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03 @ 나고야 근교에 위치한 국보 이누야마 성의 천수각

둘째 날의 여행지였던 이누야마(犬山) 시는 나고야 근교에 위치한 일본 소도시로 메이테츠센으로 약 30~40분 정도면 도착하는 곳이다. 기후현(岐阜県)과 바로 인접해 있어 기후현으로 일정을 잡는다면 중간에 잠시 들리기에도 좋은 동선이다. 이 날은 토요일이었기 때문에 되도록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서둘러 호텔 조식을 먹고 메이테츠 나고야 역에서 8시 반 즈음에 이누야마행 열차를 탈 수 있었다.

일본의 국보 이누야마 성 가는 길

국보로 지정된 이누야마 성은 이누야마 시의 가장 대표적인 명소이다. 이누야마 성의 천수각(天守閣)은 센고쿠 시대(戦国時代)에 건축된(1537년) 것으로 현존하는 천수가 국보로 지정된 다섯 군데의 성 가운데 한 곳이라고 한다. 이누야마역(犬山駅)이나 이누야마유엔역(犬山遊園駅)에서 목적지까지는 비슷한 거리이기 때문에 어디에서 내려도 크게 상관은 없다. 이누야마 역은 걸어 가는 길에 상점가들이 모여 있어 간식이나 끼니를 해결하기 좋은 동선이고, 이누야마유엔 역은 거리가 조금 더 가깝고 기소(木曾) 강변의 산책로를 따라 유유자적 걸으며 이동하기 좋은 동선이므로 각자의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될 듯하다.

우리 모녀는 이누야마유엔 역에서 내렸으나 여행 전에 목적지에 대한 상세한 공부를 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에 강변 산책로를 따라 이동하면 풍경이 좋다는 핵심 정보를 놓치고 주택가 골목을 통해 목적지에 도착했다. 역 앞에 있던 동네 지도를 바탕으로 가장 거리가 짧은 골목길로 가다 보니 강변의 풍경은 구경도 못했지 뭔가? 나중에 천수각에 올라 밖을 내다봤을 때야 강이 바로 앞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래서 아는 것이 힘이라는 게지…

이누야마 성 가는 길
2007-03-03 @ 너무나도 한적했던 이누야마 성 가는 길

이누야마 성으로 가는 길은 분명 맞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평일도 아니고 토요일 아침 9시 반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지만 우리 모녀가 전부였다. 마마님께서는 여기가 유명한 곳이 맞냐며 나를 취조하기 시작했다. 주말인데 어떻게 유명한 곳이라면서 사람이 아무도 없을 수가 있냐는 말에 맘속으로는 100% 수긍했지만, 표지판을 가리키며 분명 ‘국보’라고 쓰여 있으니 유명한 곳이 맞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산코이나리 신사

2007-03-03 @ 산코이나리 신사의 빨간 도오리

이누야마 성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산코이나리 신사(三光稲荷神社)를 가로질러 가야 하기 때문에 덤으로 신사도 함께 구경했다. 여우(稲荷, 이나리) 신사라 입구에 여우 상이 빨간 옷을 입고 앉아있었다. 흐린 날씨에 새빨갛게 칠해진 도리이를 보니 기분이 산뜻해진다. (역시 채도가 높아야 상큼하지~) 강렬한 색채 대비로 가득한 와중에 신사 한켠에 잔뜩 걸어 놓은 에마가 눈에 들어왔다. 나무의 질감과 색감이 주는 부드러운 느낌이 인상적이었달까?

(2018년 내용 추가) 예전에 방문했을 때에는 한국인은 거의 잘 가지 않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엄청 유명해졌더라! 다들 이 산코이나리 신사의 상징이라는 핑크색 하트 에마(絵馬) 사진을 찍으러 간다던데, 무슨 핑크 하트 에마???? 옛날에는 위 사진처럼 평범한 나무 에마였는뒈!!! 너무 놀랐다. 세월에 장사 없다더니… 사진 검색으로 확인해 본 산코이나리 신사의 하트 모양 에마가 특이해 보이긴 하는데, 내 눈에는 평범했던 위 사진 속 나무 에마가 더 멋져 보인다. 역시 나이 탓이려나?


