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수목원에 방문하려고 꾸준히 예약을 시도했으나, 치열한 주말 예약 경쟁으로 거의 1년 만에 눈물겹게 예약에 성공했다. 하~ 방문 한 번 하기 정말 힘들다. 평생 광릉수목원은 못 가는 것인가 생각이 들 정도의 경쟁률이었지만, 당당하게 예약에 성공하여 황금 같은 5월의 세 번째 토요일에 벼르고 벼르던 광릉수목원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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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수목원 예약하기
광릉수목원은 사전 예약이 필요한 곳이다. 그냥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광릉수목원에 방문하기 위해서는 공식 홈페이지의 인터넷 예약 시스템에서 사전 예약을 마쳐야 한다. 일 단위 방문객 수의 제한이 있는 곳이라 사전 예약이 치열하다. 1일 방문객은 3,500명 이하로 제한되며 주차장에 입장 가능한 차량 수도 오전/오후 각각 차량 300대 이하이다. 예약할 때 방문자 수와 주차장 이용 가능 시간(오전/오후)을 선택해야 한다.
평일 예약은 아무래도 조금 더 여유로운 편이지만, 주말은 치열하다. 예약하는 당일 기준으로 딱 30일 이내로만 예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리 자리가 있는 날짜를 잡아 둘 수도 없다. 정말 가고자 하는 날짜 기준 한 달 전부터 상시 모니터링 수준으로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해야 성공할 수가 있는데… 사실 회사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자리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거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내가 거의 1년이 걸려서야 겨우 예약에 성공했다는 사실 ㅠㅠ
이 공식 홈페이지의 예약 시스템이 상당히 자주 버벅대기 때문에 자리가 있는 걸 보고 클릭을 해서 결제까지 가는 도중 수시로 에러가 발생한다. 몸에 사리가 생길 지경이라고!!! 리프레시 후 다시 들어가 보면 이미 빈자리는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아마도 여러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예약하기 버튼을 눌러서 에러가 나는 것일 듯. 전화 예약은 안 받고, 정말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이거 어떻게 개선 안되겠니?
국립수목원(광릉숲) 개요
광릉수목원의 정식 명칭은 국립수목원 광릉숲이다. 어릴 때부터 늘 광릉수목원으로 불러왔기 때문에 국립수목원이란 명칭은 자꾸 잊어버리게 되는 듯. 국립수목원은 광릉 시험림의 천연림을 이용해 조성된 수목원으로 1987년에 개장한 이후 1989년에 산림욕장을 개장하였고 1991년에는 산림동물원을 개원했다고 한다. 초반에는 예약제 방문이 아니었으나, 숲의 보존이 필요했기에 1997년부터 1일 입장객 수를 제한한 예약제를 도입하게 되었다고 한다. 일요일과 월요일은 방문객을 받지 않아 실질적으로 주 5일 예약제이며, 직장인이 방문할 수 있는 날은 오직! 토요일뿐이다. 그래서 예약 경쟁률이 상당하다.
광릉요광꽃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광릉 바로 옆으로 조선시대부터 왕릉 주변의 산림을 엄격하게 보호해 왔기 때문에 여러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2010년 중요한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가끔씩 TV를 보면 언급이 되곤 하는 멸종 위기 야생 생물 1급인 광릉요강꽃이 처음 발견된 곳이 광릉이라 이름에 광릉이 붙었다고 한다. 난초의 한 종류인데 한국에서 자생하는 난초 중 꽃이 가장 크다고 한다. 광릉요강꽃의 개화 시기가 5월이니 이번 광릉수목원 방문에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를 잔뜩 했었다.
애벌레 대란 중인 광릉수목원
광릉수목원 오전 타임 예약은 아침 9시부터 오후 1시까지라 예약 시간을 최대로 활용하기 위해 9시 전에 주차장에 도착하여 9시 정각에 딱 맞춰 광릉수목원으로 입장했다. 다들 우리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입구에서 대기 중인 관람객들이 많았다.
발걸음도 가볍게 룰루랄라 수목원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눈길이 간 것은 바로 이제 막 개화하기 시작한 살구색(?) 철쭉이었다. 이런 색의 철쭉이 있었던가?? 철쭉이 맞긴 한가 싶었는데, 이름이 홍황철쭉이라고! 홍색과 황색이 섞인 색이라 홍황철쭉(Rhododendron japonicum C.K.Schneid)이라 한다고.
