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치기 담양 여행은 너무 무리 아닌가 싶어 4월 20일 금요일 아예 여행 배낭을 메고 출근을 했다. 사무실 사람들이 또 주말여행 가냐고 한 마디씩 한다. 나 같으면 잠을 자겠네, TV를 보겠네 등등… 말들이 정말 많다! 댁들이 주말에 뭘 하던 난 관심이 없는데 왜 댁들은 내 주말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거냐고. 제발 그 주둥이 좀 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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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으로 서울에서 담양 가기
칼퇴를 하고 센트럴시티에서 마마님과 접선 후 간단히 저녁을 먹고 고속버스로 전라남도 광주로 이동했다. 서울에서 담양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없다. 담양 여행의 가장 일반적인 루트는 광주를 거쳐 담양으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한다. 광주 터미널에 도착하니 늦은 밤이다. 터미널에서 내리자마자 터미널에서 제일 가까운 곳으로 서둘러 숙소를 잡았다. 이미 늦은 밤이고 새벽 첫차로 담양으로 떠날 예정이라 별 고민 안 하고 빈방이 있다는 터미널 근처 모텔 방으로 입실을 했는데…
나 원 참… 내 평생 묵어본 숙소 중에서 가장 더러운데 가격은 5만 원씩이나 하는 정말 최악의 숙소였다. 그러나 밤거리를 좋은 숙소 찾겠다고 돌아다닐 마음이 없었다. 터미널에서 숙소를 찾아 나오는데 터미널 주변을 어슬렁대는 껄렁한 남자들 무리들이 여기저기 모여 있어서 다시 어두운 밤거리를 헤매고 싶지 않았기에 그냥 대충 하룻밤 묵기로 했다.
담양 여행의 시작, 죽녹원
다음 날 아침, 첫 버스로 광주 버스터미널에서 담양으로 출발했다. 담양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하차하니 바로 앞 도로에 택시가 줄줄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 중이시던 택시 기사님이 우리 모녀에게 택시 안 타고 어디를 가느냐 물으셨다. 죽녹원 가는데 가까워서 걸어갈 거다 말씀드리니 담양 관광 지도를 하나를 챙겨 주셨다. (이날 하루 지도의 도움을 많이 받았네요. 감사합니다.) 담양 여행의 첫 코스로 정한 죽녹원은 터미널에서 20분쯤 걸으면 나온다. 가는 길이 한산하고 걷기 좋으므로 택시를 타기보단 걷기를 추천한다. 아름다운 관방제림을 따라 걷다 보니 다리 건너편에 죽녹원 입구가 보였다.
죽녹원 들어가는 길목부터 예쁜 등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위한 장식이었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쭉쭉 뻗은 대나무 숲의 풍경이 장관이었다. 확실히 풍경이 아름다우니 촬영한 영화가 한두 편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안내판에 이곳에서 촬영한 영화에 대한 설명을 적어 둔 것을 볼 수 있었다.
죽녹원의 대나무는 왕대(Phyllostachys)라고 하는데 충청도 이남에서 자라며 대나무 순은 5월 중순에서 6월 중순 까지라고 한다. 아열대 및 온대 지역의 대나무가 대부분 이 왕대라고 한다. 충남 이남에서 자라니 아무래도 서울 출신은 이렇게 많은 대나무를 본 적이 없다. 이래서 서울 촌년인가…
쭉쭉 뻗은 대나무숲 사이를 걸으며 상쾌한 기분을 즐기고 있는 차에 예의 없는 관광객들이 저지른 만행의 흔적을 이곳저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쌍팔년도 시대도 한참 지났는데 아직도 미개하게 이런 짓거리를 인간이 있다니! 죽녹원의 멋진 풍경 사이로 간간이 눈에 띄는 방문객에 의해 훼손된 대나무가 보여 많이 아쉬웠다.
담양 관방제림
죽녹원을 나와 바로 앞에 있던 관방제림으로 향했다. 죽녹원으로 오가는 길목에 있기 때문에 죽녹원을 방문하기 전이나 후에 묶어서 보기 좋은 곳이었다. 경치가 참 좋은 곳이었다. 돌 징검다리도 건너고, 구름다리도 건너고, 풍경도 감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특히 사람이 없어서 정말 조용한 것이 맘에 쏙 들었다! 5월에 열리는 대나무 축제 때 여러 가지 행사가 이곳 관방제림에서 열린다고 한다. 그때 맞춰오면 좋겠지만, 나처럼 사람이 바글거리는 걸 싫어한다면 축제 전/후 시기에 가면 한산한 시기에 여행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축제 시기는 그 지역의 최적의 시기이므로 축제 전/후 1주일 내외가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담양 대나무골 테마공원
관방제림에서 대나무골 테마공원까지는 버스 노선이 매우 애매했다. 버스를 타야 하는 길 전체가 도로 공사 중이라 버스 정류장까지 쌩쌩 달리는 차들을 피해 어렵게 걸어가 겨우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죽녹원보다 규모 자체는 크지만 대나무의 질이 죽녹원에 비해 많이 부족했다. 뚜벅이 여행자로서 버스 배차 시간이 매우 한정적이라 거리적인 면이나 시간적인 면을 고려했을 때 굳이 여행 포인트로 선정할 필요는 없을 듯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왔기 때문에 이곳저곳 빠지지 않고 둘러보았다.
