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섬 여행의 둘째 날이 밝았다. 날씨가 화창하기 그지없다. 오늘의 일정은 용머리바위로 유명한 통영 연화도! 전날 밤 통영 관광안내서를 보고 고심하다 날씨가 좋으면 연화도로 가기로 정해 두었는데, 어제의 우중충한 날씨와는 너무도 대조적으로 파란 하늘이 눈부신 그런 날씨다. 통영 여객선터미널에서 연화도까지 약 1시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아침 첫 배를 타고 7시 반쯤 통영 연화도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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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사에서 시작하는 통영 연화도 여행
통영 연화도에 도착해 선착장에 정박하니 우리 모녀 외 6~7명 정도만 배에서 내렸다. 통영 여객선터미널에서 꽤 긴 줄을 서서 탑승했는데, 아마도 대부분 욕지도를 가시나 보다. 이번 여행은 사전에 철저히 경로를 계획한 여행이 아니었다. 발길 닿는 데로 돌아다니자 생각했던 차라 막상 어디로 가야 할지 좀 난감했는데, 뒤에 오시던 분들이 모두 다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시길래 무작정 뒤를 따랐다.
한참 걷다 보니 절이 등장했다. 통영 연화도가 불심 가득한 절경의 섬이라더니 바로 연화사가 보인다! 뭔가 조경에 신경을 많이 쓴 것처럼 보이는 사찰인데 안타깝게도 사찰 여기저기 보수공사가 한창이었다. 날씨가 워낙 화창해 단청의 화려한 색상과 어울리니 참 예뻐 보였다. 절 안으로 들어가니 보수공사 때문에 자세히 둘러보기는 조금 힘든 상황이다. 사찰 자체는 예뻤는데 공사 구조물이 여기저기 있다 보니 어떻게 사진을 찍어도 공사 현장이 잡힌다. 어쩐지 앞서 들어간 사람들이 초스피드로 다시 나오더라니…
눈으로만 살짝 둘러보다 등나무 꽃이 활짝 핀 벤치에 앉아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졌다. 서울은 아직은 한참 더 있어야 할 등나무 꽃이 이곳은 벌써 만발했다. 역시 따뜻한 남쪽나라~
통영 연화도 트레킹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화사를 나와 바로 옆으로 난 아스팔트 길로 올라갔다. 딱히 아무런 표지판이 없는 그 길로 사람들이 다 올라간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 사람들을 따라 편안한 길로 완만하게 올라가야 했다. 그렇지만 ‘연화도 탐방로’ 표지판은 그 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연화도니까 연화도 탐방로로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니야?
이런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사고의 흐름으로 우리는 표지판을 따라 다시 선착장 방면으로 내려와 연화봉 들머리로 들어서게 되었다.
연화도 탐방로 가는 길
초입은 극강의 오르막길의 향연이었다. 결국 마마님은 조금 올라가다 연화도 트레킹 보다는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싱싱한 쑥에 한눈이 팔려버렸다.
나는 여기서 쑥을 캐야겠으니, 너는 실컷 보고 내려와. 나중에 선착장에서 보자~
마마님의 COOL한 이별 선언에 나 홀로 길을 떠났다. 극강의 오르막은 마마님과 헤어진 후 아주 짧게 계속되다 바로 능선으로 바뀌었다. 조금만 더 참으면 바로 평지로 바뀌는데… 다시 마마님을 데리러 가야 할까? 고민하다 다시 내려갔다 올라오는 게 끔찍했기 때문에 나 홀로 계속 전진했다.
다시 조금 걷다 보니 염소 무리가 탐방로 길을 막고 있다. 아 놔, 이런. 무서워서 통과를 할 수가 없다. 이를 어쩐다. 옆에 마마님이 없으니 저 검은 짐승을 쫓아 줄 사람이 없다. 10분을 넘게 기다려도 비켜주지 않는다. 오마이갓뜨… 다시 내려가야 하는가 봉가?