작지만 잘 보존된 이누야마 성

2007-03-03 마치 우리 모녀 둘만의 단독 관람 같았던 이누야마 성

산코이나리 신사를 거쳐 계속 걷다 보니 이누야마 성이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신사에서도 사람 구경을 못했지만, 이누야마 성 역시 우리밖에 없는 것처럼 보였다. 천수각을 올려다보니 사람이 한 둘 보였다. 500엔의 입장료 (현재는 550엔)를 내고 입구에서 벗은 신발을 비닐봉지에 넣고 이누야마 성 내부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조우하는 엄청난 높이의 계단에 허벅지가 후들거렸다. 매우 한산했기 때문에 이리저리 둘러보기엔 딱 좋았다. 천수각에서 바라보는 이누야마 시의 풍경은 정말 멋졌다. 어째서인지 제대로 된 사진 하나 안 찍었지만 (흐윽…), 히메지 성 천수각에서 보는 풍경보다 10배는 더 멋지기 때문에 human ergonomic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는 그야말로 허벅지를 부여잡게 만드는 높고 높은 계단이 힘들다는 이유로 천수각을 안 올라가는 분은 없길 바란다. 그리고 이누야마 성 스탬프도 잊지 말고 꼭 찍으시길 권한다. 스탬프 찾으러 다닐 땐 귀찮아도 나중에 보면 좋은 기념이 된다.


이누야마 시 문화사료관과 가라쿠리 전시관

이누야마 성을 나와 이누야마 역 방향으로 5분 정도 걸으면 이누야마 시 문화사료관(犬山市文化史料館)과 맞은편에 별관인 가라쿠리 전시관(からくり展示館)이 나온다. 워낙 박물관이나 전시관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인지라 100엔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내부로 들어섰다.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이누야마 마츠리에 쓰이는 거대한 가마같이 보이는 것들이었다. 크기가 어마어마했는데, 축제 중에 실제로 쓰이는 Dashi(山車) float라고 한다. 3단으로 만들어진 이 float의 중간층에 사람들이 들어가 제일 높은 단에서 보여줄 꼭두각시 인형을 조종한다고 한다. 그야말로 움직이는 인형극인 셈이다. 4월 첫째 주 주말에 열린다는 이 축제 시기에 맞춰 이누야마 시를 방문한다면 한가로운 이누야마가 아닌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누야마를 경험하겠지?

2007-03-03 @ 이누야마 축제에 쓰인다는 Dashi Floats와 Mechanical Puppets

문화사료관의 별관인 가라쿠리 전시관에서는 Dashi float에 쓰이는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꼭두각시 인형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어떤 건 살짝 섬뜩할 정도로 정교하게 움직였다. 전시관의 한쪽에서는 가라쿠리 닌교(からくり人形, Mechanical Puppets) 장인이 인형을 만드는 모습도 직접 볼 수 있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는 인형 머리를 만들고 계셨던 참이라 정말 섬뜩했다. (인형이 너~무 리얼해!) 별관에서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한해 오전 오후에 한 번씩 입장료 외 추가 비용 없이 인형극을 볼 수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시간을 미리 확인하시길 바란다. 우리는 오전 타임 공연을 놓쳤기 때문에 오후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 패스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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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일정인 메이지무라(明治村)가 기다리고 있기에 일정을 마무리하고 이누야마 역으로 이동했다. 아침에 이누야마유엔 역에서 내려 관람을 마치고 이누야마 역으로 이동하는 데까지 총 2시간 반 정도 소요되었던 것 같다. 성하 마을에서 간식도 먹고 사진도 찍고 이누야마 시의 2개 국보 중 하나인 유라쿠엔(有楽苑)도 빼놓지 않고 둘러본다면 반나절은 꼬박 잡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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