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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벚꽃 명소 공산성 쌍수정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왔고 벚꽃이 피었다. 예년보다 포근한 날씨 때문에 예상보다 이른 벚꽃 만개 소식이 연일 뉴스에서 전해지고 있었다. 지난해에는 공주-대전 지역에서 벚꽃 명소로 너무도 유명한 계룡산 동학사로 벚꽃 구경을 갔었다. 그러나 엄청난 인파에 내가 벚꽃을 구경하는지 사람을 구경하는지 구분이 잘 되지 않을 지경이었다. 마침 비도 오고 평일 낮 시간이라 사람이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갔던 것이 화근이었다. 비가 와도 나처럼 벚꽃 구경은 다 가는 거였다!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한 곳이니 아주 이른 아침에 갔어야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벚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열심히 조사했다. 붐비지 않고 조용한 공주 벚꽃 명소가 어디인지를 말이다. 사람을 보는 게 아닌 봄꽃을 조용하게 감상할 수 있는 이름하야 숨겨진 공주 벚꽃 명소는 바로 공산성 쌍수정(公山城雙樹亭)이었다. 찾고 나니 되려 허탈한 것이 바로 집 근처에 공주 벚꽃 명소가 있었다는 점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을 바로 이런 데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아직 진정한 지역민으로 재탄생하지 못한 무늬만 공주 시민인 서울 여자입니다. (훗훗~)
공산성 쌍수정에 대한 간단한 역사 상식
쌍수정은 공주시 공산성 내에 있는 정자로 백제시대가 아닌 조선시대 후기의 건축물이다. 산성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위치한 느티나무 두 그루(쌍수: 雙樹)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이괄의 난을 피해 온 인조가 이 나무에서 난이 평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뻐서 이 두 그루의 나무가 있던 자리에 정자를 지었기에 쌍수정이라고 부른단다.
벚꽃이 만발할 때 딱 맞춰 가겠다는 나름 원대한 계획을 1년 전부터 세워 놓았었다. 하지만 2017년 봄날의 한국은 미세먼지 지옥이었다. 극도로 민감한 호흡기 보유자로서 갈수록 나빠지는 공기 때문에 서울을 탈출한 판이다. 당연히 벚꽃 보겠다고 [미세먼지 나쁨]에 밖을 나돌아 다닐 수도 없지 않은가? 결국 올해 공주 벚꽃 명소 구경은 물 건너갔구나 체념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오늘!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을 정도로 아침에 일어나니 정말 정말 눈부시게 찬란한 하늘을 영접한 것이다. 이런 깨끗한 날씨에 봄꽃 구경을 가지 않는 건 범죄라고 외치며 새로 산 카메라를 자랑스레 부여잡고 공산성으로 향했다.
금강 철교 너머 공산성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이 아름다운 날씨에 만발한 벚꽃을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었다. 공산성 초입의 오르막길을 힘든 줄도 모르고 올라갔다. 공산성 산책로를 따라 쌍수정으로 향하는 길 옆으로 만발한 벚꽃들이 내 시선을 빼앗았다. 공기가 깨끗해서 그런지 꽃 잎 하나하나가 유달리 더 또렷해 보였다. 아침 일찍 나온 터라 쌍수정은 새들의 지저귐 외엔 아무런 소음도 없이 한적하고 조용했다. 워낙 주변이 조용하다 보니 다른 상춘객들도 덩달아 조용하게 봄꽃을 즐겼다. 정말 너무나도 맘에 드는 분위기다. 누구 하나가 소란을 떨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조금씩 목소리를 높혀야 한다. 그러다 보면 정말 아수라장이 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렇게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집 근처라니! 다시 한 번 서울을 떠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공주 벚꽃 명소 공산성 쌍수정은 조용히 앉아서 멍 때리기 참 좋은 곳이었다. 아름드리 벚꽃 나무를 방해 없이 하염없이 앉아서 볼 수 있는 곳, 벚꽃이 만발한 풍경과 하나가 될 수 있는, 매년 오고 싶은 곳이었다.
소란스러운 벚꽃 축제장의 대명사 격인 여의도 벚꽃 축제에 갔다가 두통과 호흡곤란이 왔던 악몽의 순간이 떠오른다. 역시 봄꽃은 조금은 덜 화려하더라도 소란스러운 축제장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조용하게 즐길 수 있는 곳에서 보는 것이 최고인 것 같다.
공산성 입구의 철쭉 군락지
공주 벚꽃 명소로 유명한 공산성은 철쭉 군락지로도 매우 유명하다. 공산성 매표소에서 오르막길을 따라 금서루로 올라가는 길 언덕으로 철쭉이 가득하다. 벚꽃이 지고 4월 중순쯤부터는 진분홍과 연분홍 철쭉이 흐드러지게 핀 모습을 볼 수 있다. 4월 상순에 벚꽃 나들이 기회를 놓쳤다면, 4월 하순의 철쭉 시즌을 노려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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