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장마는 오는데 더 이상 평범한 장마는 없는 것 같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장마철 국지성 호우가 점점 심해지면서 그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자연재해 없는 동네로 유명했던 공주도 이번 장마철은 피해 가지 못하고 TV와 각종 인터넷 매체 뉴스에 대문짝만하게 이름을 올렸다. 장마철 국지성 호우를 무탈하게 넘기는 것이 중요한 생존 포인트가 될 세상이 멀지 않은 것일까?
이 글의 목차
금강의 범람과 공주 공산성 침수 피해
지난 14일 하루 종일 재난 문자가 계속되었는데 결국 14일 밤과 15일 아침 사이에 금강이 범람해 공산성 공북루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뉴스에 나오고 난리도 아니었다. 위 금강 둔치공원 사진의 물바다 건너편 공산성 공북루가 오전 내내 침수 상태였는데 이 사진을 찍었던 오후 2시경에는 그나마 물이 좀 빠져 물 위로 공북루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금강 범람으로 강 남쪽 금강변에 위치했던 아파트 단지와 주택에 침수피해가 발생해 이른 아침부터 엄청난 소리로 재난문자 알림이 울려대서 심장마비 올 뻔했다. 재난문자 알림 소리에 의료적 재난이 생길 판이다.
소리 조절 어떻게 좀 안 되겠니?
대청댐 방류로 더 커진 피해
금강 범람은 2015년 내가 공주로 귀촌한 이후 두 번째이다. 첫 번째는 2020년 거의 두 달에 이르는 최장기 장마로 인한 대청댐 방류로 금강 둔치공원이 범람했었다.
그리고 두 번째 범람이 바로 이번 장마다. 몇 일간 지속된 장마철 국지성 호우로 전국 강수량 2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이번 피해 역시 공주시 강수량에 기인한 피해라기 보다 대청댐 방류로 인한 피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공주시는 물이 상당히 잘 빠지는 지형이라 폭우가 아무리 와도 하천변에서 금강으로 물이 잘 빠지는데, 급작스럽게 대청댐에서 대량의 방류가 이루어지면 상류에서 밀려 내려오는 절대적인 물의 양으로 인해 강물 수위가 높아져 기존 하천에서 금강으로 물이 빠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해 침수 피해가 발생한다.
매번 장마철 국지성 호우로 전국에서 상위 랭크될 정도의 강수가 발생해도 사실 금강과 하천에는 범람이 발생하지 않고 잘 유지되는데, 대청댐에서 방류만 하면 멀쩡하던 동네에 범람이 발생하는 것이다. 하류 지역에 홍수가 발생하던 말던 상관없이 무지성으로 방류하는 현 상황이 너무도 어이없다.
보다 계획적으로 사전 방류를 해 하류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이드라인이 설마 없는 것인가? 왜 폭우 중에 무더기 방류를 하는 것인지, 수자원공사는 과연 생각이라는 것을 하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매년 장마철 국지성 호우로 전국에 난리가 나는데 왜 미리미리 준비하고 대비하지 않고 호우 중에 엄청난 양의 방류를 하는 것이냐!
장마철 국지성 호우에 대한 대비
이제 더 이상 내 어린 시절의 장마는 없는 것 같다. 그 시절엔 장마 기간에 그리 덥지도 않았고 국지성 호우라는 용어는 거의 등장하지도 않았다. 그냥 꾸준히 부슬부슬 내리다 빗발이 좀 세졌다 다시 약해졌다 잠시 멈췄다 하는 식으로 장맛비가 내렸다. 기본적으로 온도가 그리 높지 않았기에 빗발이 좀 거세지면 서늘해 상시 겉옷을 가지고 다녀야 했다. 요즘 같으면 비를 피하려고 우비 입었다간 더워서 숨넘어가기 직전이다. 너무 더워서 차라리 비를 맞는 게 나을 지경이니, 지구 온난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내 어린 시절인 80년대에도 장마철마다 홍수 피해가 극심했다. 그 시절에는 비의 절대적인 양이 문제였다기 보다 치수 대책이 열악했기 때문이었다. 배수 시설도 많이 부족했고 기술력도 떨어졌던 시절이다. 무작위 개발로 인해 그 시절엔 산에 나무도 많지 않아 장마철 산사태도 참 빈번했다. 전국민 나무 심기 운동을 하던 시절이니 말 다했다.
양재천 범람을 해소한 하천 복원사업
중학생 시절 내가 다니던 중학교 바로 뒤에 양재천이 있었다. 그 시절 양재천엔 물 한 방울 흐르지 않았고 돌무더기나 건축 폐기물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사실 물이 없는데 왜 천(川)이라 부르는지도 알 수 없었다. 양재천에 물이 있는 시기는 딱 장마철 한때뿐이었지만, 천 바닥에 돌무더기나 폐기물 등이 쌓여 있어 장마철에 비가 많이 내리면 어김없이 순식간에 넘실거리면서 범람하곤 했다.
장마철이 되면 쉬는 시간마다 복도 창문으로 양재천 물이 얼마나 찼는지 확인하는 것이 학생들의 일과였다. 양재천이 넘으면 학교 수업을 임시 중단하기 때문에 수업 땡땡이를 위해 은근히 양재천이 넘치길 바라는 아이들도 꽤 있었지만, 나는 그 뒤처리를 담당하고 비상연락망 돌리고 물난리난 교실 정리를 책임져야 했기에 양재천을 정말 격하게 싫어했었다. 요즘은 선생들이 다 하지만, 그 시절엔 책임을 맡은 일부 학생들에게 뒤처리를 시키던 시절이었다. 정말 양재천 이름만 들어도 지긋지긋했는데 내가 미국에서 거주하던 시기에 진행된 하천 복원사업으로 현재의 모습으로 환골탈퇴했다! 복원사업을 통한 치수 작업으로 내 중학교 후배들은 장마철마다 교실 물 퍼내는 노가다를 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삶을 누렸을 것이다.
국지성 호우에 대한 체계적인 대비가 필요한 시점
분명 과거보다 현대의 치수시설이 훨씬 잘 정비되어 있는 것은 맞는데, 이러한 시설이 과거의 장마철 패턴에 대비한 시설이라는 것이다. 점점 더 심해지는 장마철 국지성 호우에 맞는 새로운 대비책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지 않나 싶다.
매번 수해를 입고, 복구하고, 다시 피해를 입고, 다시 복구하고… 수해가 나면 특별 재해구역으로 지정해 세금 지원하고… 이렇게 효율성이라곤 1도 없는 패턴이라니! 영원히 끝나지 않을 피해 복구 사이클의 고리를 빨리 끊어내야 하지 않을까? 2020년 금강 둔치공원 범람 시에도 복구가 1년 넘게 걸렸다. 20년 피해와는 규모 자체가 다른 올해 장마 피해는 복구까지 얼마나 걸릴지 감도 안 온다… 내년 장마는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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