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았던 히로시마 방문을 마무리하며 간사이국제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짧지만 알차게 반나절 정도 고베 여행으로 기타노이진칸을 다녀왔다. 신칸센 표는 히로시마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티켓 창구에서 미리 발권을 해 두었다. 많지 않은 시간을 알차게 쓰기 위해 최대한 이른 시간에 출발하는 열차를 예매하여 고베 여행에 대략 4시간 정도를 할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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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를 떠나며
아침 7시 46분에 출발하는 HIKARI 444호 열차를 타기 위해 7시 즈음에 선배 집을 나섰다. 나 홀로 꿀잠을 잔 집의 주인은 이전 포스팅에도 언급했지만 주말 내내 야밤에 잠을 자지 않는 강철 체력 타입. 짐을 꾸리며 설마 내가 집을 나서기 전까지도 집에 안 오는 건 아니겠지 싶었지만, 역시나 감감무소식이었다. 간단한 메모를 남기고 히로시마 역으로 향하려 했으나 다행이도 건물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쳤다.
벌써 가?
응, 기차 시간 때문에 지금 나가는 길이야. 떠나기 전에 얼굴 봐서 다행!
어제 디제잉이 진짜 불타올랐어. 너도 같이 갔으면 좋았을 텐데.
내 체력으론 절대 안 돼. 댁 얼굴이 상당히 맛탱이가 갔구만. 어여 들어가서 자!
어, 지금 딱 죽겠음. 조심히 가!
밤새 노는 그 열정에 경의를 표하며 히로시마 역으로 향했다. 선배 집에서 보통 걸음으로 20분 정도면 도착하는 거리라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히로시마의 풍경을 감상하며 역으로 향했다. 떠나며 생각하니 히로시마 도심의 유명 스팟은 전혀 보지도 못했다. 역시 관광 목적이 아니다 보니, 히로시마에 왔는데 히로시마는 못 보고 떠나는 느낌이다. 좀 아쉽다. 그 아쉬움을 달래려 짧지만 고베를 들러 채워지지 못한 내 관광 욕구를 해소하려는 거지만…
신고베 역에서 시작하는 반나절 고베 여행
신고베 역에서 내리니 막 9시가 지난 시간! 신오사카 행 열차 탑승 시간인 13시 30분 전까지 알차게 구경하기로 했다. 고베 여행의 유명 스팟은 하버랜드, 난킨마치 등 여러 곳이 있지만, 많지 않은 시간에 별도의 이동 수단이 필요한 장소는 일정이 너무 촉박할 것 같아 신고베역에서 거리상으로 가장 가까운 명소인 기타노이진칸을 이날의 목적지로 정했다.
신고베 역에서 기타노이진칸 까지는 대략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신고베 역이 상당히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육교와 계단 등 복잡한 통로를 통해 아래쪽 길로 내려가야 하는데, 난 길치이지 않던가? 당연히 몹시도 우왕좌왕했다. 뭔 놈의 길이 이리도 복잡한지… 꼬불꼬불 계단을 내려갔다 다시 올라왔다 육교를 건너갔다 다시 돌아왔다… 쌩쇼를 한 덕에 9시 40분이 거의 다 되어서야 기타노이진칸 근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신고베 역사 주변이 특히 혼란스러워 다리품을 엄청 팔았지만, 고베라는 도시가 도시 경관이 상당히 예쁜 편이라 목적지가 아니라도 둘러보는 맛이 상당했다.
일본 개항의 역사, 기타노이진칸(北野異人館)
고베는 메이지유신 시절 일본 최대의 무역항이었다고 한다. 하여 서구 문물이 고베를 통해 일본으로 많이 들어오면서 외국인 거주자들도 많이 생겨났다. 처음엔 외국인들은 주로 무역항 근처에 머물렀지만 그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외국인들의 거류지가 부족해지자, 본래 일본인만 거주했던 기타노 지역에 외국인도 함께 거주할 수 있도록 허가가 났다고 한다. 그렇게 기타노이진칸이라는 거리가 시작되었다 한다.
지도의 1번부터 18번까지가 기타노이진칸의 방문 코스인데 대부분 입장료가 있으며 가격 또한 상당하니, 전부 다 들어가기 보다 일부 건물만 들어가 보기로 했다. 건물마다 단독권으로 구매할 수도 있고 일부는 그룹으로 묶어서 구매할 수 있었다. 나는 신고베 역에서 가장 먼 곳에서부터 관람을 시작했다.
기타노이진칸 구경하기
관광안내소에서 지도를 챙겨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1번 풍향계의 집(300엔)과 2번 모에기관(300엔)이었다. 이 두 장소는 외관과 주변을 살펴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풍향계의 집(風見鶏の館)은 1909년에 건축된 독일인의 집으로 지붕에 닭 모양의 풍향계가 달려 있어 풍향계의 집으로 불리고 있다. 모에기관은 1903년에 건축된 미국 총영사의 저택이라고 한다.
다음 방문지는 12, 13, 14번을 그룹으로 묶어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는 향기의 집 네덜란드관(700엔)과 비엔나 오스트리아의 집(500엔), 덴마크관(500엔)이다. 3관 묶음 입장권은 1,170엔으로 노란색 Passport를 주는데, 각 관마다 인증 스탬프를 찍을 수 있었다.
