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간사이 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이날은 간사이 공항으로 이동하기 전 효고현에 위치한 세계문화유산인 히메지성을 다녀오는 것이 유일한 일정이었다. 간사이 공항에서 17시 35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라 시간은 여유로웠다. 신이메미야의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마친 후 JR 기차를 타고 히메지역까지는 대략 1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었다. JR 패스를 이용하여 최저 환승으로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오사카 순환선(쾌속)으로 오사카역까지 이동한 후 도카이도/산요 본선(신쾌속)으로 히메지역에 도착했다. 코인라커에 캐리어를 보관한 후 가벼운 차림으로 이동했다. 북쪽 출구로 나와 큰길(오테마에도리, 大手前通り)을 따라 약 20분 정도 직진하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역사에서 나오자마자 정면으로 히메지성이 보이기 때문에 길을 잃을 염려는 접어두어도 된다^^ 새하얀 백로를 닮아 하쿠로조(白鷺城)라는 별명을 지닌 세계문화유산으로 JR West Rail Pass 소지자라면 빼놓을 수 없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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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백로를 닮은 히메지성(姫路城) ★★★★★
- 주소: 68 Hon-machi, Himeji, Hyogo
- 관람시간: 9:00 ~ 16:00 (9월~5월) / 9:00 ~ 17:00 (6월~8월)
- 입장료: 600엔 (히메지성+코코엔 종합권 720엔)
히메지성은 1346년에 축성했던 소규모의 성을 1580년 구로다 요시타카로부터 헌상 받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대대적으로 대폭 개수하여 새롭게 재탄생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 여러 주인을 거쳐 1618년 제2대 쇼군이었던 도쿠가와 히데타다의 딸인 센히메와 혼다 다다토키의 결혼을 계기로 히메지성의 추가적인 정비가 이루어지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기단을 제외하고는 모두 목조 구조이다. 당연히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에 이를 예방하고자 벽면에 하얀 회칠을 하여 백로성이란 별명을 가지게 되었다. 회칠로 인하여 목조 구조의 외관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기에 내구성이 튼튼하도록 나무 기둥도 촘촘히 박아 넣을 수 있었고, 적의 감시 및 사격 등 군사적 목적을 위해 필요한 만큼 각종 형태의 gun hole을 뚫을 수 있어 수성에 무척 유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성
히메지성은 단 한 번도 함락된 적이 없는 난공불락의 성이라고 한다. 위에서 설명한 회칠도 심미적인 이유가 아닌 군사적 요새로서 기능적인 차원에서 선택한 것인데 그것이 참으로 아름다운 외양을 이끌어냈을 뿐이다. 성의 내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다른 일본의 성과 마찬가지로 1차적으로는 해자를 건너야 하고, 그 이후에도 성의 중앙까지의 spiral처럼 빙글 뱅글 도는 동선으로 20개가 넘는 문을 통과해야 한다. 방문자로서 계속 돌다 보면 내가 정확히 어느 위치에 있는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방어를 위한 최고의 구조를 선택했음을 바로 체감할 수 있다.
천수 내부 탐험
한참을 돌아 도착한 천수 내부는 역시 일상의 거주를 위해 지어진 성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실내가 일상생활을 영위하기에는 너무나도 불편해 보였기 때문이다. 난방 따위의 개념도 없고 계단은 극도로 가팔라서 잘못하면 굴러떨어져 목 부러지기 딱 좋은 수준이었다. 방어의 목적이 크다 보니 내부는 매우 폐쇄적인 구조였다. 좁지는 않은데 매우 답답한 공간이라 실내에서 하루를 온전히 보내야 한다면….
