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방문 캠페인 참여를 위해 논산 돈암서원을 방문하면서 근처의 다른 논산 명소도 함께 가보기로 했다. 2년 전 선샤인스튜디오 방문이 내 인생 최초의 논산 방문이었고,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라 논산에 대한 배경지식이 많지 않은 (사실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지도 앱의 힘을 빌어 돈암서원과 멀지 않은 계백장군유적지와 탑정호 수변생태공원을 방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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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보석 같은 계백장군유적지
사실 계백장군유적지는 전혀 내 예상 목록에는 없던 곳이었다.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논산 명소는 국보 은진미륵을 보유한 관촉사지만 현재 공사중이었다. 그 다음에 고른 건 지도에서 발견한 백제군사박물관이었는데, 이곳도 역시 박물관 내부 공사로 휴관이었다. 탑정호만 보고 돌아가야 하나 싶었는데 백제군사박물관 바로 옆의 계백장군유적지는 야외니까 박물관 휴관과는 상관없이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아 큰 기대 없이 탑정호 가기 전 잠시 둘러보기로 한 거였는데…
여기가 완전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었다는 것이다!!!
방문 정보
- 주소: 충남 논산시 부적면 신풍리 4
- 입장료: 없음
- 주차: 무료 주차 가능
계백장군유적지 둘러보기
계백장군유적지는 크게 충혼공원과 계백장군묘역, 충장사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주차장에서 걸어 올라가다 계단 위 충혼공원 전망대를 제일 먼저 구경한 후 충혼공원 뒷편의 오솔길을 따라 계백장군묘역을 거쳐 충장사 쪽으로 내려오는 순서로 계백장군유적지를 돌아보았다. 충혼공원에 먼저 올라가지 않고 길을 따라 쭉 걸어가 제일 안쪽에 위치한 충장사부터 시작해 계백장군묘역을 거쳐 충혼공원 순서로 돌아봐도 좋겠다.
충혼공원
비루한 근력으로 수직 운동인 계단을 상당히 좋아하지 않는 나… 산책로를 따라 걷다 충혼공원 표지판과 함께 이 계단을 마주했을 때 정말 엄청 망설였다. 목 선풍기를 풀 가동 중인 절대 시원하지 않은 날씨에 계단을 오르는 노오력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한참을 머뭇거리다 그냥 지나갔다 다시 되돌아 왔다를 반복하다 나중에 후회하기 싫다는 마음에 큰 숨을 몰아쉬며 계단을 올랐다. 제발 힘겹게 계단을 올라온 걸 후회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계단의 끝에 다다른 내 앞에 나타난 풍경은…
오, 마이 갓뜨! 대박 풍경!!!
정말 너무나 멋진 풍경 아닙니꽈? 여기 잠시 보고 탑정호 보러 가려고 했는데, 전망대에서 탑정호가 한눈에 보이다니!! 탑정호가 바로 근처에 있다는 건 지도에서 봐서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한 눈에 다 보일 거란 생각을 전혀 못했다. 전혀 예상을 못 해서 더 멋지게 느껴졌을 수 있겠지만, 충혼공원 전망대는 그야말로 뷰 맛집이었다. 날씨도 워낙 사진 잘 받는 그런 날씨라 그런지 찍는 풍경마다 내 아마추어적 사진 실력으로도 그림이 되는 그런 날씨다. 하늘의 입체적인 구름은 또 어떻고!!!
멋진 풍경에 한참을 멍 때리며 감상하다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전망대 뒤쪽 오솔길을 따라 걸으니 뻐꾸기 우는소리가 들려왔다. 너무나 오랜만에 들어보는 뻐꾸기 소리!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영상을 찍었다. 이 근처에 사람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내 걸음 소리가 크게 나는데도 멈추지 않고 계속 울어댔다.
그렇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빼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소음의 주된 원인은 보통 인간인데, 백제군사박물관이 휴관이라 그러한지 이곳에 방문객은 오직 나 하나였다! 바람소리, 새소리, 벌들이 날갯짓하는 소리… 모든 게 자연의 소리라 내 발자국 소리가 제일 시끄럽고 듣기 싫은 그런 아주 고요함을 너무나 오랜만에 느껴보았다.
