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가을여행
20091022 @ 안동 병산서원 담장을 불게 물들인 단풍

자고로 가을은 여행의 계절이다. 휴무인 1주일을 알차게 보내기 위하여 이틀 전 창녕 여행에 이어 1박2일 안동 가을여행을 떠났다. 한국 귀국 후 두 번째 안동 여행이다. 첫 안동 여행은 3월 초 뚜벅이로 서울에서 심야버스를 타고 다녀왔었는데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춥고 힘들었던 기억만 남은 상황. 이번엔 정말 여유롭고 느긋한 자차 여행으로 2년 전의 힘든 기억을 모두 지워버리기로 했다.

서원(書院)에서 마주하는 안동 가을여행

이번 안동 가을여행의 핵심 목적지는 바로 서원이다. 안동하면 바로 병산서원과 도산서원 아니겠는가? 첫 안동 여행에서는 이동의 어려움으로 인해 하회 마을 위주로 여행을 해서 많이 아쉬웠었다. 이번 안동 가을여행에서는 병산서원과 도산서원을 중심으로 그 주변의 볼거리와 묶어 1박2일 일정으로 계획했다. 느긋한 여행이니만큼 그때그때 상황을 봐 가며 목적지를 추가하거나 삭제하기로 했다.

그렇게 진행된 1박2일 안동 가을여행은 1일차엔 병산서원, 부용대, 봉정사, 2일차엔 오천유적지, 도산서원, 그리고 안동은 아니지만 도산서원에서 멀지 않은 위치인 봉화의 청량사까지 둘러볼 수 있었다.

Day 1. 그림 같은 풍경을 품은 병산서원

첫 목적지로 하회 마을 근처에 위치한 병산서원(屛山書院)을 방문했다. 병산서원 입구까지는 매우 협소한 비포장 흙길이라 네비가 제대로 길을 알려주고 있는지 한없이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 유명한 병산서원 가는 길이 이렇게 비루한 게 맞는가 싶었다. 앞서 하회 마을 근처를 지날 때 논두렁 사이로 안내를 했던 전적이 있어 믿음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랄까? 도착하고 보니 주차장도 딱히 없고, 그냥 병산서원 앞 빈 공터에 대충 주차하는 그런 그림이다. 관람료도 없고, 안내소도 없고, 그냥 들어간다.

주차료 X, 문화재관람료 X

20091022 @ 입교당에서 바라본 만대루와 병산

이게 뭔가 싶었는데 막상 병산서원 내로 들어서니 딴 세상이다. 굽이치는 낙동강이 눈앞에 펼쳐져 있고 뒤로는 산이 에워싸고 있는 그야말로 배산임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절경이었다. 병산서원에서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만대루(晩對樓)에는 신발을 벗고 올라갈 수 있었다. 만대루에 올라 보니 병산서원이 왜 여기에 자리를 잡았는지 알 수 있었다. 멋진 풍경을 벗 삼아 공부를 하면 머리에 쏙쏙 들어올 것 같은 그런 환경이다. 산소 충만하고 소음은 새소리 물소리가 전부인 그런 꿈의 장소랄까? 만대루는 대강당 역할을 하던 곳이라는 설명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그런 멋진 곳이었다.

20091022 @ 입교당에 앉아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 대박 풍경에 동영상이라도 찍어 보았다. 조그만 화면에서는 꽤 괜찮아 보이는데 컴퓨터로 열어보니 영… 만대루에서 바라본 풍경은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가을의 초입이었다. 단풍이 완전히 물들었을 때는 너무 멋질 것 같지만 사람도 많겠지? 이번 안동 가을여행의 넘버 원은 병산서원이었다.

20091022 @ 병산서원 초입에서 올려다 본 만대루

병산서원은 사적 제260호로 고려 중기 시대부터 존재했던 풍산류씨(豊山柳氏) 가문의 풍악서당을 모체로 한다고! 1572년(선조 5년, 조선)에 류성룡이 풍악서당을 현재의 위치로 옮기면서 병산서원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하회 마을 또한 풍산류씨를 중심으로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마을이라고 하니 느낌이 팍! 위치도 바로 옆인데 하회 마을에 살면서 다닌 학교가 병산서원인 것일까?

