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 하루는 온전한 완도 여행이다. 전날 해남 여행을 마치고 저녁에 완도로 넘어와 숙박을 하였기에 아침부터 여유롭게 완도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완도 여행의 첫 행선지는 바로 KBS 대하드라마 ‘해신 장보고’의 촬영장인 신라방 촬영장이었다.

해신 신라방 세트장에서 시작한 완도 여행

완도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약 20~30분 걸려 신라방 촬영장에 도착했다. 흐릿한 날씨에 강풍으로 머리카락 휘날리며 걸어가는데, 이상하게도 너무 조용하다. 절대 일찍 나온 것도 아닌데, 어째 주위에 사람 한 명 없는 것이지? 불안불안한 마음을 다잡으며 입구에 도착하자 휴일 팻말이 보였다.

아, 이것을 폭망이라 하던가? 서울에서 완도까지 총 6시간인데 휴일이라니요. 매표소 앞에서 매점 및 관리를 맡아 보시는 듯 보이는 아저씨께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물었다.

“설마 오늘 쉬는 날이에요?”
“네”
“에에엑! 어떡해! 서울에서 6시간이나 왔는데!!!”

내가 너무 심하게 한탄을 했는지, 관리 아저씨가 웃으시더니 그냥 가면 억울하니 옆 길로 가서 살짝 보고 오란다. 옆길? 무슨 옆길? 담장 너머로 보라는 건가? 갸우뚱거리자 자기만 믿고 저 옆 샛길로 그냥 가 보란다. 다 볼 수 있다고…

이상했다. 옆은 분명히 청소년 수련원인데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다 보이지? 이곳에 계신 분인데 보이니까 보인다고 하시겠거니 싶어 청소년 수련원으로 들어섰다. 이리저리 헤매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니 가파른 계단이 보였고, 그 계단 위가 바로 신라방 촬영장이었다. 이래서 자꾸 이쪽으로 계속 가면 안다고 하신 거였구나. 감사합니다.

텅 빈 신라방 촬영장, 나 홀로 산책

그렇게 휴일 문 닫힌 신라방 촬영장 탐험을 시작했다. 텅 비어있는 촬영장을 맘대로 돌아다니려니 마음이 불편했지만, 나 홀로 사진 찍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으흐흐~) 마을 안으로 흐르는 수로에 배도 띄어져 있고 여기저기 운치가 있다. 초롱에 불이 켜지고 추적추적 비가 오는 해 질 무렵에 보면 참 멋질 것 같았다. 드라마 ‘해신’을 본 적이 없으니 드라마 속 장면과의 촬영장 풍경을 연결 지을 수는 없었지만, 나름 보는 맛이 있었다.

완도 해신 신라방 촬영장
20080331 @ 완도 해신 장보고 드라마 촬영장 ‘신라방’

나 홀로 즐길 수 있는 기회였지만, 입장료 내고 정식으로 입장한 것이 아니다. 여유롭게 둘러볼 수는 없었으므로 딱 15분 만에 매우 빠른 속도로 이리저리 둘러보고 나왔다. 다시 청소년 수련원을 통해 내려와 뒤 길을 알려주신 아저씨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다음 목적지인 완도수목원과 청해포구 촬영장의 개장 여부를 확인한 후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급작스레 취소된 완도수목원 일정

분명 완도수목원과 청해포구를 가려고 했는데, 탑승한 버스의 기사님과 동네 주민들이 우리 모녀에게 수목원을 대체 왜 가냐며 거기에 볼 것 없다신다. 아니, 동네 어르신들, 거기 좋다던데요~~ 라고 말을 해봤지만 그냥 자기들을 믿고 완도수목원은 건너 뛰고 청해포구나 가라고 하셨다. 동네 사람들 말이 더 정확할 것 같긴 한데… 결국 완도수목원은 건너 뛰기로 했다. 그래도 나름 우리나라 최대의 난대림 자생지이고 유일한 난대수목원이라 가 볼만 하다고 생각되는데… 팔랑귀라 건너 뛰었다.

거친 자연이 느껴지던 완도 청해포구 촬영장

청해포구 촬영장에 도착했으니 구경 잘 하라는 버스 기사님과 동네 주민들의 인사를 뒤로 하고 버스에서 하차했다. 청해포구 촬영장은 인공적으로 조성된 신라방 촬영장과는 달리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려 제작된 촬영장이라 인위적인 느낌이 거의 없는 거친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20080331 @ 완도 청해포구 촬영장의 풍경

감탄사를 연발하며 바다와 인접한 세트장의 풍경을 감상했다. 한가지 흠이 있다면 미칠 듯 불어대는 바닷가 강풍이랄까? 아우, 눈알이 빠져버릴 것 같다. 마을의 낮은 돌담 사이로 여기저기 봄꽃이 살짝 피어있어 풍경이 더욱 정겨웠다. 드라마 해신을 보지 않아 해신의 장면은 모르겠고, 일부 세트에서 최근 방송했던 사극 대왕 세종의 장면만 떠올랐다.

마을 쪽에서 계단을 통해 바닷가로 내려가면 엄청난 바위들이 펼쳐져 있다. 아기자기한 분위기에서 갑자기 황량한 대자연의 분위기다. 바위색도 아주 독특했는데, 가까이에서 보면 꼭 산화된 청동색 같았다. 세트장 자체보다 바닷가 바위에 붙어있는 굴에 관심이 많으신 마마님께서 한참을 둘러보다 바위에 붙어있는 굴을 여럿 발견하셨고, 뭐하냐 물으러 다가온 내게 하나 먹어보라며 넘겨 주셨지만… 예민 보스인 나는 익히지 않은 생 것 안 먹는다고 단호히 거절했다 ㅋㅋㅋㅋ

완도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 정도리 구계동

청해포구 촬영장을 나와 완도의 명소 중 하나인 구계동으로 이동했다. 공룡알 같은 돌들이 파도에 밀려 아홉 개의 계단을 이룬 지형이라 하여 구계동이란 이름을 붙였다는데, 아홉 개 계단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거람? 아무래도 사람들이 오가며 돌들을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니 계단 형식이 흐트러져버린 것 같다.

20080331 @ 동글동글한 돌멩이가 인상적인 정도리 구계동 해변

보통의 해변가에서는 볼 수 없는 크기의 매우 큰 돌멩이들인데, 어쩜 하나같이 다 동글동글한지 너무 예뻤다. 게다가 바위끼리 부딪칠 때 나는 소리는 청명하기 그지없었다. 조그만 돌멩이를 여기저기 떨어뜨리면서 소리도 듣고, 이미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돌탑 위에 돌멩이 몇 개를 더 얹어보기도 했다.

전복구이로 마무리 한 완도 여행

오후 2시를 넘겨 배가 고팠지만, 휴가철도 아니고 평일이라 근처에 문을 연 음식점이 하나도 없었다. 배가 너무 고픈 관계로 숙소 근처인 완도 시내로 돌아와 음식 특화거리에서 전복 구이를 먹었다. 역시 비쌌다. 처음 3개 까지는 매우 맛있었는데 5개 이상 먹으니 느끼함을 참을 수 없었다. 내 평생 먹을 전복을 한 번에 다 먹은 듯한 느낌이었다. 몇 끼를 연속해서 바다 것만 먹으려니 은근히 힘들다.

다음 날 아침 첫 차로 서울로 돌아왔지만, 한참 동안 수산물은 안 먹을 듯싶다. 당분간 바닷가 쪽 여행은 자제하기로 잠정 결정하며 짧았던 해남과 완도 여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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