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통영 섬 여행을 가기로 했다. 석가탄신일이 들어 있는 보석 같은 long-weekend에 당연히 집에 있을 수 없지! 3월 말부터 거의 매주 여행을 가고 있다. 5월 중순이 넘어가면 더위 때문에 가을이 될 때까지 다시 얌전히 지내야 하니 멈출 수 없다!
2006년 나 홀로 통영 배낭여행을 갔을 때 깨달은 것이 있었다. 바로 바닷가 여행은 혼자 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특유의 한상 차림 때문에 바닷가 근처의 식당에서는 1인으로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없다. 2인 메뉴를 시키고 혼자 먹으면 안 되냐 물어도 남은 음식을 어쩌라는 거냐며 안 된다며 나가라고 하더라. 내가 우락부락한 덩치 큰 남자였대도 나가라며 똑같이 쫓아냈을까 싶긴 한데… 사적인 판단은 배제하고 최소 2인이 아니면 음식을 안 판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결국 1인 여행자는 편의점에서 먹어야 한다는 소리. 여행자가 지역민이 사는 동네까지 들어갈 이유가 없고 관광지 주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동선이지 않은가? 분식점, 햄버거 체인점 같은 패스트푸드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선택지가 편의점 밖에 없다는 사실! 분식도 안 좋아하고 라면도 안 좋아하는 인간이라 정말 너무 먹을 게 없었던 최악의 경험. 아,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정말 지금 생각해도 욕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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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비와 여객선 결항, 통영 섬 여행 과연 가능할까?
하여 엄마가 한국으로 돌아오면 혼자가 아닌 둘이서 통영에 다시 오겠단 결심을 이번 석가탄신일 long-weekend에 이루게 되었다. 금요일 오후 고속터미널에서 출발해 통영에 도착했다. 통영 섬 여행이 테마인지라 이동이 간편하도록 통영여객선터미널 근처에 숙소를 잡아 체크인 했다. 토요일, 일요일에 각각 한 개의 섬을 돌아보자 계획을 세우고 일찍 취침에 들었는데, 문제는 다음날 아침에 발생했다.
아침 첫 배로 통영 섬 여행을 시작할 예정이라 새벽부터 일어나 보니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혹시 싶어 길 건너 통영여객선터미널로 들어가 보니 전광판에 ‘결항’ 안내가 가득하였다. 직원분 왈, 비가 그치지 않으면 하루 종일 결항일 수도 있다고 한다. 오, 마이, 갓뜨… 통영 섬 여행은 이대로 끝인 거야? 내가 여행 날씨 운이 없지는 않은데… 설마 좀 있으면 그치겠지 싶었다.
비 덕분에 느긋하게 아침밥 챙겨 먹고 편의점에서 일회용 비옷도 사고 숙소에서 시간을 좀 보내니 어느새 빗발이 잦아들고 있었다. 이 정도면 배가 뜨겠다 싶어 다시 여객선터미널로 go go. 먼 섬은 아직 결항이고, 통영항에서 제일 가까운 한산도만 여객선 운항이 재개된 상태였다. 더 기다려 보면 다른 섬도 운행을 할 수도 있다고 하셨지만, 불확실성은 거절합니다! 여행자에게 시간은 금인데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통영 섬 여행의 첫 날 목적지는 한산도로 결정!
한산대첩에 빛나는 한산도
통영에서 제일 근거리 섬답게 30분 정도면 도착한다. 가까워서 좋구나! 자동차를 싣고 한산도에 입도할 수 있는지 한산도에 도착하자 차들이 줄줄이 하선하고 뚜벅이 여행자는 우리 모녀를 포함해 총 3팀이 전부였다. 비가 완전히 그친 것이 아니라 뚜벅이로 돌아다니기엔 아무래도 별로일 것이다. 우린 우비의 힘으로 거침없이 돌아다녔다.
