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듣던 보성 녹차밭 구경가기 딱 좋은 5월이 되었다. 마마님께 녹차밭 보러 가지 않겠냐 의사를 타진하니 단박에 싫으시단다! 녹차밭 안 궁금하시다며 나 혼자 다녀오라신다. 그렇다면 간만에 나 홀로 여행을 해보자. 금요일 퇴근 후 나 홀로 go go! 서울-보성 노선은 없고, 서울-광주-보성 경로로 이동해야 했다. 금요일 밤 심야 고속버스를 타고 광주 종합터미널에 새벽에 도착하여 첫 차로 보성으로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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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기억에 남을 보성 녹차밭 여행길
센트럴시티에서 광주행 심야 고속버스를 탔다. 원래 불면증이 심하니 고속버스에서 잘 수 있을 거라 생각은 안 했다. 그래도 눈을 감고 있으면 어느 정도 피로가 풀리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심야 고속버스를 타고 안동 하회마을 당일치기 여행을 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과속으로 속전속결 광주종합터미널에 도착하고 말았다. 새벽 1시가 좀 넘었을 뿐인데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면 어쩌란 말인가! 보성행 첫 버스까지 대체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거냐고요.
야간 심야버스 도착 예정시간을 절대 믿지 맙시다!
마지막 심야버스가 도착하니 광주종합터미널 여기저기 조명을 끄기 시작했기에 나처럼 새벽 연결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사람들은 모두 불이 켜져 있는 쪽 대합실에 모여 앉았다. 화장실에서 멀지 않아 불을 일부 켜 둔 곳이었다. 의자에 앉아 기다리면서 너무 환한 것보다는 낫겠다 싶었는데…
동네 깡패 강림하시어 삥 뜯기 시작하심…
인생 최초로 조우한 삥 뜯기는 삶의 체험 현장
깡패인지 불량배인지 조폭인지 알 수 없는 4~5명의 무리가 나타나서 대합실에서 대기 중인 승객들을 앞 좌석부터 한 사람씩 순서대로 돈을 뜯기 시작했다. 열댓 명 정도인 우리는 그야말로 공포의 시간이었다. 학생으로 보이는 청소년, 노부부, 중년의 아주머니 등등 성공적으로 돈을 뜯어내며 내 바로 앞 줄의 출장 온 직장인 남자분 일행의 순서가 되었다. 이분들은 3명이 일행인지라 용기가 어느 정도 남아있었는지 대항을 하기 시작하셨다! 이러시면 안 된다고 말싸움을 하다 몸싸움이 벌어지기 직전 경비원이 나타났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또 저러네 웅얼거리시더니 자리를 피하심. (저기요! 경찰이라도 좀 불러 주시던가요 ㅠㅠ)
깡패들 vs 직딩 남자분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데, 이 와중에 나는 깡패분들 사투리와 억양, 짝다리 포즈로 인해 웃음이 터지기 시작했다. 아, 이런 미친… 죽고 싶지 않으면 웃음을 참으라고 내적 비명을 지르며 눈을 희번덕 뜨다 깡패님과 눈 딱 마주침. ㅠㅠ 급격하게 두통이 찾아옴. 결국 직딩 남자분들이 깡패들의 사투리 욕설에 주눅이 들었는지 돈을 건네며 마무리되고 다음 순서인 바로 내 옆 사람의 돈을 뜯은 후 바로 내 순서가 되었는데!!! 나를 건너 뛰고 그다음으로 마지막 순번이던 옆자리 여대생으로 보이는 아가씨의 돈을 야물딱지게 뜯어 유유히 떠나갔다.
뭐지, 뭔데 나만 건너 뛰는건데?
근데 나만 안 뜯긴 상황이 대기 중인 다른 승객들도 이상했는지 자기들끼리 수군덕대기 시작했다. 딱 봐도 얜 뭐지, 그놈들과 일행 아니야? 하는 그런 기분 나쁜 속삭임과 함께 자꾸 뒤돌아서 나를 쳐다보는 거다!!! 여보세요! 저도 왜 저만 안 뜯겼는지 지금 상당히 미스퉤리 거든요?? 첫 버스까지 한참 남았는데 앉아있는 게 바늘방석 같은 기분이었다.