Day 1. 부용대에서 내려다본 하회 마을

주차료 X, 입장료 X

20091022 @ 부용대에서 바라본 하회 마을

병산서원을 돌아보고 근처 부용대로 향했다. 예전 하회 마을을 방문했을 때 부용대에서 하회 마을을 내려다보는 풍경이 멋지겠다 싶었던 기억이 남아있었다. 차로 굽이치는 낙동강 물줄기를 따라 반바퀴 돌면 부용대로 올라가는 길목에 도착한다. 이곳 역시 약간 방치된 스타일의 공터를 주차장으로 이용하고 있어 차를 세울 둘 수 있었다. 부용대라는 푯말을 따라 올라가니 부용대에서 내려오는 부부가 내려오는 길에 뱀을 봤으니 조심하라고 알려주셨다.

뱀!!!! 뱀이라고욧!!!!!!!!!

세상에서 뱀을 가장 극혐하는 마마님이 질겁을 하시더니 허둥지둥하기 시작하셨다. 우리 모녀를 보고 한참을 웃으시던 아저씨가 뱀 많은데 어디에서 왔길래 본 적이 없냐고 물으셨다. 서울 사람인데 지금은 포항에 잠시 머물고 있다 말씀드렸더니 서울에서는 뱀을 보지 못했겠다며 뱀을 치워주시겠다며 다시 부용대 방향으로 올라가셨고 사람이 다니던 길까지 나와 있던 뱀을 나뭇가지로 들어 올려 저 멀리 날려버리셨다.

구세주여! 쌩유 베리마치!

20091022 @ 뱀 소동으로 놀란 마음을 진정시킨 후 포토 타임

덕분에 뱀 걱정 없이 부용대에 올라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하회 마을도 조금씩 가을색으로 알록달록 해지는 중이었다. 단풍을 즐기기 위한 안동 가을여행은 11월은 넘겨야 될 것 같아 조금 아쉽지만, 난 11월은 어차피 시간이 안된다규~

중간에 잠시 뱀 소동이 있었지만 무사히 부용대를 둘러보고 다음 목적지로 출발하려는데 길 앞에 샛노란 파도가 일렁이고 있었다. 혹시 말로만 듣던 벼인가 싶어 잠시 차를 세우고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았다. 잘 익은 벼는 고개를 숙인다더니!!! 곧 추수를 할 타이밍인지 정말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와~ 너무 신기함! 나 쌩눈으로 벼 처음 본다네~

20091022 @ 잘 익어 추수를 앞둔 벼

일가친척이 모두 도시에 살기 때문에 단 한 번도 논밭 근처에 가 본 적이 없어 30대가 되어서야 처음 실물 벼를 보게 되었다. 너무 신기했다. 정말 노랗게 익어 고개를 숙였구나!! 학교에서 벼는 익으면 고개를 숙이네 마네 이론으로만 외워봐야 마음에 와닿는 게 없었는데 실물을 보니 바로 이해가 되는구나.

Day 1. 국보를 품은 고찰 봉정사

어느덧 시간이 벌써 4시다! 더 늦기 전에 서둘러 다음 목적지인 봉정사(鳳停寺)로 향했다. 우연히 봉정사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인 국보가 있다는 사실이 기억이 나 이번 안동 가을여행 일정에 넣게 되었다. 매표소 주차장에서 봉정사까지 걸어 대략 15분 정도 올라가니 벌써 5시라 어둑해지고 있었다. 이 시간대가 되면 야맹증인 나는 마음이 많이 급해진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숙소를 잡아야 한다는 강박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주차료 X, 문화재관람료 O

20091022 @ 봉정사 대웅전

숙소가 몰려 있는 안동 기차역 주변으로 이동해야 하는 시간을 고려해야 했으므로 30분 이내로 봉정사를 빠르게 둘러보기로 했다. 우선 처음 만나는 봉정사는 규모가 매우 작고 소박해 빠르게 둘러볼 수 있었다. 그 와중에 한 눈에 봐도 매우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대웅전을 보며 이게 국보구나 하고 쨉싸게 사진을 찍고 내려왔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은 대웅전이 아니라 극락전(極樂殿)이란다.

악, 나 엉뚱한 사진 찍었네 싶었지만 다행이 대웅전도 국보(제311호)이긴 했다. 다시 말해 봉정사에는 국보가 2개나 있다는 말씀! 뭐야 뭐야, 되게 엄청난 절인데 내가 너무 스치듯 보고 왔다 싶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내가 불교 건축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니 눈 앞에 어마어마한 것을 보고도 놓치는 것일 게다. 아쉽게도 극락전(국보 제15호)은 모퉁이만 보이게 찍었기에 언제 다시 가야 하나…? 언젠가 있을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안동 가을여행의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안동 가을여행 2일차: 풍성한 가을을 만나다

안동 가을여행의 둘째 날이 밝았다. 거리가 꽤 떨어져 있는 도산서원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오천유적지를 먼저 방문한 뒤 도산서원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여유가 되면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봉화 청량사 일정을 끼워 넣기로 했다.

