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이 많아 직장인들이 사랑하는 5월이다. 작년 가을, 서울로 복귀 후 여행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그저 회사에서 일만 한 내게 정말 간만에 여행이라는 선물을 주기 위해 고창으로 2박 3일 여행을 떠났다. 그렇게 예쁘다는 고창읍성 성곽길을 걸어 보고, 선운사 구경도 하고, 풍천 장어도 먹기 위해 고창으로 Go, Go!
전북이긴 하지만 거의 전남에 붙어 있어 서울(강북)에서 고창까지는 대략 4시간이 소요되는 거리이다. 트래픽으로 인한 지연이나 변수를 고려해 일요일 아침 새벽 4시 반에 집을 나섰다. 우리처럼 이른 시간에 출발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싶었는데, 그 새벽에도 고속도로로 나갈 때 까지 극강의 교통 정체를 자랑해 주셨다. 이른 아침은 항상 제정신이 아닌 딸램을 위해 새벽 운전은 마마님이, 그리고 중간에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아침을 해결한 후에는 운전자를 교체해 열심히 정속 주행하여 고창에 밥 먹느라 잠시 쉰 시간을 빼도 온전히 5시간이 걸렸다. 정말 멀구나~
이 글의 목차
고창읍성 성곽길,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아침 10시, 딱 알맞은 시간에 도착한 고창읍성 성곽길은 철쭉 시즌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으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으로 선정된 곳이었다. 5월 초는 딱 철쭉이 만개하는 타이밍이니 내가 제때 잘 찾아왔구나 싶어, 명패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본격적인 철쭉 가득한 성곽길 탐방을 시작했다.
북문(공북루)에서 시작하는 성곽길 초입은 경사가 상당한 구간이다. 어느 정도 높이에 도달해야 하기에 초반부는 체력이 좀 필요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대체적으로 완만한 산책로가 이어지며 높낮이 변화가 그리 크지 않기에 초록 초록한 풍경을 맘껏 즐기며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성곽길 아래로 나란히 철쭉이 심어져 있는데, 울긋불긋한 철쭉과 초록빛 풍경이 대비를 이뤄 매우 화사한 느낌을 주었다. 왜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었는지 수긍이 가는 풍경이다.
읍성이란 무엇인가?
읍성(walled Town)이란 읍민을 보호하기 위해 지방의 군현에 쌓은 성곽으로 도성의 지방 버전이라고 이해하는 게 좋겠다. 조선 성종 때에는 330개 행정구역 중 190개가 읍성이었다는 점에서 조선시대에 읍성은 매우 보편적인 지방 도시의 형태였던 것 같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읍성은 그리 많지 않은데, 틈만 나면 외세의 침략에 허덕였던 과거를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이 더 신기하다고 할 수 있다. 성곽 내에는 관아와 민간 살림집이 있어 동란 시 백성이 성 안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구조로,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제도라고 한다.
맹종죽림을 만나다
성곽길을 따라 걷다 서문인 진서루에서 샛길로 내려오면 대나무숲을 만나게 된다. 사전 정보 없이 만나게 된 대나무숲의 그늘이 반가워 잠시 쉬어 갈 수 있었다. 대나무숲의 규모가 상당하여 4년 전에 다녀왔던 담양의 녹죽원 대나무가 떠오른다.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읍성 안의 맹종죽림(孟宗竹林)은 상당히 유명하단다. 영화 ‘왕의 남자’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고. 분명 그 영화를 봤었는데, 대나무숲에서 찍은 장면이 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하하~ 대나무숲 아래로 걸어 내려오다 무엇인가를 열심히 먹고 있는 청설모 한 마리 발견! 먹는 데 완전히 정신이 팔린 것인지, 그냥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어도 도망가지 않았다.
