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영덕 해맞이공원에서의 아쉬움을 달래보고자 조금 더 먼 거리에 있는 울진 불영사에 다녀왔다. 포항에서 동해안을 따라 7번 국도를 타고 2시간 정도 달리면 도착하는 곳이다. 약 130km 정도의 거리인데 2시간 안짝이면 된다니!!! 이건 정말 신세계다! 서울이었으면 꼴랑 동네를 벗어나 고속도로까지 도착하는 것만으로도 1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말이지! 어디를 가더라도 금방 간다는 점이 지방살이의 최대 장점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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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불영사 가는 길은 튼튼한 손목이 필요하다
7번 국도에서 나와 천축산에 접어들면 불영 계곡을 따라 굽이굽이 산길을 올라가게 된다. 자동차 핸들을 정말 거짓말 안 보태고 쉴 새 없이 계속 돌려야 했다. 감았다 풀었다를 반복하다 보니 여전히 손목 골절 후유증을 겪고 있는 나에게는 쉽지 않은 코스다. 마마님이 운전자를 교체하자고 하셨지만, 갓길에 위치한 전망대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이제 막 봄에 들어선 계절이라 불영 계곡에는 물이 다 마른 상태였다. 봄비 여름비로 계곡에 물이 들어 차면 여름철 좋은 피서지가 될 것임이 눈에 훤했다. 규모가 상당한 계곡이다. 안내 책자에는 한국의 그랜드 캐년이라고 설명을 했지만, 그건 절대 아니다! 체급 자체가 달라 비교가 불가능하다. 인터넷 검색에 의하면 총 길이가 15km에 이르는 상당한 규모로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만큼 여름철 피서지로는 안성맞춤인 곳임은 분명하다. 어린이가 있는 가족에게 강력 추천!
소담한 규모의 비구니 사찰
전망대에서 잠시 휴식을 가진 후 다시 차에 올랐다. 불영 계곡이 15km에 이르는 만큼 꼬불거리는 산길도 끝이 없이 이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잠시 휴식을 취했던 게 무색하게 손목이 아려 비명이 나오기 직전 드디어 불영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환호성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울진 불영사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아직은 주위의 초목이 푸르러지기 전이라 경내 곳곳에 자리 잡은 만개한 자주목련에 시선이 주로 머물렀다. 한국에서는..이 아니라 서울에서는 자주목련을 거의 보지 못했는데, 불영사에는 경내 곳곳에 자주목련이 있어 신기했다. 원래는 자목련인 줄 알았으나, 왜 한국에 별로 없나 싶어 약간의 공부를 하고 나서야 자목련이 아닌 자주목련임을 알게 되었다.
여윽시 아는 게 힘!
네이버 지식백과 자목련(Magnolia Liliflora)은 중국에서 들어온 귀화식물이다. 꽃은 4월에 잎보다 먼저 피고 꽃받침은 녹색이며 3개이다. 꽃입은 6개이고 길이 10cm 내외이다. 꽃잎의 겉면이 진한 자주색이고 안쪽이 연한 자주색인 것을 말하며, 꽃잎의 겉면이 연한 홍색빛을 띈 자주색이고 안쪽이 흰색인 것은 자주목련(M. denudata var. purpurascens)이라고 한다.
삼국시대부터 존재한 천년고찰답게 울진 불영사 경내에는 오랜 세월의 풍파를 이겨낸 듯 보이는 신기한 형상의 고목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멀리서 보면 마치 공룡처럼 보이는 나무도 있고 나무껍질이 없고 반질반질한 표면에 속이 비어있는 나무까지 독특한 모습이었다.
울진 불영사 알아보기
경북 울진군 천축산(天竺山)에 위치한 울진 불영사는 신라 진덕여왕 시대의 승려인 의상(義湘)이 창건한 사찰이라고 한다. 신라시대 사찰이니 가뿐하게 1,000년을 넘긴 천년고찰이라 할 수 있다. 경주 불국사의 말사로 사찰 앞에 큰 연못이 있는데 부처의 형상을 한 바위가 이 연못에 항상 비치기에 불영사(佛影寺)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목재 건물의 특성상 화재나 동란 등으로 수차례 소실과 중건을 반복하였으나 응진전(應眞殿)은 창건 당시의 건물로 피해 없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어 보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그 외 3층 석탑, 부도, 대웅보전, 영산화상도 등 주요 문화재를 여럿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불영사 방문의 베스트 시즌은 아마도 여름?
비구니 사찰이라 그런지 울진 불영사는 (지나치게) 소박한 느낌이 강했다. 사찰 내 건물이 눈에 확 띄는 그러한 사찰이 아니고 주변의 자연과 부드럽게 어우러지는 있는 듯 없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한 이유로 자연이 푸르름으로 가득한 여름이나 단풍으로 깊어진 색감이 더해진 가을에 가장 아름다워 보일 것 같다. 다만, 사찰로 향하는 길목에 불영 계곡이 존재하기에 여름철 피서와 함께 잠시의 조용함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여름철이 가장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사하게 피어난 봄꽃에 시선이 빼앗겨 막상 집에 돌아오고 나니 사찰 자체에 대한 기억은 없었던 울진 불영사 당일치기 봄나들이었다. 쉬는 날 근교로 어디든 훌쩍 다녀오는 게 가능한 지방살이! 열심히 돌아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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