다행히 감시 역할을 하시던 염소님이 자리를 비켜 주셔서 조금 더 전진을 할 수 있었지만, 그게 끝이다. 제발 좀 비켜 달라고요. 왜 그 길을 가로질러 있으신 거죠? 나는 간이 콩알만 하다고요. 염소님, 제발 좀 비켜쥬!!!! 이젠 앞뒤로 염소님들에게 막혀서 옴짝달싹 못하고 이노무 마의 염소 구간에서 한 20분을 공포 속에 있다 보니 눈물이 나오기 일보 직전!!! 뒤에서 엄청나게 크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획 돌아보니 대략 50대 정도 되어 보이시는 부부님이 나타나셨다! 혹시 저 아래에서 쑥 뜯던 아주머님 딸이냐고 물으시길래 무한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소리를 내면 검은 진상님들이 자꾸 내 곁으로 와서 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
염소가 무서워서 거기서 그러고 있냐고 ㅠㅠ (눼, 그래요) 막 웃으시면서 염소 무리를 쫓아 주셨다. 얼마나 이러고 있었냐 물으시길래 20분이 다 되어가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거의 웃다가 우실 지경에 이르심…
거, 참. 사람마다 무서워하는 게 좀 다를 수 있지 너무 크게 웃으십니다…
섬에서는 염소를 방목해서 키운다고 또 있을지 모르니 잘 따라오라고 하셔서 한참을 같이 이동하다 중간에 경로가 서로 달라 헤어졌다. 아저씨, 아주머니, 염소 쫓아 주셔서 감사했어요!
연화도 용머리바위와 보덕암
드디어 용머리바위가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도착했다! 내 눈에는 용머리로 보이지 않았지만, 관광안내 지도에 나와있던 풍경이라 한눈에 용머리바위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햇빛이 강렬해 뿌옇지만 저 멀리 점점이 남해의 한려수도가 점점이 보였다. 아름다운 풍경을 마마님이 못 보시는 게 조금 안타깝지만, 아마도 쑥 캐는 것이 더 재미있으실 테니… 전방으로는 용머리바위가 보이고 뒤 돌아서면 보덕암이 보였다. 그림 같은 풍경이다.
탐방로에서 추가적으로 만난 사람들 5~6명과 동선이 같다 보니 계속 같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같이 움직였는데 용머리바위 방면으로 계속 걷다 보면 길이 낭떠러지 마냥 끊어져 있어 더 이상 진전이 어려웠다. 반대편으로 건너가려면 점프를 해야 하는지라 약간의 담력이 필요한 코스다. 반 정도는 무섭다고 그냥 되돌아 가고, 남은 사람들은 약간의 점프를 동반하여 넘어갔다. 나는 비록 염소는 무섭지만 고소공포증은 없기에 같이 건너가기로 결정.
건너가면 뭔가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을 줄 알았으나, 지대가 높아 더 좋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빼고는 딱히 다른 장점은 없어 보였다. 애쓰며 넘어온 것이 아까워 다들 누군가가 쌓아 놓은 돌무더기에 돌 하나씩 추가로 얹어 놓고 돌아왔다.
편안한 아스팔트 길로 되돌아오다
온 길로 다시 돌아갈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시간이 꽤 걸릴 듯하여 선착장에서 계속 기다릴 마마님이 걱정되었다. 용머리해안을 뒤로하고 걷다 보니 아래쪽에 차가 다니는 아스팔트 길이 보였다. 탐방로 사람들이 평평한 길이 편해 보인다며 저 아래로 내려가서 걷자고 하여 함께 아래로 내려갔다. 정말 조금 걸었는데 차도(?)로 걸어서 그런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되돌아왔다.
탐방로는 그렇게 오래 걸렸는데… 이건 뭐지…
이런 직방으로 뚫린 길이 있는데 탐방로로 힘들게 온 건가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떠다닐 즈음 정면으로 연화사 일주문이 보였다.
아, 놔! 이거 연화사 옆으로 있던 그 아스팔트 오르막길 아니야?
다행히도 연화사 옆길은 아니었고 일주문에서 나뉘던 갈림길 중 연화사 쪽 길이 아닌 다른 길이었다. 집에 돌아와 지도를 자세히 살펴보니 연화사 옆 아스팔트 길은 보덕암 가는 길이었고, 내가 내려온 길은 통영 연화도 선착장에서 용머리해안 근처 마을로 연결되는 길이었다.
통영 연화도 탐방의 끝
선착장 근처 마을에서 기다리시던 마마님과 만났다. 배낭에 마침 비닐봉지가 있어 열심히 캔 쑥을 담았다는데 봉지가 한가득 차 있었다. 많이 기다렸냐고 물어보니 쑥을 열정적으로 캐시느라 선착장으로 내려오신지 얼마 안 되셨단다. 통영항 배 시간에 잘 맞춰 돌아와서 바로 배를 타고 통영으로 돌아와 다시 서울행 고속버스를 타고 귀가했다. 전날 우천으로 인해 가까운 통영항에서 제일 가까운 한산도만 둘러봐야 해서 아쉬웠던 점을 둘째날 통영 연화도 트레킹으로 말끔히 털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며칠 후…
방앗간에 통영 연화도에서 캔 쑥을 빻으러 가셨는데 방앗간 주인이 이런 고품질 쑥은 처음 봤다고 어디서 났냐고 엄청 물어보셨다 한다. 역시 해풍을 맞고 자란 해풍쑥이 최고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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