Day 2. 광산김씨 집성촌 오천유적지

주차료 X, 문화재관람료 X

20091023 @ 가을 느낌 가득한 오천유적지

오천유적지는 안동댐 건설로 인한 수몰지구에 위치한 마을이었으나 보존을 위해 마을 내 보존 가치가 있는 한옥들을 현재의 위치로 옮겨와 오천유적지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마을 전체를 옮겨온 것은 아니기에 오천유적지의 모습이 본래 마을과 동일하지는 않으나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보존을 했다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된다. 안동호를 볼 때 별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댐 건설로 인하여 사라져야 했던 것들이 많았다는 점을 되새겨 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20091023 @ 고풍스러운 오천유적지의 가옥

오천유적지는 광산김씨(光山金氏) 집성촌이었다는데 조선시대 세도 가문 답게 오천유적지의 한옥들은 하나같이 품위와 기품이 가득했다. 관리가 잘 되어있어 당장 이곳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촬영해도 될 듯한 그런 비주얼이다.

20091023 @ 광산김씨 집성촌의 고택들

안동 가을여행 첫날의 동선보다 북쪽이라 그런지 이곳의 풍경은 더 가을스러웠다. 약 1시간 정도 여유롭게 알록달록한 가을 풍경을 실컷 즐긴 후 안동에서의 마지막 일정인 도산서원으로 이동했다.

Day 2. 천원의 주인공 도산서원

퇴계 이황이 주인공인 천 원짜리 지폐 뒷면에 등장하는 대한민국 전 국민이 다 아는 곳이 바로 도산서원이다. 직접 와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미 거의 평생을 천 원의 뒷면에서 보아왔기에… 안 와봤어도 와 본 것 같은 익숙함이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사실 병산서원은 매우 가보고 싶었지만 도산서원은 이미 수없이 와 본 것 같은 식상함이 있었다. ㅋㅋㅋ 나만 그런가? 그래도 이번 안동 가을여행의 테마는 서원이니까~

주차료 O, 문화재관람료 O

20091023 @도산서원 진입로의 자기주장 강한 단풍나무들

도산서원은 오천유적지 보다 더 북쪽이라 그런지 “나 지금 완전 가을이야!”라고 소리치는 느낌이랄까? 도산서원으로 걸어가는 길부터 새빨간 단풍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입구부터 강렬한 색채에 놀라며 걷다 보니 어느덧 도산서원 입구에 도착했다.

20091023 @ 축대를 쌓아 올려 수몰을 피한 도산서원의 시사단

입구 맞은편 강물 너머로 시사단(試士壇)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 비각 역시 안동댐 건설로 인한 수몰을 막고자 높게 축대를 쌓아 올려 옮겨 놓았단다. 도산서원도 안동댐으로 인한 피해를 온전히 비껴가지 못했던 거다.

도산서원 내에는 수학여행인지 현장학습을 나온 것인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가득했기에 사진을 찍기는 어려웠다. 10대의 에너지 가득한 친구들로 소음 지수도 높았기에 (ㅠㅠ)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이리저리 피해 다녀야 했다. 학생들이 빠지는 타이밍에 맞춰 가을 느낌의 사진을 몇 장 건졌다.

20091023 @ 나무기둥과 담장을 가득 채운 붉은 담쟁이넝쿨

안동 가을여행 첫날 조금은 아쉬웠던 가을 풍경을 둘째 날은 실컷 즐길 수 있었다. 빨갛게 물든 잎으로 뒤덮인 도산서원의 담장과 나무 기둥을 보니 가을의 정중앙에 있음이 느껴졌다. 단풍나무가 아닌 담쟁이넝쿨의 잎 같은데, 이 아이들도 빨갛게 단풍이 진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담쟁이 잎들은 색이 안 변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안동 가을여행의 마지막 코스였던 도산서원을 나오니 11시가 조금 넘었을 뿐이다. 시간이 매우 넉넉하기에 Spare로 준비했던 봉화 청량사를 둘러본 후 포항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정!

(봉화 청량사는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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