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무라 제국 호텔
2007-03-03 @ 메이지무라에 위치한 Frank Lloyd Wright의 제국 호텔

이누야마 시 남동쪽에 위치한 메이지무라(明治村)는 일본 메이지 시대의 건축물을 전국에서 수집하여 복원해 만든 일종의 박물관 마을이다. 한국의 용인 민속촌과 비슷하다고 할까? 1965년에 문을 열었다는 메이지무라는 유명 건축물 외에도 메이지 시대의 음식, 복장 등 사회 전반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재현하였는데, 그 부지가 매우 넓다. 최소 한나절은 잡아야 하는 코스인지라 우리는 이누야마 성하 마을 코스와 엮어 하루 일정을 온전히 나고야 근교의 이누야마 시에서 보냈다.

매우 비싼 메이지무라 입장료

이누야마 성하 마을에서 이동하려면 이누야마 역으로 가야 한다. 이누야마 역의 동쪽 출구에서 메이지무라 행 버스에 탑승하면 약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버스 배차 시간이 촘촘하지 않기 때문에 미리 확인을 하고 움직여야 소중한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우리 모녀는 12시가 조금 넘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정문에서 ‘노리모노일일권(乗物一日券)’ 포함 입장권을 2,200엔에 구매했다. 2인 가격이 아니무니다… 후덜덜… 1인 가격이다. 메이지무라 내 교통수단은 총 4가지였는데 마차(馬車)를 제외한 버스, 증기기관차와 전차 세 종류의 교통수단을 무한정 이용할 수 있다. 입장권만 구매 시 1,600엔이고 버스 이용권은 별도로 500엔에 구매해야 한다. 결국 입장권+버스 이용권(2,100엔) 대비 노리모노일일권이 포함된 입장권(2,200엔)은 총 100엔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노리모노일일권’ 포함 입장권 구매가 제일 좋은 옵션이다!!!

2007-03-03 @ 메이지무라 ‘노리모노일일권’ 포함 입장권

메이지무라는 총 5개 구역(쵸메, 丁目)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정문으로 입장하여 1 > 2 > 3 > 4 > 5 쵸메 순으로 돌면서 중간중간 버스를 이동하고 마지막 5쵸메 끝 북쪽 출구에서 증기기관차를 이용해 정문 쪽으로 되돌아올 예정이었지만, 실상은 버스 배차 시간을 기다리기가 애매하기도 하고,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중간에 놓치는 곳들이 너무 많아 계속 걸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증기기관차와 버스를 각기 한 번씩 탑승한 것이 전부였다. 덕분에 일정이 끝나갈 무렵에는 다리가 너무 아파 정신줄이 날아가기 직전이었는데, 그럼에도 노리모노일일권 포함 입장권보다 좋은 옵션은 존재하지 않는다. 본인의 튼튼한 다리가 유일한 옵션일 뿐.


1초메부터 탐방의 시작

2007-03-03 @ 메이지무라 1쵸메

일정의 시작이라 에너지가 충만했기 때문에 1쵸메는 안내판도 꼼꼼히 읽어보며 사진도 찍으며 나름 정성스레 관람을 했다. 뒤로 갈수록 눈으로만 보는 현상이 나타났지만, 언제나 그렇듯 시작은 좋았다. 정문을 나와 오른쪽으로 크게 한 바퀴를 돌며 1쵸메의 주요 관람 포인트들을 No.6 성요한 교회당(1907년) > No.7 가쿠슈인 원장 관사(1909년) > No.8 사이고 츠구미치 저택(1889년) > No.9 문학가의 집(1887년) > No.12 철도국 신바시 공장(1889년) > No.13 미에현 청사(1887년)의 순서로 둘러보았다.

2007-03-03 @ 메이지무라 2쵸메

각종 상점 등으로 이용했던 건물을 모아놓은 2쵸메에 들어서니 음식점과 간식을 파는 좌판들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 잘 먹지 않던 아침을 호텔 조식으로 거나하게 먹은 덕에 우리 모녀는 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도 배가 많이 고프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예 굶을 수도 없으므로 길가에서 파는 간식거리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했다. 2쵸메는 일직선으로 늘어선 하나의 거리라 동선이 효율적이다. 1쵸메의 13번을 나와 골목길로 들어서 14번부터 23번까지 번호 순서대로 빠짐없이 모두 둘러보기 좋았다. 위 사진은 연핑크 건물이 인상적이었던 No.15 제4고등학교 물리화학교실, 기름통이 줄줄이 늘어서 있던 3층 목조건물인 No.18 토마츠가 주택과 바로 옆의 No.19 교토 나가이 주조, No.22 메이테츠 전차의 내부 모습이다.