광릉수목원 초입까지는 아주 즐거웠다. 초록으로 가득한 길을 따라 걸으며 낯선 식물들과 만나 식물에 대한 지식이 많이 부족한 내 뇌세포에 지식을 충전하고, 예쁜 것 보며 눈 호강도 하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폐에게도 기쁨을 주는 시간을 가졌다. 이 세상에 있는 줄도 몰랐던 신기한 꽃들과 식물들을 보며 사전 예약 전쟁을 충분히 치를 만했다 납득하던 순간…
거미줄처럼 줄을 쭈욱 타고 내려와 사람 얼굴 높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애벌레들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자연으로 가득한 곳인데 벌레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저 어쩌다 있는 애벌레라기엔 정말 너~어~무 많은 거였다, 이노무 애벌레 새끼들이! 아주 시글시글 해서 걸음을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정도였다. 잠시 방심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내 얼굴과 거리낌 없이 접촉사고를 내는 애벌레를 경험할 수 있다. 몇 차례의 불우한 접촉 사고 이후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했다. 눈알이 빠지게 살펴보고 조심조심 걷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저 높은 곳에서 실을 타고 쭈욱 내려와 내 면상으로 달려드는 애벌레로 심장 발작과 호흡 곤란을 겪다 보니…
내 정신줄은 안드로메다로 가출
예쁜 꽃이고 뭐고 눈에 뵈는 게 없고 애벌레 노이로제로 기절하기 직전이었다. 내가 애벌레랑 뽀뽀하려고 그렇게 힘들게 사전 예약을 했단 말이냐!!!! 입장료 낸 돈이 아까워서 그대로 돌아가기도 억울하고 정말 꿋꿋이 둘러보기는 한 것 같은데… 뭘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와는 달리 벌레를 그리 무서워하지 않는 마마님도 반복적인 애벌레와의 얼굴 접촉사고 이후 집에 가자를 외치셨다는 ㅠㅠ
해충이 아닌 벌레는 방역하지 않는 광릉수목원
자꾸 저 멀리로 소멸하려는 내 정신줄을 겨우겨우 붙들어 매고 출입구에 다다르니, 여러 관람객들이 이미 애벌레 문제에 대해 직원들에게 문의를 했나 보더라. 내가 벌레를 어마 무시하게 싫어하기는 하지만, 솔직히 벌레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니, 결론적으로 애벌레는 해충이 아니고 환경보호 차원에서 해충이 아닌 벌레는 방역하지 않는단다.
알겠어요, 국립수목원 관계자님. 그래도 적어도 공지 정도는 해 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적어도 입장할 때 지금 애벌레가 많다 정도는 언질을 충분히 해 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올해 무슨 이유인지 애벌레가 창궐 수준으로 많은 상태인데 지금이 한창 많을 시기이고 6월 정도면 다 없어진다고…
억울해서 찾아간 광릉
상황이야 어떻든 간에 나름 상당한 거리를 이른 아침부터 운전해서 왔는데, 그냥 돌아가기 좀 억울한 마음에 광릉수목원 바로 옆에 위치한 광릉에 들리기로 했다. 광릉은 세조와 정희왕후 윤 씨를 함께 모신 왕릉이다. 좌우로 왕과 왕비를 각각 따로 모신 쌍릉의 형식인데…
사진을 한 장도 안 찍었다. 광릉수목원의 애벌레 공포로 인해 극심한 두통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광릉수목원을 나올 때부터 슬슬 느낌이 오던 두통이 광릉에 도착하자 아주 최고치를 향해 마구 내달리고 있었다.
(。>﹏<。) 웬수 같은 애벌레 (。>﹏<。)
머리 아프다고 그냥 가면 하루를 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아 한참 차 안에 누워있다 통증이 살짝 수그러들었을 때 쌍릉을 빠르게 휘리릭 둘러보고 다시 차로 돌아왔다. 비상사태를 위해 진통제를 상시 가지고 다녀야 했는데… 내가 오늘 애벌레와 전쟁을 치를 줄 어떻게 알았겠냐고요 ㅠㅠ 이렇게 시작된 내 편두통은 저녁 늦게까지 가시질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내 내신 마마님께서 운전하느라 수고하시었다. 바로 어제 일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애벌레 너~무 싫어! 어제의 광릉수목원은 내가 한국에서 방문한 수목원 중 최악의 경험을 선사한 곳으로 당첨되고 말았다. 지금껏 수목원 방문 경험은 항상 좋았는데…. 참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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