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포스팅에서 도산서원을 마지막으로 안동 여행을 마쳤을 무렵이 11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조금 아쉬운 마음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예정에는 없었던 근처의 봉화 청량사를 경유하기로 했다. 행정구역은 다르지만 도산서원에서 고작 17km 정도의 거리라 매우 가까웠다. 봉화 청량사는 조금 더 북쪽에 위치하니 단풍이 절정은 아니더라도 가을 느낌은 충분히 느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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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청량산 12개 봉우리 사이에 자리한 청량사
그렇다. 봉화 청량사는 청량산의 12개 암봉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이 사실을 방문 전에 알았다면 등산과 인연이 아~주 아~주 먼 우리 모녀는 집에 돌아가는 길에 청량사를 잠시 방문하겠다는 배부른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하하하하하~ 불우하게도 사전 지식을 갖추지 못했으니 몸이 고생해야 하는 법이다.
내비게이션에 봉화 청량사를 찍고 목적지 근처에 도착했을 때 눈치를 챘어야 했다. 우선 주차장은 이미 만차 상태고, 도로는 이미 선 방문객이 주차한 차로 가득했다. 도로 한쪽으로 즐비하게 늘어선 차를 보며 대체 왜 이렇게 차가 많은지 알 수가 없었다. 사찰에 이렇게 사람이 많을 리가 없을 텐데? 오늘 무슨 날인가?
주변을 한참 서행하며 돌다 비어 있는 자리에 서둘러 주차를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한참 아래에 주차를 하고 걸어 올라오는 사람들이 모두 등산복 차림이란 걸 눈치챘다. 한국인의 등산복 사랑은 워낙 유명하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냥 옷만 등산복 차림이 아닌 본격적인 등산을 준비한 사람의 행색이었다. 청량산 도립공원에 등산객이 많은가 보다 생각했다. 스쳐 지나가던 등산객이 전혀 등산할 준비를 하지 않은 우리 모녀를 보고 물었다.
등산하러 온 거 아니에요?
아니요, 저흰 청량사만 보고 갈거에요. 근데 등산객이 참 많네요
아… 청량사… (침묵) 저쪽 길로 올라가면 바로 청량사에요
등산 준비가 절실한 봉화 청량사
봉화 청량사(淸凉寺)는 등산이 필요한 곳이다. 대부분의 사찰이 산기슭에 자리하고 있으니 어느 정도의 오르막길을 걸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봉화 청량사는 단순한 오르막이 아니다. 발등과 정강이가 부자연스럽게 밀착되는 수준의 오르막이다. 최소 운동화를 착용하지 않았다면 발목의 안녕을 위해 즉시 집으로 돌아가길 강력하게 촉구하는 바이다.
이 경사로를 사람의 왕래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게 맞는가? 사실은 사람들이 오는 게 싫어서 제발 오지 말라고 만든 경사로 아닐까? 방문자들의 발목이 꺾이길 염원하며 길을 냈을 것 같은 그런 오르막이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육두문자가 마구 튀어나오는 그런 오르막인 것이다!
이 말도 안 되는 경사로 사진을 찍고 싶지만 옆의 무언가를 잡지 않고 위쪽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으려면 목을 뒤로 확 꺾어야 하고, 그리하면 자연스레 몸이 뒤로 넘어가니 사진 촬영은 불가다. 뒤따라 힘겹게 올라오는 마마님의 사진 한 장만 겨우 건졌다.
청량사 보다 청량산 등산이 쉽다
길고 긴 고난의 행군이 끝나고 마주한 청량사 풍경은 말해 뭐해! 이미 문근영의 불가리스 CF에서도 봤잖아? 아주 그림 같은 풍경인 건 확실하다! 단지 눈물이 수반될 뿐이지…
난 단지 청량사를 구경하러 왔을 뿐인데 청량산의 암봉들과 삐까삐까한 높이까지 올라온 셈이다. 그것도 완만한 등산로 냅두고 최고 난도의 최단 거리 최고 경사로에서 진땀을 뺀 것이다. 봉화 청량사 내 벤치에 넋 놓고 앉아있는 우리 모녀 같은 일반 복장의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에너지 넘쳐 보이는 건 다 등산객들이다. 후들거리는 다리 때문에 앉아서 쉬는 중에 등산객들과 얘기를 나눴는데 등산로 코스가 훨씬 완만하고 코스를 따라 걸으면 중간에 청량사를 거치니까 편하게 올 수 있단다. 아 놔, 그런 유익한 정보를 이제 알다니 ㅠㅠ
봉화 청량사가 워낙 높은 곳에 위치하기도 하지만, 사찰 내에서도 오르막길과 계단은 계속된다. 이 건물에서 저 건물로 이동하려고 해도 까마득한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이 사찰 소속 스님들의 다리는 무적이겠다. 매일 강제적인 다리 운동이라니…
사실 청량사의 지대가 매우 높다는 사실을 알았어야 했다. 문근영의 그 유명한 불가리스 CF의 배경 장소가 바로 봉화 청량사가 아닌가! CF의 그림 같은 풍경이 예뻤던 것만 기억하고 나머지는 왜 다 잊은 거냐고!
청량산 청량사의 역사
봉화 청량사는 그 유명한 원효대사가 창건한 삼국시대의 사찰이다. 본래의 사찰 규모는 현재의 것보다 훨씬 컸으며, (매우 심하게) 경사진 지형에 축대를 쌓아 사찰을 조성했다. 청량산의 절경을 품은 청량사에는 역사 속 수많은 유명인들의 흔적이 남아있다고 한다. 청량산의 봉우리마다 청량사 부속 암자가 있어 예전에는 청량산 전체가 청량사의 영향 아래 있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청량사 소속 문화재도 여럿 있지만 공민왕이 직접 썼다는 유리보전(琉璃寶殿)의 현판이 일반인에게 가장 유명한 것 같다. 유리보전은 지방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청량산 연화봉(蓮花峰) 기슭에는 내청량사가 있고 금탑봉(金塔峰) 아래에는 외청량사가 있다고 한다. 청량산 12개 봉우리의 중앙에 청량사가 위치하고 있어, 12개 봉우리는 연꽃잎, 청량사는 연꽃 수술로 비유되기도 한단다.
청량사를 떠나며
청량사의 풍경은 매우 아름다웠다. 마침 가을 단풍 시즌이라 곱게 물든 청량산이 그 아름다움을 더해주었다. 청량사로 올라오는 과정이 너무도 험난했지만, 그만큼 아름다운 풍경으로 보상을 해 준 곳이었다. 다만, 우리 모녀는 예쁜 거 보자고 몸뚱이를 학대하지 말자는 신념을 가졌기에 봉화 청량사는 좀 상당히 곤란했다는…
청량사에서 하산(?)하기 전 나무 그늘 아래 평상에서 energy saving 모드로 체력을 비축한 뒤 주차한 곳으로 무사 귀환했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가는 길보다 더 지옥이었다. 이번엔 뒤꿈치가 종아리와 부자연스럽게 밀착되는 험난한 순간을 버텨야 했다. 그냥 뒹굴 뒹굴 굴러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ㅠㅠ
정말 할 말이 너무 많은데 하지 않겠어!
여러분, 청량사를 방문하려거든 그냥 청량산 등산을 하세요! 어차피 중간에 청량사를 경유한답니다. 등산으로 시간 소모하고 싶지 않으시다면 튼튼한 다리와 등산 스틱을 필히 준비하시죠! 등산 아니면 그냥 안 가는 게 최선이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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