2007-03-03 @ 메이지무라 3쵸메

2쵸메의 끝인 No.23 교토 시치조 파출소 맞은편의 3쵸메 방향으로 걸어 올라가면 제일 먼저 은은한 옥색 빛의 No.25 키타사토 연구소가 눈에 들어온다. 아직 반절도 안 본 상태에서 다리가 아파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No.31 나가사키 거류지 25번관과 No.32 고베 야마테 서양인 주택만 둘러보고 4쵸메로 이동했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다

2007-03-03 @ 메이지무라 4쵸메

이제 절반을 조금 넘게 본 것뿐인데 다리가 고단했다. 버스를 타려고 해도 대기 시간이 너무 길고, 또 아예 한 구역을 건너뛰는 게 아닌 이상 버스를 탈 수가 없었다. 사실상 1일 이용권이라지만 정식으로 관람을 한다면 1~2번 이상 타기는 힘들 것이다. 오래 기다려 버스를 탔는데 딱 한 정류장 가서 내린다면 그 시간에 몇 번을 걸어가고도 남는 그런 상황이니 발품을 팔 수밖에 없었다. 우선 4쵸메의 시작인 무예도장 No.34 무성당부터 No.42 비사이철도 증기기관차 1호까지 순서대로 관람을 한 후, 다리 건너편의 No.46 우지 야마다 우체국에서 역방향인 No.44 철도청 신바시 공장까지 돌아보았다. 그리고 바로 앞에 위치한 No.43 SL나고야역에서 증기기관차를 타고 5쵸메 끝인 SL도쿄역으로 이동했다. 증기기관차 운행시간까지 한참을 앉아 기다려야 했지만, 고단한 다리를 쉴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었다.

2007-03-03 @ 메이지무라 5쵸메

SL도쿄역에서 걸어 나오면 바로 앞에 그 유명한 Frank Lloyd Wright의 Imperial Hotel(제국호텔)이 있다. 한때 그의 작품을 무척 좋아했던 자로서 이걸 보려고 메이지무라를 방문한 것이었는데 너무 피곤했던 건지 큰 감흥이 없었다. 피츠버그에 있는 Falling Water(낙수장)는 끔찍한 복통에 시달리던 와중에도 그렇게! 그렇게! 감탄하며 봤었는데 제국호텔은 내 다리의 피로도가 더 우선이었다는… 5쵸메는 지도상의 순서는 무시하고 시계방향으로 관람하면서 증기기관차를 타기 위해 Skip 했던 4쵸메의 끝부분으로 다시 이동하기로 했다. 5쵸메는 여러 지역의 감옥소와 재판소, 그리고 천주당의 건물들이 모여있는 지역이었다. 특히 No.62 가나자와 중앙 감옥은 마치 서대문 형무소의 축소판 같아서 보는 내내 기분이 매우 찜찜 그 자체였다.

2007-03-03 @ 메이지무라 다시 4쵸메

메이지무라는 탈 것을 기준으로 동선을 계획하자

5쵸메에서 다시 4쵸메로 넘어와 앞서 skip 했던 건물들을 둘러보았다. 이용원, 서점, 소극장, 목욕탕의 4개 건물이 일직선으로 늘어선 이곳 바로 앞이 버스 정류장인지라 관람을 하다가 버스를 놓쳐버릴 염려도 없기 때문에 맘 편하게 둘러볼 수 있었다. No.49 쿠레하자는 오사카의 소극장이었던 건물로 중요문화재라고 한다. 버스 시간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해서 직전에 그냥 지나쳤던 5쵸메 끝자락의 No.64 키쿠노요 주장을 둘러보는데 바로 앞 공터에 매화가 활짝 펴 있었다. 계속 걷느라 피곤했던 몸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화사한 꽃과 함께 인증샷을 남기는 것으로 메이지무라의 관람을 마쳤다.

한참을 기다린 버스에 피곤한 몸을 싣고 메이지무라 정문에서 하차하여 메이테츠 전철을 타고 나고야로 돌아오니 어느덧 깜깜한 저녁이었다. 마지막 날인 일요일 일정을 위해 숙소로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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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야마 시의 자랑인 국보 이누야마 성과 산코이나리 신사, 그리고 단풍 명소라고 알려진 사찰인 자코인(寂光院) 등 볼거리가 꽤 많다. 이누야마 시는 관광객으로 넘쳐 나던 작년 간사이 지방 여행과는 비교도 안되는 조용함과 한적함이 있는 소도시였다. 느긋하게 다니기 딱 좋은 환경이다. 어쩌면 이런 조용한 소도시가 우리 모녀의 취향에 더 적합할 수도 있겠다 싶다. 조용함 속에 느긋한 여행을 계획한다면 이누야마 시에서 숙박하며 여유롭게 돌아다니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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