고창읍성의 내아
읍성 안에는 여러 관아의 건물이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 남아있는 건물은 내동헌과 객사, 관청 등 몇 채 없다. 고창에 파견된 수령이 정무를 보는 청사를 동헌이라 하는데, 외동헌은 업무를 보는 집무실의 개념이고 내동헌은 수령이 기거하는 살림집 공간이다. 이 내동헌을 내아(內衙)라고 부른다고. 이 건물 또한 원래 건물은 아니며, 과거의 자료를 바탕으로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다시 돌아온 북문 공북루
잠시 벤치에 앉아 휴식 타임을 가지면서 북문(공북루) 쪽을 바라보니 동문 방면으로 향하는 성곽길이 보인다. 북문에서 동문을 거쳐 남문, 그리고 서문에서 샛길로 내려와 맹종죽림, 내동헌을 거쳐 읍성을 한 바퀴 둘러보는데 1~1.5 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사진상으로 보이는 성곽길의 경사가 상당한데, 내 다리 정말 수고했구나! 거의 반년을 회사, 집만 왕복하며 보내느라 완전 저질 체력이 되었는데. 이러다 내일 근육통 작렬하는 거 아닐까? 슬슬 다리가 무겁게 느껴지고 있으니 첫 일정은 이것으로 마무리를 하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
고창 선운사에서 저녁 산책
선운사 근처 숙소 밀집 지역으로 이동한 후 점심을 먹고 곧바로 숙소에 체크인 했다. 새벽 일찍 집을 나섰기에 휴식이 필요했던 우리 모녀는 햇빛이 힘을 잃어갈 무렵인 5시 반이 되어서야 잠에서 깼다. 앜, 어두워지기 전에 선운사 구경을 가야 하는데!!!
숙소에서 선운사가 코앞이라 간단한 소지품만 챙겨 선운사로 향했다. 벌써 5월이라 해도 많이 길어진 상태. 40~50분이면 충분할 것 같아 일주문을 향해 열심히 걸어가다 보니 활짝 핀 겹벚꽃이 보인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이미 자연광으로 사진을 찍기에는 너무 어둡다. 그래도 막상 찍고 보니 좀 어둡긴 하지만 강렬한 핑꾸 칼라 옷과 겹벚꽃 연핑크가 사진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군.
선운사는(禪雲寺)는 백제 시대(577년)에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우리나라 기준 아주 흔한 천년 고찰이다. 한국에는 워낙 역사가 오래된 사찰이 많다 보니 천년 고찰은 절대 특이점이 될 수 없다! 내 기준으로 선운사의 특이점은 바로 꽃무릇 명소라는 점! 아쉽게도 지금은 봄이니까 꽃무릇 피는 가을에 꼭 다시 오리라 마음을 먹어본다.
5월엔 꽃무릇은 없지만, 이틀 뒤가 부처님 오신 날이라 선운사는 색동옷을 곱게 차려입은 상태였다. 여기저기 다양한 모양과 색상의 연등을 달아 놓아 알록달록해 더 예뻐 보였다. 선운사의 규모는 상당히 컸다. 경내에는 전각이 상당히 많았는데(선운사 전각 상세 보기), 여러 전각에 공통적으로 벽화가 상당히 많았다. 전각이 많고 벽화도 많은 부분이 순천 송광사와 비슷한 느낌이다. 어두워지는 시간이라 전각 내부의 벽화는 자세히 보기가 좀 어려워서 아쉬움이 남는다. 아, 낮잠을 너무 길게 잤구나… 아쉬운 마음에 영산전(靈山殿) 측면 외벽의 벽화는 자연광의 힘을 빌려 사진으로 기록으로 남겼다. (DSLR이 부러워지는 똑딱이 소유자 ㅠㅠ)
선운사 자체의 규모가 상당히 크기도 하지만 선운산도립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어, 전체적인 조경이나 관리가 매우 훌륭해 보였다. 우선 사찰에 가면 흔히 접하게 되는 시끄러운 먹자골목이 없어서 더욱 깔끔해 보이는 느낌이다. 등산을 좋아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등산 전/후 배불리 먹는 걸 즐기기에 먹자골목이 사찰이나 국립공원 초입에 몰려 있는데, 개인적으로 별로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좀 더 많이 떨어진 곳, 보다 독립적인 곳에 있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1시간 남짓 둘러본 후 저녁식사로 고창의 명물 풍천 장어를 맛있게 Clear 한 후 다음 날의 즐거운 여행을 위해 일찍 쉬기로 했다. 내일의 첫 일정은 바로 고창 청보리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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