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로 강원도 여행을 다녀왔다. 목적지는 바로 강릉! 상세한 계획 없이 경포 호수 근처에서 우선 1박을 하며 근처에 위치한 강릉 선교장과 오죽헌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리고 마침 강릉 단오제 기간이니 나머지 시간에는 단오제 행사를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에 하슬라아트월드를 방문하면 괜찮겠다 싶었다. 혹시라도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그때 맞춰 일정을 조정하기로 했다.
포항에서 강릉까지는 대략 3.5시간 거리다. 7번 국도를 쭉 타고 올라가면 되는 아주 간단 명료한 경로라 점심을 챙겨 먹고 강원도 강릉으로 향했다. 여러 가지 상황이 겹쳐 9월 중순에 서울로 다시 이사를 가게 되었으니 아마도 이번 여행이 포항에서 출발하는 마지막 여행이지 않을까? 포항을 떠나기 전에 7번 국도를 타고 동해안을 따라 강원도까지 올라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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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선교장: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99칸 대저택
쉬엄쉬엄 동해바다 풍경을 구경하기도 했지만, 강릉 시내에 접어들면서 차량 정체가 상당하여 거의 4시간이 걸려 강릉 선교장(船橋莊)에 도착했다. 안타깝게도 관람 마감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라 빠르게 행랑채 쪽의 입구를 통해 선교장에 들어섰다.
행랑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캐리어를 들고 그 주변을 배회하는 외국인 관람객이 많았다. 왜 다들 무겁게 캐리어를 끌고 다니나 싶었는데, 어쩌다 눈이 마주치니 내게 영어를 할 수 있냐며 묻더니 곧이어 질문 폭탄이 이어졌다. 체크인 장소가 어디냐, 계산을 언제 하냐 등등.
체크인에 대해 물어보는 것을 보니 선교장에서 숙박을 할 수 있는가 보다. 전혀 몰랐네… 나도 직원이 아니니 질문에 대답해 줄 내용이 없었다. 직원은 대체 어디에 있는지 눈에 띄지 않았고 이들은 그나마 의사소통이 되는 나를 붙잡아야 안심이 되는 것 같았다.
잠시의 기다림 후에 드디어 직원이 나타나긴 했으나 외국어를 전혀 못한다! 직원도 숙박객도 자꾸 나를 통해 삼자 대화를 하려고 했다. 관람 시간이 곧 끝나서 가봐야 한다니 관람 시간 끝나도 더 늦게까지 보게 해 주겠단다. 그 말은 계속 통역을 해달라는 뜻… 옆에서 마마님이 나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계시는구먼. 이것들이 진짜! 최대한 빨리 핵심만 통역해 주고 동행이 계속 기다린다고 양해를 구하고 빠져나왔다.
이런 늬미럴… 외국인 숙박객을 받을 거면 외국어 가능 직원을 좀 뽑아! 여행객들도 남의 나라 오면 기본 회화 정도는 좀 배우고 오는 예의를 갖춰라! 쌍방이 다 진상이야.
관람시간 종료까지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통역하다 시간을 많이 날려 먹은 탓에 여유롭게 둘러볼 시간이 부족했다. 마음은 급한 와중에도 열화당의 정면 사진은 빼먹지 않고 찍었다. 열화당에 덧대어 설치된 차양시설은 러시아 공사관에서 선물한 것이라 예전 국사 교과서에 열화당의 차양 사진이 참고 자료로 나오고,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대저택으로 교과서에 자주 등장했다. 물론 내가 청소년이던 그 시절 교과서에~~
강릉 선교장 이름의 유래
태종의 둘째 아들인 효령대군의 11세손이 1703년에 지은 99칸 규모의 강릉 선교장은 방이 20개나 있어 관동팔경을 유람하는 양반님네들이 많이 머물렀던 곳이라 한다. 조선시대에는 경포 호수 주변 마을에서 호수까지 배를 타고 다녀야 해서 배다리(선교) 마을이라고 불렸고, 이 배다리 마을에 있는 저택이라 선교장으로 불리게 되었다 한다. 내가 어렸을 적 여관 등 숙박시설 이름이 XX장으로 끝나는 곳이 매우 많았는데 방이 20개씩이나 있는 선교장은 객들이 많이 묵어가는 곳이라 이름 끝에 장이 붙었나 보다.
놀랍게도 1981년까지만 해도 선교장은 배를 타야 드나들 수 있었다고 한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도 이곳에 와 봤던 기억이 있는데 81년 이후라서 배를 탄 기억이 없었구나~~
99칸이나 되는 대저택을 꼼꼼히 둘러보기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관람시간. 집에서 좀 더 일찍 출발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빠르게 한 바퀴 돌며 걸어 나오는데 풀씨가 떨어졌는지 지붕 위로 풀들이 자라고 있었다. 카메라 줌을 최대로 당겨 사진을 찍어 보니 지붕이 일반 기와지붕과 좀 다른 납작한 판처럼 생긴 기와다. 나무판인가 싶어 자세히 살펴보니 돌판이다. 우와, 돌기와를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자미재 정면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싶지만 시간이 부족하니 이번 방문은 이 사진으로 만족하기로!
