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중인 강릉을 피해 무작정 정선으로 향한 우리 모녀. 정선 레일바이크 타러 가자 생각하며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니, 대관령 쪽으로 넘어가면 대관령 양떼목장도 구경할 수 있더라. 좀 돌아가긴 하지만, 그래도 이때 아니면 언제 또 대관령에 와서 양떼목장 구경을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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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줄기를 헤치며 도착한 대관령 양떼목장
하슬라아트월드에서 출발해 좁은 지방도를 따라 운전을 하기 시작하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거센 비는 아니어서 다행이었지만, 어두컴컴해진 하늘이 강릉과 천지차이다. 산길을 따라 구불구불 운전을 하니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른다. 여름 휴가철 동해바다를 가기 위해 대관령을 넘는데 날벼락처럼 한여름에 눈이 와서 대관령 일대가 아수라장이었다. 도로가 미끄러워 거북이걸음을 하며 겨우 휴게소에서 도착해 눈이 그치길 기다리는데, 다들 한여름 복장이라 추워서 동사하는 줄!!! 걸어 다닐 공간도 없이 여름휴가 길의 차들이 물밀듯이 몰려와 휴게소가 완전 전쟁통 같았는데, 지나고 보니 그것도 추억이다. 덜덜 떨면서 전투적으로 겨우겨우 구매한 따뜻한 어묵탕 한 그릇을 가족 4명이 몇 입씩 나눠 먹었더랬다.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려 대관령 양떼목장에 도착해 주차를 하고 밖에 나오니, 와, 여긴 되려 서늘하다. 역시 대관령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한참 내리던 비는 부슬비 정도로 바뀌어 오락가락하는 정도로 잦아들었다.
대관령 양떼목장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며 구경을 하니 이곳은 되려 강릉의 새파란 하늘이 아쉽다! 파란 하늘에 초록 초록한 맑은 날의 풍경이 딱 봐도 최고일 것 같아 보이는 그런 장소였기 때문이다. 물론 비가 내리는 날의 나름의 정취가 있긴 한데 그런 느낌을 포착하기에 내 똑딱이 카메라는 적절하지 않아 더욱 아쉽다.
그래도 날이 맑으면 더워서 힘들었을 수도 있었으니, 하나를 잃은 대신 다른 하나를 얻은 셈이겠지? 대관령 양떼목장은 오르막이 많아 무더운 날은 쥐약일 수도 있겠다. 비가 내려 선선해진 날씨는 정말 편안하게 산책하기 딱 적당해서 느긋하게 구경이 가능했다. 양떼목장의 산책로는 그리 긴 코스가 아니라 여유롭게 잡아도 1시간 미만이면 충분했다.
양떼목장에 양들은 어디에?
대관령 양떼목장에는 방목장이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초지 보전을 위해 매년 일정 구역을 번갈아 가며 사용하는 것 같았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비가 내렸기에 방목장에 돌아다니는 양들은 한 마리도 없었고, 모두 비를 피해 축사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양들에게 건초주기 체험도 가능하지만, 반려동물 외에는 동물에 크게 관심이 없는지라 축사에 모여 있는 양들은 잠시 스쳐 지나며 보는 것에 만족하고 레일바이크를 타러 정선으로 출발했다.
정선 레일바이크: 강원도 정선의 대표 어트렉션
양떼목장에서 한 시간 정도 구경을 하고 정선 레일바이크 출발역인 구절리역에 도착했을 때는 5시가 가까워질 무렵이었다. 주차를 하고 매표소에 가니… 휑~하다.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은 꽤 있는데 어째서 사람이 없나 했더니, 마지막 레일바이크 탑승 시간이 4시 40분이었단다.
간발의 차로 탑승이 불가하기도 했지만, 계속 비가 오락가락 하는 통에 정선 산골마을은 일찍 어둑어둑 해지고 있었다. 막차를 탑승했어도 풍경을 보기엔 아쉬웠을 상태라 구절리역 주변의 숙소에서 1박을 하고 다음 날 아침 일찍 1회차(8:40) 레일바이크를 타기로 했다.
튼튼한 다리가 필요한 정선 레일바이크 체험
밤새 열심히 비가 내려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도 새벽에 비가 그쳤다. 비 걱정에 새벽부터 잠에서 깬 덕에 아침 시간이 넉넉했다. 일찌감치 숙소 체크아웃을 마치고 매표소 창구가 오픈하는 8시에 딱 맞춰 1회차 탑승권부터 구매했다. 대략 30분의 시간 여유가 있어 매표소 주변을 구경했는데,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폐객차를 이용한 숙소가 눈길을 끌었다. 바로 앞이 계곡이라 나름 운치가 있긴 하겠다.
10분 정도를 남겨 두고 레일바이크 승강장으로 향했다. 하루에 총 5회만 운영하는 터라 1회차 레일바이크를 탑승객들도 적지 않다! 평일 오전인데 다들 나처럼 휴가 중인가?
정선 레일바이크는 구절리역에서 출발하여 아우라지역까지 7.2km 코스이다. 구절리역에서 레일바이크를 타고 아우라지역까지 간 다음, 아우라지역에서 정선 풍경열차를 타고 구절리역까지 돌아온다. 왕복 14km를 모두 다리 근력으로 왕복하는 건 아니라 별로 힘들지 않겠다 생각이 들었는데… 아우, 다리 무지 아프다. 이거 타고 와서 2~3일간 다리 근육통이 작렬했다.
정선 레일바이크는 100% 수동 바이크라 평지에서는 열심히 페달을 밟아주어야 한다. 내리막길이 중간에 적절히 섞여 있어 무아지경으로 페달을 돌려야 하는 고난도는 아니다. 그러나 레일바이크 자체의 무게가 상당하여 가속도가 떨어지는 일부 구간에서는 온전히 다리 힘으로 돌려야 했다. 힘들다고 늦장 부리다가는 뒤따라오는 레일바이크에게 상당한 민폐를 끼치게 된다. 평지 구간에서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이게 되면 온전히 다리의 힘으로 다시 일정 속도로 올려야 하기 때문에 몇 배가 더 힘이 든다. 앞/뒤차와 적당한 거리 유지를 위해 너무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 유지가 관건이다.
타는 동안에는 다리가 퍽퍽해도 강원도 산골 마을의 예쁜 풍경도 보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즐기느라 그다지 다리가 아프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우라지역에 도착해서 내리는 순간 허벅지가 내 허벅지가 아닌 느낌이!!!
아우라지역에서 1회차 탑승객들이 도착할 때까지 약간 대기를 한 후 풍경열차를 타고 구절리역으로 돌아왔다. 구절리역에는 소소한 볼거리들을 마련해 두어 떠나기 전에 잠시의 포토타임을 가지기 좋았다. 폐열차를 이용해 여치를 형상화한 카페 건물이 주변 풍경과 잘 어울려서 사진 찍기 좋았다.
어느덧 10시 반이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이번 강원도 여행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 방울방울 떠오르는 그런 여행이었다. 강릉의 갑작스러운 더위에 놀라고, 또 바로 옆 동네는 서늘해서 놀랐던 강원도 여행이었다. 언제 또 강원도를 방문할지는 모르겠지만, 즐거운 추억을 가득 만들었다. 코레일에서 레일바이크 탑승 중에 사진을 찍어주는데 기념으로 비싼 돈을 주고 사진도 샀다! (원래 이런 거 절대 안 사는데, 이번만 예외인 걸로!) 거실 벽에 잘 걸어 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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