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여행] 당일치기 여행으로 다녀온 속리산 법주사

법주사 금동미륵대불
법주사 금동미륵대불

충북 보은군 속리산국립공원 내 위치한 법주사는 중학교 1학년 수련회 때 처음 가 봤던 곳이다. 매우 큰 금동미륵대불이 기억에 남아 한국에 돌아가면 꼭 다시 가보고 싶었던 곳 중의 하나였다. 서울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인지라 당일치기 여행으로 훌쩍 다녀오려고 새벽부터 집에서 출발했다. 마마님께서 똑같은 노선이지만 남부터미널에서 타는 것이 더 싸다는 것을 강조하셨기에 별생각없이 따라나섰지만, 이건 엄청난 실수였다.

우리가 멋모르고 탑승한 직행버스는 청주에서 30분이나 쉬어 주시고, 보은이랑 수많은 작은 버스터미널에 모두 정차하여 속리산까지 자그마치 3시간 반이나 걸려 겨우 도착하고 말았다.

직행 vs 직통의 차이가 뭔지 몰랐던 우리는 그저 완행버스만 아니면 되는 줄 알았지만, 실제로 직행은 완행의 반대말이 아니었다. (눈물이 흐릅니다.) 직행은 최종 목적지 전에 여러 곳의 중간 정차지를 경유하며, 직통은 목적지까지 무정차로 간다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었다. 한국어 무식자들은 꼭 주의해야 할 부분일 듯하다. 속리산행 버스는 남부터미널에서는 완행과 직행만이 있고, 직통은 오직 고속터미널에서만 운행하고 있었다.

도착한 시간이 11시인지라 우선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니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어느 것 하나 풀리는 게 없는 날인가 보다. 분명 주말에 맑다 하여 당일치기 여행을 계획했던 건데 비라니 날 벼락이 따로 없다. 급한 데로 주변 상점에서 5,000냥짜리 우산 2개를 사서 들고 법주사 방향으로 걸어갔다. 우리 모녀의 걸음이 매우 격하게 빠름에도 불구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법주사에 도착했다.

비 내리는 법주사 산책

비 구름이 내려앉은 법주사

비로 인해 이동 거리가 훨씬 더 멀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 비로 인해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경내는 한적해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었다. 특히나 비구름이 주는 그 특유의 느낌은 법주사 경내를 더 운치 있어 보이게 했다. 낮게 가라앉은 구름이 산등성이에 걸터앉아 있어 신비로움이 더 가미된 듯한 느낌이다.

법주사 금동미륵대불과 팔상전

법주사 경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나 금동미륵대불이었다. 다시 보니 새삼 그 크기에 다시 놀란다. 세월이 세월인지라 1990년에 왔을 땐 금동미륵대불이 꽤나 반짝거렸던 것 같은데, 지금 보니 세월의 티가 눈에 들어왔으나 이게 되려 더 자연스러운 듯한 느낌이다. 내가 꽤 많은 절을 다녀봤지만, 우리나라에선 본 적 없는 것 같은 5층 목탑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나 안내문을 읽어보니 법주사 팔상전은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목조 탑으로 국보 제55호 (National Treasure No. 55)란다. 단청을 밑에서 올려다보면 정말 엄청나게 화려하다. 참 예쁘다. 저 초록색이랑 붉은색의 대비가 어쩜 저리도 잘 어울리는지 마냥 신기할 따름이다. 경내 옆 편으로 이동하면 새빨간 삼문이 있는데 이곳은 스님들께서 수행하시는 공간인 듯 보인다. 역시나 이런 사적인 공간은 출입금지 구역이다.

법주사 팔상전 5층 목탑과 마애여래의 좌상

법주사 뒤편의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니 암벽에 새겨진 부조가 있다. 마애여래의 좌상 (Seated Maitreya)으로 보물 216호 (Treasure No.216)란다. 자세히 보면 볼수록 마애불의 모습이 엄청나게 섬세하게 표현되어있다. 얼마나 수련을 해야 저런 조각이 가능해질까 문득 궁금해진다.

법주사 수정교

법주사 앞 수정교에서 내려다보니 동전들이 물속에 가득하다. 비가 와서 그런지 반짝반짝 빛나서 마치 무슨 금은보화 같다. 네모 모양의 돌 위에 떨어져야 행운이 이루어지는 건가? 왠지 내 행운은 저 동전을 다 주워 담으면 생길 것 같다. (으흐흐흐~)

법주사 수정교 동전 바위

법주사를 나와 속리산 문장대로 향했지만 점점 더 거세지는 빗발에 버스터미널로 되돌아와야만 했다. 비가 오는데 걷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바지는 빗물에 젖어 묵직해지고, 두툼한 운동화는 걸을 때마다 ‘부지직’ 하며 아름다운 소리를 내어 주셨다. 돌아올 때는 실수 없이 고속터미널행 버스를 탔으나, 명절 때도 아닌데 서울 방향 상행선은 왜 이리도 막히는지 자그마치 6시간이나 걸리고 말았다. 발이 잔뜩 젖은 상태에 고속버스도 좌석도 제일 앞자리인 1~2번인지라 예의상 신발도 안 벗고 6시간이나 버텼더니 퉁퉁 불어버려 집에 돌아와서 신발을 벗기도 너무 힘들었다.

오늘의 한마디

한국 기상청의 예보 수준은 언제쯤 욕을 안 할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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