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산 보경사 경내
20090724 @ 매우 정갈하게 관리된 보경사 풍경

며칠 전 미국에서 마마님이 돌아오셨다. 마마님의 빠른 시차 적응을 위해 점심을 챙겨 먹고 포항시 북구에 위치한 내연산 보경사에 다녀왔다. 오후 3~4시쯤 찾아오는 수마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낮잠을 자버리면 그날 밤에는 잠이 오지 않기에 당분간은 오후 시간대에는 외출을 하는 것이 좋겠다 싶다.

포항의 대표 명소인 내연산 보경사

내연산 군립공원의 내연산 12폭포는 포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 12개소 중 2경(景)으로 선정된 명소이다. 포항에 대해 잘 아는 게 없기에 보통 시에서 제작한 관광 지도 등을 참고하게 되는데, 이곳 분들께 포항에서 가볼 만한 곳이 어디인지 물어보면 꼭 내연산 보경사가 선택지에 들어있다. 길어야 2년 정도 지내고 서울로 돌아갈 예정이라 여기에 있을 때 주변 명소는 되도록이면 빼놓지 않고 둘러보기로 했다.

이번에도 7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30분 정도 올라가야 한다. 역시 Magic 같은 7번 국도다. 7번 국도를 타면 경북, 강원도의 명소 어디든 갈 수 있다!

적송이 가득한 내연산 보경사

주차장에 내려 입구로 향하는 길에 적송이 가득했다. 와~ 감탄이 나오는 그런 적송으로 가득한 숲이다. 서울에서는 쉽게 보지 못한 적송인데 역시 경상도라 적송이 많다. 더위를 많이 타 한여름에는 거의 외출을 하지 않기에 녹음이 짙은 풍경을 거의 볼 일이 없는 인간인데, 올여름은 동해안 저온현상으로 너무나도 쾌적한 날씨를 유지 중이라 7월에 외출도 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보경사 경내는 깔끔함이 베여있었다. 정원수도 한 치의 오차 없이 깔끔하게 정리된 모양이라 마치 일본의 사찰에서 보는 것처럼 나뭇가지에 1cm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세심함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다녀 본 사찰과는 조금 결이 다른 그런 느낌이다. 바닥의 자갈도 얼마나 정성스레 쓸어 놓으셨는지 걸을 때 움푹 들어가는 것조차 지레 눈치가 보이는 느낌이다.

깔끔하고 가지런한 것 엄청 밝히는 성향이라 내 맘에 쏙 💛💛💛 들었다는~

20090724 @ 좌: 수련(흰색) / 우: 연꽃(분홍색)

7월답게 큰 원형 화분에는 수련과 연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보경사는 꽃 화분마저도 깔끔함의 그 자체다. 연꽃과 수련을 한곳에서 보니 차이가 확 눈에 띄어 구분하기 쉽다.

보경사 창건에 대한 이야기

내연산 보경사는 삼국시대 신라의 승려 지명(智明)이 창건한 사찰로 올봄에 방문했던 울진 불영사와 같은 불국사의 말사(末寺)라고 한다. 지명이 유학 중 어떤 도인에게 받은 팔면보경(八面寶鏡)을 받았는데, 이 보경을 묻고 그 위에 불당을 세우면 왜구의 침입을 막고 삼국을 통일할 수 있다고 진평왕에게 말하였다고 한다. 하여 602년(진평왕 24년) 내연산 아래 큰 못에 묻고 그 못을 메워 금당을 세운 뒤 보경사(寶鏡寺)라고 이름 지었다 한다. 설화에 가까운 이야기겠지만, 신라가 통일을 이루었으니 땅에 묻은 거울이 그냥 거울이 아닌 보경이라 불릴만하다.

포항의 2경 내연산 군립공원

도립공원도 아닌 군립공원은 좀 생소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국립공원과 도립공원보다 인지도가 낮긴 하지만 자연공원법에 의해 지정된 공원으로 국가의 보호 관리를 받는 자연공원이라고 한다. 시/군 혹은 자치구에서 관리하는 공원은 시/군/구를 따지지 않고 군립공원이라고 통칭하여 불린다고 한다.

이렇게 또 새로운 사실 하나를 배운다.

내연산의 핵심은 12개의 폭포다. 내연산은 해발 710m로 그리 높지 않고 오르기도 어렵지 않다고 한다. 물론 등산을 엄청 싫어하는 나는 내연산 12폭포를 다 보려고 등산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산 오르는 걸 즐기는 분이라면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서 여기저기 폭포를 구경할 수 있으니 더 좋을 듯하다. 나는 제일 아래에 위치한 상생폭포(相生瀑布)를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ㅎㅎㅎ 더 높이 올라가는 건 사양합니다. 여름에 계곡에서 물놀이하는 것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내연산 12폭포와 보경사를 강력 추천한다.

올여름은 아주 선선하기에 물놀이하는 사람을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즐거운데 다들 춥다고 난리다. 내연산 갑천계곡을 마마님과 단둘이서 거의 전세를 낸 듯하게 즐길 수 있었다. 사람 소리 없이 물소리만 나서 너무 좋았다. 물론 금요일이긴 하지만 여름방학 기간이라 사람이 있을 만도 한데 아무도 없는 이유는 아마도 99% 동해안 저온현상 탓일 듯! 나 동해안 저온현상 매우 좋아한다네!

여기서 잠깐!

동해안 저온현상이란?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오호츠크 고기압의 영향으로 북동류가 발생하는데, 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우리나라 동해안 지역은 저온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런 현상이 오래 지속되면 식물에게 냉해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지만, 식물이 아닌 나에게는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 이렇게 동해안에 저온현상이 발생하면 태백산맥의 영향으로 푄현상이 발생하게 되어 중부내륙은 반대로 고온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뭐가 되었든 감사합니다! Thank you! Merci! Danke! ありがとう。 谢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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