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지방 소도시 귀촌! 지난 10월 15일, 아무런 연고도 없는 충남 공주시로 이사했다. 읍/면 단위도 아닌데 무슨 귀촌이냐 싶을 것이다. 그렇다. 따지고 보면 귀촌이라 하기엔 좀 애매하다. 귀촌 지원금도 안 나오는 그런 나만의 귀촌이랄까? 그래서 나는 이것을 지방 소도시 귀촌이라 이름 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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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도시 귀촌지로 당첨된 충남 공주시
처음에는 읍/면 단위로 귀촌하여 텃밭 있는 그런 시골 주택에 살고 싶었지만… 평생 시골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우리 모녀에게는 물리적/심리적 장벽이 너무 높았다. 훗날 정말 시골 마을로 다시 이사를 가더라도 적절한 transition이 필요할 것 같았다. 대도시에서의 생활습관을 하루아침에 버릴 수는 없을 거라는 현실적인 생각에 급진적인 변화 대신 지방 소도시 귀촌을 선택했다.
사통팔달(四通八達)한 입지
공주는 서울 고속버스터미널까지 1.5시간이 소요되는 가까운 위치다. 아무래도 완전히 적응하기까지 꽤 자주 서울을 왕래할 것이 뻔했다. 당일 왕래에 큰 부담이 없는 거리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예전에 회사 발령으로 포항에 1.5년 정도 살았을 때는 서울과 거리가 너무 멀어서 매우 힘들었었다. 최소 한 달에 2번은 서울 본사로 출근을 해야 하는데 완전 중노동이 따로 없었기에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 왕래가 편한 위치적 조건이 중요했다.
공주시는 천안-논산 고속도로와 당진-영덕 고속도로가 교차하는 지역이라 자차로 어디로든 쉽게 이동이 가능한 교통 요충지이다. 여행을 자주 다니는 스타일이라 동서남북으로 쉽게 이동이 가능한 도로망은 플러스 요인이었다. 서울에서는 어디를 가던 교통량 때문에 톨게이트까지 가는 데 한세월이 걸렸다. 정말 극혐이다. 매번 지방으로 여행을 가려면 트래픽 피하기 위해 새벽 3~4시에 출발해야 했다. 극한 체험의 현장…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
때맞춰 올해 여름 공주시가 부여군, 익산시와 더불어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사실 여행을 다닐 때 역사/유적지 중심으로 여행을 다니는 스타일이라 이 부분 또한 지방 소도시 귀촌지로 공주를 선택하게 된 큰 동기가 되었다. 보통 지역민에게 입장료 무료인 경우도 많지 않은가? 완전 기대 만빵! 나 공짜 좋아한다네~
이사는 언제나 힘들지만 새로운 장소는 언제나 흥미롭다
미리 준비를 해도 뭔가 돌발 상황이 발생하는 이사. 이사는 항상 정신적 육체적 고단함이 동반된다. 잘 계획해도 어긋나는 상황, 예상한 것보다 큰 문제 등 다채로운 문제와 직면했으나, 그래도 큰 문제없이 완만히 잘 해결되었다고 생각된다. 다만 입주 청소와 간단한 수리를 사람을 안 쓰고 직접 했더니 몸이 아작이 난 것이 문제였다. 그랬다. 비루한 기초 체력에 나이도 30대 후반! 이제 힘든 일은 되도록 가려 했어야 했다.
전 집주인이 분양을 받아 입주해 우리에게 팔기 전까지 계속 살았던 집이라 집 상태가 좋다고 생각해 구매했었다. 집 구조물은 상태가 좋은데 문제는 집 주인이 청소와는 담을 쌓은 아주 더러운 인간이었다는 점이다. 정말 예상 못 한 곳의 찌든 때와 사투를 벌이느라 3주를 보냈고 나는 지독한 몸살과 어깨 통증으로 적어도 한 달간은 물리치료를 받으라는 의사의 처방이 내려졌다.
공주 생활에 적응하기
한동안 이삿짐 정리, 집 청소 및 수리, 병원 치료, 그리고 밀린 업무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11월 중순이었다. 집 + 병원 쳇바퀴 도는 생활을 하려고 지방 소도시 귀촌을 했나 싶은 상황. 공주시에 연고가 1도 없고 이곳으로 예전에 관광을 온 적도 없는 우리 모녀. 한겨울이 되기 전에 몇 군데 둘러보기로 했다.
[공주 금강 둔치 공원]
정확히 이사 온 지 딱 한 달째 되던 날, 골목길에서 우연히 발견한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 들고 금강 둔치로 향했다. 노랗게 물들었던 은행잎이 거의 다 떨어져서 바닥을 수놓고 있었다. 둔치 공원의 규모가 상당하고 사람도 거의 없어 걷기 운동하기에 좋아 보였다.
서울이었으면 사람으로 득실거렸을 텐데 이렇게 사람이 없고 조용하다니! 역시 지방 소도시 귀촌을 한 보람이 있구나! 운동을 싫어하는 우리 모녀가 유일하게 즐기는 걷기 운동을 하기에 딱 좋은 장소다. 봄이 되면 이곳으로 걷기 운동하러 오자고 약속~
[서울보다 빠른 김장 시즌]
바로 다음 날, 서울보다 최저 기온이 훨씬 낮아 서둘러 소량의 김장을 했다. 우리만 김장하는 거 아닌가 싶어 마마님께 물어보니, 마트에서 보니 이 동네는 지금 김장이 한창이라면서 김장 시즌이 서울보다 빠른 것 같다고 하셨다. 서울에서는 보통 11월 말에서 12월 초에 김장을 했었는데 난생 처음 11월 중순에 김장을 하게 되었다. 분명 공주는 서울보다 더 남쪽인데 날씨는 서울보다 춥다. 마마님은 공주가 내륙 쪽이라 최저 기온이 서울보다 더 낮은 것 같다고 하신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황새바위 순교성지와 공산성]
며칠 뒤 공주의 대표 명소인 공산성과 바로 뒤편에 위치한 황새바위 순교성지에 다녀왔다. 이미 풍경은 겨울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이사 정리를 좀 더 빨리 끝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몰려왔다. 바람도 거세고 비도 오락가락하여 아쉬웠지만 첫 방문 눈도장을 찍기엔 충분했다.
꽃 피는 봄이 오면 더 예쁜 풍경을 볼 수 있겠지? 이제부터 지방 소도시 귀촌 생활을 맘껏 즐겨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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