강릉 여행 첫날의 마무리
아쉬움을 뒤로하고 경포 호수 근처에 숙박할 곳을 찾으러 이동했다. 비성수기 시즌의 평일이라 예약을 하지 않아도 빈 방은 많았다. 대충 건물 밖에 붙여 놓은 전화번호로 가격을 확인한 후 제일 저렴한 숙소를 GET!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가기 전에 경포 호수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추억이 방울방울~ 경포 호수 주변도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예전엔 주변에 큰 건물이 전혀 없었는데… 고층 건물이 참 많이 생겼더라. 마지막으로 경포 호수를 왔던 때가 92년 1월이니… 벌써 18년 전이다. 세월 참 빠르네…
경포 호수 옆으로 경포 꽃동산이 예쁘게 조성되어 있었다. 주변 환경을 예쁘게 단장하는 것은 참 좋은 변화인 것 같다. 한국은 관광 인프라가 아직은 많이 부족한 편이라 깔끔하고 아름다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정말 기본 중의 기본이 아닐까? 꽃 양귀비와 샤스타데이지가 활짝 피어 있어 경포 호수 주변을 더욱 화사하게 만들어 주는 느낌이다.
점점 어둑해져서 꽃구경은 이걸로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고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내일의 full-day 일정을 위해 푹 쉬기로~
오죽헌에서 시작하는 Day 2
강원도 여행 둘째 날이 밝았다. 눈을 뜨자마자 TV를 켜고 지역 뉴스를 확인하니 오늘 강릉의 날씨는 전국 최고 기온을 자랑하는 33도 되시겠다. 다음날도 비슷한 온도라는 예보에 일정을 변경하기로 했다. 일기예보를 보니 바로 옆 정선은 비가 오락가락하지만 온도는 낮다고! 절대적으로 폭염보다는 비가 훨씬 나은 선택지라 단오제는 포기하고 오죽헌 방문 후 하슬라아트월드를 거쳐 정선으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오죽헌의 관람시간은 아침 9시부터다. 관람시간에 딱 맞춰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정확히 9시에 매표소에 도착하여 오죽헌에 입장했다. 우리 모녀 외에는 아무도 관람객이 없었다. 이런 단독 관람 정말 최고다!
오죽헌: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생가
오죽헌(烏竹軒)의 부지는 매우 넓다. 오죽헌 주변의 부지를 크게 공원으로 꾸며 놓았기 때문이다. 이 넓은 곳을 다 보려면 날씨님의 협조가 필요하고 또 어린이 시절부터 수없이 와 봤던 곳이니까 딱 오죽헌 구역만 보고 다른 곳은 COOL 하게 SKIP 하기로 했다.
그늘이 전혀 없어 아침나절부터 그냥 땡볕이다. 와우~ 들어가는 길목에서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이이 선생의 동상에서 기념사진을 한 장 찍은 후 오죽헌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자경문(自警門)을 지나 문성사(文成祠)로 이동했다.
문성사는 율곡 이이의 영정을 모신 사당으로 그 편액이 전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이라고 한다. 문성사 측면으로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가 태어나 생활했던 오죽헌이 있다. 안채와 바깥채 사진도 다 찍었는데 어쩌다 보니 오죽헌 건물만 사진을 안 찍었다. 제정신이 아니지?
건물 주변으로 오죽헌을 상징하는 오죽(烏竹)과 율곡 송(松), 600여 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고목인 율곡 매(梅)와 배롱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재 내에 있는 수목들은 하나같이 수형이 아름답고 수령만큼 크기도 남달라 한참을 보고 있게 되는 듯.
돌아 나오는 길에 율곡 이이의 친필 서책인 ‘격몽요결(击蒙要诀)’과 유년 시절의 벼루를 보관하는 전각인 어제각(御製閣)이 철쭉이 가득 피어있는 담장 너머로 보였다. 6월 중순인데 아직도 철쭉이 피어 있었다. 철쭉은 아직도 피어있는데 날씨는 폭염이고… 강릉은 겨울에 눈도 많이 오는데 참으로 격한 날씨의 도시구나~
오죽헌을 돌아보고 입지문(立志門)을 통해 나오면 이번엔 신사임당 동상이 눈에 보인다. 이번에도 빼놓지 않고 작년에 신규 발행된 5만 원권의 주인공인 신사임당 동상과 인증 사진을 찍는 것으로 오죽헌 방문을 마무리했다.
겨레의 어머니라는 표현이 매우 맘에 들지 않지만… 5만 원권의 주인공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로^^ 사실 난 아직도 5만 원권의 주인공으로 허난설헌이 더 적합하지 않았는가 생각되지만, 개인의 의견으로 각자 간직하는 걸로~
(하슬라아트월드 방문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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