뒤죽박죽 혼돈의 건물 넘버링
이곳의 건물 번호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보통 순서대로 순번이 매겨져야 하지 않나? 그런데 중구난방이다. 1번과 2번을 봤는데 3번은 완전 반대편 끝에 있다. 제일 가까운 건물은 놀랍게도 14번 덴마크관이다. 응? 이것은 대체 무엇? 덴마크관을 나오면 아주 자연스럽게 13번인 오스트리아의 집으로 이동하게 되고, 그 다음은 12번인 향기의 집 네덜란드관이 나온다. 네덜란드관에서 나와 골목길을 따라 걸으면 이번엔 5번이 눈앞에 보인다.
순서가 무척이나 혼란스럽다!
우선 매표소에서 다시 묶음 할인권을 구매했다. 9관 묶음(4~11번)과 5관 묶음(4~7번) 할인권이 존재하는데, 4번은 우로코의 집과 우로코 미술관으로 나누어 2개로 counting 한다. 내가 구매한 것은 5관 1600엔 입장권이다. 이번에는 해당 위치에 입장할 때마다 펀치를 뚫어준다. 순간 이곳은 스탬프가 없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으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내부로 들어가면 각 관마다 스탬프가 있고, 그 스탬프가 꽤 예뻤다.
나 스탬프 좋아한다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니, 이러한 혼란스러운 넘버링 체계가 다 계획적이었나 싶기도 하다. 이곳을 먼저 왔다면 스탬프 찍을 종이가 마땅히 없다! 왜냐면 스탬프만 있고 스탬프 찍는 종이는 비치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먼저 노란색 Passport가 필요한 세 곳을 먼저 구경한 후 그 뒤의 Memorial Stamp 란에 스탬프를 찍으라는 큰 그림이었던 것일까???
입장권 구매 후 바로 눈앞에 있던 5번 야마테8번관으로 향했다. 지도를 잘 보고 4번부터 순서대로 들어갔어야 했는데 한참 언덕을 올라온 상태라 다리가 아파서 제대로 살피지 못했고 결국 5번 >> 6번 >> 7번을 본 후 다시 4번 위치로 되돌아가야 했다. 이후로는 다리가 너~무 아파서 이진칸 관람을 마무리하게 되었다는…
튼튼한 다리가 필요한 우로코의 집/미술관
매우 피곤한 다리를 이끌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 도착한 우로코의 집과 미술관은 외관이 정말 독특했다. 이곳은 이진칸에서 개별 입장료가 가장 비싼 1,000엔이다. 가격과 볼거리는 비례한다는 공식처럼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고 그만큼 사람도 많았다. 게다가 언덕을 한참이나 올라야 도착하기 때문에 다리의 피로도가 상당했다. 힘들게 발견하는 보석이랄까? 이날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장소였다.
잘 모르면 비싼 걸 고르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저택의 외장재는 천연석 슬레이트인데 고급스러운 외관만큼이나 실내도 고풍스러운 가구와 인테리어가 눈길을 끌었다. 다만 내부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고 다리도 너무 아파서 사진을 찍을 만한 에너지가 없었다. 전날 미야지마에서의 등산으로 인한 피로와 이날 11시 반이 가까워지는 시점까지 음식을 전혀 못 먹은 상태이기 때문일 것이다. 관람은 이만 마무리하고 신고베 역으로 향하며 식당을 찾기로 했다.
고베 누노비키 허브원/로프웨이
분명 신고베 역으로 향하면서 식당이 보이면 밥을 먹을 예정이었는데… 식당도 마땅히 눈에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신고베 역이 코앞이었다. 여기서 다시 상당히 윗쪽에 위치한 신고베 역사로 올라가는 길을 찾다 고베 누노비키 허브원으로 향하는 로프웨이 표지판을 발견하고 말았다.
<상행 로프웨이 탑승 지점>
응? 로프웨이? 고베 전망이 그렇게 좋다던데…
아직 예매한 기차 시간까지 1시간 반 이상 남은 상황이라 시간 여유는 충분했고, 안내판에는 로프웨이 타고 올라가면 식당이 있는 것으로 나와 있어서 전망을 구경하며 밥 먹고 천천히 내려오기로 했다.
고베 시내가 한 눈에 보였다. 고베 야경이 엄청 유명하다지만, 난 대낮 뷰만 보고 가는구나! 그래도 날씨가 흐리지 않아 다행이었다. 로프웨이 하차 지점에는 전망대와 장미 정원, 향기 정원, 식당 등이 있어 천천히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기 좋았다.
<상행 로프웨이 하차 지점>
간단히 배를 채우고 내려갈 때는 산책로를 따라 허브 뮤지엄, 라벤더 정원, 사계절의 정원 허브 족욕탕 등을 구경하면서 천천히 내려오다 로프웨이 승하차 지점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바람의언덕중간역(風の丘中間駅)에서 하행 로프웨이에 탑승했다. 부지가 엄청 넓기 때문에 말이 천천히 내려오다…지만, 사실 어마 무시하게 걸었다. 발병이 날까 싶을 즈음에 무사히 로프웨이 승강장에 도착했으니 망정이지… 집에 못 돌아올 뻔!
고베 여행은 오르막길의 연속
짧은 시간이었지만 고베 여행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자면, 고베 여행은 고되다는 것이다. 사실 그리 많이 걸은 것은 아님에도 길이 다 오르막에 언덕이다. 자꾸 등산을 하는 느낌이다. 평지가 별로 없고 경사가 심하다. 경사로 아니면 계단의 향연이다.
수평 이동 선호하는 내게 상당히 체력이 소모되었던 고베 여행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어디서든 내려다보는 고베의 풍경은 예뻤다. 전날 등산을 안 했다면 보다 수월하게 고베 여행을 할 수 있었을 테니 조금 아쉽지만, 정답은 전날 등산을 했어도 상관이 없을 근력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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