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여행 JR West Sanyo Area Pass
20070609 @ 히로시마 방문에 사용한 JR West Sanyo Area Pass

6월 1일부터 3일까지 2박 3일로 대학 선배를 만나러 JR West Sanyo Area Pass를 이용하여 히로시마에 다녀왔다. 신칸센과 하루카만 타고 다녀오는 고~오~급~진 여행을 원했던 것은 아닌데, 히로시마 직항이 오직 일 1회에 운항인데 히로시마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는 무려 아침 10시 반! 최대 대안이었다. 2박 3일을 꽉 채워 써야 하는 나에게는 정말 최악의 비행 스케줄이었기에, 시간 선택이 훨씬 자유로운 간사이국제공항에 도착해 신칸센으로 히로시마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히로시마 방문 계획

작년 여름 대학 선배로부터 일본으로 이사를 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회사를 옮겼는데 본사(일본) 디자인 센터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냉큼 지원했다는 이야기였다. 자동차 회사일 테니 나고야(토요타) or 도쿄(혼다, 미쓰비시) 중 어디냐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히로시마

히로시마?? 알고 보니 마즈다(Mazda) 본사가 히로시마에 있단다! 오홍~ 그랬구만. 우선 작년 가을 간사이 여행 당시 히로시마에 들르지 않아 1차적으로 욕을 좀 먹은 이후 거의 매달 대체 언제 오냐 메들리에 시달려 왔다. 마침 마마님께서 여름을 보내러 미국에 가신 상황에 꼭 해결해야 할 숙제처럼 남아 있던 히로시마 방문을 감행하기로 했다. 나도 더 늦어지면 너무 더울 것이 뻔하니 6월 6일 현충일 공휴일 대체근무 조건으로 6월 1일(금요일)부터 3일까지 2박 3일로 히로시마로 떠났다.

히로시마 직항 vs 간사이국제공항 + JR 패스

처음 히로시마행 항공편을 알아봤을 때는 직항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런데 막상 표를 살 시점이 되니 운항 스케줄이 발목을 잡았다. 하루에 단 한 대! 출국 편은 9시라 딱 좋은데 문제는 귀국 편이 10시 반이라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부족한 시간에 출국 시간이 10시 반이면 실질적인 체류 시간은 고작 하루 반나절! 그런데 항공권 가격이 싸기나 하면 말을 안 하겠다. 가격도 무척 비쌌다. 70만 원을 넘기는 가격… 이 가격이면 그냥 친구에게 욕먹고 홋카이도로 튀고 싶어요 ㅠㅠ

항공편 수가 훨씬 많은 간사이국제공항으로 항공권을 알아보니 히로시마보다 가격도 저렴했기에 대략 20만 원 상당의 JR West Sanyo Area Pass 4일권을 구매해도 큰 가격차가 나지 않았다. 이번 히로시마 방문 중 미야지마에 다녀오자 했던 친구의 계획 상 JR 패스 이용자는 미야지마 페리 이용에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 장점이 있었고, 돌아오는 길에 히로시마 방문과 더불어 Sanyo 지역 중 한두 곳을 방문한다면 히로시마 직항보다 여러모로 더 장점이 많은 옵션이라 생각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JR West Sanyo Area Pass는 4일권과 7일권만 있었기에 내 여행 기간과 상관없이 정해진 기간의 패스를 구매했어야 한다는 점이다. 3일권을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JR West Sanyo Area Pass와 Kansai Area Pass 차이점

(좌) Kansai Area Pass 노선도 (우) Sanyo Area Pass 노선도
 Kansai Area PassSanyo Area Pass
사용 범위 (서쪽 한계)히메지하카타
사용 범위 (동쪽 한계)교토, 나라신오사카
신칸센 탑승XO
하루카 지정석XO
JR West Rail Pass < Kansai Area vs. Sanyo Area >