테마공원 안에는 대나무 숲과 소나무 숲이 함께 있는데, 소나무 숲 쪽으로 넘어가기 전 언덕 부근에 광주 민주화 운동 때의 사진을 전시해 놓은 조그만 갤러리가 있었다. 뭔지 모르고 불쑥 들어갔다 사진을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들어가지 마시길 바랍니다.
테마공원을 다 돌고 나오면 출구 쪽으로 ‘전설의 고향’ 촬영 세트장이 나온다. 어렸을 때 즐겨 보면서 동시에 엄청 무서워도 했던 바로 그 전설의 고향이다. 내가 본 에피소드에 나온 세트장인지 매우 눈에 익었다.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비가 부슬부슬 오는 음침한 날과 어우러지면 상당히 무서울 것 같은 느낌이다.
송학 민속체험 박물관
테마공원을 다 돌고 나니 다리가 너무 아프다. 담양 시내 방면 버스가 오려면 거의 2시간이나 기다려야 해 어쩌나 걱정하고 있는 사이 택시를 발견했다. 분명 목적지를 시외버스터미널 근처라고 말했는데 난데없이 민속체험 박물관에 내려주며 기다려 줄 테니 보고 나오란다. 아니 누구 맘대로?? 먼저 여기 괜찮은데 들러서 보고 가면 어떻겠냐 물어보는 것도 아니고 무작정 내려주며 보고 나오라니! 그리고 여기 식당에서 밥도 먹으란다.
이런 미친년을 보았나…
느낌적으로 식당 주인과 짬짜미가 있는 것 같았다. 역시 택시 기사의 반은 사기꾼인 것인가? 내 성질이 더러운 걸 네가 몰랐구나? 누구 맘대로 밥을 여기서 먹어라 말라 하는 거냐, 누구 맘대로 여기로 온 거냐 난리를 치니 다 여기 들렀다 간다나? 그건 네 생각이고! 경찰에 신고를 하겠다고 난리를 치니 결국 박물관 직원이 뛰어와 중재를 했다. 송학 민속체험 박물관은 입장료를 안 받을 테니 온 김에 둘러보고 가고 택시비는 돌아간 거리만큼 적당히 최종 금액에서 제하고 받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몹시 기분이 더러웠지만 마음을 진정하고 박물관 내부를 둘러보았다. 기분이 상했지만 한곳을 더 둘러볼 수 있었던 것은 장점이라면 장점이었다. 박물관은 나름 볼거리가 없진 않았다. 과거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여러 전시물 들이 있었고, 과거를 회상하며 이 땐 이랬구나 하며 돌아보기에 좋은 곳이었다. 박물관 외부도 민속체험이라는 이름처럼 뭔가를 체험할 수 있게 아기자기 꾸며져 있었다. 어린이들과 함께 방문하는 경우에는 나름 재밌을 것 같은 곳이다. 다만 해당 방문이 자발적이냐 비자발적이냐에 따라 느낌에 큰 차이가 있음은 어쩔 수 없다.
박물관 앞집 죽통밥과 한국 대나무 박물관
담양 읍내로 들어가기 전 대나무골 테마공원 가는 길에 버스를 탔던 큰 대로변이 보이자 사기꾼 택시 기사에게 그냥 근처에서 세워 달라고 하고 하차했다. 우리가 막 내리려니 미안하다고 뒤늦은 사과를 했지만 별다른 대꾸 없이 그냥 발길을 돌렸다.
미안한 줄 알면 그딴 짓 하지 마
우선 배가 몹시 고팠기에 근처 길가 어르신들께 맛있는 식당 추천을 부탁드렸더니 여럿이 같은 곳을 추천해 주셨다. 길을 따라 한 20분 걸으면 대나무 박물관이 보이는데 바로 앞에 박물관 앞집이 유명하다고 했다. 식당 이름이 박물관 앞집이다. 매우 직관적인 이름! 대나무 박물관 바로 앞이라니 식사를 마친 후 박물관 구경을 하기에도 좋을 것 같아 박물관 앞집으로 결정!
박물관 앞집 주메뉴는 떡갈비 정식과 죽통밥 정식이었다. 대나무가 유명한 담양에 왔으니 우리 모녀의 선택은 당연히 죽통밥 정식! 택시 기사가 제안한 식당을 거부하고 예정에 없던 송학 민속체험 박물관까지 들러 이미 점심시간이 한참 시난 시간이라 배가 엄청 고팠던 상태였다. 몹시 허기진 상태로 주문한 죽통밥이 나왔는데 와!!! 정말 너~무 맛있었다. 먹느라 정신이 없어서 사진 한 장 안 찍었다. 배부르게 만족도 높았던 식사를 마치고 바로 앞에 위치한 대나무 박물관도 돌아보고 대나무 기념품도 좀 구매하는 것으로 담양 여행을 마쳤다.
대중교통으로 여행하려니 이른 아침부터 일정을 시작해도 많은 곳을 방문하기는 어려웠다. 버스 배차가 대기가 2시간을 넘기는 점을 악용해 택시가 원치 않는 호객 행위를 하는 점도 많이 아쉽다. 그래도 담양의 대나무는 멋졌고 죽통밥은 참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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