스릴 넘쳤던 깡패와의 첫 만남… 덤으로 광주까지 몹시 싫어지려 한다…
아름답고 조용했던 연초록의 보성 녹차밭 대한다원
강렬한 깡패와의 조우로 모든 정신력을 소모해서 그런지… 보성행 첫 버스를 타고 그야말로 미친듯 잤다. 맨 앞줄에서 목을 꺽은 채로 침까지 흘려가며 잤더니 거의 다 와갈 무렵 기사님이 큰 소리로 거의 다 와가니 그만 일어나라며 깨워주셨다. 젊은 처자가 어쩜 그렇게 열심히 자냐며 ㅠㅠ
저기요, 이유가 있어요. 깡패님 때문에 제가 너무 기가 빨려서요…
어느덧 보성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 앞 도로 버스정류장에서 대한다원행 버스를 탔다. 약 2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기사님이 지금 도로 앞이 공사 중이라 되돌아갈 때는 길 건너 한참 내려가서 타야 한다고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다. 새벽녘의 불쾌한 기분이 많이 사라지는 친절함이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서자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바로 시원시원하게 뻗은 전나무 길이다. 아침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 주차장에 차도 여러 대 주차되어 있었다. 사람들로 붐비기 전 새벽 시간에 맞춰 출사를 나오는 사람들이 많다더니 오늘도 그러한 가보다. 사람 많은 거 정말 딱 질색인데 걱정하며 빠른 걸음으로 전나무 길을 올라가니 눈앞에 그림 같은 풍경이 나타났다!
와~ 이건 정말 너무 멋지잖아! 대박 풍경!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에 온 분들이라 다들 엄청 큰 카메라를 챙겨 오셨더라. 출사 나오신 모양이다. 근데 엄청 부럽기 시작했다. 왕 구형 디지털카메라만 가지고 온 나는 어떻게 찍어도 풍경이 담기지 않았다. 드넓은 풍경을 담고 싶은데 담기지 않는 이 답답함이란! 이래서 광각렌즈가 필요한 것이다. 찍어봐야 너무도 한정적인 풍경만 담기지만, 내가 가진 도구가 그러하니 어쩌겠어. 언젠가 좋은 카메라 들고 다시 방문해야겠다.
보성 녹차밭 방문 팁
녹차밭에 들어서면 그늘이 전혀 없다. 5월 초인데도 방문 당일의 최고기온이 30도가 넘었다. 9시가 넘어가니까 슬슬 무덥기 시작했다. 날씨가 좋은 만큼 햇볕도 엄청 강렬해 낮 시간은 더위와의 싸움일 듯하다. 역시 그러한 이유로 새벽시간 방문을 추천하는 것이었나 보다. 사실 나처럼 전날 야간 심야버스를 타고 오지 않는다면 이른 아침 시간에 도착하기 너무 힘들겠다. 더위를 많이 타는 분들이라면 최대한 낮 시간을 피해 도착하도록 여행 일정을 짜는 게 좋을 듯하다.
그리고 녹차밭 입구에 있는 식당에서 녹차 칼국수 꼭 드시길 바란다. 진짜 엄청 엄청 맛있었다. 미리 버스 시간도 물어보면 시간에 맞춰 먹고 나갈 수 있으니 참 좋다. 그 외의 공간에는 딱히 쉴 곳이 없으니 버스 기다린다고 무턱대고 나오면 정말 힘들어질 수 있다.
보성 녹차밭을 뒤로하고 시외버스터미널로…
다시 보성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고작 11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광주 종합터미널에서의 강렬했던 기억 때문에 절대로 그곳으로 다시 되돌아가고 싶지 않아 순천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보성에서 순천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고 또 마침 순천행 버스가 바로 도착 예정이라 즉석으로 순천행을 결정했다. 앜, 광주 종합터미널 정말 싫어 ㅠㅠ 어디던 광주만 아니면 돼!!! 역시 나 홀로 여행은 내 맘대로 해도 되는 점이 최고의 장점이구나!
순천 송광사 방문기는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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