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적으로나 업무적으로나 한결같이 전투적이었던 여름이 지나고 날씨가 확 시원해진 10월이다. 어디를 갈까 이곳저곳 알아보다가 정한 곳은 바로 호반의 도시 춘천! 아직 춘천에 가보지 못한 1인이라 뻔하게도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 소양강댐이었다. 소양강을 목적지로 정한 후 볼거리를 찾아보니 소양강댐에서 유람선으로 춘천 청평사에 다녀올 수 있단다. 청평사로 가는 길 또한 험하지 않은 완만한 산책로 수준이라 그간 업무 스트레스와 발목 염좌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내게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이는 동선이라 바로 춘천행 ITX-청춘 예매!
이 글의 목차
저체력자에게 딱 좋은 춘천 청평사 코스
올해 말까지 진행할 예정이었던 6개월 단기 프로젝트를 관리자 이슈로 인해 나를 포함한 모든 팀 멤버들이 중도 계약 해지를 요청해 9월 말에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그간 스트레스성 복통에 끝도 없이 이어지는 야근, 피로에 지쳐 계단에서 넘어지며 발목 염좌까지 아주 골고루 피폐해진 몸뚱이에게는 휴식이 절실했다.

운전을 하지 않고 기차를 타고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곳으로 춘천이 딱 적당했다. 알아보던 V-train은 경쟁이 치열해서 예약이 내 맘대로 되지 않았다.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저녁 뉴스에 춘천역 코스모스가 한창이라는 말에 바로 춘천행 기차 예매! 당일치기로 해가 동동한 오후 시간에는 집에 돌아오고 싶었기에 최대한 빠른 열차로 예매한 것이 아침 7시 16분 열차였다.
덕분에 새벽 5시를 조금 넘겨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에 되레 잠을 설쳤지만, 버스를 타고 무사히 청량리역에 도착해 열차에 탑승했다. 약 1시간 동안 기차에서 열심히 자다 보니 어느덧 춘천역 도착!
대중교통으로 청평사 다녀오기
나는 기차를 이용했기에 기차를 기준으로 정리해 보겠다. 춘천역 1번 출구로 나와 12번 버스로 종점인 [소양강댐 정상]까지 약 30분 정도면 도착한다. 더 자세한 정보는 청평사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열차가 8시 13분에 춘천역에 도착해 거의 대기 없이 바로 버스에 탑승해서 8시 50분쯤 소양강댐 정상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소양호↔청평사 유람선 시간표부터 확인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동절기 운행시간
소양호 출발 9:30 ~ 16:30 | 청평사 출발 10:00 ~ 17:00
매 30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승선권은 왕복표로 구매하는데, 탑승 시간이 지정된 승선권이 아니니 각자의 속도로 청평사를 둘러보고 원하는 시간대의 배편으로 돌아올 수 있다. 물론 사람이 많은 날이라면 배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시간을 잘 맞춰야 할 테지만, 우리가 방문했던 날은 평일이고 날씨도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에 대기를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남은 시간 동안 소양강댐 정상 전망대 구경

안타깝게도 이른 아침 약간의 비가 내린 상태라 어둑했고, 안개까지 자욱했다. 맑은 날이었다면 더 예쁜 풍경을 볼 수 있었을 테니 좀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흐린 날은 흐린 날만의 운치가 있으니까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즐겨 보기로 했다. 마침 소양강의 대표주자인 소양강 처녀도 전망대 한쪽에 있어서 함께 증명사진도 찍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소양강은 강원도 인제군에서 시작되어 춘천시에 이르러 북한강에 합류하는 강이라고 한다. 70년대 초반에 소양강댐이 건설되었다고 하는데, 전망대에서 댐이 잘 보일 줄 알았으나 날이 흐려서 잘 보이지 않았다. 소양강댐은 우리나라에서 저수량이 가장 큰 댐이라고 한다. 그래서 제일 많이 들어본 건가?
이 글을 쓰며 궁금해서 찾아본 정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댐 중에서 저수용량이 큰 순서는 1위 소양강댐(29억 m3), 2위 충주댐(27.5억 m3), 3위 대청댐(14.9억 m3), 4위 안동댐(12.5 m3)이었다. 사실 지금껏 댐을 직접 본 적이 없어서 기대 아닌 기대를 했는데, 날이 흐리다니! 아쉽다~~~
전망대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덧 유람선을 탈 시간이 됐다. 유람선에 탑승하니 승객은 총 4명이라 텅 빈 상태로 청평사 선착장에 도착했다. 소요 시간은 약 15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청평사 가는 길
청평사 선착장에서 내려 청평사를 향해 완만한 오르막길을 올랐다. 사람이 없어서 조용했지만, 가는 길이 지루하지는 않은 곳이었다. 춘천 청평사로 오르는 청평 계곡에는 공주와 사랑에 빠진 뱀에 대한 설화를 모태로 한 조형물을 발견할 수 있다. 오르는 길 초입에 청평사에 얽힌 공주설화에 대한 안내가 있으니 그냥 지나치지 말고 꼭 읽어 보길 바란다. 나처럼 그냥 쓱 보고 지나치면 갑자기 나타난 조형물이 무슨 의미인지 당췌 알 수가 없어진다.

