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특강 수업에 출석한 학생들에게 연꽃 구경할 장소를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안압지 옆에 있다는 연꽃 단지를 추천해 주었다. 원래 더위 때문에 연꽃 구경을 절대 못하는데 동해안 저온현상 중이라 호기롭게 안압지 연꽃 단지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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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련, 백련이 만발한 안압지 연꽃 단지
점심을 챙겨 먹고 느긋하게 출발했는데, 역시 관광의 도시 경주답게 주말이라 도로가 엄청 붐볐다. 도시전체가 관광지이니 어쩔 수 없긴 하다. 안압지 근처에 도착해 보니 이 연꽃 단지는 원래부터 있던 그런 연꽃 단지가 아님을 눈치챘다. 주변의 어수선한 분위기로 지금 한창 연꽃 단지를 조성하고 있는 중임을 알 수 있었다. 정해진 주차장은 없고 공사 중으로 비어 있는 공터에 사람들이 주차를 하고 있었다. 전체적인 부지는 상당히 넓은 편인데 그중 반은 아직 공사 중이었다. 현재 연꽃을 볼 수 있는 부분은 전체 부지의 반 정도. 약간 아쉬운 맘이 들기도 했지만 연꽃이 만개한 시점이라 예쁜 연꽃은 충분히 볼 수 있었다. 안압지 연꽃 단지는 주변이 완전히 정리되면 상당히 유명해지리라 예상해 본다.
남는 건 사진뿐이므로 공사 중인 부분이 카메라 앵글에 잡히지 않도록 요리조리 피해 가며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연꽃 사진을 찍으면서 느낀 거지만, 연꽃은 다른 꽃들과는 다르게 수채화 재질이다. 꽃잎에 투명한 느낌이 강해서 불투명한 유화보다는 수채화에 어울리는 그런 꽃이다.
분명 동해안 저온현상으로 온도 자체는 높지 않은데 이상하게 안압지 연꽃 단지 주변은 엄청 후텁지근했다. 아마도 연꽃은 물에서 자라는 수생식물이라 주변에 가득한 습기로 인해 체감 온도가 수직 상승한 듯하다. 적당히 흐린 날씨라 햇볕도 강하지 않은데 왜 이렇게 덥게 느껴지는 건지 장난이 아니었다. 안압지 연꽃 단지를 둘러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체력이 급속도로 방전이 되는 것이 느껴졌다.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안압지 연꽃 단지 관람을 마쳤다.
연꽃 단지 구경은 체력이 필요하다
나름 동해안 저온현상 기간이라 연꽃 구경을 가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웬걸? 전혀 괜찮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 완전 뻗어버리고 말았다. 어제와 거의 비슷한 온도였고, 어제도 보경사 나들이도 즐겁게 다녀왔는데 어째서!!! 너무 더워서 그런 지 일각이 여삼추 같았나? 안압지 연꽃 단지에서 찍은 사진을 다시 열어보니 꼴랑 15장이다. 게다가 첫 사진의 time stamp가 12시 30분인데 마지막 사진의 time stamp는 12시 42분이다. 뭐야, 10분 겨우 넘긴 거였어? 다시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중에는 너무 더워서 사진도 안 찍고 그냥 빨리 둘러보기만 했던 것도 같다.
아 놔, 주유비가 아깝잖아. 그냥 30분은 구경한 걸로 치자~
연꽃에 대한 나의 로망
사실 연꽃은 나에게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같은 존재다. 한여름에 피는 꽃이라 드넓은 연꽃 단지를 제대로 구경해 본 적이 거의 없다. 아니, 이번이 인생 최초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대여섯 살 정도였을 때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장마철 외갓집 근처의 덕진공원에 간 적이 있었다. 아직 연꽃이 본격적으로 피기 전이라 성질 급한 한 두 송이의 연꽃만 피어있었던 기억이 난다. 대규모 연꽃 단지가 아닌 곳에서 연꽃을 본 적은 물론 종종 있다. 조그만 화단이나 분수대에 장식해 놓은 것 말이다. 하지만 그런 건 솔직히 no counting이잖아? 연꽃 단지에 연꽃이 만발한 풍경을 본 것은 이번이 내 인생 처음인 셈이다. 날씨가 선선한 탓에 호기롭게 도전했는데, 자고로 더위란 극복이 어려운 상대다. 연꽃 단지에 대한 나의 로망에는 끝이 있을까?
잠시였지만 백련과 홍련을 실컷 봤는데, 노란색이 없다? 한국에는 황련은 없나 보다. 미국에서는 연꽃이 거의 없지만 가끔 분수대나 연못에서 황련을 볼 수 있다. 아마 황련은 미국산인가? 사실 북미는 연꽃보다는 수련이 더 많긴 하다. 미술관에 딸린 못이나 보태니컬 가든에 가면 종종 볼 수 있다.
갱년기 증상으로 시달리는 마마님 왈, 연꽃 구경하려다 더위 먹어 죽겠다며 다시는 연꽃을 보러 안 가신단다. 아마도 앞으로 연꽃 구경은 EBS 다큐멘터리 같은 채널에서나 보는 걸로~
<2009년 8월 20일 내용 추가> 연꽃에는 홍련, 백련, 황련, 청련이 있다고 하는데, 청련은 이집트 원산으로 정확하게는 연꽃이 아닌 수련이며, 황련은 북미 원산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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