중 고가 라인이 아닌 안경테는 대부분 made in china였지만, 그렇다고 딱히 불편함은 없었다. 렌즈 또한 1.7 양면 비구면 렌즈인지라 기존에 사용해왔던 렌즈보다 가벼웠다. 앞으로는 안경 교체 주기에 맞춰 여행 일정을 짜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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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날은 너무나 완벽한 일정이었으나 아쉽게도 다음 날부터 슬슬 재난의 징조가 보이더니 결국 이번 삿포로 여행은 온갖 자연 재해의 향연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지나고 보면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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