춘천 청평사의 공주설화(公主說話) 요약
당나라 태종의 딸인 평양공주를 사랑한 청년이 황제의 노여움을 사 처형되었다. 죽은 후 뱀으로 환생한 청년은 평양공주의 몸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았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뱀을 떼어낼 수 없었던 공주는 궁궐을 떠나 방랑하다가 춘천 청평사에 이르렀다. 청평사 계곡에서 잠시 머물며 스님께 옷을 만들어 올린 공덕으로, 상사뱀(상사병에 걸린 뱀)이 해탈하여 공주에게서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초입의 안내판을 읽지 않은 나는 위 조형물이 공주가 아니라 청년인 줄 알았다. 공주처럼 안 생겼던데… 웬 청년이 뱀을 손에 들고 있네? 이러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알고 보니 공주님이시라고…

공주 조형물을 지나 조금 더 오르면 폭포도 나온다. 폭포 앞에서 사진을 찍어볼까 하고 기다렸지만, 앞서 사진을 찍던 커플이 한 100장을 찍을 예정인지, 폭포 앞에서 떠날 줄 몰랐다. 폭포 앞에 집이라도 짓는 줄! 기다리다 지쳐서 그냥 멀리서 폭포만 보이게 한 장 찍고 후다닥 올라갔다.
저 커플보다 무조건 앞서 가야만 해!
다른 사진 포인트가 있을 줄 알았는데 더 이상은 없었다. 아쉽… 기다리는 커플을 무시하고 한 10분간 진득하게 사진 찍으려고 했는데, 크게 찍을 포인트가 없다!

눈에 보인 건 거대한 바위 위를 빼곡히 채운 돌탑뿐… 중심을 어찌나 잘 맞췄는지 쓰러지지도 않게 잘 쌓았다. 우리나라엔 여러모로 숨은 고수들이 많다!

그렇게 또 한 5분 정도 더 걸어가면 청평사 텃밭에 도착한다. 텃밭 가꾸는 게 소원인 우리 마마님은 한참 동안 텃밭에 시선을 빼앗겼다. 자연과 거리가 상당히 먼 나는 배추밭과 당근밭을 난생처음 보았다. 논에 심겨진 실물 벼를 안동 여행 중에 처음 보고 진짜 신기했었는데, 이제는 배추밭이랑 당근밭도 보게 되는구나! 배추는 뭐 딱 봐도 배추였지만, 당근은 신기했다. 당근 잎이 상당히 인상적으로 생겼더라. 절대 잊어버릴 수 없게 생긴 모양이었다. 이렇게 나의 자연 지식이 날이 갈수록 높아진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마지막 관문이었던 텃밭 구경을 마치고 청평사에 도착하니 파란 하늘이 빼꼼히 모습을 드러냈다. 사찰의 붉은 칠과 오색 연등이 더해지니 우중충하던 풍경이 총천연색이 되었다. 역시 사찰은 대충 찍어도 색감이 예뻐서 흐뭇해진다.

춘천 청평사는 예뻤다. 자욱하던 안개가 개이면서 저 멀리 산 끄트머리에 남아 있는 안개와 강렬한 햇살이 더해져 예쁜 풍경을 만들어냈다. 다만 체력이 딸려 제대로 된 카메라를 가지고 오지 못해 사진의 품질은 어쩔 수 없이 형편없어 너무 안타깝다. 풍경이 정말 예쁜데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 이 아쉬움!!!
풍경을 한참 구경한 후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앞서 올라올 때 못 찍었던 구상폭포 인증샷을 찍을 수 있었다. 대기하는 다른 사람도 없어서 계곡물에 손도 담그며 맘 편히 찍었다는~

사찰은 그리 크지 않아 짧은 시간에도 충분히 돌아볼 수 있었던 청평사. 날씨도 선선해서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기에 쾌적했다. 주변 풍경을 보니 가을이 좀 더 깊었다면 정말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 분명했다. 다만, 인파를 견뎌야 할 테니, 단풍보다 이른 시기에 한적하게 돌아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겠다.
춘천역 코스모스로 완벽한 마무리
11시 30분 배에 승선하여 다시 소양강댐 선착장으로 돌아와 춘천역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춘천중앙시장 근처에서 하차해 춘천에 오는 방문객이면 누구나 먹는 닭갈비로 점심을 때우고, 걸어서 10분 미만 거리인 춘천역 앞의 코스모스밭으로 향했다.

소문대로 코스모스는 만발해 있었다. 코스모스가 한곳에 이렇게 넓게 피어 있는 모습은 처음 본 것 같다. 길가에 조금씩 피어 있는 것도 예쁘지만, 한곳에 모여 있으니 정말 예쁘구나 싶다. 그리고 코스모스가 이렇게 큰가? 거의 손바닥만한 코스모스들이 많아서 신기했다.

코스모스밭이 춘천역 바로 앞이라 구경하다가 기차 시간에 맞춰 춘천역으로 이동하기도 편해 마지막 코스로는 금상첨화였다. 춘천역에서 2시 3분 기차로 다시 청량리역으로 돌아와 원래 계획했던 대로 환할 때 집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이제 백두대간협곡열차 V-train 예매에 성공하는 것만 남았구나! 퐈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