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기 장마 경험하다 – 습도와의 전쟁

[20200903 @ 장마와 태풍으로 수량 조정을 위한 대청댐 방류 후 물에 잠긴 공주 미르섬]

장마가 자그마치 두 달간 이어진 것 실화임? 하늘에 구멍에 뚫렸나? 올여름 장마는 정말 길고도 길었다. 두 달이라니!!! 말이 됩니꽈? 말이 두 달이지, 장마 전후로 저기압의 영향과 태풍 때문에 체감 상으론 서너 달 느낌의 장마였다. 지구온난화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여러분. 환경보호를 위해 더더욱 노력합시다!


장마 원래 한 달 아니었니?

기분상 올해는 봄 장마, 여름 장마, 가을 장마까지 총 세 계절 동안 지속된 느낌이다. 원래 한국은 장마 이외의 기간에는 비가 잘 내리지 않는다. 그런데 직전 겨울이 무슨 봄 날씨처럼 따숩더니 거의 비가 오지 않는 겨울에도 비가 종종 내렸다. 그러다 코로나 시작과 전 세계의 일상이 멈추는 듯하면서 3~4월에는 정말 한국에서는 몇 십 년 만에 볼 듯한 그림같이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 두둥실 쾌청한 날씨의 연속이었다. 코로나로 중국 공장들이 다 문을 닫았다더니 미세먼지도 한 톨 없고~ WOW~

준 장마 시즌 같았던 5월

문제는 5월부터였다. 비가 2~3일 건너 한 번씩 내리기 시작했다. 겨울내 자주 내리는 비 덕에 편두통에 시달리다 잠시 괜찮아졌다 싶었는데, 5월에 들어서며 거의 장마 수준으로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비 때문에 편두통 노이로제가 걸릴 판국이었다.

빨라도 너무 빨리 시작된 장마

일반적으로 6월 하순부터 시작되는 장마가 올해는 일찍도 시작하여 6월 10일부터 시작했다. 지난 몇 해 동안 마른 장마라는 둥, 이제는 장마가 없다는 둥, 장마에도 비가 오는 둥 마는 둥 했는데, 그동안의 원수라도 갚는 것일까? 비가 무자비하게 내렸다.

게릴라성 집중 호우와 태풍의 향연

7월이 되니 장마 + 태풍이 짬뽕으로 번갈아 찾아왔다. 7월 하순이 가까워지니 여느 때처럼 장마가 끝날까 살짝 기대했지만, 천만의 말씀! 북쪽의 한랭한 고기압과 남쪽의 고온다습한 저기압이 딱 한반도에서 상공에서 기싸움을 지속했기에 장마의 생명력은 불사조 급으로 유지되었다.

8월이지만 장마는 멈추지 않아요

기상청 예보는 항상 틀리니까, 매일매일이 스펙터클한 자연재해의 향연이었다. 언제 어느 동네에 호우가 내릴지 아무도 몰라! 오늘은 여기가 침수되면 다음날은 저기가 침수! 멈추지 않는 비에 여러 댐들이 방류를 해대니 갑작스러운 방류로 인한 피해까지 늘어가는 상황이다. 총체적 난국! 8월 중순에 이르러 장마전선이 북쪽으로 올라가서 드디어 장마와 이별을 고했으나, 8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트리플 태풍 방문으로 폭우는 계속되었다.


장마의 최대 난제, 습도와의 싸움

습도… 내게 올해 장마의 최대 난제는 습도였다. 공주로 이사를 온 후에 느낀 거지만, 금강이 가까워서 참으로 습한 동네라는 사실이다. 원래 습한 동네에 서너 달의 폭우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것과 같은 것! 집안의 벽지는 우글거리다 못해 벽에서 분리될 것 같은 느낌이고, 바닥 장판도 자꾸 주름이 생겨났다.

사람이 느끼는 불쾌지수는 참고 넘어간다 치더라도, 집안의 전자제품이 과습으로 인해 작동이 잘 안되기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올해 5월 새롭게 조립해 장만한 내 PC가 자꾸 블루 스크린을 띄워 날 엄청 당황하게 했다.

직접 PC 조립 작업을 해 본 것이 처음이라 내가 조립할 때 무슨 실수를 했다 싶어, 전체 해체해서 다시 조립도 해보고 윈도우를 싹 다 밀고 새로 깔기를 수차례… 뭐가 문제야! 머리를 쥐어뜯다 불현듯 습도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둘러 서랍용 제습제를 사서 컴퓨터 안에 넣어주니 컴퓨터가 다시 멀쩡해졌다.

7월 하순에 끝나리라 생각했던 장마가 8월에도 계속되자 서둘러 제습기를 구매했다. 수많은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나와 같은 상황이었으므로 제습기 구매가 폭증해 주문하고 거의 한 달을 대기해야 했다. 하루하루 타 들어가는 심정이었다. 제습이 너무나 절실한 상황! 심지어 옷방 서랍에 벌레까지 생겼다! 충격의 연속… 옷방의 옷 소독하고 몽땅 새로 세탁하느라 영혼까지 털렸다. 제습기를 기다리면서 일회용 실리카겔을 모아 핸드메이드 제습팩을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손바느질로 만들어 옷장 서랍과 전자기기 보관함에 투척! (코로나로 어차피 반 백수라 시간이 많았다 ㅠㅠ)

[도시락 김에 들어있는 제습제를 재활용하여 만든 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실리카겔 제습제]

장기간의 장마로 인한 7월의 이상 저온 현상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장점은 하나 있었다. 바로 7월의 저온 현상! 비가 계속 와 대니 해 뜰 날이 없고, 일조량이 작으니 당연히 온도도 평소의 7월보다 많이 낮은 편이었다. 더위가 쥐약이라 7~8월에는 집 안에서만 생활해 왔는데, 저온 현상으로 인해 내가 7월에 신발을 신고 밖을 나갔다는 엄청난 사실! 원래 7월의 외출은 더위를 피하러 외국에 나갈 때 외에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 데 말이다! 가끔씩 비가 안 올 때 동네 산책도 하고 사진도 찍고~ 앞으로도 다시 없을 일이다. (없길 바라, 또 다른 장기 장마는 극구 사절일세!)

아름답던 7월의 금강 주변 산책로는 결국 계속적인 강우로 대청댐을 여러 차례 방류해 8월 중순 경부터는 침수된 상태가 되었다. 매년 공주시의 관광 자원으로 많은 사람들이 조경에 힘써왔는데, 한순간에 초토화가 되었다. 그간의노력이 허사가 된 느낌이라 안타까웠다. 빠른 복구가 이루어지길…

[20200903 @ 대청댐 수위 조절로 방류 직후 침수된 공주 미르섬]

올 한 해 비는 이제 그만 왔으면 좋겠다. 호우로 인한 전국 방방곡곡의 피해도 빨리 복구되길!


[20201209 @ 겨울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복구 작업이 시작되지 않은 공주 미르섬]

[2020년 12월 내용 추가] 안타깝게도 미르섬의 복구가 더뎌지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거리두기 및 여행 자제 권고 중이라 서둘러 복구할 필요가 없어서 그러한 듯하다. 동네 주민으로서 운동 겸 산책으로 매일 가는 코스가 폐허처럼 변해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예뻤던 미르섬 돌려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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