폐소공포증(claustrophobia) 오기 딱 좋게 생겨 먹었음
히메지성의 가치
일본은 무사 시대를 거친 나라인 만큼 성이 참 많지만, 성 전체가 국보인 경우는 히메지와 히코네 딱 두 곳이 전부이다. 벌써 최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히메지성! 그런데 사실 일본성의 상징은 바로 천수(天守)가 아니던가? 모든 성에 천수가 있는 것은 아니며, 원래 천수가 있었던 성 중에서 현재까지 그 천수가 남아있는 곳은 총 12개 성이라고 한다. 그중 4개 성이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바로 히메지(효고)와 히코네(시가), 이누야마(아이치), 마츠모토(나가노) 성이다. 천수각의 중요도로만 따져도 일본의 4대 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히메지성에서 국보로 지정된 천수는 1개가 아닌 대(大)천수, 동소(東小)천수, 서소(西小)천수, 건소(乾小)천수로 총 4개다!!! 일본 4대 성 중 단연코 최고의 위치라고 볼 수 있다. 히메지성의 대천수와 소천수는 복도로 이어져 있어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여 성내의 길을 따라 빙글빙글 돌며 수많은 문을 통과하면서 고개를 꺾어 올려다보면 천수와 천수를 잇는 통로 구조를 외부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소천수와 대천수가 중첩된 아름다운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다만 히메지성 천수를 배경으로 인물사진 찍는 건 너무 근접거리라 어렵다. 그러한 기념사진은 천수각 앞의 산노마루(三の丸) 광장에서 담을 수 있으니, 오테몬 밖으로 나가기 전에 찍자! 히메지 성을 배경으로 본인이나 동행의 방문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일본 여행 중 딱 하나의 성을 방문한다면? 정답은 바로 히메지성이다.
코코엔(好古園) ★★☆☆☆
- 주소: 68 Honmachi, Himeji, Hyogo
- 관람시간: 9:00 ~ 17:00 (6월~8월 한정 9:00 ~ 18:00)
- 입장료: 코코엔 300엔 / 히메지성+코코엔 종합권 720엔 / 히메지성 600엔
2시간여의 히메지성 관람을 마치고 바로 옆에 위치한 5분 정도 거리의 코코엔으로 이동했다. 히메지성 매표소에서 표를 살 때 코코엔과 묶어서 파는 종합 입장권을 개별 입장권보다 조금 더 저렴하게 팔고 있어서 구매했다. 나는 기차 시간까지 시간 여유가 있어 코코엔까지 보기로 했지만, 다른 일정이 있다면 굳이 방문하지 않아도 되는 장소였다.
코코엔은 1992년에 만들어진 정원으로 총 9개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에도시대의 스타일을 반영하여 조성한 현대의 정원으로 잠시 쉬어 가는 타임에 관람하면 좋을 듯하다. 정원 내부는 예쁘고 깔끔했지만, 꼭 일본까지 와서 봐야 할 이유는 없는… 잠시 둘러보기 좋은 장소였다. 뭐, 단풍이 가득 들었다면 또 모르겠지만…
신오사카역에서 하루카로 환승하여 간사이공항까지 가는 동선이라(대략 2.5시간 소요) 아침에 미리 확인해 두었던 기차 시간 전에 점심을 먹기 위해 15분 만에 코코엔의 관람을 마쳤다.
간사이 여행을 마치며
점심을 간단히 먹고 히메지역에서 신오사카역을 거쳐 간사이공항에 도착했다. 캐리어를 들고 환승하는 노선이라 조금 걱정했는데, 그리 힘들지 않게 잘 환승해 2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하여 여유롭게 수속을 마칠 수 있었다. 게이트에 앉아 창밖의 간사이공항 풍경을 사진에 담아보았다. 내가 타고 갈 대한항공 항공기는 이미 대기 중이다~
처음 간사이 여행을 계획하면서 4박 5일이 짧은 일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첫 방문이다 보니 볼거리는 많고 시간은 부족했다. 여러 번 방문해야 비로소 여유를 가지고 여행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본 여행은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는데, 우선 나 홀로 여행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라 너무 마음에 들었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혼자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안타깝게도 일본과 비교해서 현재 한국은 혼자 여행하기 좋은 여건을 가지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 또다시 일본 여행을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음 여행도 몹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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