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창 안동 하회마을과 함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경주 양동마을. 사실 행정구역 상 경주이긴 한데 포항에서 훨씬 가까워 포항시 북구에 위치한 우리 집에서 차로 20분이면 도착하는 아주 가까운 곳이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캠페인이 한창 진행 중이었던 차에 친구가 포항 구경을 오겠다고 했다. 나는야 이 지역으로 이사 온 지 고작 5개월 차인 새내기~ 나나 친구나 서울 촌놈인 것은 매한가지인데 어딜 데려갈까 싶었는데 잘 되었다 싶었다. 대체 어떤 곳이길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한다는 것인지 너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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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등재 준비 중인 경주 양동마을
친구가 포항에 내려온 때는 6월 중순.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포항은 친구 방문 시기에 딱 맞춰 1주일 내내 35~6도를 오르내리며 전국 최고 기온을 자랑하는 폭염이었다. 엄청난 더위에다 전통마을의 특징 상 그늘이 없다! 나는 영하 30도는 기본인 캐나다 날씨에 익숙한 인간이고 친구는 사계절 내내 선선한 영국의 날씨에 익숙한 인간이다. 이런 날씨에 버텨낼 능력이 전무한 조합이다. 정말 몇 분 만에 구경을 포기했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 마마님과 다시 방문을 시도했다. 영원히 더울 것 같았던 6월의 폭염이 끝나고 7월부터 동해안 저온현상이 시작되었으니 때는 이때뿐이다! 며칠 전 연꽃 구경으로 더위를 먹은 터라 마마님께서 약간 꺼려 하셨지만, 양동마을이 연꽃 단지처럼 습기가 가득할 일이 없지 않겠는가? 그리고 온도 또한 이날이 더 낮았다. 바로 양동 마을에 방문할 타이밍이다!
대한민국 4대 길지(吉地)
약 600여 년의 전통을 가진 양반 집성촌이라 풍기는 분위기는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예정인 안동의 하회마을과 비슷하다. 마을 내부에 초가와 기와가 아름답게 어울려 있어 날씨 좋은 날 반나절 느긋하게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단, 그날의 날씨를 오롯이 느껴야 하는 전통 마을의 구조 상 방문 경험은 날씨에 크게 영향을 받게 되니 그 부분을 인지하는 것이 좋겠다. 역시 날씨가 뒷받침해 주는 봄/가을철이 방문하기에 제일 적합할 것 같다.
6월에 폭염으로 시달렸기도 하고 계절적으로는 한여름이라 동해안 저온현상 중임에도 마을은 푸르름으로 가득했다. 마을의 길고 긴 역사만큼이나 큰 나무들이 울창하기 그지없었다. 하회마을 처럼 씨족마을인 경주 양동마을은 사돈 관계인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 두 집안의 사람들이 대대로 거주하여 온 마을이라고 한다. 마을에는 큰 규모의 양반가 주택들이 여러 채 있고, 또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할 만큼 잘 보존되어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마을 곳곳에 텃밭처럼 야채들과 과실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다. 고추며 감이며 상추, 옥수수 등, 터가 조금만 있어도 유용하게 사용하시는 마을 주민들! (아, 나도 아파트에서 탈피하고 싶다. 매달린 단호박이 매우 커서 나뭇가지로 받혀 놓기도 하고, 서울 촌놈은 그저 신기 방기.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나무들도 많았다. 초록이 대부분인 한여름에 선명한 분홍색이 너무나 화사했다. 서울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나무인데 여기서는 가는 곳마다 볼 수 있다. 아마도 따뜻한 곳에서만 자라는 나무인가? 마마님도 처음 보는 꽃나무라며 이름을 모르시겠단다. 역시 서울에는 없는가 봐. (의문, 궁금…) 이곳에서는 도로변에 이 꽃나무가 참 많다. 지방도를 타고 달리다 보면 가로수처럼 쭉 늘어서 있어 매우 예쁜데… 이름 아시는 분?
이곳에서 규모가 제일 큰 기와집으로, 그 이름이 향단이다. 언덕에 위치하고 있어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보이는 위치 좋은 곳이다. 중종이 지어준 집으로 원래는 99칸이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양반가에서 지을 수 있는 최대 크기의 바로 그 99칸 기와집이다. 우와~~ 지금은 원래 규모의 절반 정도만 남아있다고 한다. 향단은 실제로 주인이 거주를 하고 있는 곳이기에 들어가 볼 수는 없다. 사진으로 찍힌 저 장면이 옛날 그 어떤 드라마에 나왔던 것 같은데, 그 드라마 제목이 뭐더라?
아름다운 양동초등학교
양동마을을 둘러보고 차를 주차한 곳으로 걸어 나오다 보면, 그림같이 기와지붕을 가진 초등학교가 있다. 양동마을 학생들이 다니는 “양동초등학교”다. 여름방학 기간이라 학교 수업이 없는 날이라 학교 구경을 해보기로 했다. 심지어 한 학년 당 반이 하나다. 왼쪽이 6학년 그리고 제일 오른쪽이 1학년 교실이었다. 창문 너머로 교실 안을 들여다보니 더 앙증맞다. 책걸상이 딱 8개! 학교 건물처럼 교실도 예쁘기 그지없다. 역시 도시에 있는 학교와 달리 정취가 있다! 아이들 정서가 뿜뿜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집에 돌아오기 전, 마을 초입에 있던 관광안내소에 잠시 들러 기념 도장도 찍었다. 이 곳은 경주 역사문화탐방 스탬프 투어의 한 코스다. 양동마을에 가게 된다면 기념으로 꼭 스탬프 찍으시길!
경주 양동마을 가는 길
양동마을은 행정구역 상 경주에 속해있지만 위치적으로는 포항에서 더 가깝다. 때문에 경주 여행 중에 하나의 일정으로 넣어도 좋지만, 포항 지역 여행과 연계하는 것도 이동 거리 면에서 좋은 선택이라 생각된다. 대중교통으로 방문하기 쉽지 않으므로 접근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자동차로 여행하는 중이라면 별다른 주차 요금도 없고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넉넉하다. 단, 지금은 세계문화유산 등재 전이므로 사람으로 붐비지 않아 그런 것이고, 아마도 등재 후에는 주차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 또한 등재 전에 한 번쯤 방문해야 할 이유가 될 수 있을 듯하다.
(내용 추가 2019-02) 역시 예상대로 세계문화유산 등재 후 어른 4,000원 / 청소년 2,000원 / 어린이 1,500원으로 관람료가 추가되었다. 하지만 등재 준비로 일부 어수선했던 부분이 말끔히 정리되었을 테니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값어치는 충분히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경주시티투어 양동마을, 남산투어 안내 및 예약페이지 바로가기
(내용 추가 2019-02) 경주시티투어에 양동마을 코스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뚜벅이 여행자도 쉽게 방문할 수 있게 되었다. 역시 유명세를 타면 편의가 늘어나는구나!
봄날의 경주 양동마을
(내용 추가 2010-04) 봄꽃이 만발한 4월에 양동마을을 다시 방문했다.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봄날, 다채로운 종류의 꽃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경주 양동마을은 나들이 코스로 만점이었다. 가가호호 담장이며, 마당, 길가에 다채로운 꽃나무들이 심어져 있어, 4월의 경주 양동마을은 한여름의 풍경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벚꽃, 목련, 동백꽃, 조팝나무 꽃, 유채꽃, 꽃잔디와 그 외 이름 모를 꽃들이 조화롭게 피어있어 정말 아름다웠다. 예쁜 꽃 사진 즐겨 찍는 분에겐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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