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중간고사 기간이 도래해 거의 한 주의 휴가가 생겼다. 근래에 여러 미디어에서 창녕 우포늪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가능성에 대해 다루고 있어 직접 가보기로 했다. 해당 방송을 보기 전까지 창녕에 우포늪이 있는지도 몰랐다. 창녕 또한 위치적으로 포항에서 그리 멀지 않기 때문에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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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최대 내륙 습지 창녕 우포늪
창녕 우포늪은 낙동강물이 우포 지역으로 역류한 후 배수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물이 고여 늪이 되었단다. 생성 시기는 마지막 빙하기 어쩌고저쩌고 하니 매우 매우 오래된 것으로 간략하게 이해하기로!
아무래도 육지가 아닌 늪인지라 인간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기에 수많은 생물들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여 생태계의 보고 같은 곳이 되었고 람사르 협약(Ramsar Convention)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는 대표적인 습지라고 한다.
람사스 협약은 대체 무엇인가?
국제습지보호협약으로 전 세계의 습지와 습지 자원의 보전을 촉구하는 국제 환경 협약이란다. 우포늪 한 번 다녀오려니 미리 알아둬야 할 배경지식도 많다. 이 조약이 물새 서식지인 이란의 람사르에서 체결되었기 때문에 간단하게 람사르 협약이라고 부른다 한다. 한국은 1997년 101번째로 이 협약에 가입하면서 제일 먼저 대암산용늪(강원도 인제)을 람사르 습지로 등록하고 다음 해에 창녕 우포늪을 추가로 등록했다고 한다. 그 이후에도 추가 등록을 진행하여 현재 총 12개의 습지가 람사르 협약에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난 우리나라는 습지가 없는 줄 알았는데 꽤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제대로 아는 게 없었구나 싶은 자기반성 모드…
창녕 우포늪 탐방 코스
창녕 우포늪 주차장에 도착해 우선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배를 든든하게 채운 후 우포늪 둘레길을 따라 탐방을 시작했다. 매표소에서 지도를 챙겨 오긴 했지만 엄청 열정적으로 탐방을 할 계획은 아니었다. 산책 정도로 만족할 예정이라 지도는 참고용으로 하고 몸 컨디션에 맞춰 갈 수 있는 만큼만 갔다 원점 회기 하기로 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방문객이 꽤 있었는데, 그중 다수가 자전거를 이용해 탐방을 하는 것 같았다. 우리 모녀처럼 오롯이 걷는 뚜벅이 방문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주차장에서 산책로에 접어드니 자전거를 탄 방문객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오른쪽 길(대대제방 방면)로 나아갔다. 자연스레 모두 우측으로 도는 탐방로를 선택하는 분위기라 우리 모녀는 반대 방향인 왼쪽 길(제1전망대 방면)로 향했다. (뭐든 인파가 없는 쪽을 선택하는 성향)
우포늪 둘레길을 따라 가을 느낌 가득한 가을 빛 물억새가 가득했다. 정말 가을의 느낌이 물씬 나는 그런 풍경이다. 여기서 또 혼란이 왔다. 마마님과 어느새 갈대 시즌이 돌아왔다고 이야기하며 탐방로를 걷고 있었는데 안내판에 [물억새]라고 쓰여 있는 것이 아닌가? 지금까지 갈대는 물가에, 억새는 육지에 있는 것인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던 거야? 그 반대인가? 보란 듯이 [물억새]는 물가에 자생하는 정수식물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그럼 민둥산 억새 축제는 대체 무엇인가요? 식물에 대한 지식이 시급합니다!
궁금증은 뒤로하고 계속 진행 방향으로 걸으니 바로 제1전망대로 향하는 계단이 보인다. 계단을 싫어하기에 굳이 전망대에 들러야 할까 살짝 망설였으나, 안 가보고 후회하느니 가 보고 후회하는 게 더 낫다 싶어 올라갔다 왔다. 반드시 전망대를 들러야 한다고 말할 만한 대단한 것은 없었다. 전망대에서 전혀 사진을 안 찍었다는 점이 바로 그것! 단, 우포늪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점이 포인트일 듯.
왕버들나무가 인상적인 산밖벌과 쪽지벌
전망대와 따오기 복원센터를 지나쳐 계속 진행하니 창녕 우포늪 대표 사진으로 인터넷에 떠돌던 바로 그 나룻배가 보였다. 인터넷에서 보던 멋진 사진과는 달리 나룻배는 방치 상태였고 물에 일부 잠겨 있었다. 지도상으로 위치를 대략 따져 보니 산밖벌로 추정된다. 우포를 중심으로 둘레길이 나 있고 우포 옆으로 규모가 작은 늪이 4개가 붙어있는 셈이다.