비슷비슷한 모양의 소나무들이 가득한 풍경을 한참 바라보다 보니 문득 기억이 하나 떠오른다. 2020년에 방문했던 금강수목원 내 산림박물관에서 보았던 우리나라의 지역별 소나무 모형의 차이가 바로 그것!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고, 지금 내 눈앞의 소나무 유형는 바로….
중남부평지형
계백장군 묘 (계백장군유적전승지)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충장사 쪽으로 내려오면 중간에 계백 장군의 묘가 보인다. 사실 처음엔 너무 놀랐다. 계백 장군의 묘가 진짜 있구나 싶었다. 경주에도 김유신 장군의 묘(사적 제21호)가 있듯이 말이다. 물론 이 묘가 정말 김유신 장군의 묘인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묘가 있긴 하다. 그러나 계백은 패전 장군인데 묘가 있다고??
묘역 한쪽에 위치한 설명문을 요약하자면 해당 묘는 실제 묘가 아닌 가묘였다. 황산벌 전투((黃山伐 戰鬪,현재 충청남도 논산시 연산면 신양리 및 신암리 일대)에서 백제의 결사대는 대부분이 사망하였고, 계백 장군도 그 전투에서 사망했다. 언제나 그렇듯 역사는 승자의 역사일 뿐… 마찬가지로 패전국 병사의 시신을 승전국에서 잘 거둬주는 경우는 슬프게도 잘 없다. 보통은 ‘우리가 이겼으니 까불지 마’라는 본보기 차원에서 효시를 하면 했지 잘 묻어주는 건 말도 안 되는 설정이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전투에서 사망한 계백 장군의 시신을 백제 유민들이 신라군 몰래 거둬 가매장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해당 위치에 있는 고분은 그 후 오랜 세월 동안 계백의 무덤이라고 백성들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왔단다. 그 위치가 바로 이곳인 것이다. 그러나 고분이 확실히 계백의 묘임을 확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계백장군유적전승지’라는 이름으로 충청남도 시도기념물 제74호로 지정하고 계백장군 묘라고 불리고 있단다.
‘황산벌 전투’ 알아보기
660년 8월 20일 황산벌에서 신라군과 백제군 사이에 벌어진 전투이다. 660년 나당연합군이 백제 방면으로 진군하여 의자왕이 계백을 황산벌로 보내 신라군을 막게 하였다. 계백은 결사대 5000명을 뽑아 김유신 장군이 이끄는 5만의 군사를 대적하였다. 신라군과 당나라군이 백제의 수도 사비성에서 합류하기로 약속한 시일을 최대한 저지, 지연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전투였던 만큼, 죽을 것을 알고 전투에 임했고 결국 5000명의 결사대는 전멸하였다. (참고한 자료 바로가기)
충장사(忠壯祠)
계백 장군의 묘역을 지나 계속 내려가면 충장사가 보인다. 충장사는 계백 장군의 위패와 영정을 봉안한 사당으로 2005년에 완공되어 매년 4월에 사당제인 계백 장군 제향 (階伯將軍祭享)을 지낸다고 한다. 계백 장군이 제향된 곳은 총 세 곳으로 연산의 충곡서원과 부여의 의열사가 있으나, 이곳에 안치된 영정이 계백 장군의 유일한 표준 영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 영정을!!! 영접해 보려고 했지만!!!
자물쇠로 잠겨 못 들어감… 아 놔.
내가 방문한 날에만 잠겨있던 것인지 아니면 제향제를 제외하고는 관람객의 출입을 원래부터 제한했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약간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홍살문 앞에서 인증 사진을 남겨보았다. 패전국의 장군이지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장군의 혼을 기리고자 사당을 아름답게 관리해 놓은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아름다운 녹음으로 가득했던, 소음 하나 없이 조용했던 계백장군유적지를 나 홀로 둘러보고 이번 방문에 새롭게 알게 된 역사 지식을 머리에 다시 한번 새겨보며 다음 목적지 이동을 위해 천천히 주차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휴관 중인 백제군사박물관을 함께 관람할 수 있었다면 시너지가 더 컸을 텐데… 생각하며 더 더워지기 전에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탑정호로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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