해안선을 따라 잘 만들어진 산책로를 한참 걷다 보면 한산도의 핵심인 제승당(制勝堂)에 도착한다. 한산대첩의 주인공이신 이순신 장군의 사령부가 있던 바로 그 장소에 그 업적을 기리기 위해 ‘승리를 만드는 곳’이란 뜻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제승당을 정면으로 좌측으로는 충무사, 우측으로는 수루가 있는데, 우선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수루에 먼저 올랐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지라 어둑했지만, 그래도 한산도 앞바다 풍경을 기록으로 남겼다.
제승당의 마지막 코스인 충무사에는 이순신 장군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비 때문에 특유의 분위기와 색감이 더해져 호젓하게 산책하기에 참 좋았다. 특히 사람이 우리 모녀 밖에 없어 조용하고 경건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다.
이제 배 시간에 맞춰 다시 항구로 돌아가야 할 때다. 날씨가 좋으면 주변 해변도 돌아볼 수 있겠지만, 비바람이 부는 날은 사절합니다. 해안선 산책로를 따라 되돌아 가면서 이 섬에 적송이 참 많다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한산도 항구에 도착. 다시 30분 정도 배를 타고 통영여객선터미널로 돌아왔다.
이순신 장군의 흔적, 거북선과 세병관
한산도에서 돌아와 숙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점심을 먹고 다음 동선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숙소 뒤쪽으로 식당 거리에서 끼니를 때우고 나니 바로 근처에 거북선 모형이 보였다. 거북선 모형은 처음 보는 것인지라 다음 목적지인 세병관으로 이동하기 전에 잠시 들렸다. 역사 교과서에서 보던 그림과 비슷하다. 어린이가 있다면 좋은 구경거리가 될 듯했지만, 우리 모녀는 큰 감흥 없이 휙 둘러보고 세병관으로 go go.
세병관(洗兵館)은 1603년 이순신의 전공을 기리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이후에 삼도수군통제사영(三道水軍統制使營)의 건물로 사용되었고, 현재 국보 제305호로 지정된 건물이다. 예전에 나 홀로 여행 때 왔었던 곳인데, 너무 인상적이었던 장소였다. 이 건물이 앞면이 9칸인데 벽체가 없이 통으로 열린 통간(通間) 구조라 실제로 보면 엄청 웅장해 보인다. 유사한 구조인 경복궁의 경회루가 정면 7칸이니 세병관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이 건물은 순수하게 쌩눈으로 봐야 그 대단함을 알 수 있다. 말로는 설명이 안되는 웅/장/함.
위 사진은 2006년 6월에 나홀로 여행을 다녀왔을 때 찍은 사진이다. 방문 시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조각 조각 사진을 이어 붙여 완성한 세병관의 전면부 모습이 웅장하다. 세병관의 또 다른 볼거리는 바로 화려함이다. 지붕도 팔작(八作) 지붕인데 바닥도 최고급 우물마루이며 천정도 우물천장이다! 통영에서 꼭 봐야 할 곳으로 강력 추천한다.
통영전통공예관
세병관을 둘러본 후 마지막 일정으로 통영전통공예관에 들렀다. 특별 전시 중이라 사진촬영을 할 수 없어 사진은 없지만 방문을 추천할 만한 곳이다. 이곳 방문을 통해 통영이 나전칠기(螺鈿漆器)가 유명하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나전칠기를 만드는 법이 상세히 설명되어 있었는데, 설명을 읽고 나니 자개장이 왜 비쌀 수밖에 없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흔히들 자개장이라 불리는 나전칠기장은 집에 한두 개씩 있지 않았나? 어릴 적 추억 속 사진은 항상 나전칠기 가구들과 함께…
대부분의 숙소가 몰려 있는 여객선터미널과 멀지 않은 위치다. 오며 가며 여유 시간이 될 때 방문하기 좋은 위치이므로 가 볼만한 곳으로 추천한다.
바닷가라 바람 때문에 눈이 엄청 피곤했기에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뻗고 말았다. 둘째 날의 통영 섬 여행은 날씨가 맑기를 기원하며 숙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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