Sanyo Area Pass는 신칸센과 하루카의 지정석 탑승이 매력적인 패스다. 지난번 간사이 여행에 사용했던 Kansai Area Pass는 신칸센 탑승은 불가했고, 하루카 지정석 탑승에는 추가 비용이 든다. 산요 지역은 이동 거리가 상당하기 때문에 신칸센 이용 시 빠른 이동이 가능하다. 하루카의 경우 대체적으로 자유석에 여유가 있는 편이라지만, 그래도 트래픽 시간에 탑승하는 경우 내게 지정된 자리가 있는지 없는지는 심리적으로 큰 차이가 있었다. First-come first-serve인 만큼 기차역에 일찍 도착해 자유석 승강장에서 대기를 길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큰 장점이었다~

Sanyo Pass를 이용한 3일간의 히로시마 방문 여정

  • 6월 1일: 인천 > 간사이국제공항 > 하루카 지정석 > 신오사카역 환승 > 신칸센 노조미 > 히로시마역
  • 6월 2일: 히로시마 > 미야지마 (JR 기차 및 페리)
  • 6월 3일: 히로시마역 > 신칸센 히카리 > 신고베역(반나절 여행) > 신칸센 히카리 > 신오사카역 환승 > 하루카 > 간사이국제공항

히로시마에서의 재회에 대한 소회

이게 얼마 만인지! 내가 졸업 직전 Detroit에서 만난 게 마지막이니… 7년 만이다. 감회가 새로웠다. 그것도 미국이 아닌 곳에서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예상 못 했는데 일본에서 만나다니! 분명 대학 시절 선배 왈, 고등학교 때 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운 적이 있다고 했었다. 그래서 난 또 일본어를 잘 하는 줄 알았지 뭔가? 물론 나보다는 잘 하는데… 음… 못한다.

뭐야, 배웠다며…

게다가 우선 글은 전혀 못 읽는다. 선배는 내가 한자를 좀 읽는 게 너무 신기한 모양이다. 내가 중딩 시절 내내 한문 때문에 눈물 콧물을 얼마나 흘렸던가… 당연히 선배보다는 내가 잘 알겠지. 미국에서는 기초 회화에서는 글을 전혀 가르치지 않는다. 그래도 중급부터는 배우는데 글을 못 읽는 것 보니 기초만 배우다 만 일본어구만… 일본어 실력이 너무 안 되는데 회사에서 어찌 일하냐 물었더니 회사 내에 외국인 직원이 많아 영어 통역이 있단다. 우와, 이런 특혜가! 언어를 못해도 월급을 받을 수 있다니!! 대박 좋은 걸? 같이 일하는 일본 친구들 중 영어가 일부 가능하여 필요하면 두~세 다리 건너 의사소통을 하면 돼서 불편해도 되긴 된단다.

아무래도 관광을 간 게 아니고 친구를 만나러 간 거라 히로시마 시내는 구경도 못하고 친구 자취 집과 친구의 친구 집, 친구가 운영한다는 bar를 전전하며 먹고, 마시고, 수다 떨고…

해는 졌는데도 취침을 하지 않는 이 냥반…

이틀 밤이지만 난 이 선배가 밤에 잠을 자는 걸 한 번도 못 봤다. 나만 주인 없는 집에서 숙면을 취했다. 취미로 디제잉을 하는 냥반인 건 알겠는데… 무슨 디제잉을 잠도 안 자고 하는 거야? 잠은 자야 하는 것 아닌가? 매번 내가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할 때 반대로 디제잉 도구 챙기며 나갈 준비를 하던 선배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물론 곱게 떠나시진 않고 끈질기게 본인이 디제잉 하는 거 보고 싶지 않냐, 같이 가자! 밤새도록 춤추고 음악 듣고 젊음을 불태우자고 주장하셨지만…

아니요, 난 허약해서 자야 합니다

내가 떠나는 날인 일요일 아침에도 전날 밤을 하얗게 불태워 정신이 반쯤 신체를 탈출한 선배를 집 현관문 앞에서 만나 작별 인사를 했다. 못 만나고 떠나는 줄 알았는데 ㅋㅋㅋ 그래도 얼굴도장은 찍고 헤어져서 다행이었다.

선배, 한방에 훅 가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밤에는 잠을 자는 생활습관을 길러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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