산밖벌과 우포(소벌) 사이의 산책로로 계속 이동하는데 길이 막혀 있다. 정확하게는 길은 있는데 막아 놓은 것. 근데 이것도 막아 놓았다고 보기에 애매한 것이… 쇠사슬을 가로질러 놓았는데 그 쇠사슬이 바닥으로 거의 내려져 있는 상황. 여름철 장마 등으로 인해 수위가 높아져 임시로 막아 놓은 듯 보이는데 지금은 육안 상으론 물의 흔적 따윈 1도 없어 보였다.
별로 보지도 못했는데 벌써 원점 회기 해야 하는 것인가?
지도를 보니 수위 상승 시 탐방 불가로 적어 놓은 바로 그 지점이다. 이곳을 지나야 목포제방에 도착할 수 있다. 한참 서성이고 있는 사이 다른 모녀 팀이 도착해 상황을 보더니 바로 되돌아간다. 우리도 돌아가야 할까 보다 하고 되돌아가려는데 뒤에 자전거 그룹이 망설임 없이 해당 지역을 통과해 지나갔다. 뭐지, 우리도 갈 수 있나 망설이는 찰나 다른 뚜벅이 남자분들이 여기 지나가도 된다며 앞장을 서셨다. 이 기회를 놓칠 순 없다 싶어 우리도 그 일행을 뒤따랐다.
뭔가 현 세상과는 동떨어진 세상으로 걸어 들어가는 느낌이다. 잘 만들어진 산책로는 더 이상 없다. 인공의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고 앞서 걸어가는 사람들의 발 소리만 조금씩 들리는 게 전부다. 길이 험난해 사진을 찍을 여유가 없다 싶은 찰나 쪽지벌이 보였다.
늪과 왕버들나무가 어우러지는 풍경이 너무 멋져 잠시 포토타임을 가졌다. 지난 여름 청송 주산지의 왕버들나무와 마찬가지로 물 속에 잠긴 듯한 왕버들나무는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왕버들나무의 효과인지 우포보다 그 옆에 곁다리로 달린 산밖벌과 쪽지벌의 풍경이 더 예뻐 보였다. 예쁘다고 너무 지체하다가는 앞서가던 탐방객들과 거리가 너무 벌어질 것 같아 초스피드로 사진을 찍고 계속 전진했다. 근데 갈수록 길이 험난해진다.
비밀스럽고 신비로운 사초군락지 구간
물억새 키가 어마어마하다. 풀이 너무도 무성하여 풀을 헤치며 걸어가기 녹록지 않았다. 풀들이 너무 억세 잘못해서 눈이라도 찌르면 100% 실명할 것 같았다. 그래서 억새인가? 선그리와 모자로 눈을 최대한 가리고 팔로 얼굴을 가린 채로 한참을 걸었다. 물론 사진도 포기~
지도 상으론 우포늪 탐방로가 맞는데 정말 다녀도 되는 탐방로인가 매우 의심스러운 마음이 폴폴 솟아나려는 찰나, 무성했던 물억새가 사라지고 세상 처음 보는 풀들이 가득한 곳에 도착했다.
이것은 대체 무슨 풀일까? 붉은빛이 도는 풀이 빗질이라도 된 것처럼 얌전히 바닥에 뉘여져 있다. 이런 풍경은 머리털 나고 처음 본다. 물론 내가 자연 친화적인 인간이 아니어서 잘 모르기도 하지만, 분명 매우 신비로운 풍경이었다. 탐방로 지도에 나온 사초군락지일까? 사초가 뭔지 모르니 전혀 알 수가 없네.
사진 놀이를 오래 했더니 앞서 걸어가던 사람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였다. 조금 더 걸어 목포제방까지 갈까 했지만 물이 아직 완전히 빠지지 않은 곳에 다다랐다. 계속 가다가 신발이 물에 젖게 되면 곤란한데 앞서가던 사람들은 이 길도 그냥 간 건가? 물론 깊지는 않아 보였지만 그렇다고 안전해 보이지도 않았다.
우리 모녀는 여기까지만 보고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걸어야 하는지 알 수 없고 물이 다 빠지지 않은 구간이 눈에 보이니 온 길로 되돌아가는 것이 제일 안전할 것 같았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2시간이나 지난 상황. 물억새 코스도 우리에게는 나름 난관이었기에 안전을 위해 되돌아가기로 했다. 시작점으로 돌아오는 건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대체 얼마나 유유자적 걸었길래 갈 때는 시간이 배나 걸린 거지?
창녕 우포늪 방문은 여러모로 신기한 경험이었다. 늪지대는 미시시피강에나 있는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에도 늪지대가 있다니! 늪을 본 것도 처음이고 창녕이라는 지역에 가 보는 것도 처음이고 모든 게 처음이었던 하루였다.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보고 배운다. 여행이라는 것은 즐겁기도 하지만 모르던 것을 느끼고 경험하게 해주는 수단인 것 같다.
결론은 앞으로도 열심히 여행을 다녀야겠다~~는 그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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